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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위기에 빠진 금융시장을 구하기 위해 추진하던 700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포함한 금융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었습니다. 29일 미국 하원은 본회의에서 법안은 상정했지만, 찬성 205표 반대 228표로 과반수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법안이 통과하지 못한 주요 원인은 공화당에서 반란표가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금 미국의 많은 시민은 "나는 장사를 잘못하면 부도가 나는데, 부자들이 운영하는 은행은 운영을 잘못해도 정부가 우리 세금으로 구해준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정부의 구제책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해 거부감이 큰 공화당 의원들이 이러한 국민의 반감에 편승해서 레임덕에 빠진 부시에 반란을 일으킨 것입니다.

문제는 최근 몇일간 세계 경제는 미국 정부의 금융 구제 법안 통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상태에서 주가와 환율이 움직였는데, 이러한 기본적인 전제가 틀어져버리고 나니 시장에 불확실성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당장 다우존스 지수가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고 (777.68포인트, 6.98%), 나스닥도 9.14%가 떨어졌습니다. 지금 시간으로 한국은 아침 6시경이니 주식시장이 열지 않았겠지만, 장을 열면 큰 폭의 하락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환율인데, 28일에는 미국이 7000억 달러의 돈을 풀리라는 전제를 한 상태에서도 원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는데, 미국이 이만큼의 돈을 풀지 않는다고 전제하게 되면 다시 한 번 원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심히 염려됩니다. 물론 원화가치의 하락이 수출기업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물가상승등 부작용도 많고, 특히 KIKO에 물린 기업이라면 환율이 오를 수록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상태에서 급속한 원화가치의 하락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이번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금융위기는 한 고비 (known unknown이 위험요소인 상태)를 넘기고 다음 단계 (unknown unknown이 위험요소인 상태)로 넘어가리라고 생각하였는데, 지금 상황에선 다음 단계를 말하기가 힘들게 됐네요. 어쨌든 큰 경제위기를 넘기기도, 주가의 바닥을 만나기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P.S. 30일 한국 주가는 예상과는 다르게 크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 시장의 흐름이 100% 반영되던 한국 증시가 몇주만에 "성숙"해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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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