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프랑스에 살 때 남편이 불어권 스위스인이고, 아내가 뉴질랜드인 부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둘 있는데, 뉴질랜드인 엄마는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그리고 아마도 자신의 문화를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아이들과는 영어로만 대화했습니다. 그런데 첫째가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어서 다시 만났는데, 아이들이 영어를 거의 못하더군요. 어머니의 말을 대충 알아듣기는 하는데, 답은 꼭 불어로만 했고, 엄마가 아무리 종용해도 영어로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어머니하고 영어로만 대화했는데도 영어를 못 배웠으니, 학교에서 일주일에 몇 시간 배우는 정도로는 영어 실력이 늘지가 않겠죠. 그렇다고 이 아이들이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특히 뉴질랜드인 엄마는 외교관의 딸로 여러 나라를 다니며 자란 국제적인 인재고, 아이들도 다른 면에서는 매우 똑똑하지만, 영어를 배우는 일 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못하더군요.
지금 독일에서 저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 중 한 명은 미국여자인데, 독일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 셋을 키우며 삽니다. 이 여자도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그리고 자신의 문화를 물려주기 위해) 아이들과 늘 영어로 대화합니다. 그런데 세살, 다섯살, 일곱살인 아이들이 모두 영어와 독일어를 완벽하게 구사합니다. 이 두 가정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았는데, 어쩌면 아버지의 태도가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만난 스위스인 남편은 영어를 어느 정도 하지만, 자녀와 대화는 불어로만 합니다. 그에 비해 독일에서 만난 독일인 남편은 영어를 아주 잘하고, 자녀와 늘 영어로만 대화합니다. 그러니 부모 양쪽으로부터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독일에서 자라면서도 영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부모가 같은 언어를 써도 자녀가 그 언어를 배우지 못하는 예는 많습니다. 재미교포 2세들은 대부분 한국어만 쓰는 부모 밑에서 자라지만, 결국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죠. 그러고 보면 자녀가 부모의 언어를 배우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비슷한 문화가 모여 문화권을 형성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문화 사이에도 가깝고 먼 관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언어가 그러한데, 같은 문화권 내에도 언어간의 거리가 다르죠. 서유럽은 라틴어에서 갈라져 나온 Romance language(스페인어, 불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와, 게르만족의 언어인 Germanic language(독어, 네덜란드어, 영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아이슬란드어)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영어는 앵글로-색슨족이 브리튼 섬을 점령한 후, 불어를 쓰는 바이킹족(바이킹 족이 프랑스 북부에 정착하면서 불어를 배웠죠)이 다시 브리튼 섬의 주인이 되면서 게르만족의 언어라는 토대 위에 불어의 어휘가 많이 추가되면서 생겨난 언어입니다. 하지만, 뿌리가 게르만족의 언어인지라 지금도 독일이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영어를 매우 쉽게 배우고, 그에 비해 로망스어를 배우며 자란 사람들은 영어를 배우기 어려워 합니다. 그러고 보면 프랑스에서 만난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기 어려워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불어와 영어 사이의 호환성 부족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지요.
이를 한국 상황에 적용해 보자면, 한국어와 영어는 모든 면에서 너무나 다른 언어입니다. 물론 우리가 생활 중에 영어 단어를 많이 쓰기는 하지만, 영어에 불어 단어가 많이 섞였음에도 프랑스인들이 영어를 잘 못하듯, 외국어를 배우려면 단어의 유사성보다는 문장구조의 유사성이 중요한데, 한국어와 영어는 문장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같은 이유에서, 한국인은 한국어와 단어가 매우 유사한 중국어보다는 문장구조가 유사한 일본어를 배우기가 쉽겠죠).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기 어려운 원인은 한국문화의 고립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도 문화적 고립성이 강한 나라이고,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줄지언정 다른 나라의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그래서 일반적으로 프랑스 사람들이 외국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신기하게도 중세 시대에도 프랑스지역 사람들이 외국어를 못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즉, 외국어를 못하는 것도 나름대로 뿌리가 깊은 전통이지요. 한국도 외국과 교류가 많지 않던 나라이고, 따라서 외국어를 배우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물론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외국의 문자인 한자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는데, 그래서 지금도 한국의 젊은이들은 영어를 읽는 능력은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읽기를 잘하다가 외국인 앞에 서기만 하면 얼어서 한마디도 못하는 것이 문제지요.
