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걸렸을 때 몸에 나타나는 증상은, 사실 병을 치료하기 위한 몸의 노력일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감기가 걸렸을 때 콧물이 나고 재채기를 하는 이유는 몸 속의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끄집어 내기 위해서이고,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은 바이러스가 열에 약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자가 치유 반응은 영혼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우울증도 그렇죠. 물론 모든 우울증이 동일한 원인은 아니겠지만, 많은 경우에 우울증은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있지만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희망이 없을 때, 정신적 에너지의 수준을 떨어뜨림으로 고통을 줄이려는 영혼의 반응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피하던지, 문제를 해결할텐데, 이러한 반응이 불가능하면 마지막 수단으로 우울증을 통해 문제와 공존을 모색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어떤 여자가 엄한 부모 밑에서 권위자에 대한 절대 복종을 배우고 자랐는데, 결혼을 한 후 엄격한 시어머니와 근엄한 가족 분위기에 짓눌려 인생이 망가지는 상황에 처합니다. 이럴 경우 시어머니와 거리를 두거나 "더 이상 내 인생에 간섭하지 말라"고 반응해야 정상인데, 어릴 때 부터 형성된 가치관 때문에 이러한 반응을 보이지 못합니다. 이러면 문제는 있는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우울증이 나타나죠 (우울증이 걸리면 심리적 에너지가 부족해 자신이 처한 문제에 대해 체념하게 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은 개인 뿐 아니라 집단에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집단이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구조적 모순에 처했을 때, 그 집단의 구성원들은 우울증을 보이기 마련이죠. 예를 들어 일제시대의 한민족이나, 백인에게 점령당한 북미의 원주민들이 그러한 예입니다.

집단 우울증은 현대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그러한 예인데, 이탈리아는 역사적인 굴곡이 심한 나라입니다. 로마제국이 몰락한 후 이탈리아는 게르만족, 바이킹,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에게 차례로 침략을 당합니다. 특히 외세에 침략에 의한 피해가 컸던 시칠리아 지역은 위정자에 대한 불신이 극심하였고, 정부를 대체할 자체 행정, 사법 조직인 마피아가 자라나게 되죠. 또한 이차대전 이후 좌파와 우파의 대결이 격화하면서, 공산화를 원하지 않으면 부패한 기독민주당을 밀어줘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국민은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90년대 기독민주당이 실권하였지만, 부패를 척결하고 새로운 이탈리아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기업가 출신 베를루스코니는 누구보다도 부패한 정치인으로 드러났고, 국민들은 깨끗한 정치지도자가 이탈리아에서 부패를 쫓아내리라는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탈리아인의 행복지수가 서유럽에서 가장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겠죠.

최근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면 한국인도 이탈리아인 못지 않게 우울한 듯 보입니다. 무엇보다 올해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우울증을 극대화하는 요소인 듯 싶군요. 수많은 비리 의혹 속에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출범 초기 부터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정한 계층의 인사만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고, 여름에는 백만 명의 국민이 시위를 벌였음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밀어붙였습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군화발 폭행, 물대포 등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여론이 나쁜 상황에서도 어청수 경찰청장을 문책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민의 목소리는 이번 정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습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강만수 장관을 교체하지 않거나,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 사업을 밀어붙이는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는데, 국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으니 어찌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을찌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이 느끼는 구조적 모순은 단지 이명박 정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찌 뻔히 알면서도 많은 국민이 이명박 후보를 찍어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아직도 많은 국민은 "반공", "무조건 경제 성장", "우리 지역 사람" 등의 기준으로 투표를 하고, 이러한 행동이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권자의 태도는 4년이 지나도 바뀔 가능성이 적습니다. 즉, "4년이 지나면 악몽이 끝나리라"는 희망을 품기가 힘든 것이지요.

이명박 정부는 우연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필연적, 구조적 모순의 산물입니다. 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인사들은 민주주의의 틀 속에서도 자신들의 특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주류세력은 노무현 대통령 같은 비주류세력이 권력을 잡는 것을 극히 꺼리죠. 그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 같은 주류세력 대통령의 집권은 대환영이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줍니다. 왜 언론이 노무현 대통령은 공격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옹호를 할까요? 왜 검사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대들지 않을까요?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나온 글을 보니 "정경관언사법 유착"이라는 말이 나오던데, 이 말 그대로 이 나라 주류세력은 사회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절대 잃지 않고 무지한 국민들이 주류세력을 계속 뽑아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울한 상황에서 해방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국민들이 소수를 위하는 후보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을 위하는 후보를 뽑아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위하는 척 하는 후보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후보를 구분할 줄 알아야겠죠. 많은 국민이 이렇게 현실에 대해 눈을 뜰 때, 이 사회는 특정한 소수만을 위하는 사회가 아닌,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러할 때, 한국을 짓누르는 집단적 우울증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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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