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로 접어들면서 대통령 선거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각 후보 진영은 10여 일 남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의 1위는 여전히 이명박 후보입니다. 많은 사람은 이번 주에 검찰이 BBK 사건에 대해 판세를 바꿀 만한 발표를 하지 않는 이상,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리라고 예측합니다. 즉, 이명박 후보는 지금 가장 결승점에 가까이 다가온 후보인 것이지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호소력 큰 메시지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살아나리라고 생각하고, 이 후보 자신도 입만 열면 "경제를 살리겠다"고 장담함으로 경제 대통령 이미지 굳히기에 힘쓰는 중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은, 경제는 이미 살아났고,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살아있는 경제를 다시 살릴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경제가 살아났다니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경제의 주요 지표, 즉 경제성장률 (GNI 기준 지난 5년간 매해 10% 이상 성장)이나 무역수지 (지난 4년간 매해 100억 달러 이상 무역흑자), 환율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 주가 (올해 사상 최초로 2000포인트 돌파)등을 살펴보면 지금 한국 경제는 "살려야 한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너무 건강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경제가 잘된다는데, 왜 살기는 더욱 어려워졌나? 나는 왜 이렇게 가난한가? "하고 물으시겠지요. 이를 이해하려면 최근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중산층의 몰락과 소득격차의 심화입니다. 한국도 90년대까지는 중산층이 사회를 탄탄하게 버티고 있었는데, 지금은 부자는 있어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은 많지 않습니다. 과거의 중산층이 지금은 저축해 놓은 돈도 얼마 안 되고,  수입도 언제 끊길지 몰라 불안한 준 빈민으로 전락했기 때문이죠.

중산층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던 시절 자본주의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공산주의는 "다수의 노동자가 소수의 자본가의 지배를 뒤엎는 혁명을 일으키면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들리기 마련이고,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닜습니다.  하지만 중산층이 많은 나라에서는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중산층은 부자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 혁명 같은 위험한 변화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입니다. 또한, 중산층이 많은 사회에서는 빈민도 "이 사회에 잘 순응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소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난한 사람이라도 공산주의처럼 위험한 이념을 따르기보다는 열심히 일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죠. 따라서 중산층은 공산주의 혁명을 막는 중요한 방어막이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초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이러한 상황이 변했습니다.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나니, 공산주의로부터 사회를 지키는 중산층이 필요 없어졌고, 따라서 중산층은 존재의 의미를 잃었습니다. 그러자 부유층은 중산층의 재산을 빼앗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꿉니다. 이로 말미암아 중산층의 경제를 책임지던 가장들은 평생직장을 보장받는 대신 40-50대면 직업을 잃었고, 그의 가정은 준 빈민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또한, 중산층 젊은이들은 직업을 얻기도 어렵고, 얻어봤자 비정규직이라 수입도 적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사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이렇게 노동시장이 고용주에 유리하도록 바뀌자 임금의 형태로 중산층에 들어가던 돈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기업의 이익은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기업은 결국 주주의 소유물이고, 주주는 대부분 부유층입니다. 따라서 중산층이 임금을 통해 벌어야 할 돈이 부유층에게 흘러간 셈이지요.

집값상승은 중산층 몰락의 또 다른 이유입니다.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은 최소한의 소득만으로도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이 없는 사람은 집세를 내느라 돈을 모으기 어렵고, 영원히 빈민층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죠. 과거에는 노동자도 열심히 일하면 자기 집을 샀고, 이를 통해 중산층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집값이 크게 올라간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이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자기 집이 없이 때문에 빈곤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죠. 지금처럼 집값이 높다면 집세도 올라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집이 있는 사람은 쉽게 돈을 벌고, 집이 없는 사람은 열심히 일해도 집세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한국인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은 국가경제의 어려움이 아니라 중산층의 부가 부유층으로 옮겨가면서 생겨난 어려움입니다. 이제 집과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쉽게 돈을 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빈민, 또는 준 빈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게 되면 중산층이 될 수 있지만, 이러한 전문직을 갖으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좋은 대학에 가려면 사교육에 엄청나게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비용은 부유층만이 감당할 수 있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전문직은 부유층의 자녀가 독차지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즉, 부의 세습이 시작된 것이지요.

따라서 이명박이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현재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이명박 후보는 부자를 더 부자 되게 함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즉, 빈부의 격차를 키우겠다는 뜻이지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 대부분은 과거보다 훨씬 큰 경제적 어려움을 매일 느끼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경제 대통령이 될 수 없습니다. 그는 부유층의 대통령이 되겠죠. 대부분의 국민은 지금보다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그를 찍겠다는 사람들은 그의 경제 정책이 자신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투표해야 할 것입니다.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