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갑자기 하드 드라이브에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글을 못 올렸습니다. 얼마전 Mupromo.com (맥용 소프트웨어를 일정기간 싸게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번들로 구입한 Drive Genius로 하드를 정리하다가, rebuild를 실행했더니 중간에 에러 메시지를 내면서 하드가 인식 불가 상태가 되더군요 (인터넷에 찾아보니 Drive Genius 쓰다가 문제 발생한 경우가 가끔 보입니다. 저만의 문제가 아니군요). 그런데 내장 하드가 인식 불가 상태가 되니까 컴퓨터 자체를 쓸 수가 없고, 컴퓨터를 쓸 수 없으니 컴퓨터를 고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만약 부팅 가능한 외장 하드가 있었다면 어떻게 손을 써 보았겠지만, 그렇지도 않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백업도 안한 하드에 디스크 유틸리티를 돌린다는 자체가 너무 위험한 짓이었지만, 당시엔 안일하게 '뭐, 별일 있겠나'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드가 고장나서 데이터를 모두 날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더군요. 왜 평소에 백업을 안했을까 하고 후회도 되고... 사실 백업을 안한 이유는 게을러서라기 보다는 외장하드에 공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장하드가 320기가인데 외장하드는 200기가 정도라 백업을 할 엄두가 안났죠. 그래서 얼마전 2.5인치 500기가 하드 가격을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나중에 사서 백업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니까, '돈 조금 아낄려다가 큰 낭패를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저런 시도와 생각을 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 내일 친구내 집에 가서 맥에 연결해 복구를 해보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새벽쯤에 갑자기 해결 방법이 생각나 어떻게 어떻게 손을 써 보니 결국 되더군요. 그 덕분에 잠은 늦게 잤지만, 어쨌든 문제를 해결해서 마음은 편했습니다.
백업을 하지 않은 채 하드가 고장나니 내 신세가 꼭 위기에 빠진 월스트리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스트리트가 이번에 큰 위기를 겪는 중요한 원인은 바로 위험에 대한 대비 없이 위험한 거래를 많이 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CDS (credit default swap)는 부도시 부도난 기업의 돈을 대신 갚아 주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에, CDS를 발행하면 실제로 부도가 났을 경우를 대비해 돈을 모아놔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투자은행이 CDS를 발행하면서도 "에이, 설마 부도가 나겠어?"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대량의 부도 사태가 나자, 부도시 돈을 대신 갚아 주겠다건 회사들 마져 부도가 나면서 경제 전체가 큰 위험에 빠져버렸습니다. 이런 일은 CDS 등 파생상품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은행이 돈을 빌려줬다가 부도가 나면 위험에 빠지기 때문에, 빌려준 돈의 일정 부분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쌓아놓도록 합니다. 이를 대손충당금이라고 하죠. 보험회사는 만약 대규모 재앙이 발생해 보험금을 많이 지급할 경우를 대비해, 보험으로 받은 돈의 일정 부분으로 다른 보험사에 보험을 듭니다. 이를 재보험이라고 하죠. 만약 정부가 이러한 기준을 파생상품에 적용해 "CDS를 발행해서 들어오는 돈의 일정 부분을 부도에 대비해 적립해 놓으라"고 지도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몇년간 세계적으로 "규제 완화"라는 개념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서도 많은 부분에 정부 규제를 없애는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꼭 정부의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기업이 단기간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지나치게 위험한 사업을 벌이지 않도록 규제를 통해 기업의 활동을 조절합니다. 기업은 당장 이익이 줄어드니 기분이 나쁠찌 몰라도, 국가 전체로 볼 때는 꼭 필요한 규제도 많죠. 예를 들어, 많은 나라에서 건물의 면적당 수용 인원을 정하고 그 이상으로 사람이 숙박하지 못하도록 규정합니다. 집단 급식을 할 경우, 남은 음식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찌도 규제 대상이죠. 이러한 규제가 없다면 기업의 이익이 늘찌 모르지만, 화재가 나거나, 음식이 상할 경우 발생하는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역사를 보면 정치적 흐름을 따라 규제가 늘었다 줄어드는 모습이 반복됩니다. 처음 미국이 독립하였을 때는 이른바 "민주주의자" (democrats)들이 득세하여, 자본가들의 활동을 규제합니다. 하지만 링컨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에는 북부의 자본가들이 득세하고 규제가 완화됩니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는 루즈벨트가 국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하며 다양한 기관의 국유화를 추진하고, 가격과 임금을 통제합니다 (가격과 임금 통제는 닉슨 정부까지 이어지죠).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간섭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정치적 흐름이 바뀌면서 레이건 대통령은 시장의 자율 기능을 강조하여 규제를 철폐하고, 이는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도 동일하게 추구하는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의 철폐는 결국 경제위기를 불렀고, 그 결과 정부가 많은 금융기관을 국유화하는 사태를 낳았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한국의 상황을 김대중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생활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1만 1125개 규제중 5439개를 2년만에 폐지하였는데, 노무현 정부는 규제철폐의 흐름은 이어갔지만, 부동산 등 몇몇 부분은 규제를 강화하였습니다. 그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은 대놓고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외칠 정도니 모든 규제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따라서 대부분의 규제를 없애려고 노력 중이죠. 문제는 지나치게 규제를 줄이면 현재 진행중인 경제 위기 같은 큰 혼란이 쉽게 닥친다는 점입니다. 즉, 기업이 이익에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는 부분을 정부가 보고 올바르게 지도해야 하는데, 정부가 그런 역할을 포기한다면 국가적으로 보면 손해가 더 크다는 뜻입니다.
