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경제를 책임지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부터 날아온 듯한 인물입니다. 1997년 김영삼 정부에서 재경원 차관을 지내다 물러났던 그는, 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세금 인하를 통한 경제 발전"을 신봉하는 감세론자이고, 1985년 플라자 합의를 보고 환율을 중요성을 깨달은 환율 주권론자입니다. 즉, 그는 세계화가 세계경제의 구조를 바꾸어 놓기 전, 순진무구했던 20세기 말에 경제 운영의 방법을 배운 사람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방법이 21세기의 경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우선, 그가 환율 주권론을 배운 계기가 된 플라자 합의에 대해 살펴봅시다. 플라자 합의 (Plaza Accord)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의 재무부장관, 중앙은행총재들이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모여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렇게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면 미국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고, 또한 미국이 일본에 진 빚이 대폭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요. 당시 뉴욕에서 재무관으로 근무하던 강만수씨는 이러한 미국의 환율 운영을 보며 무릎을 탁쳤습니다. "바로 이거다! 환율을 자국에 유리하게 운영하기만 한다면 경제적 어러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겠구나!" 그는 이때부터 환율 주권론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플라자 합의에서 배운 교훈을 오늘날 한국에서 실천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우선, 플라자 합의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주도해서 다른 나라를 어르고 달래가며 이루어낸 합의입니다. 강대국 미국도 자신들만의 능력으로 환율을 결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에 비해 강만수 장관은 우리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하기만 한다면 환율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입니다. 환율은 이 나라 돈과 저 나라 돈의 교환 비율입니다. 따라서 절대 한 나라의 주권사항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어떻게 한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단 말입니까?
또한 플라자 합의는 세계 경제에서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이 대단히 크던 시절의 일입니다. 그 이후로 외환 시장에서 헤지펀드 등 민간의 역할이 커지면서 정부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바로 1992년 9월에 벌어진 소로스와 영국은행의 대결이였죠. 영국은행은 파운드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하고 이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투기세력들은 이러한 인위적인 파운드화의 가치는 유지될 수 없다고 보고 파운드화를 대량으로 외환시장에서 팔아버립니다. 나중에 파운드화의 가치가 떨어질 때 다시 사들이면 되기 때문이죠. 영국은행은 파운드화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투기 세력과 맞서지만, 결국은 항복을 하고 맙니다. 그 결과 소로스는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얻을 뿐 아니라 "영국 은행을 파한자" (The man who broke the Bank of England)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죠.
불행하게도 1990년대 후반 한국 정부도 영국 은행 처럼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하려다 투기세력에 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원화의 가치가 실제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환율을 방어하려고 노력합니다. 당시 재경부 차관이던 강만수씨는 이러한 노력을 진두지휘하였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경제위기가 한국으로 번지자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가는 세력이 생겼고, 정부는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보유 외화를 다 써 버리고, 결국 외화 보유가 바닥나자 정부는 IMF에 긴금 구제 자금을 요청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IMF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죠.
환율 주권론은 듣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이처럼 자국 화폐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다가 투기세력에게 말려들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오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외환시장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투기 세력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 세력이 작전을 펼치면 투기 세력이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싸워야 하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이 적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정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은 정부가 시장 전체와 싸우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기 세력이 조금만 한쪽으로 힘을 몰아줘도 정부가 질 수 밖에 없지요.
