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새로운 GUI 패러다임

아이패드가 발표되고 나서 많은 사람은 "스타일러스의 부재"를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았습니다. 하긴 판 위에 작대기로 기록을 남기는 방식은 수메르인들이 문자를 발명한 이래로 인류에게 익숙한 입력방식인데, 판처럼 생긴 아이패드가 작대기를 통한 입력방식을 거부하였으니 아쉬울 법도 합니다. 아이패드에 대한 또 다른 불평은 아이패드에 맥 OS X 대신 아이폰 OS가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맥 OS X가 아이폰 OS보다 더 강력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에, 이왕이면 맥 OS X가 들어가는 편이 좋아 보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애플이 이러한 두 가지 불평을 반영해 타블렛을 만들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는 윈도우 계열 타블렛의 운명을 보면 쉽게 유추 가능합니다. 지금 시장에 나와있는 윈도우 계열 타블렛은 대부분 스타일러스로 화면에 직접 필기하는 방식이고, OS로는 휴대전화용 OS인 윈도우 모바일이 아닌 PC용 윈도우를 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타블렛을 외면했고, 지금도 윈도우 타블렛은 적절한 시장을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습니다. 만약 애플이 윈도우 타블렛과 같은 개념으로 타블렛을 만든다면 애플의 타블렛도 PC 타블렛처럼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이 생각하는 타블렛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힌트를 우리는 아이폰 OS에서 찾습니다. 아이폰 OS는 OS X을 바탕으로 하지만, 컴퓨터용 운영체제와는 느낌이 매우 다릅니다. 컴퓨터용 OS X은 데스크탑위에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데이타 파일이 존재하고, 사용자가 이러한 파일들을 관리하는 방식이지만, 아이폰 OS는 어플리케이션을 뜻하는 아이콘만이 존재하고, 어플리케이션과 관련한 데이타베이스는 어플리케이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컴퓨터를 쓰려면 어디에 어플리케이션이 있고, 어디에 데이타 파일이 있는지 알아야 되지만, 아이폰을 쓸 때는 화면에 떠 있는 아이콘을 클릭하기만 하면 모든 데이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리되고, 사용이 훨씬 쉽습니다. 이처럼 사용이 쉽다는 점은 아이폰이 외국에서 많은 인기를 끄는 중요한 원인이죠. 물론 사용이 쉽다는 말은 사용자가 직접 OS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고, 기계를 잘 다루는 파워 유저들이 아이폰에 대해 답답하게 느끼는 원인이기도 하죠.

아이폰이 사용하기 쉬운 또 하나의 요인은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그 어플리케이션만 눈에 보이고, 이 어플리케이션에 필요한 내용만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이 화면 전체를 지배하기 때문에 아이콘을 누르는 순간 아이폰은 그 어플리케이션이 지배하는 새로운 도구로 변신합니다. 이는 책상 위에 수많은 파일을 펼치거나 쌓아 놓고,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그래픽 운영체제와는 매우 다른 개념입니다. 현대적 컴퓨터 운영체제의 바탕을 이루는 "데스크탑"의 개념은 많은 사람이 컴퓨터를 배우기 어려워하는 중요한 원인이죠. 아이폰은 새로운 개념의 운영체제를 도입함으로 기기 활용에 필요한 학습기간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합니다.

기즈모도의 Jesus Dias(이는 가명이고, 실제로는 RoughlyDrafted.com의 Daniel Eran Dilger)는 이러한 아이폰 OS가 UI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제프 래스킨(Jef Raskin)이 주창했던 지식 기기(information appliance)의 실현이라고 평가합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기계는 대부분 하나의 기능을 하고, 우리는 이러한 기능을 쉽게 익힙니다. 예를 들어, 전화를 걸려면 전화기를 들고 전화번호를 누르면 되죠. 과일주스를 만들려면 과일을 믹서에 넣고 속도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젖은 머리를 말리려면 헤어드라이어를 머리에 대고 전원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래스킨은 정보를 다루는 기기도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한다면 복잡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물론 한 기기가 한가지 기능만 수행한다면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려면 여러 가지 기기를 가지고 다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다면, 기능에 맞는 버튼을 화면에 띄우는 방식으로 하나의 기기를 다양한 목적에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아이폰 OS는 래스킨의 정보 기기 개념을 훌륭하게 실현했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이폰은 작은 화면이라는 제한을 넘어설 수가 없습니다. 또한, 아이폰은 전화이기 때문에 정보 기기라는 측면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이폰에서 화면을 넓히고 전화 기능을 뺀다면 사용하기 편리한 다목적 기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가 바로 이러한 기기이죠.

아이패드에 대한 평가 중에 "혁신적이지 않다."는 평가는 이러한 측면을 간과한 것입니다. 물론 아이패드 자체가 혁신은 아니지만, 혁신은 이미 아이폰 OS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아이패드는 이러한 GUI의 혁신을 대중화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스티브 잡스가 왜 아이패드 개발을 "내 평생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만약 스티브 잡스의 의도가 이루어진다면, 아이패드는 개인용 컴퓨터의 발명 이상으로 컴퓨터 산업, 더 나아가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고글- The Apple Tablet Interface Must Be Like This

연재 순서
1. 모바일 기기 라인업 확대
2. 이북 시장 진출
3. 주머니 밖의 인터넷
4. 규모의 경제
5. 새로운 GUI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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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규모의 경제

애플에서 만든 제품은 무조건 다른 회사 제품보다 훨씬 비싸던 시절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애플은 점차 자사 제품의 가격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내렸고, 지금은 애플 제품에 붙는 프리미엄이 많이 내려간 상태입니다. 특히 MP3 시장을 석권한 아이팟은 가격대 성능이 다른 회사 제품에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과거엔 비싼 가격 때문에 제품을 많이 팔지 못하던 애플이 이제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삼게 된 것이죠.

애플이 이처럼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던 원인은 제품을 대량으로 팔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팟의 예를 들자면, 애플은 아이팟을 다른 회사 제품보다 열 배 이상 팔기 때문에 메모리 등 부품을 경쟁사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사올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제품을 개발해서 엄청난 숫자를 팔기 때문에 대당 개발비도 다른 회사보다 훨씬 적게 듭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애플은 가격을 낮춰도 이익을 충분히 거둘 수가 있습니다.

