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애플은 아이튠스를 통해 어플을 구입할 수 있는 어플 스토어를 공개하였습니다. 아이팟과 아이폰 터치를 위한 어플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이 스토어는 5개월만에 10,000개가 넘는 어플리케이션이 등록되었고, 3억 번 다운로드가 발생할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어플 스토어에는 한국인이 만든 어플도 가끔 볼 수 있는데, 개인이 만든 어플 뿐 아니라 다음에서 다음 tv팟 (다음 인기 동영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미투데이에서 me2DAY client를 내놓는 등 한국 회사들도 어플을 내놓았더군요. 지금까지 애플 관련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한 예가 적은데, 어플 스토어가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낼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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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A용 어플은 이미 Palm과 WM용으로 많은 제품이 나왔고, 따라서 기존의 제품의 아이디어를 아이폰이나 아이팟 터치로 변환한 제품도 많지만, 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도 쉽게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카리나는 아이폰 마이크로 바람을 불면서 터치 스크린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진짜 오카리나처럼 연주를 하도록 해줍니다. Colorblind Avenger는 색맹자를 위한 프로그램인데, 아이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의 특정 부위가 무슨 색깔인지 말해줍니다. iStethospoce는 청진기 프로그램인데, 아이폰의 마이크를 목에 대면 소리를 확대해 이어폰으로 들려줍니다. 어플 스토어에는 소수만을 대상으로 한 틈새상품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Risk Dice Roller는 리스크라는 보드게임에서 주사위를 대신 던져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리스크를 할 때 주사위 던지고, 이에 따라 병사 숫자 계산하느라 시간이 많이 드는데 이 프로그램을 쓰면 편리하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어플 스토어가 인기를 끌면서,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벌리라고 상상하기 쉽지만, 내부를 잘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 싶습니다. 최근 어플 개발자인  크렉 호큰베리는 스티브 잡스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1달러짜리 싸구려 어플 때문에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의 시급이 150-200달러이기에, 대략 세 달 개발비로 8만 달러가 필요하고, 이 제품을 1달러에 판매한다면 수익분기점에 이르기 위해 115,000 개를 판매해야 합니다 (개발자는 어플 스토어 가격의 70%를 받습니다). 이처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만약 정말 좋은 제품을 6-9개월 동안 개발해 1달러에 팔려면 20-30만개를 팔아야 하는데, 이는 너무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개발에 엄두를 내기 힘들죠. 그런데 다른 회사에서 1달러 제품을 많이 내놓기 때문에 자신들도 1달러 제품을 내놓을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좋은 제품은 내놓기 힘들다는 주장입니다.

호큰베리가 지적하는 어플 스토어의 상황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Bad money drives out good) 좋은 예입니다. 나쁜 돈이나 제품 때문에 좋은 돈이나 제품이 사라지는 현상을 지적한 이 말은, 토마스 그레샴 (Thomas Gresham)의 이름을 따 그레샴의 법칙이라고도 부릅니다. 엘리자베스 1세가 여왕으로 즉위할 당시, 영국의 화폐는 대단히 가치가 낮았는데, 그레샴은 그 원인이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인 헨리 8세가 은화에서 은의 함량을 낮추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은의 함량이 높은 옛 은화와 함량이 낮은 새 은화가 함께 통용이 되자 사람들은 옛 은화는 자신이 보관하고 새 은화는 남에게 건네 결국 시중에 돌아다니는 은화는 모두 은의 함량이 낮았죠. 결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은의 함량을 높인 새로운 은화를 도입하고, 이로 인해 영국 은화의 가치는 올라가게 됩니다.