그러고 보면 한국인이 영어를 잘 배우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웬만한 노력으로는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기 어려운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인이 영어를 배울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영어를 배우려면 조건이 좋은 사람들(예를 들어 언어가 비슷한 독일 사람들)보다 훨씬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뜻이기에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겠죠. 어쨌든 지금도 영어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 힘내시고, 좋은 결과 맺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외국어가 선택의 문제라면(물론 대부분은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한국어와 유사한 언어를 배우는 쪽이 훨씬 쉽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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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일에서 저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 중 한 명은 미국여자인데, 독일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 셋을 키우며 삽니다. 이 여자도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그리고 자신의 문화를 물려주기 위해) 아이들과 늘 영어로 대화합니다. 그런데 세살, 다섯살, 일곱살인 아이들이 모두 영어와 독일어를 완벽하게 구사합니다. 이 두 가정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았는데, 어쩌면 아버지의 태도가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만난 스위스인 남편은 영어를 어느 정도 하지만, 자녀와 대화는 불어로만 합니다. 그에 비해 독일에서 만난 독일인 남편은 영어를 아주 잘하고, 자녀와 늘 영어로만 대화합니다. 그러니 부모 양쪽으로부터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독일에서 자라면서도 영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부모가 같은 언어를 써도 자녀가 그 언어를 배우지 못하는 예는 많습니다. 재미교포 2세들은 대부분 한국어만 쓰는 부모 밑에서 자라지만, 결국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죠. 그러고 보면 자녀가 부모의 언어를 배우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비슷한 문화가 모여 문화권을 형성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문화 사이에도 가깝고 먼 관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언어가 그러한데, 같은 문화권 내에도 언어간의 거리가 다르죠. 서유럽은 라틴어에서 갈라져 나온 Romance language(스페인어, 불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와, 게르만족의 언어인 Germanic language(독어, 네덜란드어, 영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아이슬란드어)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영어는 앵글로-색슨족이 브리튼 섬을 점령한 후, 불어를 쓰는 바이킹족(바이킹 족이 프랑스 북부에 정착하면서 불어를 배웠죠)이 다시 브리튼 섬의 주인이 되면서 게르만족의 언어라는 토대 위에 불어의 어휘가 많이 추가되면서 생겨난 언어입니다. 하지만, 뿌리가 게르만족의 언어인지라 지금도 독일이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영어를 매우 쉽게 배우고, 그에 비해 로망스어를 배우며 자란 사람들은 영어를 배우기 어려워 합니다. 그러고 보면 프랑스에서 만난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기 어려워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불어와 영어 사이의 호환성 부족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지요.
이를 한국 상황에 적용해 보자면, 한국어와 영어는 모든 면에서 너무나 다른 언어입니다. 물론 우리가 생활 중에 영어 단어를 많이 쓰기는 하지만, 영어에 불어 단어가 많이 섞였음에도 프랑스인들이 영어를 잘 못하듯, 외국어를 배우려면 단어의 유사성보다는 문장구조의 유사성이 중요한데, 한국어와 영어는 문장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같은 이유에서, 한국인은 한국어와 단어가 매우 유사한 중국어보다는 문장구조가 유사한 일본어를 배우기가 쉽겠죠).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기 어려운 원인은 한국문화의 고립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도 문화적 고립성이 강한 나라이고,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줄지언정 다른 나라의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그래서 일반적으로 프랑스 사람들이 외국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신기하게도 중세 시대에도 프랑스지역 사람들이 외국어를 못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즉, 외국어를 못하는 것도 나름대로 뿌리가 깊은 전통이지요. 한국도 외국과 교류가 많지 않던 나라이고, 따라서 외국어를 배우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물론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외국의 문자인 한자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는데, 그래서 지금도 한국의 젊은이들은 영어를 읽는 능력은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읽기를 잘하다가 외국인 앞에 서기만 하면 얼어서 한마디도 못하는 것이 문제지요.
그러고 보면 한국인이 영어를 잘 배우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웬만한 노력으로는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기 어려운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인이 영어를 배울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영어를 배우려면 조건이 좋은 사람들(예를 들어 언어가 비슷한 독일 사람들)보다 훨씬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뜻이기에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겠죠. 어쨌든 지금도 영어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 힘내시고, 좋은 결과 맺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외국어가 선택의 문제라면(물론 대부분은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한국어와 유사한 언어를 배우는 쪽이 훨씬 쉽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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