아이팟과 아이폰의 성공은 애플이 CPU 설계 분야라는 새로운 영역으로도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아이패드는 애플이 만든 A4칩을 탑재하였습니다. A4는 엄밀히 말해 CPU가 아니고, ARM Cortex-A9 CPU와 ARM Mali GPU를 결합한 SOC(System-on-a-Chip)입니다. 이 칩의 설계는 애플에서 인수한 PA Semi가 담당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는 애플이 자체적으로 자사 제품에 들어갈 CPU(엄밀히는 SOC)를 개발할 능력을 갖추었다는 뜻이고, 이는 앞으로도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강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실제로 아이패드를 써본 사람들은 아이패드의 반응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고 감탄합니다. 이는 A4칩이 애플의 의도대로 화려한 GUI를 잘 처리해주기 때문이죠. 아이패드의 배터리가 오래가는 것도 CPU가 전력을 적게 소비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패드가 A4칩의 유용성을 증명한다면, 애플은 다른 모바일 기기에도 A4칩을 채용하겠죠.

지금까지 애플은 매킨토시나 아이팟에 들어가는 CPU를 외부에서 조달해 썼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핵심 부품을 외부에 의존하다간 큰 어려움에 닥칠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킨토시 CPU로 모토롤라가 만든 PowerPC를 쓰던 시절, 모토롤라는 랩탑용 G5를 공급해주지 못했습니다. G5는 원래 랩탑용으로 설계한 제품이 아니기에 발열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죠. 또한,  모토롤라 입장에서 애플은 PowerPC칩을 쓰는 수많은 회사 중 하나일 뿐이기에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사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애플은 PowerPC를 포기하고 인텔 CPU를 채택함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긴 했지만, 다른 회사에 핵심 부품을 의존하다간 이러한 어려움에 닥칠 가능성이 늘 존재하죠.

그래서 애플은 PA Semi를 인수하여 CPU 설계를 내부에서 해결하는 쪽으로 전략을 짰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애플이 엄청난 숫자의 모바일 기기를 판매할 때만 가능합니다. CPU 설계는 워낙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영역이고, 제품 판매량이 많지 않은 회사는 함부로 진출하기 어려운 영역이죠. 따라서 이러한 사업을 유지하려면 애플은 앞으로도 자사가 설계한 CPU 칩을 장착한 제품을 많이 판매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애플은 iPad처럼 판매량을 늘려 줄 새로운 제품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는 어플 스토어에도 적용이 됩니다. 앱 스토어는 애플의 모바일 제품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장터입니다. 이러한 장터는 손님이 많을수록 새로운 제품도 많이 나오고, 새로운 제품이 많이 나올수록 손님도 많이 오기 마련이죠. 반대로, 손님이 별로 없는 장터는 새로운 제품도 나오지 않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지 않으면 손님도 오지 않습니다.

지금 아이튠스 앱스토어는 1년여 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20억 번에 이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이패드용 어플이 추가된다면, 앱스토어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모바일 어플 시장에서 애플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집니다.

아이패드의 등장은 애플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굳히겠다는 전략의 표현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취미 삼아 만들었다"고 말하는 Apple TV와 다르게, 아이패드의 개발이 꾸준하게 이루어지리라고 예측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죠.


연재 순서
1. 모바일 기기 라인업 확대
2. 이북 시장 진출
3. 주머니 밖의 인터넷
4. 규모의 경제
5. 새로운 GUI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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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A4칩
몇 주 전부터 루머로 떠돌던 아이패드가 드디어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루머에 들떴던 네티즌들은 실물을 보자 실망하는 기색이 완연하고, 전문 블로그들의 반응도 Engadget이 "Magical? Really? Doesn't seem that magical to us!"라고 평하고, Gizmodo는 "iPad가 안 좋은 8가지 이유"를 기사로 싣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 듯 보입니다. 특히 한국어 입출력이 빠진 점은 한국 소비자들이 매우 기분 나쁘게 생각할만한 점입니다(물론 한국 발매에 앞서 추가되긴 하겠지만).

물론 애플이 과거에 Cube 같은 실패작을 낸 적이 있고, 최근에도 Apple TV처럼 빛을 못 보는 제품을 발표하였다는 점을 볼 때 iPad가 꼭 대중에게 사랑받는 기기로 자리 잡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애플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보여주는 제품이라는 데서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럼 앞으로 며칠간 아이패드에 담긴 애플의 전략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모바일 기기 라인업 확대

몇 년 전 애플은 Apple Compuer Inc.에서 Apple Inc.로 사명을 바꾸었습니다. 이는 애플이 컴퓨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는 뜻이죠. 실제로 한국에선 애플이 매킨토시보다 아이폰으로 더 유명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각 기업이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지금, 애플도 사업 영역을 특정 품목으로만 제한할 필요는 없겠죠. 그렇다면 컴퓨터라는 이름을 버린 애플의 새로운 정체성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힌트를 우리는 이번 iPad 발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 발표를 시작하며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기업이다.시장점유율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가 비교 대상으로 선택한 삼성, 노키아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애플보다 시장점유율이 큰 기업들입니다. 하지만, 아이팟, 랩탑 등 휴대기기를 모두 포함한다면 애플이 이들 회사보다 판매액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죠. 이는 다시 말해서 애플이 휴대기기 시장에서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분야에 집중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애플의 이러한 전략은 고가 데스크탑 맥인 맥 프로의 개발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됩니다. 과거엔 애플이 맥 프로(PowerPC CPU 시절엔 파워맥)를 통해 많은 돈을 벌었고, 따라서 새로운 모델도 자주 내놓았지만, 지금은 업데이트가 느릴 뿐 아니라, 업데이트가 되도 속도가 조금 더 빠른 CPU를 쓰는 등 조금 바뀔 뿐, 획기적인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획기적인 변화가 계속 일어난 랩탑 제품군(맥북, 맥북 에어, 맥북 프로)과 비교되지요. 앞으로도 애플은 데스크탑 제품은 아이맥만 신경 쓸 뿐, 맥 프로나 맥 미니 개발엔 큰 투자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휴대전화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삼성이나 노키아보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작은 원인은 삼성이나 노키아는 수십 가지 제품을 판매하는데, 애플은 아이폰 한 제품만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애플이 정말 모바일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모바일 라인업을 확대해야 합니다. 애플이 2년 전 맥북에어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전략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이후, 애플은 제품 라인업을 간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전통적으로 저가 맥북과 고가 맥북 프로 사이에 들어갈 맥북에어를 발표한 것은 이제는 다양한 제품으로 랩탑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죠. 스티브 잡스가 이번 발표회에서 언급했듯, 아이패드는 아이폰/아이팟 터치라는 소형 모바일 기기와 랩탑 사이의 공간을 채워 주는 기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가격에 따라 아이팟 터치부터 맥북프로까지 다양한 애플의 모바일 기기를 선택할 수 있고, 애플은 이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더욱 늘릴 수 있지요.

