삼성의 비자금 의혹으로 사회가 들끓고 있습니다.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예상한 대로, 언론은 삼성의 비자금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떡검 명단"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른바 검찰을 희생양 삼아 삼성 구하기 작전이 펼쳐지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이 삼성의 죄는 미워도 삼성은 국가를 먹여 살리는 기업이니 덮고 넘어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삼성의 잘못을 덮어주는 것이 삼성을 도와주는 것일까요?

우리나라 사람은 개인과 집단을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한국인이 잘못을 저지르면 "한국인 모두의 잘못"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도 위축됩니다. 또한, 한국인은 사람과 직책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따라서 어떤 사람이 개인적으로 하는 말과, 그 사람이 직책을 맡은 자로서 하는 말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한국인에게 개인은 집단의 일부이고, 집단을 대표하는 개인은 곧 그 집단인 것이지요.

삼성 비자금 의혹의 핵심에는 이건희 회장과 삼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의 실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삼성은 곧 이건희 회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건희 회장은 지금 삼성전자를 이끄는 기업인일 뿐, 엄밀히 말해 삼성과는 구분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삼성전자의 주가총액은 80조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의 총재산은 겨우 3조 원 미만입니다. 아들인 이재용 상무의 재산과 합해도 5조 원이 안됩니다. 그렇다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재산을 다 합쳐도 10조 원도 넘기 어려울 것이고, 이 돈으로는 삼성그룹 전체는커녕, 삼성전자의 주식 중 10% 사기도 쉽지 않은 규모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건희 회장이 곧 삼성이고, 따라서 만약 삼성의 돈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자기 회사 돈을 자기가 따로 떼어낸 셈이니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움직이는 진정한 이유는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삼성생명이고,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삼성 에버랜드인데,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 최대 주주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아들 이재용 상무가 최대주주). 즉, 이른바 순환출자를 통해 작은 재산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에버랜드를 통한 경영권 승계가 중요했고, 그래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지요.

삼성이 국가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경영진이 잘못한다면 잘못에 대해 지적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삼성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삼성이 진정한 세계 인류 기업이 될 테니까요. 우리 국민이 삼성의 이익과, 삼성 경영진의 이익을 구분할 수 있을 때, 삼성은 더욱 좋은 회사가 될 것입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