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을 보니 정부에서 "외환위기가 끝났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단 기사가 나오더군요. 요 며칠 사이에 환율이 많이 내리다 보니 그런 판단이 나온 듯 한데, 상황을 잘 살펴보면 이는 너무 성급한 생각입니다.

우선, 최근 원달러 환율이 많이 내린 원인은 원화가 강세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달러화가 약세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금 발권력까지 동원해 통화량을 늘이겠다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중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유지된다면 비정상이겠죠. 따라서 달러화의 가치가 갑자기 떨어졌고, 이것이 원달러 환율에 반영된 것입니다. 가치가 급변하지 않은 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은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달러화의 가치하락 없이 원화의 가치가 상승했다고 할찌라도, 지금 환율은 너무 높습니다. 지난 몇 년간 원달러 환율은 900-1100원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내렸다고 해도 거의 1300원에 가깝죠. 즉, 평소보다 20-40%가 절상된 상태인데, 이렇게 본다면 환율이 더 내려야 위기가 끝났다고 할 수 있겠죠.

다음으로,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 하락도 외환위기 종식의 근거로 들던데, 흥미롭게도 CDS가 699bp (6.99%)까지 치솟았을 때, 정부는 "CDS는 거래도 얼마 안되고... 어쨌든 별로 믿을 수 없는 수치다"고 주장했습니다. CDS가 오를 때는 믿을 수 없는 수치였는데, 내리고 나니 갑자기 중요한 수치로 둔갑을 하는군요. 그러면 CDS 수치가 다시 솟아오를 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현재 미국 국채의 10년물 CDS는 50bp 수준입니다 (11월말 수치인데, 미국 국채 CDS는 유료 자료에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최신 수치가 없네요). 이는 사상 최고치로,  평소엔 5-10bp수준입니다. 그에 비해 한국물의 CDS는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300bp수준입니다. 즉, CDS가 안전한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하기엔 아직 이르죠.

한국에서 달러 유동성을 표시하는 스왑베이시스는 현재 -300에서 -400bp 수준입니다. 이는 10월에 비해 많이 나아진 수치이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 스왑베이시스가 -50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여전히 상당히 높습니다.

무역수지 흑자와 은행의 외환차입 성공은 매우 반가운 소식임에 분명합니다만,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흔들리지 않고 정착해야 외환위기를 끝낼 수 있지, 이제 막 시작한 상황을 보고 "이제 위기는 다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성급해 보입니다.

지금 상황은 죽어가던 환자가 한 고비를 넘긴 상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국내외 환경은 지뢰밭 처럼 위험 요인이 많고, 어느 부분이 어떻게 터질찌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부는 "빨리 외환위기 끝났다는 선언부터 하자"고 성급하게 서두르는 듯 싶네요. 정부가 "외환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하고 다시 환율이 오른다면,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게 됩니다. 정부는 말로 위기를 끝낼 생각을 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말을 골라서 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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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