이렇게 본다면 아이패드는 "모바일 기기 라인업 확대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애플의 전략을 위해 꼭 필요한 제품입니다. 맥북에어도 소비자들이 열광한 제품은 아니지만, 랩탑 라인업을 확대함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나름대로 기여했듯, 아이패드도 모바일 기기 라인업 확대라는 분명한 역할이 있는 제품입니다. 따라서 모바일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애플로서는 내놓을 수밖에 없는 제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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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올해 들어 킨들2와 킨들 DX를 내놓으면서 전자책(ebook)시장을 지배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였습니다. 이에 맞서는 정보 서비스의 강자 구글은 이미 스캔해 놓은 엄청난 양의 책을 판매하고 저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기로 합의를 함으로 단번에 아마존을 위협하는 전자책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한국의 아이리버도 스토리라는 이름의 이북리더를 내놓는 등 많은 기업이 이북 단말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몇 년간 지지부진하던 이북 시장에 새로운 활기가 도는 모습이 반갑습니다.

전자도서는 인터넷만큼이나 역사가 깁니다. 콘텐츠가 부족하던 시절, 사람들은 저작권이 없는 책을 스캔해 텍스트파일로 인터넷에 올렸고, 이러한 움직임은 Project Gutenberg로 이어졌죠.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이제 영어로 된 고전은 거의 모두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초기엔 저작권이 있는 책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지금은 불법적인 전자서적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불법적인 전자책을 구할 수 없게 되면서 90년대 말부터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합법적으로 전자책을 공급하는 서비스가 생겨났는데, 학술 서적 온라인 도서관인 Questia나 휴대기기용 전자책 서비스인 mobipocket.com, ereader.com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전자책은 대중화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첨단기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남아 있습니다. 전자책이 대중화하지 못한 중요한 원인은 콘텐츠의 부족과 책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출판사는 전자책의 보급이 곧 해적판의 난립으로 이어지리라는 착각을 극복하지 못하였고(해리포터 시리즈가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죠), 따라서 소수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전자책으로 발행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은 손끝에 느껴지는 책의 감촉, 코로 맡는 책의 냄새 등 전자책과 다른 종이책의 매력을 포기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남에게 쉽게 빌려줄 수 있고, 다 읽은 책은 중고로 팔 수 있는 종이책을 버리고 배터리가 다되면 더는 읽을 수 없는 전자책을 받아들이길 꺼렸습니다.

전자책 보급의 또 다른 장애물은 회사마다 다른 포맷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의존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어도비의 전자책 포맷으로 책을 샀는데, 어도비 리더가 몇 번 업데이트 되더니 정해진 인증횟수를 초과했다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전자책을 읽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mobipocket에서 구입해 Palm에서 읽던 전자책은 Palm을 쓰지 않으면서 읽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몇 번 실망스러운 경험을 하고 나면 ebook을 사기가 꺼려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작년에 아마존이 킨들을 발표하면서 전자책이 대중화할 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아마존은 대형 출판사를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전자책을 출판하도록 설득하기가 쉽고, 따라서 요즘 나오는 인기도서는 대부분 킨들로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마존은 10불이 훨씬 넘는 베스트셀러들을 9.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함으로 판매를 촉진했습니다. 게다가, 아마존이라는 거대기업이 지원하는 포맷이라는 점에서 킨들 이북은 앞으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확신을 준다는 점도 강점이죠. 하드웨어의 관점에서 보자면, 올해 나온 킨들2와 킨들DX는 작년에 나온 킨들1의 단점을 상당 부분 극복하였고, 아마존이 아이폰/아이팟 터치용 어플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 수천만명의 아이폰/아이팟 터치 사용자를 잠재적 킨들 독자로 흡수하였습니다(저도 아이팟 터치에서 킨들 이북을 읽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미국의 전자책 시장에 비한다면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 아이리버의 스토리를 예로 들자면, 스토리는 교보문고와 협력하여 전자책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교보문고가 얼마나 출판사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또한, 아이리버 자체가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했다가 접었던 기억이 있기에 앞으로 스토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밀어줄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침체된 출판시장을 생각한다면, 종이책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익숙하지도 않고 초기비용에만 수십만 원이 들어가는 전자책을 얼마나 받아들일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에서 전자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는 시기는 미국 등에서 전자책이 완전히 정착하고, "전자책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라는 인식이 퍼진 후라고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양피지 두루마리가 종이책으로 진화했듯,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진화하리라고 추측하기는 쉽습니다.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 장애물 때문에 시장형성에 어려움이 컸지만, 아마존이 나서고, 구글이 아마존과 경쟁하는 구도가 정착하면서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빨리 전자책 시장이 커져서 모든 책을 종이책보다 저렴하게 위치의 구애를 받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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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장비 2009/04/07 23:32
얼마전에 언급한 책 The Brain That Changes Itself에 보면 저자가 시력을 잃은 사람을 만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사람은 시력을 잃고 나서 오디오북으로 책을 듣기 시작했는데, 특수 프로그램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듣는다고 합니다. 저자가 들어보니 자신은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 들을 정도로 빨랐다고 하더군요. 이 사람은 시각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시각 정보를 다루는 뇌의 부분이 청각을 다루는 기능으로 전환될 수 있고, 따라서 일반인 보다 훨씬 빠르게 청각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 사람은 이렇게 빠르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으니 하루에도 여러 권 책을 읽는 셈이고,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유명 작가의 책을 다 끝냈다고 합니다. 시각을 잃었기에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다니 대단히 역설적이죠.