물론 오늘날엔 은이나 금이 들어간 돈이 없긴 하지만, 생활 속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예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화를 외화로 환전 할 때 외화 동전으로 바꾸면 정상 환율의 70%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즉, 유로 환율이 2000원이라면, 1유로 동전은 14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이죠. 만약 1000 유로를 동전으로 바꾸면 지폐로 바꿀 때 보다 60만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로 동전은 구하기가 극히 힘들고, 특히 휴대하기 좋은 2유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2유로 동전 500개 (1000 유로)는 무게가 4.25kg이라 유럽으로 운반이 가능하지만, 10센트 동전 10000개 (1000 유로)는 41kg이라 운반이 불가능하죠. 따라서 환율이 좋으면서 휴대성이 좋은 2유로는 양화, 환율이 좋지만 휴대성이 나쁜 10센트는 악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동전을 쓰다가 한국으로 가져온 사람들은 정상 환율의 50%로 환전을 합니다. 하지만 한 번 창구를 거쳐 들어간 다양한 동전들 중, 2유로 짜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일반인이 구할 수 있는 동전은 10센트 짜리 몇 개 뿐이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또 다른 예는 중고차 시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고차 상인은 좋은 차가 들어오면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위해 남겨두고, 별로 좋지 않은 차는 일반인에게 판매합니다. 일반인은 이런 사실을 알기에 중고차는 모두 가치가 낮다고 상상을 하고, 따라서 가격을 무조건 깎으려고 합니다. 만약 비싼 값에 "좋은 차"를 샀다가 나중에 나쁜 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억울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중고차 시장에서는 매우 싸지만, 문제가 있는 차들만 거래되고, 좋은 차는 찾기 힘듭니다 (이는 미국의 경우이고, 한국의 중고차 시장이 어떤지는 잘 모릅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좋은 차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둘이 거래를 할 때, 한 쪽은 정보가 많은데, 한 쪽은 정보가 없다는 뜻입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중고차 딜러는 차를 잘 알기에 어떤 차가 좋은 차인지 알지만, 중고차를 사는 사람은 일반인이기에 그냥 봐서는 어떤 차가 좋은지 알 수가 없죠. 따라서 중고차 딜러가 일방적으로 정보가 많고, 구매자는 정보가 적기에 피해의식에서 낮게 가격을 부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시장 자체가 망가지는 것이죠.

요즘은 인터넷 시대라 모두가 모든 정보를 알 것 같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정부나 특정 집단이 차단을 하는 정보는 일반인이 알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정부는 은행의 해외부채 롤오버율이 얼마인지 공개를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인은 이러한 정보가 없고, 은행의 외환 상황이 어떤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한 복잡한 사실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내용만 강조함으로 사실을 왜곡할 수가 있죠. 전에 쓴 글에서 국내 은행의 예대율이 140%정도라고 언급하였는데, 정부에 따르면 103%가 맞죠. 이러한 차이는 CD를 예금에 포함하느냐에 따라 발생합니다. 그런데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정부가 "140%는 과장이고 사실은 103%가 맞다"고 하면 그냥 그런줄 알고 넘어갈 것입니다. 또한, 명백한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찾아보지 않는다면 모르는 법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간신문이나 방송, 그리고 포털에서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따라서 언론이나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지 않는 소식은 모르고 지나가는 법이죠. 그렇게 본다면 언론은 어떤 내용을 보도하는지 결정함으로 국민의 생각을 한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번 경제위기에서 나타난 한가지 현상은, 일반인들이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깨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아직도 대부분의 일반인은 자신이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 조차 모르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정부의 발표, 언론의 보도를 넘어서는 진실"을 찾고자 능동적으로 검색을 하고, 블로그를 방문하고, 책을 읽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많아질수록, 정보의 비대칭성은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면 앞서 말한 어플 스토어로 돌아가서, 어떻게 하면 1달러 짜리 어플 때문에 고급 어플의 개발이 어려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간단합니다. 지금 어플 스토어는 간단한 설명, 스크린샷 몇 장만 제공할 뿐, 데모 버전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돈을 내고 어플을 산 후에야 그 어플이 얼마나 좋은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발자는 어플에 대한 정보가 많은데, 일반인은 그 어플에 대한 정보가 없는 정보의 비대칭 상황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플을 다운 받아 며칠간 쓸 수 있도록 한 후 구매를 결정하도록 제도를 바꾼다면 (쉽게 말해 데모 버전을 공급한다면), 5달러 짜리 어플이라도 마음에 들면 살 것입니다. 사실 팜용 어플이 보통 10-30달러 수준이었음을 생각할 때, 5달러 어플도 대단히 싼 편이죠. 단, 팜용 어플은 데모 버전이 있었지만 어플 스토어 어플은 데모 버전이 없기에 비싸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중요한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고, 따라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결국 투명한 사회가 부조리를 없앤다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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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