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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3 [연재] 사회와 공동체 5- 끝 (5)
  2. 2010/03/03 [연재] 사회와 공동체 4 (2)
저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회의 참석차 아일랜드의 더블린과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를 다녀왔습니다. 벨파스트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영국(UK)으로부터 독립하기 원하는 주민과 영국에 남기 원하는 주민들 사이의 충돌이 벌어진 지역이죠. The Crying Game이나 The Devil's Own 등 수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 북아일랜드의 갈등은 1998년 성금요일 평화협정(Good Friday Agreement)를 계기로 진정이 되었고, 지금 벨파스트는 곳곳에 남아있는 희생자 기념비를 제외한다면 완전히 평화로운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북아일랜드 갈등은 20세기 말에 서유럽에서 진행된 무력충돌이라는 점에서 흔치 않습니다(물론 아일랜드 외의 지역에서도 코르시카나 바스크 등 특정 지역의 독립을 추구하는 단체가 일으킨 테러는 있긴 했지만, 규모가 북아일랜드보다 훨씬 작죠). 서유럽인들은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무력 사용의 폐해를  절실히 깨닫고 무력충돌을 피하려고 노력하였고, 실제로 대부분 지역에서 무력충돌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일랜드만은 IRA가 주도하는 테러를 중심으로 아일랜드계 주민과 영국계 주민 사이의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북아일랜드의 특수상황은 북아일랜드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두 개의 다른 공동체가 한 지역에 모여 사는 북아일랜드의 상황은 주민들에게 뚜렷한 정체성을 심어주었고, 이러한 정체성은 우리 공동체를 파괴하는 적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으며, 이러한 분노는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적을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을 낳았고, 결국 이로 말미암아 거대한 무력충돌이 발생한 것입니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집단은 내부 결속력이 좋지만, 그만큼 공동체가 처한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무력 충돌이 한 번 발생하면 문제가 계속 악화합니다. 민족끼리 전쟁할 때, 이익 집단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느 정도 싸우다가 멈춰야 하지만,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공동체의 명예를 위해 구성원 전체가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기 때문이죠.

전쟁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의 상황도 아프리카인들의 공동체 의식과 관련이 깊습니다. 아프리카인들은 이익집단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봅니다. 문제는 아프리카인이 생각하는 공동체가 오늘날 국제사회의 기본 단위인 국가라는 개념과 다르다는 점이지요. 오늘날 대부분 지역에서 국가는 가장 중요한 이익집단이고, 구성원은 국가의 이익이 곧 자신의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열광하는 심리도 이러한 생각에 바탕을 두죠).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부족(tribe)이라는 개념이 가장 중요한 집단이고, 부족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한다면 부족의 편을 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국내 정세가 안정이 돼야 국익에 도움이 되지만, 부족의 관점에서 보자면 다른 부족이 우리 부족을 괴롭힌다면 그 부족을 무력으로 응징해야 합니다. 따라서 아프리카에선 부족 간의 싸움이 끊이질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국가 간에도 적용이 됩니다. 전쟁은 거대한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이익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전쟁을 안 하는 것이 전쟁하는 것 보다 거의 늘 유익입니다. 특히 대량 살상 무기가 사용되는 현대전에서는 전쟁의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명예, 복수심 등의 이유로 전쟁을 택할 수 있습니다. 국경지역의 황무지를 놓고 몇 년 간 전쟁을 벌여 결국 함께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가 좋은 예죠.

아프리카가 특별히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국가 의식이 약한 것은 아프리카의 독특한 역사적 특성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고대 4대 문명(중국, 인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에 기원을 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4대 문명은 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의 주변 지역으로 퍼졌고,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의 영향을 받은 그리스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유럽인들이 호주와 남북미로 퍼지면서 결국 세계의 대부분이 고대 문명의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고대 문명의 중요한 유산 중 하나는 글자를 바탕으로 한 행정조직과 바퀴를 바탕으로 한 교통수단입니다. 이러한 행정과 교통의 발달은 인간을 지역이라는 한계에서 해방하였습니다. 이처럼 자유로워진 인간은 혈연, 지연을 넘어서는 거대한 조직을 구성하였고, 이는 결국 근대국가의 건설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는 이러한 고대문명의 유산을 물려받지 못하였고, 따라서 여전히 지역에 근거한 혈연관계를 중요시합니다. 이들에게 유럽의 지배국가가 마음대로 설정한 국가라는 개념은 여전히 낯설 뿐이죠. 물론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가 독립 한지 50년이 넘어서면서 아프리카인들도 점차 국가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긴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의 마음에서 부족을 향한 사랑이 애국심으로 대체되기 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 보입니다.

