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근처 마을에서 중고 자전거 장이 열린다기에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가보았습니다. 유럽은 워낙 자전거가 비싸서 새로 살 엄두가 안났고, 중고 정도면 50유로 이하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게 되었죠. 그런데 막상 가보니 50유로 미만으로는 기어가 없거나, 브레이크가 안 듣거나(허걱 -_-;;), 아니면 바퀴가 흔들거리는 제품 밖에 없더군요. 정상적인 제품은 모두 100유로가 넘어 결국 포기하고 이베이에서 가장 싼 자전거로 하나 구입하였습니다.
어제 자전거가 도착했길래 열심히 조립해서 타보았는데, 싸구려라 그런지 좀 조잡한 느낌은 나지만, 어쨌든 핸들을 움직이는대로 방향을 틀고, 브레이크 잡는 대로 속도가 줄어서 그럭저럭 만족합니다. 그러고 보면 전에 타던 브롬톤이 몹시 그러워지는군요. 한국에서 사서 잘 쓰다가 유럽까지 들고 왔었는데, 2003년 한국 돌아올 때 프랑스에 두고 왔죠. 지금도 프랑스 가면 찾아올 수는 있는데, 기회가 나지 않아 아직 가져오지 못했죠. 브롬톤은 타면 몸에 착 맞는 느낌이 납니다. 좋은 자전거와 나쁜 자전거의 차이는 바로 이처럼 몸에 잘 맞는 느낌의 여부겠죠. 자전거 뿐 아니라 자동차도 좋은 차와 나쁜 차는 몸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에 포르쉐를 타 본 사람의 말을 들으니 포르쉐는 시속 200km로 가도 흔들리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움직인다고 하더군요. 그에 비해 보통 차는 시속 200km의 속도가 나올지는 몰라도,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면 흔들거려서 안정적으로 컨트롤 하기가 어렵다죠.
사람이 기계를 조종할 때 기계와 하나된 듯 느끼는 까닭은, 두뇌가 기계를 몸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두뇌엔 신체의 각 부분에 대응하는 영역이 있는데, 샌드라 블랙슬리(Sandra Blakeslee)와 매튜 블랙슬리(Matthew Blakeslee)는 The Body Has A Mind of Its Own에서 이를 바디맵(Body Map)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바디맵은 몸에서 시작하지만, 몸 주위의 사물로도 확대될 수 있습니다. 즉, 두뇌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듯, 몸과 연결된 물체가 몸처럼 움직인다면 두뇌는 그러한 물체도 몸과 마찬가지로 바디맵의 일부분으로 포함하게 됩니다. 좋은 자동차나 자전거는 운전자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기 때문에 쉽게 바디맵에 포함되고, 인간은 자동차나 자전거를 자신과 하나라고 느끼게 되죠(자동차를 몰고 천장이 낮은 주차장을 들어갈 때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이는 두뇌가 자동차 윗부분을 신체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기에 자동차와 천정이 부딪히는 상황을 자신과 천정이 부딪히는 상황으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좋은 자동차를 몰고 대단한 속력으로 질주하면 마치 내가 대단한 능력을 얻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사람들이 실용성이 없는 스포츠카에 열광하는 원인의 하나도 바로 이러한 심리적 요인 때문이죠.
승마 기술이 좋은 기수는 말과 하나가 된 듯 움직입니다. 이는 실제로 기수의 바디맵과 말의 바디맵이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서로 뚜렷히 구분되는 바디맵을 지니기에 인간이 말을 몰기가 쉽지 않고, 초보자라면 말에서 떨어지기가 쉽겠죠. 하지만 오래 훈련을 하다 보면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두 개의 바디맵이 통합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러고 나면 인간과 말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두 주체의 바디맵이 연결되는 예는 운동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구에서 콤비 플레이가 잘 되는 두 사람은 보지 않고 패스를 해도 공을 받을 수 있죠. 야구에서 뛰어난 유격수와 2루수는 마치 한 사람인 듯 공을 주고 받으며 주자를 아웃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호흡이 잘 맞을 수 있는 것은 바디맵이 연결되었기 때문이죠.
