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지의 계약은 가수의 수입이 음반 판매에 의존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데서 중요한 의미를 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가수는 음반 판매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얻었고, 따라서 방송 출연이나 콘서트는 음반 판매를 돕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음반 판매량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가수는 곧 음반을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라는 공식이 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수들이 새로운 수익을 다양한 방식으로 찾기 시작했고, 따라서 콘서트, 광고 출연, 각종 행사 찬조 출연도 주요한 수입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인기가 높은 소녀시대를 예로 들자면, 이들의 CD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없지만, 다양한 출연료 등으로 꽤 많은 수익을 얻었으리라고 짐작하기는 쉽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만원짜리 CD는 사기는 꺼리면서도 입장료가 몇만원이나 하는 콘서트장은 찾는 것일까요? 그것은 CD는 복사가 쉽지만, 콘서트는 복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CD는 직접 사건, 친구의 CD를 복사하건, 아니면 인터넷에서 다운 받건 동일한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콘서트장에서 가수를 보며 음악을 듣는 경험은 직접 콘서트장에 가지 않으면 체험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콘서트 실황을 TV 중계로 보거나 DVD로 볼 수는 있지만, 이러한 경험이 직접 콘서트장에 가는 경험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죠).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은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 (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이라는 글에서 예술작품을 복제하게 되면서 예술작품이 지니는 고유의 아우라 (Aura)를 잃게 된다고 썼습니다. 그가 말한 "기계복제"는 엄밀히 말해 생산자가 예술작품을 복제하는 능력을 뜻하지요. 예를 들어, 과거에 많이 팔리던 LP는 가수의 음악을 생산자가 복제한 제품이었습니다. 문제는 최근에 접어들면서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예술작품 (CD, DVD, ebook 등의 복제)을 복제하는 "기계복제 2기"가 시작되면서 작품의 아우라는 과거보다 훨씬 더 떨어졌고,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쉽게 복제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깔보면서 돈을 쓰기엔 아까운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불법복제가 올바르다는 뜻은 아니지만, 중요한 사실은 불법 복제를 막는다고 해서 작품의 아우라를 회복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할 때, 음반협회 등에서 아무리 불법 복제 근절에 나선다고 음반이나 DVD 산업이 다시 살아나리라고 생각하긴 힘듭니다.
그렇다면 음악산업은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갈수록 쉽게 복제할 수 있는 문화상품에 대해 가치가 없다고 여길테고, 따라서 CD의 판매량은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위에 언급한 제이지의 예는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제이지는 음악을 만들지만 음악을 CD에 담아 판매하는 정도로는 수익을 크게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따라서 그는 각종 사업 (레코딩 회사, 연예 기획사, 의류 회사, 나이트 클럽 등)을 운영하고, 이러한 사업을 통해서 많은 수익을 얻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업은 모두 힙합 스타로서 제이지의 명성에 기대는 성격이 강하고, 따라서 엄밀히 말해 그는 음악을 통해 얻은 인기를 사업이라는 통로를 통해 수익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와 계약을 맺은 Live Nation Inc.은 그의 사업에 자본을 제공하고 수익을 나눠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즉, 이 회사의 수익 모델도 엄밀히 말한다면 전통적인 공연 기획사 보다는 오히려 투자은행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만약에 이러한 변화가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가수들이 자신의 음악을 mp3 파일로 무료로 공개하는 시대가 올찌도 모릅니다. 이렇게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된다면 그러한 인기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을 테니까요. 물론 불법 다운로드 했다가 2억원 벌금을 물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러한 상상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질찌 모르지만, 지금 대부분의 방송사의 수익모델도 공짜로 컨텐츠를 제공하고 다른 통로 (주로 광고)로 수익을 얻는 방식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언젠가 무료 음악의 시대가 온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결국 지혜로운 사업가라면 사람들이 어떤 체험에 대해 돈을 쓰고, 어떤 체험에 대해 돈을 쓰지 않는지 구분해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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