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망

경제 2009/12/22 07:07
작년 가을에 시작한 세계적 경제위기는 올봄 이후로 뚜렷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실업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는 등 실물경제가 살아나는 기미가 보인다는 점이 중요한데, 경기 회복이 금융계에만 머물지 않고 실물경제로 옮겨간다면 경제가 진정으로 살아나는 중이라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몇 주 전 두바이의 경제위기가 불거지고, 그리스와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등 불안한 모습도 함께 눈에 띕니다. 빚에 의존해 경제 규모를 키우던 두바이의 몰락은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몰고 온 과다 채무 문제가 여전히 잠복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그리스와 스페인은 유로존 전체의 위기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됩니다.

이러한 상반되는 두 가지 흐름이 있지만, 저는 단기적으로 볼 때 경기 회복쪽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중요한 근거는 우선 두바이 사태나 일부 유럽국가의 신용도 하락에도 세계 시장이 크게 요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만약 세계경제가 허약한 체질이라면 작은 위기에도 크게 흔들릴 텐데, 나름대로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소식에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금융 시장이 점차 정상화하는 과정에 있다는 짐작을 가능케 합니다. 이는 작은 소식 하나에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던 작년 말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죠.

단기적으로 경제를 밝게 전망하는 또 다른 근거는 한국의 경제상황이 안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큰 나라고, 따라서 세계 경제의 상황이 즉시 반영됩니다. 게다가 한국은 나름대로 경제가 안정적이고, 정부의 규제가 심하지 않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장에서 빠져나오기 쉬워서 유동자금이 들어오기 좋은 나라입니다. 따라서 세계를 떠도는 돈이 많아질수록 한국으로 많은 돈이 들어오고, 이로 말미암아 경제 전체에 활기가 돌기 마련입니다(물론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들 때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주가나 환율은 위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훨씬 좋은 모습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좋아지고, 이에 따라 한국 경제도 좋아진다는 말이 일반인의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반인은 일자리가 안정되고 월급이 많아지며, 내수경기가 살아나 자영업이 잘 되어야 경기 회복의 열매를 누리는 법인데, 지금 한국은 아무리 경기가 살아나도 자산가와 대기업만 수익이 늘고, 일반인은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아무리 GDP가 빠르게 성장하고 세계 언론이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를 했어도, 많은 국민은 살림살이가 갈수록 빡빡해진다고 느낀 것도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었죠. 따라서 한국 경제가 회복된다고 평범한 국민의 삶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본다면 작년에 터져 나온 세계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잘못에 대한 반성을 기초로 새로운 이론을 마련하고, 이에 맞춰 경제를 전반적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너무나 길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아무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지 않으려고 하고, 결국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방식으로 쉬운 해결책을 찾기 마련이죠. 이렇게 문제를 덮어 버리면 당장은 괜찮아 보이지만, 결국 상처는 속으로 썩어들어가기 마련이고, 언젠가는 더 큰 문제가 터져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때는 더 큰 아픔을 겪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한 법이죠.

사람들은 2000년대에 중반에 일본의 10년 불황이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경제위기가 터지자 일본은 다시 불황 상황에 빠져들었고, 그제야 일본이 경험한 경제회복이 일시적 착시현상이고, 진정한 의미에서 불황은 끝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일본의 경제위기는 경직되고 폐쇄된 사회구조와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는 편향된 경제구조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일본이 진정으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경제와 문화를 포함하는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죠. 그렇지 못한다면 잠깐 찾아오는 호황은 또 다른 위기 속에 묻혀 버릴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도 금융부분의 지나친 확대와 탐욕을 조장하는 잘못된 제도 등 근본적인 영역을 손봐야 다시 살아날 수가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이러한 영역에서 성과를 거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고, 따라서 앞으로도 잠깐씩 찾아오는 경기 개선에도 세계 경제를 억누르는 무거운 분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P.S. 유럽의 크리스마스 휴가철을 맞아 저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블로그의 본격적인 운영은 1월 초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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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