한국은 이미 97년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환율의 인위적 조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았어야 하는데,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던 사람이 과거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이 다시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대단히 무서운 일입니다. 게다가, "환율방어를 '국방(國防)의 의무'처럼 여긴다"고 알려진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까지 경제팀에 합류했으니, 당분간 정부는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말은 시장의 현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고, 시장이 왜곡된다면 외환 투기세력은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환율을 정부에서 조금 개입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고, 지금도 정부가 환율 유지를 위해 개입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강만수 장관이나 최중경 차관이 생각하는 외환 시장 개입은 지금까지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시장을 왜곡할 정도의 개입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가 시장을 왜곡하는 모습이 명백하면 투기세력은 한국 외환시장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실제로 그러한 투기세력이 들어온다면, 외환위기 후 피땀흘려 모아놓은 2000억원대의 외환 보유고는 순식간에 환율 방어 목적으로 다 날아가고, 다시 IMF에 손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런 끔찍한 상상은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면 피할 수 없는 결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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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가 환율 주권론을 배운 계기가 된 플라자 합의에 대해 살펴봅시다. 플라자 합의 (Plaza Accord)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의 재무부장관, 중앙은행총재들이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모여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렇게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면 미국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고, 또한 미국이 일본에 진 빚이 대폭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요. 당시 뉴욕에서 재무관으로 근무하던 강만수씨는 이러한 미국의 환율 운영을 보며 무릎을 탁쳤습니다. "바로 이거다! 환율을 자국에 유리하게 운영하기만 한다면 경제적 어러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겠구나!" 그는 이때부터 환율 주권론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플라자 합의에서 배운 교훈을 오늘날 한국에서 실천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우선, 플라자 합의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주도해서 다른 나라를 어르고 달래가며 이루어낸 합의입니다. 강대국 미국도 자신들만의 능력으로 환율을 결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에 비해 강만수 장관은 우리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하기만 한다면 환율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입니다. 환율은 이 나라 돈과 저 나라 돈의 교환 비율입니다. 따라서 절대 한 나라의 주권사항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어떻게 한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단 말입니까?
또한 플라자 합의는 세계 경제에서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이 대단히 크던 시절의 일입니다. 그 이후로 외환 시장에서 헤지펀드 등 민간의 역할이 커지면서 정부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바로 1992년 9월에 벌어진 소로스와 영국은행의 대결이였죠. 영국은행은 파운드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하고 이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투기세력들은 이러한 인위적인 파운드화의 가치는 유지될 수 없다고 보고 파운드화를 대량으로 외환시장에서 팔아버립니다. 나중에 파운드화의 가치가 떨어질 때 다시 사들이면 되기 때문이죠. 영국은행은 파운드화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투기 세력과 맞서지만, 결국은 항복을 하고 맙니다. 그 결과 소로스는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얻을 뿐 아니라 "영국 은행을 파한자" (The man who broke the Bank of England)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죠.
불행하게도 1990년대 후반 한국 정부도 영국 은행 처럼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하려다 투기세력에 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원화의 가치가 실제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환율을 방어하려고 노력합니다. 당시 재경부 차관이던 강만수씨는 이러한 노력을 진두지휘하였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경제위기가 한국으로 번지자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가는 세력이 생겼고, 정부는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보유 외화를 다 써 버리고, 결국 외화 보유가 바닥나자 정부는 IMF에 긴금 구제 자금을 요청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IMF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죠.
환율 주권론은 듣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이처럼 자국 화폐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다가 투기세력에게 말려들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오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외환시장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투기 세력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 세력이 작전을 펼치면 투기 세력이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싸워야 하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이 적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정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은 정부가 시장 전체와 싸우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기 세력이 조금만 한쪽으로 힘을 몰아줘도 정부가 질 수 밖에 없지요.
한국은 이미 97년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환율의 인위적 조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았어야 하는데,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던 사람이 과거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이 다시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대단히 무서운 일입니다. 게다가, "환율방어를 '국방(國防)의 의무'처럼 여긴다"고 알려진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까지 경제팀에 합류했으니, 당분간 정부는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말은 시장의 현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고, 시장이 왜곡된다면 외환 투기세력은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환율을 정부에서 조금 개입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고, 지금도 정부가 환율 유지를 위해 개입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강만수 장관이나 최중경 차관이 생각하는 외환 시장 개입은 지금까지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시장을 왜곡할 정도의 개입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가 시장을 왜곡하는 모습이 명백하면 투기세력은 한국 외환시장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실제로 그러한 투기세력이 들어온다면, 외환위기 후 피땀흘려 모아놓은 2000억원대의 외환 보유고는 순식간에 환율 방어 목적으로 다 날아가고, 다시 IMF에 손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런 끔찍한 상상은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면 피할 수 없는 결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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