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의 금융 빅뱅을 유도'하기 위해 설립된 자본통합법 실행이 내년 2월로 다가왔습니다. 자본통합법은 금융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을 담았기에 쉽게 이해하기 힘들지만, 핵심은 대형 투자은행의 탄생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은행은 대부분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은 돈을 대출해서 이자 차익을 얻는 상업은행으로 기능하였습니다. 이러한 상업은행의 문제점은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운용하는데 약하고, 또한 예탁금의 규모만큼만 사업을 벌일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규모가 작아 세계적인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크기의 은행이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회사별로 자신의 영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는 제한을 없애고, 하나의 금융기관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자본통합법을 마련한 것입니다.
정부가 자본통합법을 통해 탄생하기 기대하는 대형 투자은행은 미국에서 나온 모델입니다. 미국의 투자은행은 예금을 받지 않는 대신 다양한 통로로 돈을 빌려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큰규모의 사업을 벌입니다. 이들은 채권, 주식 등을 다룰 뿐 아니라 기업 인수 합볍 (M&A)에도 관여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기업의 실상에 대해 잘 알고, 기업들은 이러한 거대한 투자은행을 파트너로 끼고 M&A를 추진합니다.
투자은행이 이처럼 큰 규모로 금융사업을 벌이기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돈만을 목표로 운영하기에 많은 윤리적 문제점을 낳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코니 브럭 (Connie Bruck)이 Predator's Ball에서 고발한 Junk Bond를 이용한 기업의 M&A나, 브라이언 버로우와 존 헬랴 (Bryan Burrough and John Helyar)가 Barbarians at the Gate에서 보여주는 Leveraged Buyout (상장기업의 경영진이 돈을 빌려 회사주식을 사들인 후, 나중에 차익을 얻고 파는 방법) 등은 투자은행이 단지 돈 많은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이 이처럼 투자은행을 상업은행과 분리한 것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 때문입니다. 대공황의 원인을 분석하던 정치인들은 예금을 받아 운영하는 은행과 차입을 통해 운영하는 은행을 구분할 필요를 깨닫고 전자를 상업은행, 후자를 투자은행으로 구분하는 글래스-스티걸 법 (Glass-Steagall Act)을 1933년에 통과시킵니다.
금융기관의 영역을 분리하는 글래스-스티걸 법은 미국의 은행들이 자신의 영역에서만 활동하도록 강제함으로 금융안정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은행으로선 영업을 방해하는 인위적인 장치이기에 이 법을 폐지하기 위한 로비를 활발하게 진행합니다. 은행의 논리에 따르자면, 고객은 호황기에는 투자를 선호하고, 불황기에는 예금을 선호한다. 따라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합친다면 호황기에나 불황기에나 경영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결국 1999년 그램-리치 블릴리 법 (Gramm-Leach-Bliley Act), 또는 금융 서비스 현대화법 (Financial Services Modernization Act)이 통과되면서 상업은행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처럼 마음껏 파생상품에 손을 댈 수 있게 되었고, 투자은행은 더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을 찾다가 결국 모기지 사업에 손을 대게 됩니다.
그로부터 10년이 못되서 미국의 금융계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한 위기는 각종 파생상품을 타고 금융권 전역으로 퍼져 결국은 신용경색이 와서 상당수의 금융기관이 파산하게 되죠. 특히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던 투자은행의 피해가 심했는데,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세 곳이 무너지고, 남은 두 곳은 상업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로 탈바꿈을 합니다. 즉, 단 1년만에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이 모두 사라진 것입니다.
한국이 이 법을 도입하던 2006년은 미국의 투자은행이 한창 수익이 좋을 때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저렇게 큰 투자은행이 있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텐데"하고 생각하기가 쉬웠죠. 하지만 단 2년만에 그렇게 돈을 많이 벌던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국가에 폐만 끼치고 사라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만약에 한국에도 이렇게 거대한 손실을 보고 무너져 내리는 은행이 생겨난다면 어떨까요? 사실 지금도 CD와 은행채를 제외한 예대율이 140%에 이를 정도로 은행들이 과도하게 수익을 추구하는 판인데, 은행이 각종 금융상품을 제한 없이 거래하게 된다면 은행의 건전성은 얼마나 더 약해질까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자본통합법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분의 논리도 결국 "투자은행 모델은 망했는데 우리가 왜 그 모델을 지금와서 쫓아가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2년 전에는 나름대로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해 추진한 법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법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겠죠. 비록 시행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시행을 재고하거나 상황에 맞게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글- Hell, Meet Handbasket, Part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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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의 은행은 대부분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은 돈을 대출해서 이자 차익을 얻는 상업은행으로 기능하였습니다. 이러한 상업은행의 문제점은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운용하는데 약하고, 또한 예탁금의 규모만큼만 사업을 벌일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규모가 작아 세계적인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크기의 은행이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회사별로 자신의 영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는 제한을 없애고, 하나의 금융기관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자본통합법을 마련한 것입니다.
