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통역을 자주 하는데, 강사가 강의를 시작할 때 "How are you?"라고 말하면 통역을 하지 않고 청중이 반응하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Fine, thank you" 하는 답이 나오죠. 그런데 가끔 강사가 "How are you doing?" 하고 물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청중 대부분은 머뭇거리면서 "Fine"하고 답합니다. 강사가 "How are you doing today?" 하고 물으면 교실엔 침묵이 감돕니다. 그러면 제가 통역을 하러 나서야 하죠.

How are you?나 How are you doing?이나 How are you doing today? 모두 같은 뜻입니다. 하지만, 한국인은 언어를 배울 때 의미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틀을 배우기 때문에 틀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언어를 배우려면 기계적으로 표현을 암기하고, 같은 구문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이러한 반복 훈련을 통한 학습법은 탁구 하는 법을 배울 때는 유용하겠지만, 언어를 배울 때는 그리 유용하지 않습니다. 언어는 살아 있는 동물처럼 자꾸 변하기 때문에 정해진 틀로 가둔, 만나면 모두가 "How are you?"라고 말하는 상황은 회화 테이프 안에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예를 들어봅시다. "내 잘못이다"를 영어로 바꾸어 보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잘 배운 한국인은 "It's my fault"라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실생활의 작은 잘못을 인정할 때는 "My bad"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한국인은 그 표현을 익혀서 반복하려고 하기보다는 "bad는 형용사 아니냐? 여기서는 왜 명사로 쓰였느냐? 명사로 쓰이는 예가 또 있느냐?"라고 묻습니다. 학구적인 태도는 좋은데, 언어는 학구적인 사람이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비슷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잘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고 (한국인이 머리가 좋다는 사실은 대부분이 인정합니다), 노력을 안 해서도 아니며 (한국인이 근면하다는 사실도 대부분이 인정합니다), 언어에 접근하는 태도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은 정해진 규칙이 있는 상황에서는 대단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토플 성적을 보자면 한국인이 세계적으로 그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토플의 공식을 파악해서 공식대로 연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공부의 결과 토플 성적은 좋지만 영어는 잘하지 못하는 민족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어학 테이프에 나오는 억양과 표현에는 대단히 익숙합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억양이나 표현이 나오면 당황해 아는 말도 못 알아 듣습니다.

이를 위해선 틀을 깨고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아니, 배운다는 말조차 너무 학구적이니 쓰지 말고, 언어를 획득한다고 해야 옳겠지요. 언어를 접하되, 그 나라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그 말을 쓰는 것을 들어야 합니다. 어학 테이프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뉴스도 실생활 언어와는 다릅니다.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미드를 열심히 보는 것이 났겠지요. 실제로 저도 언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 때는 그 나라에서 나온 DVD를 구해다가 열심히 듣습니다. 실제로 그 나라에 가기 전에는, 그 방법이 가장 좋더군요.

요즘 대학생은 이미 90년대 영어를 열심히 배우며 자란 세대인데도, 영어에 대해 어려움을 겪기는 기존의 세대와 그리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너무 틀에 매인 사고로 언어를 접하지 말고 자연스럽고 살아있는 언어에 익숙해진다면, 언어 획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추천 링크- 미국드라마로 재미있게 영어 공부하기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