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글을 쓴대로 저는 지금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여행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곳 (뮌헨 근처)에서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 (프랑크푸르트 공항과는 전혀 다른 곳)까지 하루에 갈 수가 없어서 (비행기 출발 시간이 점심때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루를 숙박하는 중입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은 인터넷을 못쓰니 글도 못남기겠다 싶었는데, 프랑크푸르트에 오니 인터넷이 되는군요. 게다가 속도가 자그마치 800KB/s대! 제가 있던 뮌헨 근처의 숙소에서는 속도가 40KB이상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놀라운 속도에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_@

방명록을 보는데 이젠미래는내꺼님이 "왜 한국이 아시아국가 중에서 가장 위기에 취약하냐"라는 질문을 남기셨더군요. 그래서 자료 준비 없이 가볍게 몇자 적어보겠습니다 (여행중이라 길게 쓰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취약한 원인은 무엇보다 수출위주의 산업구조 때문입니다. 한국은 수출로 경제발전을 이루었는데, 이는 세계 경제가 잘될 때는 매우 좋지만, 반대로 세계 경제가 나쁠 때는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는 구조이지요. 예를 들어 일본은 수출이 전체 GDP의 17%정도 인데 비해, 한국은 65% 정도라고 합니다. 지금 세계적 불경기가 다가오는데, 이러한 불경기의 파도에 가장 심하게 노출된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입니다. 전에 보니 어느 외신에서 한국을 "세계 경제에 대한 인덱스 펀드"라고 하더군요. 세계 경기가 안 좋으면 한국 경기도 바로 악화된다는 뜻이죠.

또한, 지금 한국 경제엔 외국자본이 많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이는 무엇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달러가 부족한 정부가 외국자본에게 열심히 "웰컴"을 외쳤기 때문입니다. 이들 외국인이 싸가지고 온 달러로 달러 부족사태를 잘 넘기기는 했는데, 이제는 그 댓가를 치룰 때가 온 것이죠. 한국에 외국 자본이 많다는 말은, 외국 자본이 손털고 나갈 때 경제가 휘청할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자기 돈 자기가 싸가지고 돌아가겠다는데 이를 어찌 막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처럼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한국 돈을 달러로 바꿔 빠져나가면 환율은 더 오르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해서 환율이 더 오르면 경제는 더 불안해지고, 경제가 불안하면 외국인은 더욱 많은 돈을 바꿔 빠져나갑니다. 즉 외국 자본이 들어올 때는 좋았지만, 이제 빠져나가는 상황이 되니 경제가 갑자기 흔들리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죠.

아시아 다른 나라와 비교하자면 일본은 앞서 말했듯 수출 비중이 작아서 세계 경기가 나쁘다고 하더라도 내수만 살아난다면 최악의 위기는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내수가 살아난단 보장은 없지만). 또한 엔화는 달러보다는 덜 중요하지만, 달러가 위기에 빠질 때 이를 대체할 자산이라는 점에서 원화가 안정성이 매우 적은 한국 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죠.

중국은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지만, 아직도 외환 부분 등에 정부규제가 강하고, 따라서 외국인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가 있다고 압니다. 게다가 워낙 쌓아놓은 달러가 많기에 한국보다는 유리한 상황이죠.

이렇게 볼 때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보다는 위기에 취약한 구조라는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위기에 취약하다"는 말은 엄밀히 말해 "아시아에서 어느 정도 경제가 발달한 나라 중 가장 위기에 취약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국가부도상황인 파키스탄보다 더 안정된 경제라는 사실은 분명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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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