이러한 내용을 읽고 나서, 저도 오디오북의 속도를 올려 봤습니다 (아이팟 터치는 오디오북을 Faster로 설정해 놓으면 1분 분량을 40초에 들려 주는 비율로 속도가 올라갑니다). 원래 저는 오디오북을 들을 때 정상속도로 듣는 대신, 눈이 심심하기 때문에 테트리스 같이 간단한 게임을 합니다. 그러면 뇌가 귀로는 오디오북의 정보를 처리하고, 눈으로는 게임의 정보를 처리하죠. 헛갈릴 것 같지만 게임은 게임대로 하면서 오디오북은 오디오북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책을 읽을 때는 귀가 심심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는 뇌의 효율적인 활용이 아니더군요. 예를 들어, 오디오북을 들으며 게임을 하는 것은 게임을 좋아해서라기 보다 오디오북만으로는 뇌가 심심하기 때문입니다. 즉, 오디오북의 정보를 처리하는데 뇌 기능의 30%가 필요하다면, 오디오북을 듣는 동안은 뇌 기능의 70%가 idle하게 놀기 때문에 심심하단 느낌이 드는 것이죠. 그래서 게임을 하면 시각 정보가 들어와 뇌가 추가로 30% 정도를 쓰고, idle한 뇌 기능이 40%정도로 낮아집니다. 이러면 뇌가 심심하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게임을 하는데 쓰는 뇌기능의 30%는 어차피 낭비라는 점에서 좋을 게 없죠. 그래서 오디오북의 속도를 올려보니, 처리해야 할 정보가 늘어나면서 뇌가 심심하단 느낌이 들지 않고, 따라서 게임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오직 오디오북에만 신경을 쓰니 전보다 더 이해력이 올라가더군요. 즉, 오디오북을 천천히 듣는 것 보다 빠르게 듣는 것이 이해력을 높이는데 더 좋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긴 IQ가 너무 높은 사람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너무 시시하기 때문에 성적이 나쁘고, IQ가 적당히 높아야 성적이 좋다고 하던데, 뇌는 너무 쉬거나 어렵지 않은, 적절히 어려운 환경에서 가장 잘 배우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오디오북을 빠르게 듣다 보니 속독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팟 터치를 찾아보니, 전에 공짜로 받아놓은 속독 프로그램이 보였습니다. Simian Speed Reader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Rapid Serial Visual Presentation(RSVP) 방식을 이용한 속독을 훈련합니다. RSVP는 쉽게 말해 화면에 한 단어씩 빠르게 쏴 주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Hello, my name is Cimio.라는 문장은

Hello,

My

name

is

Cimio

하는 식으로 한 단어씩 화면에 나타나게 됩니다. 보통 책을 읽을 때는 눈이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데, 이렇게 눈의 위치를 바꿔 주는데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죠. 그에 비해 이러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쓰면 눈이 같은 지점을 주시하고 있으면 알아서 글의 내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독서속도가 훨씬 향상된다고 합니다. 아직 써 본지 며칠 안 되서 읽는 속도가 크게 빠르진 않지만, 이러한 방식에 익숙해지면 책 읽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로, 맥용 RSVP 프로그램으로는 iReadFast가 있습니다).

저는 과거에 뇌의 능력이 유한하고, 따라서 지나치게 뇌를 혹사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속독을 배우지 않고, 오디오북도 정상 속도로만 들은 것도 그러한 생각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이제는 뇌가 훈련에 따라 계발될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뇌 기능을 활성화 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인간이 뇌 기능의 10%만 쓴다는 말은 과장이라 하더라도, 보통 사람도 헬스클럽에서 열심히 운동 하면 근육질의 몸매로 바뀌듯, 뇌 근육도 연단하면 단단해지겠죠. 몸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데 노력하듯, 뇌도 방치하지 말고 좋은 상태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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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저는 강의를 할 때 늘 키노트(애플에서 나온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를 이용합니다. 키노트의 슬라이드에 강의할 때 꼭 언급해야 하는 내용, 그리고 학생들이 기억해야 하는 내용을 적어 놓죠. 그런데 강의를 할수록 이런 식의 슬라이드 사용이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우선, 슬라이드에 강의의 핵심이 들어 있다면, 학생들은 슬라이드를 보면 되지,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겠죠. 그리고 텍스트로 정보 전달을 하려면 슬라이드보다는 인쇄물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즉, 슬라이드를 쓰느니 강의 노트를 인쇄해 나눠준다면 더 효과적이라는 말입니다.

요즘 프리젠테이션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다룬 Presentation Zen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키노트(또는 파워포인트)를 쓸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더욱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과연 슬라이드의 내용을 어떻게 꾸며야 지루한 프리젠테이션(외국에서는 "Death by Powerpoint"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슬라이드를 잘못 쓰면 프리젠테이션이 지루해지죠)을 피할 수 있을까요?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은 우선 슬라이드에 택스트를 많이 담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강의 노트는 따로 인쇄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슬라이드엔 시각 효과를 줄 수 있는 이미지만 담아야 프리젠테이션이 지루하지 않겠죠. 제가 좋아하는 블로거이자 저자인 세스 고딘은 강렬한 이미지를 담았지만, 그 자체로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그림을 보여주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라고 충고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충격을 받고, 그 그림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강사의 말에 주의를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작년에 했던 철학사 강의 슬라이드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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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슬라이드를 만들다 보니, 과거에 bullet points를 써서 마치 교과서 쓰듯 만들던 슬라이드가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이제 철저하게 이미지 중심으로 슬라이드를 만들고, 텍스트로 전달하던 내용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설명함으로 전달해야겠죠. 앞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강의를 할 생각을 하니 미리 흥분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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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프리젠테이션의 대가라고 부를 수 있는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에는 택스트가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는 제품 사진, 그래프, 숫자 등을 활용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전합니다. 그의 슬라이드쇼는 여백의 미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들이 그를 집중해서 바라볼 수 밖에 없죠. 스티브 잡스의 스타일을 연구해 보면 프리젠테이션 기술에 대해 배울 내용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다음은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에서 제가 발견한 몇 가지 특징입니다.

1. 슬라이드와 연사의 역할을 분담하라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하는 실수가, 슬라이드를 그대로 읽는 것입니다. 하지만 슬라이드를 읽어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회중에게 읽도록 슬라이드만 띄워 놓고 연사는 사라져버리는 것이 좋겠죠. 이는 슬라이드와 연사가 혼연일체 (?)가 되었기 때문에 슬라이드, 또는 연사가 불필요한 존재가 되는 현상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철저하게 자신의 역할과 슬라이드의 역할을 구분합니다. 그는 슬라이드를 통해서는 시각적인 효과만 주고, 중요한 내용은 자신이 전달합니다. 즉, 자신이 솔로 가수 역할을 하고, 슬라이드에겐 반주자 역할을 맡기는 것이지요.

강의를 하다 보면 어느새 슬라이드를 읽고 있다면, 슬라이드와 연사의 역할분담에 실패한 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내 역할은 무엇이고, 슬라이드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겠죠.