토마스 프리드먼은 한쪽에선 로봇이 렉서스를 만드는데 한쪽에선 올리브 나무 한 그루를 놓고 다투는 지구의 모습을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고 불렀습니다. 첨단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선 관련자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이는 전형적인 이익집단의 모습이지요. 하지만, 올리브 나무를 놓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은 올리브 나무가 생산할 경제적 이익이 아닌, 가족과 집단의 명예를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공동체의 모습이지요. 이익 집단의 개념이 공동체를 파괴한 서양에선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지만, 공동체의 개념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공동체 간의 싸움이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아프리카를 보면 깔끔한 이익집단의 관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볼 때 북아일랜드의 분쟁이 끝난 90년대는 영국이 블레어 총리의 주도 하에 New Britain으로 거듭나고, 아일랜드가 경제개발에 나서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고, 이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이 약해지던 시기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인간은 렉서스나 올리브 나무 어느 한 쪽으로만 살 수는 없고, 둘 다 필요하며, 상황에 따라 둘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주에 이어 다음 주에는 암스테르담으로 강의를 다녀오게 됩니다. 블로그 업데이트가 늦어져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녀와서 다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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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전통적인 사회에서 집단을 묶는 근거는 상징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뭉친 유대인들이나 고조선을 세운 단군에서 민족의 뿌리를 찾는 한국, 가톨릭으로 개종한 프랑크족의 왕 클로비스를 프랑스의 시조로 보는 프랑스 인들은 인물에서 집단의 정체성을 찾는 좋은 예죠.

하지만, 혈연과 정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이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으로 바뀐다면 이러한 상징적 인물의 중요성은 대폭 감소하게 됩니다. 이익의 관점에서 보자면 내가 누구의 자손이든, 누가 수천 년 전 이 나라를 세웠든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따라서 유럽이 공동체(Gemeinschaft)의 개념을 버리고 사회(Gesellschaft)의 개념으로 넘어오면서 유럽인들은 사회를 구성하는 새로운 토대를 찾게 됩니다. 이러한 토대를 제시한 가장 중요한 사상가는 바로 장 자끄 루소였습니다. 그가 쓴 인간 불평등 기원론(Discours sur l'origine et les fondements de l'inégalité parmi les hommes)과 사회 계약론(Du contrat social ou Principes du droit politique)은 프랑스 혁명의 이념적 바탕이 되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토대를 마련한 책이죠.

그는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인류의 역사를 머릿속에서 재구성해봅니다. 그의 생각 속에서 인류는 원래 자유를 즐기며 사는 독립적인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하게 되면서 인간은 서로 비교하게 되고, 결국 강한 사람은 남을 지배하고, 약한 사람은 남에게 지배됩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모든 사회에 존재하게 된 불평등은 자유를 즐기기 원하는 인간의 본성과 반대라고 할 수 있죠(그래서 "L'homme est né libre, et partout il est dans les fers"). 그렇다면 이렇게 불평등한 사회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만약 대부분 사람이 일방적으로 착취를 당한다면 불평을 품은 사람이 너무 많아 사회가 유지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가 유지되려면 인간은 사회 속에서 손해만 보면 안 되고 이익도 얻어야 합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이익을 적절하게 조율하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계약을 맺어야 하죠. 이렇게 맺은 계약은 사회를 지탱하는 기초가 됩니다.

이처럼 루소의 사상에 따르면 사회는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는 영역이고, 이러한 충돌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막으려면 모두가 객관적인 계약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이는 개인적인 관계를 사회의 기초로 보는 전통적인 관점과 전혀 다르죠. 개인적인 관계가 사회의 기초를 이룬다면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문제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이 내 가족을 해한다면 내가 찾아가서 가해자를 처벌해야죠. 지금도 서양의 영향을 덜 받은 지역(아랍권 국가, 아프리카 등)에서는 피해자 측이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일이 많습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A Study of History에서 "복수는 나의 것"이란 말이 이러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사회 계약론에 기초해 사회를 본다면, 처벌도 사회적 계약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처벌에 대한 사회적 계약이란 곧 법이죠. 따라서 문제가 발생해도 법에 따른 처벌에 의존해야지, 개인이 처벌하려고 하면 안됩니다. 만약 개인이 복수하려고 하면 법은 그 또한 범죄자로 보고 처벌을 하겠죠. 물론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해를 가한 사람에게 직접 복수하기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많지만(찰스 브론슨의 Death Wish나 리암 니슨의 Taken 등), 선진국에서 법을 무시하고 직접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사회 계약의 개념은 권력자의 권력을 제한할 때도 유용합니다. 전통적인 집단에서는 권력자가 법 위에 군림하면서 권력을 남용할 우려가 큽니다. 하지만, 계약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라면 아무리 통치자라 할지라도 사회 계약의 표현인 법을 넘어서는 권력을 지닐 수가 없습니다. 영국 신민(subjects)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중세의 문서인 대헌장(Magna Carta)이 중요한 것은 이 문서가 왕이라도 이러한 권리를 함부로 빼앗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권리 보호의 개념은 사유 재산의 보호로 이어졌고, 유럽에선 이미 18세기에 이르면 지적 저작권을 보호받게 됩니다. 이처럼 법률에 의한 재산 보호의 전통은 현대에 들어 복잡한 경제 체제가 완성되도록 하는 밑바탕이 됩니다. 만약 법률이 개인의 재산을 잘 보호하지 못한다면 누구의 재산인지 모호한 사각지대가 생기고, 이는 경제의 비효율을 낳죠. 데소토가 The Mystery of Capital에서 지적한 법의 영역 외에 존재하는 제3세계 국가의 재산은 이러한 좋은 예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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