바디맵은 두뇌와 몸을 연결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바디맵이 잘못된다면 두뇌는 신체를 현실과 다르게 인식하고, 이는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뚱뚱하던 사람이 살을 뺀 후에도 마치 뚱뚱한 사람처럼 무겁게 걷는 현상은, 두뇌 속의 바디맵이 몸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Shallow Hal)라는 영화에서 기네스 펠트로우는 잭 블랙이 보기엔 날씬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비만인 여성의 역할로 나오는데, 그녀가 걸을 때 보면 사뿐사뿐하게 걷는 것이 아니라 쿵쿵거리며 걷습니다. 이는 현실과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치인데, 실제로도 이렇게 자신의 현실과 다른 모습을 머리속에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식증 환자는 아무리 뼈만 남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속에서 봐도, 자신의 뚱뚱하다는 인식을 바꾸지 못하죠. 이처럼 바디맵 이상의 극단적인 예는, 자신의 팔다리가 자신의 일부분이 아니라고 느끼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사람 중엔 일부러 사고를 내 팔다리를 절단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들은 "이 팔은 내 팔이 아니니 제거해야 한다"는 식의 강박관념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죠. 이와 반대로, 사고로 팔다리를 잃고도 여전히 팔다리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이른바 "유령 사지"(fanthom limb)현상도 쉽게 목격됩니다. 유령 사지는 유령 사지의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미 잘려진 사지에 통증이 오면 이를 없애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최근엔 바디맵에 관한 인식이 퍼지면서 과학자들이 두뇌의 작동원리를 이용해 이러한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도 찾아냈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한쪽 팔이 잘려나간 사람이라면 거울을 통해 온전한 팔을 반대편 위치에 보여주면 두뇌는 팔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느끼고, 통증도 사라지게 된다고 하죠.
바디맵이 신체 바깥의 사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개념은 서양인들의 personal space라는 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personal space를 존중하는 문화가 없지만, 서양인들은 한 사람의 주변 공간도 그 사람의 소유라고 인정하고, 따라서 내가 그 공간으로 들어갈 때는 꼭 양해를 구합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이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움직일 때도 몇번이나 "Excuse me"를 연발하는 것이죠. 또한 다른 사람의 차가 내 차를 들이 받는 사고가 나면, 돈 문제를 떠나 대단히 기분이 나쁜 까닭도 내 차가 나의 일부분 처럼 느껴지기에 내 차가 들이받히는 사고는 내 몸이 남에게 들이받히는 것 만큼이나 끔찍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우리는 지나치게 두뇌를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 살기에 신체의 중요성을 잊기 쉽지만, 신체는 두뇌와 연결되고, 따라서 신체의 반응과 느낌에도 귀를 기울임으로 두뇌에 올바른 바디맵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고대 로마인들의 격언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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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자전거가 도착했길래 열심히 조립해서 타보았는데, 싸구려라 그런지 좀 조잡한 느낌은 나지만, 어쨌든 핸들을 움직이는대로 방향을 틀고, 브레이크 잡는 대로 속도가 줄어서 그럭저럭 만족합니다. 그러고 보면 전에 타던 브롬톤이 몹시 그러워지는군요. 한국에서 사서 잘 쓰다가 유럽까지 들고 왔었는데, 2003년 한국 돌아올 때 프랑스에 두고 왔죠. 지금도 프랑스 가면 찾아올 수는 있는데, 기회가 나지 않아 아직 가져오지 못했죠. 브롬톤은 타면 몸에 착 맞는 느낌이 납니다. 좋은 자전거와 나쁜 자전거의 차이는 바로 이처럼 몸에 잘 맞는 느낌의 여부겠죠. 자전거 뿐 아니라 자동차도 좋은 차와 나쁜 차는 몸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에 포르쉐를 타 본 사람의 말을 들으니 포르쉐는 시속 200km로 가도 흔들리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움직인다고 하더군요. 그에 비해 보통 차는 시속 200km의 속도가 나올지는 몰라도,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면 흔들거려서 안정적으로 컨트롤 하기가 어렵다죠.