2. 슬라이드를 고려해서 프리젠테이션을 작성하라
전에 어느 강사는 사람들이 슬라이드를 쓴다고 하니까 자신도 슬라이드를 쓰려고 강의 노트를 복사해 슬라이드를 만들더군요. 이렇게 만든 슬라이드는 시각적 충격을 줄 수가 없겠죠. 슬라이드가 살려면 프리젠테이션을 슬라이드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슬라이드를 중심으로한 프리젠테이션을 잘합니다. 예를 들어, 그는 iTunes에서 영화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는 자리에서 영화를 공급할 영화사들의 로고를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이런 회사들이 영화를 공급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슬라이드에 나온 영화사들이 대부분 영세 영화사들이라 별 감흥이 없고, '저런 영화사에서 제공하는 영화라면 인기 없는 영화 뿐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었죠. 하지만, 곧이어 그는 헐리웃 주류 영화사들의 로고가 가득 담긴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그리고 이런 회사들도 공급한다는군요."하고 별일 아닌 듯 덧붙입니다. 장내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죠. 이는 그가 처음 부터 슬라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프리젠테이션을 구성했기 때문에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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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양한 시각효과를 이용하라
스티브 잡스는 슬라이드를 잘 활용하고, 말도 잘 하지만, 슬라이드쇼나 말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 도구를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그는 맥용 노트북에 무선 인터넷이 담긴 제품을 선보이며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 마술사가 여자를 공중에 띄워놓고 줄에 매달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하듯 링을 노트북 주위로 흔듭니다. 나중엔 다른 사람에게 그 노트북을 들고 무대 위의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로 떨어지도록 시키죠 (물론 아래는 쿠션이 깔린 상태). 그러면서 노트북의 움직임을 무선 인터넷으로 전송 받아 청중에게 보여줍니다. 물론 지금은 무선 인터넷이 워낙 일반화되었기에 그런 일에 대해 읽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겠지만, 당시로서는 이러한 행동들이 대단히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죠. 단지 슬라이드만 의존한다면 이처럼 깊은 인상을 남기기가 힘들 것입니다.

그가 슬라이드 이외의 시각효과를 이용한 또 다른 경우로는 OS9 장례식을 들 수 있습니다. 보통 OS를 다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할 때는 "새로운 버전이 잘 팔리고 있다"고 발표하고 끝나는데, 스티브 잡스는 장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관에다가 OS9를 넣는 모습을 보였으니 사람들은 애플이 얼마나 OS9을 잊고 OSX으로 옮겨가기 원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죠.

4. 드라마를 연출해라
스티브 잡스 프리젠테이션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프리젠테이션 마지막에 "One more thing"을 덧붙이는 것입니다. 보통 마지막에 발표하는 제품이 가장 충격적인 제품이기에 사람들은 긴장하고 끝까지 발표에 귀를 기울이게 되죠. 때로는 마지막에 "여러분이 앉은 의자 아래에는 마이티 마우스 교환권이 있습니다" 같은 솔깃한 발표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프리젠테이션을 구성을 하기 때문에 일반인과 언론이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좋아하기 마련이죠. 많은 드라마나 영화는 처음에는 재미있지만, 나중엔 맥이 풀리고 시시하게 끝납니다. 프리젠테이션이 성공하려면 청중의 마음을 끝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구성을 해야겠죠.

5. 우뇌를 개발하라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을 따라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성공적으로 그만큼 프리젠테이션을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의 프리젠테이션은 그의 감수성과 창조성의 표현이지, 단지 몇가지 공식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이죠.

인간의 좌뇌는 논리적이지만, 우뇌는 창의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술가 중엔 우뇌가 발달한 사람이 많다고 하죠. 한국은 왼손잡이를 박해할 정도로 우뇌와 거리가 먼 사회입니다 (우뇌는 신체의 왼쪽을, 좌뇌는 오른쪽을 담당하죠). 하지만 논리적인 좌뇌 뿐 아니라 창의적인 우뇌를 잘 쓰는 사람이  주도하는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습니다. bullet point별로 요점을 정리해놓고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형적으로 우뇌에 따른 사고를 하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인 프리젠테이션이 나오려면 평소에도 우뇌를 계발해야 합니다. 저도 우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A Whole New Mind를 읽고 나서 저의 프리젠테이션 방식에 대해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프리젠테이션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대에 잘 맞는 삶을 살려면 우뇌를 계발하는 노력을 해야겠죠. 그러다 보면 프리젠테이션 실력 향상은 부록처럼 따라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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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S의 부활

기술, 장비 2008/02/26 22:06
90년대 컴퓨터 OS에 관심이 많았던 분이라면 BeOS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BeOS는 애플에서 매킨토시 개발을 맡았던 장-루이 가세 (Jean-Louis Gassée)가 1991년에 세운 Be Inc.에서 만든 운영체제로 처음부터 최신형 하드웨어에 맞게 개발하였기에 구식 하드웨어와 구식 프로그램까지 고려해야 하는 다른 운영체제보다 효율이 뛰어났고, 특히 멀티미디어 환경이 뛰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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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BeOS는 자체 하드웨어인 BeBox를 위해 만들어 졌지만, 나중엔 BeBox를 포기하고 매킨토시에서 돌아가는 운영체제로 발전하였습니다. 당시 맥 OS는 워낙 낡아서 새로운 수혈이 필요했는데, 애플에서는 새로운 운영체계 프로젝트인 코플랜드가 별 진전이 없자 아예 BeOS를 사기로 결정하고 Be Inc.와 협상을 벌입니다. 만약 이 협상이 성공했으면 지금 매킨토시의 OS는 BeOS가 발전한 형태였겠지요.

하지만 애플에서 쫓겨난 기억이 있던 장-루이 가세는
이 기회에 애플을 혼내주려고 작정한 듯 지나치게 높은 가격 (4억 달러, 지금 환율로 거의 4천억원)을 고수합니다. 애플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BeOS를 포기하고, 대신 4억 2천9백만 달러를 주고 NeXT를 인수합니다. 애플 출신인 스티브 잡스가 세운 NeXT는 유닉스를 기반으로 한 NeXTSTEP이라는 OS를 보유하였기에 이 OS를 매킨토시의 차세대 OS로 채택하기 원했던 것이지요.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하자 Be Inc.는 갑자기 곤경에 빠집니다. 제대로 수익이 난 적이 없는 회사가 당장 현금이 들어올 길도 막막해지자 전략을 바꿔 BeOS를 인텔 CPU용으로 전환합니다. 매킨토시보다는 인텔 머신이 훨씬 많기 때문에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가려는 전략이었죠.  하지만 인텔 머신 시장은 윈도우가 장악하고 있었기에 새로운 운영체제가 들어올 자리는 없었고, 결국 2001년 Be Inc는 문을 닫고 팜에 인수됩니다. 팜은 BeOS의 멀티미디어 기술을 코발트 OS에 적용하는데, 문제는 팜이 코발트를 포기하면서 BeOS는 완전히 잊혀진 운영체제가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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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에 BeOS를 오픈소스로 재창조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BeOS가 부활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오픈소스 BeOS의 이름은 Haiku입니다. 현재 하이쿠는 VMware상에서 돌아가는 형태로 개발중인데, 앞으로는 자체 부팅이 가능한 버전도 개발한다고 합니다. 하이쿠 프로젝트는 BeOS R5 버전을 재창조한 후, 계속 개선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즉, 단지 추억의 운영체제를 맛보는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끊임 없이 개발이 이루어지는 살아 있는 운영체제가 탄생하는 셈이지요.

