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CM이 남긴 교훈

경제 2008/12/10 05:18
지금으로부터 10년전 세계 금융계를 흔들어 놓은 롱텀캐피탈메니지먼트 (LTCM)의 몰락은 오늘날 세계 경제가 처한 위기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LTCM은 살로몬 브라더스에서 채권부서를 담당하던 존 메리웨더가 1994년에 차린 회사입니다. 이 회사에는 블랙-숄즈 모델을 개발한 마이런 숄즈와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등이 참여했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죠.

LTCM는 시장에서 연관된 두 가격이 잠시 벌어지는 현상 (스프레드)에 주목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발행된 재무부 채권과 6개월전에 발행된 재무부 채권은 사실상 같은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6개월 전 발행된 채권은 사려는 사람이 적어서 조금 더 쌉니다. 그런데 결국 10년이 지나다 보면 벌어졌던 두 채권의 가격은 하나로 모이기 마련이죠. 따라서 조금 더 싼 오래된 채권을 사들이고, 조금 비싼 새로운 채권을 공매도 한다면, 거의 확실하게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채권의 가격 차이라고 해봤자 0.1% 수준이기에 큰 돈을 벌기는 힘듭니다.

LTCM는 저수익을 고수익으로 바꾸고자 레버리지를 이용합니다. 레버리지는 쉽게 말해 돈을 빌려 하는 거래인데, 예를 들어, 내 돈 1억원으로 0.1% 이익이 남는 거래를 한다면 10만원 밖에 못벌지만, 내돈 1억원에 남의 돈 99억원을 더해 100억원으로 거래를 하면 천만원의 이익이 남습니다. 이 경우 내돈 1억원에 대한 수익률은 10%가 되지요. 즉, 레버리지를 이용하면 0.1%짜리 저수익 거래가 10%짜리 고수익 거래로 탈바꿈을 하는 것입니다.

LTCM는 "똑똑한 경제학자들이 모여서 안전하게 고수익을 올리는 신기한 펀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은행돈을 쉽게 좋은 조건으로 빌려다 투자를 합니다. 이들은 한때 59%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려 화제가 되는데, 실제로 이들이 투자한 돈 전체 대비 수익률은 2.45%밖에 안됩니다. 이들이 이렇게 적은 수익이 나는 투자를 하고도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남의 돈을 엄청나게 빌려 투자를 했기 때문이죠.

LTCM가 대단한 수익을 올리자 사람들은 "LTCM에는 천제 경제학자들이 많기 때문에 대단히 정교한 수학 모델을 써서 정확하게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쓴 수학 모델은 일반에게도 공개된 내용이고 별로 새로운 것이 없었습니다. LTCM의 강점은 수학 모델이 아니라 수학 모델을 바탕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이었죠.

LTCM은 수학을 강조하다 보니, 시장도 수학공식처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교만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LTCM의 몰락을 몰고 오죠. 예를 들어, LTCM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가 돈의 5%를 잃을 확률은 12%다"라고 예측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수학 모델을 써서 얻은 것이지만, 이러한 수학적 계산의 결과가 곧 현실이라고 믿은 것이 실수였죠.

성공에 도취한 LTCM은 채권 뿐 아니라 외환 등 익숙치 않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합니다. "우리는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할 것이다"라는 식의 교만이 엿보이죠. 그러던 중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불똥이 러시아로 퍼지고, 러시아 경제에 대한 우려가 퍼지면서, 러시아 채권이 폭락합니다. 수학모델을 컴퓨터로 돌려 본 LTCM의 천재들은 "러시아 채권은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하죠. 러시아가 파산하면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이를 방치할 리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등 선진국들은 야멸차게도 러시아의 곤경을 수수방관하였고, 결국 러시아 정부는 "모든 국채는 무효다"라고 선언하고,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던 LTCM은 큰 손실을 입죠. 게다가 혼란스러운 경제상황에 위험 자신을 회피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LTCM은 유동성 위기에 몰립니다.

LTCM의 위기는 단순히 한 회사의 위기가 아니었습니다. LTCM이 파생상품에 투자한 돈이 1조 달러가 넘는데, LTCM이 파산하고 이러한 상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죠. 결국 연방준비은행이 주도하여 은행들이 돈을 모아 LTCM의 청산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함으로 위기는 끝나게 됩니다.

LTCM 사태는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줍니다. 우선, 90년대만 해도 레버리지를 통해 큰 자금을 운영하는 예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레버리지가 금융계의 기본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레버리지는 경기가 좋을 때는 고수익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그 회사 뿐 아니라 국가 경제 자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을 만큼 위험합니다.

또한 LTCM 사태는 파생상품의 위험을 잘 보여줍니다. 파생상품은 각종 첨단 금융 기법과 수학 모델을 통해 탄생한 금융상품으로, 그 실체가 대단히 모호합니다. 이러한 파생상품은 평소에는 고소득을 안겨주기에 인기가 높지만, 위기가 닥치면 순식간에 가치를 잃습니다. 또한 파생상품은 역사가 워낙 짧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누가 책임을 질찌가 불분명하고, 책임 소재가 명확해도 책임을 져야 할 회사가 이미 망해 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은 상품을 산 사람만 손해를 볼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LTCM은 인간이 성공에 도취하면 교만에 빠져 실수를 저지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LTCM이 처음에 투자를 했다 큰 손해를 봤다면 LTCM의 실패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LTCM은 설립되자마자 큰 수익을 냈고, LTCM 운영자들은 "우리가 남보다 더 돈을 잘 버는 것은 남보다 더 똑똑하기 때문이다"고 말할 정도로 교만해 졌습니다. 만약 그들이 정말 남보다 더 똑똑하기에 돈을 많이 벌었다면, 그들이 갑자기 멍청해지지 않는 이상 늘 남보다 돈을 많이 벌어야 겠죠. 이러한 논리에서 이들은 자신의 실패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어리석은 판단을 거듭하며 몰락하였습니다.

레버리지, 파생상품, 교만, 이 모두가 최근 몇년간 세계 경제에서 일반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빌려 집을 여러 채 사서 부를 축적했고, 은행은 정기예금하러 온 고객에게 조차 "주가와 연동하는 고소득 상품"을 권하였고, 사회는 펀드와 부동산으로 쉽게 돈을 버는 시절이 영원하리라는 낙관으로 가득했죠. 하지만 이는 모두 거품이었고, 지금은 그러한 거품이 꺼져버린 상태입니다.

돌이켜볼 때, 인류가 LTCM 사태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였음은 분명합니다. LTCM은 미국내 몇몇 은행의 개입으로 해결이 되었지만, 지금 사태는 전세계가 LTCM이기에 누가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찌 조차 불분명합니다. 부디 이번 사태가 끝나더라도 LTCM 사태가 남긴 교훈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참고도서- 천재들의 실패 (When Genius Failed by Roger Low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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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