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가 많이 나오는 선거이다 보니, 과거처럼 후보단일화도 많이 이루어질 듯 한데, 이번 선거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 권영길 후보와 금민 후보는 어느 정도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이 있고, 따라서 과거 같으면 몇 명은 후보 사퇴를 할텐데,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군요.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대선후보의 다양화는 정치세력 세분화가 그 원인입니다. 과거에는 정치판에 좌파와 우파가 있었을 뿐인데, 지금은 좌파도 정통 좌파, 유연한 좌파 등으로 나뉘고, 우파도 강경우파, 실용 우파 등으로 나뉩니다. 이렇게 정파가 세분화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스펙트럼에 딱 맞는 후보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회창 후보가 그러한 예지요.
이회창 후보는 BBK로 인해 이명박 후보가 낙마할 경우를 대비한다며 출마했지만, 검찰이 BBK에 대해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다음에도 후보 사퇴는 커녕 내년 총선용 정당까지 만들었습니다. 즉, 이명박 후보의 낙마 대비는 핑계였고, 그가 정치에 돌아오기 원했기에 출마했다는 것이 분명하죠. 그가 정치판에 돌아온 가장 큰 원인은 그의 출마를 원한 수많은 보수 유권자들입니다. 이들은 이명박 후보가 충분히 보수적이지 못하다고 봤고, 좌파 정권 종식 정도로는 성이 안차기에 정통 보수 후보를 내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이회창 후보가 나오게 된 것이죠.
문국현 후보도 그렇습니다. 만약 정치를 보수와 진보로만 나온다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모든 진보를 통합하면 되겠지요. 하지만 문국현 후보의 지지자들은 그냥 막연한 "진보 정파 통합" 같은 주장은 받아들일 마음이 없습니다. 그들은 분명하게 양심적이면서도 현실성 있는 진보의 목소리를 낼 후보를 원했고, 그 후보가 문국현 후보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정동영후보와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지요. 이들은 처음부터 "개혁세력 집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문국현 후보의 삶와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 문국현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문국현 후보가 정치의 큰 틀 때문에 후보 사퇴를 한다면, 이는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일 수 밖에 없지요.
정동영 후보는 정치적 스펙트럼은 매우 넓고, 개혁대 보수라는 정치의 틀을 바탕으로 지지자를 모았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의 이명박 후보와 동일하게 20세기형 후보라고 부를만 합니다. 그에 비하면 이회창 후보나 문국현 후보는 정치의 세분화를 원하는 유권자의 뜻을 바탕으로 출마했다는데서 21세기형 후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물론 두 사람의 정치색은 너무도 다릅니다만).
문제는 정동영 후보가 20세기 정치 구도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문국현 후보나 그의 지지자들도 자신의 논리 (개혁대 보수 구도에서 개혁 세력의 승리)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그의 논리는 20세기 처럼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은 시대에는 통했을찌 몰라도, 21세기처럼 정치세력이 세분화된 시대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급진적 사회개혁을 바라는 소수의 유권자 조차 권영길 후보와 금민 후보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왜 문국현 후보의 지지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위해 투표할 권리를 잃어야 하겠습니까?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사람들의 욕구도 다원화하고, 이는 각 사람의 정치적 스팩트럼이 좁아진다는 뜻입니다. 즉, 이제 개혁 세력이라고 다 같은 편은 아니고, 내 입맞에 맞는 개혁 세력이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시대에 "대통합"을 하겠다고 나온 당이 "섞어찌개당"이라는 놀림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사는 길은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는 되지도 않고, 되도 효과가 없을테니 빨리 포기하시기 바랍니다.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환경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5) | 2007/12/20 |
|---|---|
| 2007 대선, 각 후보의 성적표 비교 (4) | 2007/12/19 |
| 20세기형 후보, 21세기형 후보 (0) | 2007/12/16 |
| 자본주의를 대하는 대선 후보들의 태도 (10) | 2007/12/10 |
| 문국현, 정동영의 '죽음의 키스' 피하라 (1) | 2007/12/09 |
| 맥 사용자는 정치색도 진보적이다? (17) | 2007/12/06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