저도 90년대 중반에 BeOS의 명성을 듣기만 하고 써 보지는 못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성능을 체험해 보겠네요. 앞으로 개발이 완료되고 응용 프로그램도 많이 나와서 유용하고 사랑받는 응용체제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 자료- Bits of News,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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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지난주 맥월드 엑스포에서 스티브 잡스가 발표한 iTunes Store 영화 렌탈 서비스를 이용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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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무슨 영화를 대여할찌 결정해야겠죠. 흥미롭게도 iTS에는 대여 가능 무비만 모아놓은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메인 페이지에서 Power Search를 선택한 후, Movies를 고르면 사진과 같이 대여 가능한 영화만 검색 옵션이 나옵니다. 여기서 영화 제목을 넣지 않으면 렌탈 가능 영화만 나옵니다. 지금은 300여편만이 대여 가능으로 나오네요. 곧 1000편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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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보고 싶던 Saved를 선택했습니다. 이 영화는 일종의 사회 비평이 들어간 코미디인데, 워낙 미국적인 영화라 한국에는 전혀 유명하지 않죠. 주로 코미디를 기대하고 봤는데, 앞부분은 코미디, 뒷부분은 사회비평의 공식을 따랐더군요. 전체적으로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세 개를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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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무비를 선택하고, iTunes Store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메뉴 부분에 대여한 동영상이라고 나옵니다.

영화는 대여 직후에 재생이 가능합니다. 물론 파일 전체를 다운로드하는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처음 30초 정도만 기다리면 이미 받은 부분을 재생하면서 나머지 부분을 알아서 받죠. 선택하고 즉시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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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을 시작하면 오른쪽 위에 몇 시간 후에 만료된다는 표시가 나옵니다. 재생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생이 불가능해지고, 파일은 곧 삭제됩니다. 대여 규정에 따르면 일단 렌트를 하고 30일 내에 재생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재생을 시작했으면 24시간 내에 영화를 끝내야 합니다. 즉, 오늘 오후 3시에 시작했으면 내일 오후 3시 이후에는 영화를 못보는 것이지요. iTunes의 규정에 나오는 "기간 내에는 자기가 원하는 만큼 영화를 봐도 된다"는 구절에서 혼동을 느끼는 분도 있겠지만, 이 말은, 오늘 오후 3시에 재생을 시작했으면 내일 오후 3시까지 여러 번 영화를 봐도 된다는 말입니다.

사실 저는 영화를 한 번에 다 못보고 며칠에 나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방식으로 보려니 조금 마음이 급해지더군요. 물론 아주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영화라면 다르겠지만, 하루에 조금씩 보기엔 24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결국 24시간이 거의 다 된 시점에서야 시청 종료...

스티브 잡스가 자막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실제로는 자막을 지원하는 영화가 거의 없더군요. 한국인으로 자막 없이 외국 영화를 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죠. 저도 중요한 부분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장면이 몇 번 있고 나니까 좀 답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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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화질은 그냥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화면의 크기는 640x345 더군요 (캡쳐화면으로 계산했기에 조금 오차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15인치 MBP에서 보기에 DVD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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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렌트한 영화를 아이팟으로 옮겨보겠습니다. 제 iPod은 3세대 iPod nano라 영화를 보기에는 스크린이 너무 작기는 하지만, 실험정신으로 도전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도전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간단하더군요. 영화를 대여한 상태에서 재생 가능한 iPod (5.5세대 까지는 안되고, 그 이후의 iPod은 재생 가능하다고 합니다)를 연결하면 위와 같은 화면이 뜹니다. 사용자의 iTunes 보관함에서 아이팟으로 이동을 누루면 영화 파일이 옮겨지죠. 화면이 작다고 인코딩을 하지 않고, 통채로 옮깁니다. 이 파일이 1.05기가니 옮기는데 시간이 조금 들긴 합니다.

어쨌든 한 번 옮기고 아이팟에서 영화를 선택하면 마지막으로 재생했던 위치에서 다시 영화가 재생됩니다. 단, 이렇게 iPod으로 영화를 이동한 상태에서는 컴퓨터에서 영화를 볼 수가 없습니다. 컴퓨터에서 영화를 다시 보려면 아이팟에서 컴퓨터로 화일을 이동해야죠.

전반적으로 서비스 자체에 대해서는 만족했지만, 2.99달러라는 가격은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신작은 3.99달러이고, HD로 보려면 1달러를 추가로 내야 합니다 (HD영화는 아직 안보이더군요). 물론 미국은 땅이 넓고 비디오 가게에 한 번 가려고 해도 차로 10분 이상 가야 하는 지역이 많기에, 이 정도 가격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2000원 미만으로 집에서 5분 거리에서 비디오 빌려보는 저로서는 가격이 부담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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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마케터이자 블로거인 Seth Godin도 iTS의 비디오 렌탈 가격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더군요. 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블록버스터 (미국의 유명한 비디오 대여점)는 DVD를 15-20달러에 구입해서 30-40번 대여한다. 이는 한 번 대여할 때 마다 50센트를 얻는다는 말이다. 여기에 집세, 인건비, 사업비 조달 비용 등을 빼야 이익이다... 그런데 온라인 대여를 하면 이러한 비용이 모두 사라진다. 그렇다면 왜 온라인 대여료가 비디오 가게의 대여료와 비슷해야 하는가?

물론 온라인 대여 사업이라고 비용이 전혀 안들리는 없겠지만, 오프라인 대여점보다 운영비가 적게 든다는 말은 사실일 것입니다. 세스 고딘은 온라인 대여가 확실히 성공하려면 아예 대여료를 50센트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만약 영화사들이 저렴하게 온라인으로 영화를 공급한다면, 소비자는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 습관을 키울 것이고, 결국은 영화사도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겠죠. 얼마 안되는 돈으로 편하고 떳떳하게 문화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면 굳이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않을 사람이 많을테니까요.

