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전 사람들과 함께 삼계탕을 먹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 삼계탕에는 당연히 대추가 들어 있었는데, 함께간 사람 한 명이 "삼계탕 속의 대추는 독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기에 먹으면 안된다"고 말리더군요. 전에도 이런 말을 들어보긴 했는데, 삼계탕을 먹는 자리에서 듣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말을 잘 안 믿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이런 말이 꼭 틀리단 근거도 없었기에 그 자리에서는 대추를 먹지 않고 돌아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우선 네이버 지식인에서 "삼계탕 대추" 로 검색해보니 예상했듯 수많은 질문과 답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대부분의 지식인 답변이 그렇듯 출처 불명의, 개인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이나 위키피디아 등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의 글은 참고자료를 제시하는 경우에는 참고할 수 있어도, 참고자료가 없는 경우엔 믿기가 힘듭니다. 특히 위키피디아는 "백과사전"이라는 형태를 쓰기 때문에 대단히 권위가 있다고 믿기가 쉽지만, 실제로는 누구라도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주장도 많이 나오죠. 예를 들어, 한국어 위키피디아는 흰색 맥북과 검은색 맥북의 가격차이가 "도장에 드는 비용 및 환경 부담금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주장을 영어권 사이트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애플이 미국 회사이고, 검은색 맥북과 흰색 맥북의 가격차는 미국인들도 많이 언급하는 주제이기에 만약 정말 두 맥북간의 가격차이가 도장에 드는 비용과 환경 보호 비용 때문이라면 미국쪽 사이트들도 언급할텐데, 구글로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이트는 없더군요. 그렇다면 다른 권위 있는 사이트의 내용을 근거로 하지 않는 이상, 한국 위키피디아에 나온 "흰색 맥북과 검은색 맥북의 가격차이가 환경 보호 비용 때문"이라는 내용은 문자 그대로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 권위있는 사이트에서 맥북의 색깔별 가격 차이가 도장 비용밎 환경 부담금 때문이라고 설명한 예를 아시면 답글로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삼계탕 속 대추에 대해 조사하는 김에, 평소에 많이 듣던 "감자탕이라는 이름은 감자라는 식물이 아니라, 감자뼈라는 돼지의 부위에서 나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봤습니다.하지만 이 경우에도 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대부분 일방적인 주장일 뿐, 확실한 근거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감자탕의 정체성 문제는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도 실제로 감자탕을 먹는데는 상관이 없지만 (물론 감자탕에 감자를 넣지 않는 식당이 있을찌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제가 "감자탕의 감자는 식물 감자가 맞기 때문에 감자를 넣어야 한다"고 해서 내 감자탕에만 감자를 넣어줄 리는 없겠죠), 삼계탕 속의 대추는 먹느냐 먹지 마느냐를 결정해야 했기에 최소한 내가 만족할만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한동안 고민한 끝에, 저는 삼계탕 속의 대추는 먹어도 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대추가 독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면, 어떤 음식에 넣은 대추도 독을 흡수하기에 먹으면 안될 것입니다. 하지만 갈비찜 속의 대추나 약밥 속의 대추에 대해선 먹으면 안된다는 말이 없는데, 삼계탕 속의 대추만 먹으면 안된다는 말이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또한, 음식 속의 독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과연 삼계탕 속에 어떤 나쁜 물질이 있어 대추가 흡수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 나쁜 물질의 화학성분은 무엇일까요? 만약 서양인에게 "닭과 인삼과 찹쌀 등을 함께 끓인 음식 속엔 독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음식속의 독이라는 말은 음식과 약과 독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동양식 사고 방식의 표현입니다. 물론 동양식 사고 방식이라고 꼭 틀렸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삼계탕 속에 대단한 독이 숨어 있다는 설명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군요. 그리고 정말 삼계탕 속에 독이 있다면 대추를 넣지 않고 조리한 삼계탕의 경우는 독을 먹을 수 밖에 없으니 매우 위험한 물질일 것입니다. 또한 이 독이 닭에서 나온다면, 닭찜이나 통닭구이 등은 독이 가득한 음식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삼계탕 속에 독이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만약에 독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독"과 큰 차이가 없을 테니, 꼭 삼계탕 속의 독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철학적인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중세의 철학자 윌리엄 오캄은 "꼭 필요하지 않다면 복수 (plurality)를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른바 오캄의 면도날 (Ockham's razor)이라는 원칙인데, 쉽게 말해 꼭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이상 단순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삼계탕 속의 대추에 이러한 원칙을 적용해 보면, 삼계탕 속의 대추는 사람이 먹기 위해 넣었다는 것이 단순한 설명입니다. 그에 비해 삼계탕 속의 대추는 사람이 먹기 위함이 아니라 독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먹으면 안된다는 것은 복잡한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복잡한 설명이 맞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단순한 설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합당한 일이죠.
이는 감자탕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감자탕은 감자를 넣은 탕이라는 것이 단순한 설명입니다. 그에 비해 감자탕은 감자와 상관이 없는 이름이고, 우리가 잘 모르는 감자라는 돼지의 일부분에서 온 이름이다는 것이 복잡한 설명입니다. 따라서 복잡한 설명이 맞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단순한 설명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따라서,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위에 나온 몇가지 이유에서 삼계탕 속의 대추는 먹어도 되고, 감자탕은 우리가 아는 감자를 넣어 만드는 것이 마땅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은 외국에 있어 못먹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삼계탕도 감자탕도 먹고 싶단 생각이 드는군요.