사람이 기계를 조종할 때 기계와 하나된 듯 느끼는 까닭은, 두뇌가 기계를 몸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두뇌엔 신체의 각 부분에 대응하는 영역이 있는데, 샌드라 블랙슬리(Sandra Blakeslee)와 매튜 블랙슬리(Matthew Blakeslee)는 The Body Has A Mind of Its Own에서 이를 바디맵(Body Map)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바디맵은 몸에서 시작하지만, 몸 주위의 사물로도 확대될 수 있습니다. 즉, 두뇌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듯, 몸과 연결된 물체가 몸처럼 움직인다면 두뇌는 그러한 물체도 몸과 마찬가지로 바디맵의 일부분으로 포함하게 됩니다. 좋은 자동차나 자전거는 운전자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기 때문에 쉽게 바디맵에 포함되고, 인간은 자동차나 자전거를 자신과 하나라고 느끼게 되죠(자동차를 몰고 천장이 낮은 주차장을 들어갈 때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이는 두뇌가 자동차 윗부분을 신체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기에 자동차와 천정이 부딪히는 상황을 자신과 천정이 부딪히는 상황으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좋은 자동차를 몰고 대단한 속력으로 질주하면 마치 내가 대단한 능력을 얻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사람들이 실용성이 없는 스포츠카에 열광하는 원인의 하나도 바로 이러한 심리적 요인 때문이죠.
승마 기술이 좋은 기수는 말과 하나가 된 듯 움직입니다. 이는 실제로 기수의 바디맵과 말의 바디맵이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서로 뚜렷히 구분되는 바디맵을 지니기에 인간이 말을 몰기가 쉽지 않고, 초보자라면 말에서 떨어지기가 쉽겠죠. 하지만 오래 훈련을 하다 보면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두 개의 바디맵이 통합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러고 나면 인간과 말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두 주체의 바디맵이 연결되는 예는 운동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구에서 콤비 플레이가 잘 되는 두 사람은 보지 않고 패스를 해도 공을 받을 수 있죠. 야구에서 뛰어난 유격수와 2루수는 마치 한 사람인 듯 공을 주고 받으며 주자를 아웃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호흡이 잘 맞을 수 있는 것은 바디맵이 연결되었기 때문이죠.
바디맵은 두뇌와 몸을 연결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바디맵이 잘못된다면 두뇌는 신체를 현실과 다르게 인식하고, 이는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뚱뚱하던 사람이 살을 뺀 후에도 마치 뚱뚱한 사람처럼 무겁게 걷는 현상은, 두뇌 속의 바디맵이 몸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Shallow Hal)라는 영화에서 기네스 펠트로우는 잭 블랙이 보기엔 날씬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비만인 여성의 역할로 나오는데, 그녀가 걸을 때 보면 사뿐사뿐하게 걷는 것이 아니라 쿵쿵거리며 걷습니다. 이는 현실과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치인데, 실제로도 이렇게 자신의 현실과 다른 모습을 머리속에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식증 환자는 아무리 뼈만 남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속에서 봐도, 자신의 뚱뚱하다는 인식을 바꾸지 못하죠. 이처럼 바디맵 이상의 극단적인 예는, 자신의 팔다리가 자신의 일부분이 아니라고 느끼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사람 중엔 일부러 사고를 내 팔다리를 절단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들은 "이 팔은 내 팔이 아니니 제거해야 한다"는 식의 강박관념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죠. 이와 반대로, 사고로 팔다리를 잃고도 여전히 팔다리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이른바 "유령 사지"(fanthom limb)현상도 쉽게 목격됩니다. 유령 사지는 유령 사지의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미 잘려진 사지에 통증이 오면 이를 없애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최근엔 바디맵에 관한 인식이 퍼지면서 과학자들이 두뇌의 작동원리를 이용해 이러한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도 찾아냈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한쪽 팔이 잘려나간 사람이라면 거울을 통해 온전한 팔을 반대편 위치에 보여주면 두뇌는 팔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느끼고, 통증도 사라지게 된다고 하죠.
바디맵이 신체 바깥의 사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개념은 서양인들의 personal space라는 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personal space를 존중하는 문화가 없지만, 서양인들은 한 사람의 주변 공간도 그 사람의 소유라고 인정하고, 따라서 내가 그 공간으로 들어갈 때는 꼭 양해를 구합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이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움직일 때도 몇번이나 "Excuse me"를 연발하는 것이죠. 또한 다른 사람의 차가 내 차를 들이 받는 사고가 나면, 돈 문제를 떠나 대단히 기분이 나쁜 까닭도 내 차가 나의 일부분 처럼 느껴지기에 내 차가 들이받히는 사고는 내 몸이 남에게 들이받히는 것 만큼이나 끔찍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우리는 지나치게 두뇌를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 살기에 신체의 중요성을 잊기 쉽지만, 신체는 두뇌와 연결되고, 따라서 신체의 반응과 느낌에도 귀를 기울임으로 두뇌에 올바른 바디맵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고대 로마인들의 격언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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