그렇게 볼 때 앞으로 iTunes Store의 영화 렌탈 서비스에 더 많은 영화가 제공되고, 가격이 내려간다면, 영화산업 전체에 큰 변화가 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최근 미국의 음반 업계는 몇몇 소비자를 고발해 불법 다운로드의 댓가로 수억원을 청구함으로 소비자들을 겁주는 전략을 썼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치사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괴롭힌다면 소비자는 더욱 음반사를 괴롭힐 방법을 찾게 되겠죠. 그에 비해, 소비자가 쉽고 경제적으로 컨텐츠를 구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면 소비자도 좋고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좋을 것입니다. 아직은 컨텐츠도 부족하고 대여료도 비싼 iTunes Store가 새로운 컨텐츠 유통의 모델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나오면 더욱 좋겠네요.

P.S. 저는 미국을 방문할 때 만든 은행계좌로 iTunes Store 계좌를 만들었는데, iTS계좌가 없는 분은 전에 쓴 한국에서 iTunes Store 계정 만드는 법 정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단, 렌탈을 위해서는 계정만 만들어서는 안되고 계정에 돈이 있어야 할테니, 렌탈을 원하신다면 이베이 등을 통해 iTunes gift card를 구입하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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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열린 맥월드 엑스포의 하일라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인 맥북에어의 발표였죠. 하지만 이처럼 화제를 모은 제품보다 더욱 의미 있는 결과는 엑스포 참가업체가 작년에 비해 100곳이나 증가한 475곳이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이와 함께 엑스포 관람객도 작년보다 만 명 증가한 5만명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엑스포가 성황을 이룬 이유는 바로 맥 사용자가 늘었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가트너가 발표한 2007년 4분기 PC 판매 실적을 보면,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6.1%로 2년전의 3%대에서 거의 두 배가 증가하였습니다. 만년 3%대였던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2년 사이에 갑자기 증가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빗 포그는 이에 대해 "비스타 때문이다"라는 조금 엉뚱한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즉, 비스타를 설치하기 위해 새로운 컴퓨터를 구입해야 하고,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익혀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는 "차라리 그러한 노력이면 바이러스 없고 예쁜 맥을 쓰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냐는 추측입니다.

물론 포그는 유머를 많이 섞어 칼럼을 쓰기 때문에 그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포그가 말한 대로 "12개월 만에 [사용자가] 35%나 증가한 원인"이 무엇일찌 궁금해지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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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맥 사용자 증가의 원인을 찾으려면 사회학에서 말하는 티핑 포인트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티핑 포인트는 처음에 변화의 요인이 생길 때는 전반적으로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지만, 변화의 요인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많아진다면, 갑자기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뜻합니다. 티핑 포인트라는 개념을 발견한 모튼 그로진스에 따르면, 백인 지역에 흑인 가정이 조금 이사온다면 아무런 변화도 없지만, 이사오는 흑인 가정의 숫자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갑자기 백인 가정들이 집단적으로 이사를 가버린다고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맥 사용자의 증가는 단지 지난 1-2년 사이에 대단한 변화의 요인이 생겨서가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점차 일어나던 변화가 쌓이면서 대중에게 매킨토시가 대단히 매력적인 제품으로 보이는 티핑 포인트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쌓여온 변화의 원인들은 무엇일까요? 물론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몇가지 중요한 원인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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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티브 잡스의 귀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세운 애플 컴퓨터에서 쫓겨난 후 NeXT 컴퓨터를 세우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그가 없는 사이에 애플은 존 스컬리, 마이클 스핀들러, 길 아멜리오 등이 이끌었지만, 누구도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 애플을 이끌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애플은 초점을 잃고 수많은 그저 그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전락하였지요.

그런 상황에서 애플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우선 애플의 제품 라인을 단순화하고, 일관된 정책을 따라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방향성이 없는 회사였던 애플은 세상을 놀라게할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회사로 거듭났고, 매킨토시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점차 증가하였습니다.

2. 주변기기의 호환성 향상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돌아온 후 내놓은 첫 작품은 iMac이었습니다. 아이맥은 당시로는 혁신적으로 USB를 채택한 컴퓨터입니다. USB가 중요한 이유는, USB로 인해 PC용 주변기기를 맥에 쉽게 연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그 전까지 맥 사용자는 키보드나 마우스, 외장하드 등을 구입할 때 매우 비싼 맥 전용 제품을 사야 했죠. 하지만 이제 USB로 인해 PC용 주변기기의 대부분을 맥에서 쓸 수 있고, 따라서 주변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니터, 랜, 무선랜, 블루투스 등 모든 면에서 맥은 PC와 동일한 방식을 선택했고, 따라서 맥 사용자가 PC사용자보다 주변기기에 훨씬 많은 돈을 쓰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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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디지털 허브 시대 개막

스티브 잡스가 2001년 맥월드 액스포에서 "맥을 디지털 허브로 삼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디지털 허브라는 전략에 따라 음악 관리 프로그램 iTunes를 계속 발전시켰고, 영상을 편집하기 위한 FinalCut Pro와 iMovie, 사진을 관리하기 위한 Aperture와 iPhoto, 음악 작업을 위한 Garage Band 등을 발표하거나 업데이트 하였습니다.

이제 맥은 전문가나 일반 소비자 모두를 위한 디지털 허브로 손색이 없는 기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기기와 컴퓨터를 연결해 컨텐츠를 만들고 즐기는 시대에, 스티브 잡스의 디지털 허브 전략을 빛을 발하는 것이지요. 또한 애플은 아이팟을 점차 개선해 미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는 사람들에게 애플을 알리고 애플 제품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음이 분명합니다.

4. OSX 시대 개막
맥 OS는 80년대 이후 90년대 중반까지 큰 발전이 없었습니다. 애플은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고자 코플랜드라는 OS를 개발하다가, 결국 이마저 여의치 않자 NeXT 컴퓨터를 인수하여 NeXT의 OS를 맥에서 활용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NeXT 컴퓨터를 운영하던 스티브 잡스는 애플로 돌아오게 되지요.

결국 NeXTSTEP을 바탕으로 새롭게 탄생한 Mac OSX는 맥의 인터페이스를 물려받긴 했지만, UNIX를 기반으로 하기에 과거의 맥 OS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처럼 컴퓨터의 OS를 바꾸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지만, 당시 맥사용자 사이에는 "새로운 OS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에 맥 OSX으로 이주가 원활히 진행되었습니다. 초기엔 과거 맥 OS와 다른 점이 많기에 사용자들이 혼동도 많이 느꼈고, 제품의 완성도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예를 들어, 퍼블릭 베타는 실제로는 알파 수준이였고, 정식 발매한 버전은 퍼블릭 베타 수준이라는 말도 돌았죠), 10.5판인 레오파드가 나온 지금, Mac OSX는 매우 안정된 운영체계로 자리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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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Intel CPU로 이전
스티브 잡스는 2005년 WWDC에서 "매킨토시의 CPU를 인텔로 바꾸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러면서 이미 인텔에서 작동하는 Mac OSX의 모습을 시연하죠. 이처럼 OS의 이식이 빨랐던 것은 OSX이 쉽게 다른 플랫폼으로 이전을 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인텔 CPU를 씀으로 저렴한 가격에 빠른 CPU를 공급받게 되었죠. 또한 모토롤라/IBM CPU를 쓰던 시절의 고질적인 문제인 CPU 공급/개발 지연 문제도 해소하게 되었습니다.