참고- '감자탕' 이라는 이름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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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네이버 지식인에서 "삼계탕 대추" 로 검색해보니 예상했듯 수많은 질문과 답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대부분의 지식인 답변이 그렇듯 출처 불명의, 개인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이나 위키피디아 등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의 글은 참고자료를 제시하는 경우에는 참고할 수 있어도, 참고자료가 없는 경우엔 믿기가 힘듭니다. 특히 위키피디아는 "백과사전"이라는 형태를 쓰기 때문에 대단히 권위가 있다고 믿기가 쉽지만, 실제로는 누구라도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주장도 많이 나오죠. 예를 들어, 한국어 위키피디아는 흰색 맥북과 검은색 맥북의 가격차이가 "도장에 드는 비용 및 환경 부담금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주장을 영어권 사이트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애플이 미국 회사이고, 검은색 맥북과 흰색 맥북의 가격차는 미국인들도 많이 언급하는 주제이기에 만약 정말 두 맥북간의 가격차이가 도장에 드는 비용과 환경 보호 비용 때문이라면 미국쪽 사이트들도 언급할텐데, 구글로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이트는 없더군요. 그렇다면 다른 권위 있는 사이트의 내용을 근거로 하지 않는 이상, 한국 위키피디아에 나온 "흰색 맥북과 검은색 맥북의 가격차이가 환경 보호 비용 때문"이라는 내용은 문자 그대로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 권위있는 사이트에서 맥북의 색깔별 가격 차이가 도장 비용밎 환경 부담금 때문이라고 설명한 예를 아시면 답글로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삼계탕 속 대추에 대해 조사하는 김에, 평소에 많이 듣던 "감자탕이라는 이름은 감자라는 식물이 아니라, 감자뼈라는 돼지의 부위에서 나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봤습니다.하지만 이 경우에도 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대부분 일방적인 주장일 뿐, 확실한 근거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감자탕의 정체성 문제는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도 실제로 감자탕을 먹는데는 상관이 없지만 (물론 감자탕에 감자를 넣지 않는 식당이 있을찌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제가 "감자탕의 감자는 식물 감자가 맞기 때문에 감자를 넣어야 한다"고 해서 내 감자탕에만 감자를 넣어줄 리는 없겠죠), 삼계탕 속의 대추는 먹느냐 먹지 마느냐를 결정해야 했기에 최소한 내가 만족할만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한동안 고민한 끝에, 저는 삼계탕 속의 대추는 먹어도 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대추가 독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면, 어떤 음식에 넣은 대추도 독을 흡수하기에 먹으면 안될 것입니다. 하지만 갈비찜 속의 대추나 약밥 속의 대추에 대해선 먹으면 안된다는 말이 없는데, 삼계탕 속의 대추만 먹으면 안된다는 말이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또한, 음식 속의 독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과연 삼계탕 속에 어떤 나쁜 물질이 있어 대추가 흡수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 나쁜 물질의 화학성분은 무엇일까요? 만약 서양인에게 "닭과 인삼과 찹쌀 등을 함께 끓인 음식 속엔 독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음식속의 독이라는 말은 음식과 약과 독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동양식 사고 방식의 표현입니다. 물론 동양식 사고 방식이라고 꼭 틀렸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삼계탕 속에 대단한 독이 숨어 있다는 설명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군요. 그리고 정말 삼계탕 속에 독이 있다면 대추를 넣지 않고 조리한 삼계탕의 경우는 독을 먹을 수 밖에 없으니 매우 위험한 물질일 것입니다. 또한 이 독이 닭에서 나온다면, 닭찜이나 통닭구이 등은 독이 가득한 음식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삼계탕 속에 독이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만약에 독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독"과 큰 차이가 없을 테니, 꼭 삼계탕 속의 독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철학적인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중세의 철학자 윌리엄 오캄은 "꼭 필요하지 않다면 복수 (plurality)를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른바 오캄의 면도날 (Ockham's razor)이라는 원칙인데, 쉽게 말해 꼭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이상 단순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삼계탕 속의 대추에 이러한 원칙을 적용해 보면, 삼계탕 속의 대추는 사람이 먹기 위해 넣었다는 것이 단순한 설명입니다. 그에 비해 삼계탕 속의 대추는 사람이 먹기 위함이 아니라 독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먹으면 안된다는 것은 복잡한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복잡한 설명이 맞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단순한 설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합당한 일이죠.
이는 감자탕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감자탕은 감자를 넣은 탕이라는 것이 단순한 설명입니다. 그에 비해 감자탕은 감자와 상관이 없는 이름이고, 우리가 잘 모르는 감자라는 돼지의 일부분에서 온 이름이다는 것이 복잡한 설명입니다. 따라서 복잡한 설명이 맞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단순한 설명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따라서,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위에 나온 몇가지 이유에서 삼계탕 속의 대추는 먹어도 되고, 감자탕은 우리가 아는 감자를 넣어 만드는 것이 마땅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은 외국에 있어 못먹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삼계탕도 감자탕도 먹고 싶단 생각이 드는군요.
참고- '감자탕' 이라는 이름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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