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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 성장이 정점에 달하던 80년대는 한국인의 유머 감각에 대단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습니다. 70년대까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유머는 전통적인 만담이나 마당놀이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재미 있는 분위기" 중심의 유머였죠. 웃으면 복이와요는 이러한 유머에 기초한 장수 프로그램이었고, 구봉서씨나 서영춘씨 등은 이러한 유머의 계승자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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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대 80년대 들어 한국문화가 서양, 특히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한국인의 유머감각도 "펀치라인" 위주의 서양식 유머로 바뀝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코미디언"과는 다른, 새로운 유머감각으로 무장한 "개그맨"들이 나타났죠. 심형래씨나 서세원씨 등은 이러한 새로운 개그맨의 시대를 이끈 분들입니다. 이들의 세련되고 자극적인 유머는 과거의 구수한 유머에 비해 훨씬 현대적으로 보였고, 많은 청소년, 특히 남학생들은 이들의 유머를 따라하며 자랐습니다.

90년대 들어, 민주화와 경제 발전이 열매를 맺으면서 사회 전반에 느슨한 분위기가 찾아오고, 심각하던 한국인의 얼굴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유머를 즐기고 유머를 따라하는 사람의 숫자는 점차 늘어갔습니다. 따라서 90년대 초반은 한국에서 유머가 가장 발달한 시기였고, 사회가 유머에 대해 매우 관대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잘 익은 과일이 쉽게 썩듯, 한국인의 유머에 대한 사랑도 쉽게 변질되었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선진국에서 보기 쉬운 냉소적인 분위기가 퍼지면서 사람들은 유머를 열심히 따라할 뿐 아니라 그러한 노력에 대해 쉽게 비웃었습니다. 이른바 "썰렁하다"는 말은 이때부터 유행한 표현이죠. 그전까지는 누가 재미 없는 유머를 해도, 그냥 어색하게 넘어가고 말았는데, 이제는 "뭐야, 썰렁하잖아~" 하고 꾸짖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함부로 유머를 남발하는 사람은 '썰렁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썰렁한 사람은 가장 cool 하지 않은 사람이자 시대에 맞지 않는 사람으로 비난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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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2000년대 들어오면서 일반인이 유머를 구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방송에서는 대중이 따라할 수 없는 코미디가 유행합다.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등에 나오는 유머는 중년 이상이 이해하기 힘들 뿐 아니라, 따라하기도 힘들지요. 이러한 유머는 재능이 많은 젊은 개그맨들이 머리를 쥐어짜내 나오는 일종의 하드코어 유머입니다. 이러한 유머 (예를 들어, 내복 유머, 차력 유머)는 그냥 보고 즐겨야지, 시청자가 따라할 수가 없습니다. 그에 비해 80년대의 개그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의 유머였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코미디 시청자는 TV를 보다가 마음에 들면 친구들 앞에서 따라하며 즐길 수 있는, 유머의 소비자이자 재생산자였다면, 지금의 시청자는 유머의 소비자일 뿐 재생산자일 수 없는 것이지요.

이제 한국인은 썰렁하다는 핀잔을 들을까봐 사람들에게 유머를 표현하지는 못하고, TV에 나오는 유머는 자신이 따라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잠자코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지요. 남을 웃기기 원하는 마음은 인간의 중요한 본능인데, 이러한 본능을 발휘하기 힘든 사회가 된 것은 우리 모두의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소비사회라고 하지만, 유머 마저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소비자의 자리에 머물러야 하는 현실이 슬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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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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