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11월에 미국을 방문했다가 말로만 듣던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를 직접 체험하였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 다음날을 뜻하는데, 이 날은 대부분 상점이 크게 할인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몰립니다. 특히, 금요일이 시작되는 자정부터는 할인 폭이 어마어마한 반짝 세일을 하기에 밤늦게 상점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오후에 아웃렛 쇼핑몰에서 쇼핑을 시작했는데, 아웃렛이라 싼 가격에 추가 할인을 하니 대부분 물건을 정상가 대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은 미국 경제의 현실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만약 블랙 프라이데이임에도 매출이 신통치 않다면 실물경기가 당분간 살아나기 어렵다고 예상할 수 있고, 예년 이상의 매출이 기록된다면 실물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매출이 크게 늘지도, 크게 줄지도 않아서 미래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경기가 살아나는 듯하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상황의 반영이지요.
이러한 상황이 답답했는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절약"을 강조하는 새로운 사회 분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소비를 늘리자!"라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조 퀴난은 이 칼럼에서 "'짠돌이 정신'은 미국의 정신이 아니다."라고 강변하며, 수많은 매력적인 상품을 소개하고 나서, "상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애국시민의 의무다"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단지 한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경제학자가 동의하는 바입니다. 즉, 경기침체는 소비의 위축 때문이며, 따라서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면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죠. 지금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이유도 개인이 소비할 여력이 없기에 정부라도 소비를 늘려 경기를 살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소비가 는다면 생산도 늘고, 이렇게 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봅니다. 미국인들이 2000년대 초반, 9/11 사태 등으로 위기에 빠진 경제를 구하기 위해 Consumer patriotism에 나선 것이나, 중국 관료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애국 소비운동을 제안한 것 등은 모두 이러한 생각에 기초한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정말 올바를까요? 경제가 잘 된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사회의 부가 증가한다는 뜻, 즉, 사람들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린다는 뜻 아닙니까? 그런데 소비는 물질이나 자원을 쓰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소비가 늘면 사회의 물질적 풍요가 줄어드는 법이죠. 이렇게 볼 때, 소비가 늘어난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한국에서도 정부가 소비를 늘이기 위해 신용카드의 사용을 권장했다가 많은 사람이 카드빚 때문에 파산하고, 신용카드회사들이 위기에 빠져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소비가 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잘못된 믿음이 경제를 망친 좋은 예죠.
물론 때로는 소비자들이 돈이 있지만, 심리적 원인으로 소비가 위축되었을 때 소비를 권장할 필요가 있긴 합니다. 소비가 위축되면 생산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물건을 팔 수가 없고, 결국 경제활동 전체가 위축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소비자가 정말 돈이 없어서 소비를 줄이는데 "애국을 위해 소비를 늘리자!"는 주장은 말이 안됩니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그나마 있는 돈을 소비해 버리고 나면 나중엔 무엇으로 먹고삽니까? 당장은 소비가 늘겠지만 결국 돈이 없어서 빚에 의존하게 되고, 그러면 소비가 전보다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지금 세계적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사람들이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다면 소비를 줄여야 저축을 할 수 있고, 저축을 해야 부를 축적해 나중에 다시 소비를 늘일 수 있죠. 따라서 지금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은 분명히 경제에 부담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살아나는 과정의 일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소비가 줄어들어야 수익을 못 내는 산업이 정리되면서 경제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지금 인위적으로 소비를 늘인다면 잠시 경기가 반짝할지 모르지만,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 필요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 장기적인 경제의 회복이 늦어집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한국이나 소비 진작으로 경기를 살리자는 목소리만 큰 것 같아 문제입니다. 결국, 이번 위기는 경제학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로 나빠지고 나서야 끝이 날 것 같다는 암울한 생각이 듭니다.
P.S. 저는 지난 11월 말에 강의차 미국을 방문했고, 다녀와서는 독일에서 맡은 일을 마무리하느라 블로그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기다리신 분들께 죄송하고, 이제 시간의 여유가 생겼으니 다시 글을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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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은 미국 경제의 현실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만약 블랙 프라이데이임에도 매출이 신통치 않다면 실물경기가 당분간 살아나기 어렵다고 예상할 수 있고, 예년 이상의 매출이 기록된다면 실물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매출이 크게 늘지도, 크게 줄지도 않아서 미래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경기가 살아나는 듯하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상황의 반영이지요.
이러한 상황이 답답했는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절약"을 강조하는 새로운 사회 분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소비를 늘리자!"라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조 퀴난은 이 칼럼에서 "'짠돌이 정신'은 미국의 정신이 아니다."라고 강변하며, 수많은 매력적인 상품을 소개하고 나서, "상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애국시민의 의무다"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단지 한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경제학자가 동의하는 바입니다. 즉, 경기침체는 소비의 위축 때문이며, 따라서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면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죠. 지금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이유도 개인이 소비할 여력이 없기에 정부라도 소비를 늘려 경기를 살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소비가 는다면 생산도 늘고, 이렇게 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봅니다. 미국인들이 2000년대 초반, 9/11 사태 등으로 위기에 빠진 경제를 구하기 위해 Consumer patriotism에 나선 것이나, 중국 관료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애국 소비운동을 제안한 것 등은 모두 이러한 생각에 기초한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정말 올바를까요? 경제가 잘 된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사회의 부가 증가한다는 뜻, 즉, 사람들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린다는 뜻 아닙니까? 그런데 소비는 물질이나 자원을 쓰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소비가 늘면 사회의 물질적 풍요가 줄어드는 법이죠. 이렇게 볼 때, 소비가 늘어난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한국에서도 정부가 소비를 늘이기 위해 신용카드의 사용을 권장했다가 많은 사람이 카드빚 때문에 파산하고, 신용카드회사들이 위기에 빠져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소비가 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잘못된 믿음이 경제를 망친 좋은 예죠.
물론 때로는 소비자들이 돈이 있지만, 심리적 원인으로 소비가 위축되었을 때 소비를 권장할 필요가 있긴 합니다. 소비가 위축되면 생산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물건을 팔 수가 없고, 결국 경제활동 전체가 위축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소비자가 정말 돈이 없어서 소비를 줄이는데 "애국을 위해 소비를 늘리자!"는 주장은 말이 안됩니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그나마 있는 돈을 소비해 버리고 나면 나중엔 무엇으로 먹고삽니까? 당장은 소비가 늘겠지만 결국 돈이 없어서 빚에 의존하게 되고, 그러면 소비가 전보다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지금 세계적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사람들이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다면 소비를 줄여야 저축을 할 수 있고, 저축을 해야 부를 축적해 나중에 다시 소비를 늘일 수 있죠. 따라서 지금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은 분명히 경제에 부담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살아나는 과정의 일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소비가 줄어들어야 수익을 못 내는 산업이 정리되면서 경제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지금 인위적으로 소비를 늘인다면 잠시 경기가 반짝할지 모르지만,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 필요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 장기적인 경제의 회복이 늦어집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한국이나 소비 진작으로 경기를 살리자는 목소리만 큰 것 같아 문제입니다. 결국, 이번 위기는 경제학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로 나빠지고 나서야 끝이 날 것 같다는 암울한 생각이 듭니다.
P.S. 저는 지난 11월 말에 강의차 미국을 방문했고, 다녀와서는 독일에서 맡은 일을 마무리하느라 블로그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기다리신 분들께 죄송하고, 이제 시간의 여유가 생겼으니 다시 글을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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