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 아이리버가 아이팟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에서 아이리버가 한때 MP3 플레이어 시장을 주도했지만 아이팟에 쉽게 1위 자리를 내주고 지금까지 시장을 되찾아오지 못한 이유는 제품을 만드는 데 일관된 철학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품 철학의 부재는 한국 기업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약점이기도 하지요. 즉, 현대나 삼성을 비롯한 많은 한국 회사들이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드는 것은 잘하지만, 일관된 철학이 없고, 따라서 제품을 많이 팔리기는 하지만 고가의 명품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90년대 말부터 생겨난 인터넷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지식에 근거한 회사이고, 따라서 기업철학이 뚜렷한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의 검색시장을 지배한다고 할 수 있는 네이버가 좋은 예이지요.

검색에 관한 네이버의 철학은 소비자가 찾기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찾기 좋도록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즉, 소비자가 검색어를 넣었을 때, 그의 의도에 맞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는 의도이지요.

예를 들어, 허경영이라는 검색어를 넣을 때, 검색자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허경영씨의 홈페이지를 알고 싶을 수도 있고, 그의 약력을 알고 싶을 수도 있고, 그의 사진을 보고 싶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을 수도 있지요. 따라서 네이버는 이러한 다양한 가능성을 섹션별 분류를 통해 제공합니다. 우선 그에 대한 사진과 간단한 정보가 나오고, 그와 관련한 뉴스, 그가 쓴 책, 그에 대한 질문과 답을 모은 지식인, 그의 사진과 동영상, 그에 관한 블로그 글 등이 한 면에 연이어 나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섹션별로 나눠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이 사용자에게는 편하지만, 문제점도 있습니다. 우선, 이런 식의 깔끔한 정보를 주려면 인간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맨 위에 허경영 옆에 다른 대선 후보의 리스트가 쭉 나오는데, 이는 허경영이라는 사람이 대선후보라는 데이터를 입력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서비스하려면 롯데 자이언츠엔 프로야구팀이라는 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태왕사신기에는 드라마라는 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즉,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회사는 인력을 동원해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네이버는 이렇게 다양한 검색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도 같이 제공합니다. 그런데 네이버가 운영하는 지식인, 블로그, 뉴스, 지식 쇼핑 등은 모두 네이버의 검색 결과에 나타나고, 따라서 네이버로 검색하면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로 갈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에 워낙 좋은 데이터가 많아서 네이버로 검색하면 원하는 결과를 쉽게 찾습니다. 즉, 네이버 검색은 네이버 서비스를 키우고, 네이버 서비스는 네이버의 검색결과를 풍요하게 합니다. 이러니 네이버가 한국 검색 시장을 장악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지요.

그에 비해 구글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서비스에 접근합니다. 구글이 원하는 목표는 최고의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가장 사람 손이 작게 가는 검색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즉,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함으로, 수작업을 배제하려는 것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글에서 허경영으로 검색해 보면 다양한 사이트가 뜨지만, 위에서 아래로 순서가 있을 뿐,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물론 위에는 이미지나 뉴스 검색을 위한 링크가 있긴 하지만, 첫 화면에는 웹 문서가 나열되었을 뿐입니다. 대통령 후보라는 데이터를 따로 넣지 않았으니 다른 대선후보의 명단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검색은 한국의 사용자들에겐 무뚝뚝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글의 철학은 대단위 데이터 검색에서 빛을 발합니다. 사람의 손을 빌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의 모든 문서를 검색한다 하더라도 분류하는데 따로 인력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요. 그리고 미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한국이나 프랑스에 적용해도 됩니다. 즉, 한 번 개발한 기술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쓸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요.

그에 비해 네이버가 외국으로 진출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우선 그 나라 알바생을 수백 명 고용해서 교육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나라 문화를 익히고, 그 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검색결과 분류법을 개발하는데 여러 해가 걸릴 것입니다. 그렇게 한 나라에 진출하고 나서도, 또 다른 나라로 진출하려면 다시 처음부터 서비스를 건설해 가야 합니다. 즉, 네이버의 서비스는 한 나라에만 적합하지, 세계적인 서비스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자사 서비스로 연결하는 데 비해, 구글은 외부 서비스로도 쉽게 연결합니다. 예를 들면, 구글은 네이버의 지식인과 비슷한 Google Answers를 운영했는데, Google에 검색어가 들어오면 Google Answers로 연결했다면 Google Answers는 네이버 지식인 이상으로 성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글은 중립을 지켰고, 결국 Google Answers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망했습니다. 이러한 구글의 중립성이 구글의 검색 결과를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결국, 검색에 관한 네이버의 철학은 "소비자의 만족을 위한 수작업 및, 검색 결과를 풍요하게 하는 지식 서비스 제공"인 것 같고, 구글의 철학은 "수작업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오직 알고리즘을 통한 신뢰할만한 검색결과 제공"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한국 같은 좁은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입맛에 딱 맞는 네이버가 인기고, 전 세계적으로 봐서는 지역화가 필요없는 구글의 서비스가 더 강세인 것은 각 기업의 철학이 낳은 결과라고 보입니다. 야후의 퇴조에서 보이듯, 사람의 수작업으로 웹을 분류하는 일은 전세계적으로 진행하기엔 너무도 분량이 많기 때문이죠. 그렇게 본다면 구글의 세계 검색시장 지배는 당분간 유지될 것 같군요.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