정부가 자본통합법을 통해 탄생하기 기대하는 대형 투자은행은 미국에서 나온 모델입니다. 미국의 투자은행은 예금을 받지 않는 대신 다양한 통로로 돈을 빌려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큰규모의 사업을 벌입니다. 이들은 채권, 주식 등을 다룰 뿐 아니라 기업 인수 합볍 (M&A)에도 관여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기업의 실상에 대해 잘 알고, 기업들은 이러한 거대한 투자은행을 파트너로 끼고 M&A를 추진합니다.
투자은행이 이처럼 큰 규모로 금융사업을 벌이기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돈만을 목표로 운영하기에 많은 윤리적 문제점을 낳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코니 브럭 (Connie Bruck)이 Predator's Ball에서 고발한 Junk Bond를 이용한 기업의 M&A나, 브라이언 버로우와 존 헬랴 (Bryan Burrough and John Helyar)가 Barbarians at the Gate에서 보여주는 Leveraged Buyout (상장기업의 경영진이 돈을 빌려 회사주식을 사들인 후, 나중에 차익을 얻고 파는 방법) 등은 투자은행이 단지 돈 많은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이 이처럼 투자은행을 상업은행과 분리한 것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 때문입니다. 대공황의 원인을 분석하던 정치인들은 예금을 받아 운영하는 은행과 차입을 통해 운영하는 은행을 구분할 필요를 깨닫고 전자를 상업은행, 후자를 투자은행으로 구분하는 글래스-스티걸 법 (Glass-Steagall Act)을 1933년에 통과시킵니다.
금융기관의 영역을 분리하는 글래스-스티걸 법은 미국의 은행들이 자신의 영역에서만 활동하도록 강제함으로 금융안정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은행으로선 영업을 방해하는 인위적인 장치이기에 이 법을 폐지하기 위한 로비를 활발하게 진행합니다. 은행의 논리에 따르자면, 고객은 호황기에는 투자를 선호하고, 불황기에는 예금을 선호한다. 따라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합친다면 호황기에나 불황기에나 경영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결국 1999년 그램-리치 블릴리 법 (Gramm-Leach-Bliley Act), 또는 금융 서비스 현대화법 (Financial Services Modernization Act)이 통과되면서 상업은행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처럼 마음껏 파생상품에 손을 댈 수 있게 되었고, 투자은행은 더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을 찾다가 결국 모기지 사업에 손을 대게 됩니다.
그로부터 10년이 못되서 미국의 금융계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한 위기는 각종 파생상품을 타고 금융권 전역으로 퍼져 결국은 신용경색이 와서 상당수의 금융기관이 파산하게 되죠. 특히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던 투자은행의 피해가 심했는데,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세 곳이 무너지고, 남은 두 곳은 상업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로 탈바꿈을 합니다. 즉, 단 1년만에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이 모두 사라진 것입니다.
한국이 이 법을 도입하던 2006년은 미국의 투자은행이 한창 수익이 좋을 때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저렇게 큰 투자은행이 있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텐데"하고 생각하기가 쉬웠죠. 하지만 단 2년만에 그렇게 돈을 많이 벌던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국가에 폐만 끼치고 사라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만약에 한국에도 이렇게 거대한 손실을 보고 무너져 내리는 은행이 생겨난다면 어떨까요? 사실 지금도 CD와 은행채를 제외한 예대율이 140%에 이를 정도로 은행들이 과도하게 수익을 추구하는 판인데, 은행이 각종 금융상품을 제한 없이 거래하게 된다면 은행의 건전성은 얼마나 더 약해질까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자본통합법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분의 논리도 결국 "투자은행 모델은 망했는데 우리가 왜 그 모델을 지금와서 쫓아가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2년 전에는 나름대로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해 추진한 법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법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겠죠. 비록 시행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시행을 재고하거나 상황에 맞게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글- Hell, Meet Handbasket, Part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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