제 하드 드라이브는 쉽게 다시 살아났지만, 국가 경제는 한 번 위기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큰 피해를 봅니다. 이러한 불행을 막으려면 적절한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죠. 이명박 정부도 모든 규제를 없애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떤 규제가 진정으로 필요한가에 대해 더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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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백업도 안한 하드에 디스크 유틸리티를 돌린다는 자체가 너무 위험한 짓이었지만, 당시엔 안일하게 '뭐, 별일 있겠나'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드가 고장나서 데이터를 모두 날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더군요. 왜 평소에 백업을 안했을까 하고 후회도 되고... 사실 백업을 안한 이유는 게을러서라기 보다는 외장하드에 공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장하드가 320기가인데 외장하드는 200기가 정도라 백업을 할 엄두가 안났죠. 그래서 얼마전 2.5인치 500기가 하드 가격을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나중에 사서 백업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니까, '돈 조금 아낄려다가 큰 낭패를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저런 시도와 생각을 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 내일 친구내 집에 가서 맥에 연결해 복구를 해보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새벽쯤에 갑자기 해결 방법이 생각나 어떻게 어떻게 손을 써 보니 결국 되더군요. 그 덕분에 잠은 늦게 잤지만, 어쨌든 문제를 해결해서 마음은 편했습니다.
백업을 하지 않은 채 하드가 고장나니 내 신세가 꼭 위기에 빠진 월스트리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스트리트가 이번에 큰 위기를 겪는 중요한 원인은 바로 위험에 대한 대비 없이 위험한 거래를 많이 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CDS (credit default swap)는 부도시 부도난 기업의 돈을 대신 갚아 주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에, CDS를 발행하면 실제로 부도가 났을 경우를 대비해 돈을 모아놔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투자은행이 CDS를 발행하면서도 "에이, 설마 부도가 나겠어?"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대량의 부도 사태가 나자, 부도시 돈을 대신 갚아 주겠다건 회사들 마져 부도가 나면서 경제 전체가 큰 위험에 빠져버렸습니다. 이런 일은 CDS 등 파생상품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은행이 돈을 빌려줬다가 부도가 나면 위험에 빠지기 때문에, 빌려준 돈의 일정 부분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쌓아놓도록 합니다. 이를 대손충당금이라고 하죠. 보험회사는 만약 대규모 재앙이 발생해 보험금을 많이 지급할 경우를 대비해, 보험으로 받은 돈의 일정 부분으로 다른 보험사에 보험을 듭니다. 이를 재보험이라고 하죠. 만약 정부가 이러한 기준을 파생상품에 적용해 "CDS를 발행해서 들어오는 돈의 일정 부분을 부도에 대비해 적립해 놓으라"고 지도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몇년간 세계적으로 "규제 완화"라는 개념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서도 많은 부분에 정부 규제를 없애는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꼭 정부의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기업이 단기간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지나치게 위험한 사업을 벌이지 않도록 규제를 통해 기업의 활동을 조절합니다. 기업은 당장 이익이 줄어드니 기분이 나쁠찌 몰라도, 국가 전체로 볼 때는 꼭 필요한 규제도 많죠. 예를 들어, 많은 나라에서 건물의 면적당 수용 인원을 정하고 그 이상으로 사람이 숙박하지 못하도록 규정합니다. 집단 급식을 할 경우, 남은 음식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찌도 규제 대상이죠. 이러한 규제가 없다면 기업의 이익이 늘찌 모르지만, 화재가 나거나, 음식이 상할 경우 발생하는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역사를 보면 정치적 흐름을 따라 규제가 늘었다 줄어드는 모습이 반복됩니다. 처음 미국이 독립하였을 때는 이른바 "민주주의자" (democrats)들이 득세하여, 자본가들의 활동을 규제합니다. 하지만 링컨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에는 북부의 자본가들이 득세하고 규제가 완화됩니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는 루즈벨트가 국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하며 다양한 기관의 국유화를 추진하고, 가격과 임금을 통제합니다 (가격과 임금 통제는 닉슨 정부까지 이어지죠).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간섭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정치적 흐름이 바뀌면서 레이건 대통령은 시장의 자율 기능을 강조하여 규제를 철폐하고, 이는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도 동일하게 추구하는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의 철폐는 결국 경제위기를 불렀고, 그 결과 정부가 많은 금융기관을 국유화하는 사태를 낳았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한국의 상황을 김대중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생활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1만 1125개 규제중 5439개를 2년만에 폐지하였는데, 노무현 정부는 규제철폐의 흐름은 이어갔지만, 부동산 등 몇몇 부분은 규제를 강화하였습니다. 그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은 대놓고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외칠 정도니 모든 규제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따라서 대부분의 규제를 없애려고 노력 중이죠. 문제는 지나치게 규제를 줄이면 현재 진행중인 경제 위기 같은 큰 혼란이 쉽게 닥친다는 점입니다. 즉, 기업이 이익에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는 부분을 정부가 보고 올바르게 지도해야 하는데, 정부가 그런 역할을 포기한다면 국가적으로 보면 손해가 더 크다는 뜻입니다.
제 하드 드라이브는 쉽게 다시 살아났지만, 국가 경제는 한 번 위기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큰 피해를 봅니다. 이러한 불행을 막으려면 적절한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죠. 이명박 정부도 모든 규제를 없애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떤 규제가 진정으로 필요한가에 대해 더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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