소비자로서는 맥에서 윈도우를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유익입니다. 과거에도 Virtual PC 등의 솔루션이 있긴 했는데, 소프트웨어 기반이다 보니 너무 느렸기에 쓰기가 거의 불가능했죠. 이제는 Parallels 등의 소프트웨어를 써서 맥 OS 상에서 윈도우를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예 Windows로 부팅을 해서 Windows machine 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작년 PC월드는 MacBook Pro를 가장 빠른 노트북이라고 발표하였죠.

이처럼 많은 원인이 모여 매킨토시는 매우 매력적인 컴퓨터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애플은 마이너를 자처하듯 외장 기기도, CPU도 주류의 흐름을 거부했는데, 지금은 주류와 동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보이는군요. 따라서 소비자도 과거에는 맥을 쓴다는 이유 만으로 비주류일 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현실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물론 이는 외국의 상황이고, 한국에서는 맥 사용자가 겪는 불편함 (특히 익스플로러와 액티브 X 중심의 인터넷 환경)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죠. 아마 한국에서 맥 사용자가 크게 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이러한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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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최근 맥월드 엑스포에서 스티브 잡스가 발표한 맥북에어로 인해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블로고스피어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많은 블로거가 애플의 신제품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였지만, 그중에는 이 제품에 대한 기대보다는 실망을 표현한 사람이 더 많아 보이는군요. 아직 발매가 시작되지 않았기에 사용자의 반응을 알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첫인상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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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에어는 초경량 (ultra-portable) 노트북입니다. 이 제품의 무게는 1.3kg밖에 안 되죠. 그에 비해 모니터는 13.3인치로 기존의 맥북보다 작지 않습니다. 즉, 모니터의 크기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본체의 무게는 대폭 줄였다는 뜻입니다.

흔히 초경량 노트북의 대표로 언급하는 소니 바이오 TZ와 맥북 에어를 비교해 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니 바이오 TZ vs 애플 맥북에어
무게- 1.2 kg vs 1.3kg
높이 (가장 두꺼운 부분)- 3cm vs 1.9cm
스크린- 11.1 인치, 1366x768 vs 13.3인치 1280x800
CPU- Intel Core 2 Duo U7500 1.06GHz vs Intel Core 2 Duo 1.6GHz
메모리- 1GB PC2-4200 533MHz vs 2GB PC2-5300 667Mhz
하드 드라이브- 100GB 4200 rpm IDE vs 80GB 4200 rpm IDE
비디오카드- Intel GMA 950 vs Intel GMA X3100
광학 드라이브- 8x dual layer DVD burner vs none
무선 네트워크- 802.11n + Sprint Mobile Broadband vs 802.11n
가격- 2,099 달러 vs 1,799 달러
(자료 출처-dealmac)

물론 다양한 차이를 모두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전체적으로는 DVD를 제외한다면 맥북에어가 바이오 TZ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아 보이네요.

하지만, 많은 소비자는 맥북 에어가 지닌 한계 (소비자가 밧데리를 교체할 수 없음, 이더넷 포트가 없음, 외장 DVD를 별도로 들고 다녀야 함 등)에 주목하였고, 따라서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실망도 컸는지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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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애플로서 가장 듣기 거북한 비판은 "맥북에어는 큐브를 연상케 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큐브는 애플이 2000년에 발표한 컴퓨터로 본체 전체가 작은 큐브 모양이었습니다. 이 제품은 아이맥과 파워맥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제품이었는데, 문제는 작고 세련된 외관을 위해 업그레이드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기 어려웠고, 가격에는 아이맥에 밀리고, 성능에는 파워맥에 밀려서 결국 2001년 단종되고 말았죠.

맥북에어를 처음 접한 사람은, 이 제품도 가격에는 맥북에 밀리고, 성능에는 맥북프로에 밀리리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이 제품도 큐브 못지않게 빠르게 시장에서 퇴출당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맥북에어를 큐브와 비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큐브는 휴대용이 아닌데 괜히 작게 만든 제품이고, 맥북에어는 휴대를 위해 작게 만든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즉, 예쁜 외관을 제외한다면 뚜렷한 장점이 없는 큐브에 비해, 맥북에어는 "휴대성이 좋은 휴대용 장비"라는 분명한 장점이 있는 제품이지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비싸면서도 기능이 제한된 맥북에어를 구입할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스티브 잡스의 노트북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그는 맥북프로를 쓸지 모르죠. 하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스티브 잡스가 무거운 15인치나 17인치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왠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맥북은 그보다 가볍기는 하지만, 성공한 사업가가 쓰기엔 조금 투박한 느낌입니다. 그에 비해 맥북에어는 무게나 크기, 디자인이 스티브 잡스에게도 잘 어울릴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뿐 아니라 많은 사업가, 또는 중년의 회사원들은 세련된 양복에 어울리고, 서류가방에 넣어도 크게 무겁지 않은, 세련되고 가벼운 노트북을 원할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맥북에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즉, 맥북에어는 젊은이들 보다는, 조금 나이가 들고 재정적 여유가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제품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애플에서 맥북에어에 1000달러에 달하는 SDD옵션을 제공하는 이유도, 이 제품의 주요 타겟이 성능을 위해선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애플은 단지 맥북과 맥북프로의 틈을 메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가볍고 세련된 노트북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맥북에어를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그에 비해 지금 나오는 불만은 맥북과 맥북프로 사이의 가격대 성능비를 기대했던 소비자의 반응이기에, 이 제품이 성공할 찌를 예측하기 위한 자료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맥북에어가 애플의 기대대로 많은 사랑을 받을지, 아니면 큐브 처럼 빠르게 시장에서 도태될지는 애플이 맥북에어의 주요 구매자로 삼은 연령층의 반응에 달렸을 것입니다.

P.S. 오늘 (1월 30일) 보니까 Roughly Drafted에 Is the MacBook Air Another Cube?라는 글이 올라왔군요. 흥미롭게도 제가 쓴 글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거의 두 주 먼저 썼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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