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블로깅'에 해당되는 글 30건

  1. 2010/05/19 페이스북과 트위터 (8)
  2. 2010/05/13 페이스북과 인터넷의 미래 (3)
  3. 2010/05/03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7)
  4. 2010/04/30 트위터와 정보의 민주화 (2)
  5. 2009/08/13 책과 잡지 (17)
  6. 2009/06/24 독재와 인터넷 (2)
  7. 2009/05/21 한국에서 블로그가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는 원인 (4)
  8. 2009/05/09 스티브 잡스는 왜 같은 옷만 입을까? (7)
  9. 2009/04/29 비범한 사람 (7)
  10. 2009/04/10 지식과 창조성 (18)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최근 인터넷의 큰 흐름으로 떠오른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두 서비스의 규모를 따져 본다면, 페이스북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용자가 4억 명에 달하고, 트위터는 전체 가입자 7천5백만 명 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이 20% 미만이라는 점에서 페이스북이 몇 배 크다는 사실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가끔 트위터 관련 기사가 보일 뿐입니다. 이는 트위터라는 매체가 언론인이 활용하기에 좋고, 따라서 트위터에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언론인이 매력을 느끼니 트위터에 대한 기사가 비교적 자주 나오는 것이죠.

트위터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에 좋은 서비스입니다. 트위터의 핵심인 follow는 내가 상대방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행위기에, 상대방이 내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내 정보를 받아들이겠다고 팔로우를 하면 나도 상대방의 정보를 받아들이도록 팔로우를 해야 한다(이른바 맞팔)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자발적인 선택이지 상대방에게 강요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처럼 트위터가 일방적 정보 전달에 유용하기에 트위터의 세계에선 유명한 사람의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사실 한국에 그나마 트위터 사용자가 늘어난 것은 몇 명의 유명 인사와 트위터를 대단히 사랑하는 트위터 전문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트위터에 계정 하나 만들고 이렇게 트위터 계에서 유명한 사람 몇 명 팔로우 하다 보면 트위터 하는 재미가 생기기 때문이죠. 실제로 KAIST 연구팀이 트위터 전체 사용자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트위터 전체 사용자의 22%만이 맞팔을 한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일방적으로 연결된 관계라는 뜻이죠.

이에 비해 페이스북은 철저하게 쌍방향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페이스북의 핵심인 Friend 관계는 한쪽이 요청을 보내 다른 쪽이 동의한다면, 그때부터 두 사람은 동등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 관계에서 나는 상대방의 소식을 들을 권리가 있고, 상대방도 나의 관계를 들을 권리가 생기죠. 그래서 페이스북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Friend request를 보내지 않는 것이 좋고, 보낸다고 해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Friend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말은 정보를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는 뜻인데, 모르는 사람과 이처럼 친밀한 관계를 맺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이러한 관계 연결방식의 차이 때문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이용 패턴은 뚜렷하게 구분이 됩니다. 트위터에선 팔로워가 많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마음껏 할 권리를 얻는 셈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계에서 정보를 매개하는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합니다(신문을 보니 카이스트 팀은 팔로워가 많다고 RT가 많이 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는데, 어쨌든 팔로워가 많으면 많은 사람이 메시지를 접하고, RT가 될 가능성이 올라가긴 하겠죠).

트위터에서 Retweet이 전파되는 모습. 몇 명의 Tweet은 특별히 많이 퍼짐. 카이스트 연구팀의 자료


페이스북은 내가 상대방의 정보를 들여다볼 권리는 얻는 대신 상대방에게도 내 정보를 들여다 볼 권리는 주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는 Friend를 맺지 않게 되고, 결국 Offline에서 나와 친한 주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마련입니다. 이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나와 팔로워/팔로윙 관계의 대부분인 트위터와 매우 다른 점이죠. 페이스북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기에, 대부분의 페이스북 사용자는 200명 정도의 친구가 있을 뿐, 500명 넘는 친구를 맺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비교적 소수와 정보를 교환하다 보니 보편적으로 유용한 정보보다는 개인의 삶과 관계된 정보를 많이 올리게 됩니다. 물론 트위터에도 개인적인 정보를 올릴 수 있지만, 이럴 경우 나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에 대해 관심을 표명해 온다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나 오늘 여친과 롯데월드 갔다 옴"이라고 쓰면 친구들이 "놀이기구 뭐 탔는데?"하고 질문해도 괜찮지만, 같은 질문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놀이기구 뭐 타셨어요?"한다면 과연 답변을 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트위터에 객관적인 정보를 올리고, 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질문할 때 추가로 답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관계가 다르니 자연스럽게 올리는 정보도 달라지는 것이죠.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페이스북은 친교를 위한 장이고, 트위터는 정보 제공을 위한 장으로 역할이 구분됩니다. 물론 페이스북에서도 친구들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트위터에서도 교제를 나눌 수도 있지만, 각 서비스의 특성상 특정한 역할에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왜 한국에서 트위터의 바람은 불어도 페이스북의 바람은 불지 않는지 설명해줍니다. 트위터는 내 주변에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어도 가입해서 몇 명의 유명인을 팔로우 하기만 해도 유용합니다.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내 주변에 사용자가 별로 없다면 거의 쓸모가 없는 서비스죠. 한국에서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적기 때문에 유용성이 떨어지고,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늘지 않는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입니다. 이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라는 페이스북의 특징상 피하기 어려운 문제죠.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자면 페이스북은 이미 세계인의 상당수가 활동 중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데 유용하고, 이렇게 유용하기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많은 선순환 구조를 보입니다. 그에 비해 트위터는 트위터라는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만 가입하고, 가입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어서 앞으로 얼마나 성장을 유지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두 서비스가 어떻게 성장할지, 그리고 한국에서 두 서비스가 정착에 성공할지 궁금해지는군요.

P.S. 저는 내일 아침부터 10일에 걸쳐 회의 및 출장을 다녀옵니다. 혹시 중간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분은 제 트위터 계정( @cimio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스북과 트위터  (8) 2010/05/19
페이스북과 인터넷의 미래  (3) 2010/05/13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7) 2010/05/03
트위터와 정보의 민주화  (2) 2010/04/30
책과 잡지  (17) 2009/08/13
독재와 인터넷  (2) 2009/06/24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Facebook이 방문자 수 기준으로 구글을 추월했다는 소식은 페이스북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에겐 매우 충격적으로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때 전 국민이 싸이월드에 접속했듯,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거의 절반이 가입한 페이스북이 가장 방문자가 많은 사이트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구글은 검색 결과를 보고 다른 페이지로 옮겨가지만,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의 특성상 한 번 접속하면 오랜 시간 머물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인터넷 사용시간 중 페이스북의 비중이 높다는 말이죠.

페이스북의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한 세기에 한 번 나오기 어려운 커뮤니케이션 혁명"이라고 자랑했습니다. 이처럼 페이스북을 중요하게 보는 근거는 페이스북이 익명성이라는 인터넷의 특성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인터넷은 익명의 사용자가 익명의 인물이 만든 웹페이지를 찾아다니는 공간이었죠. 익명성은 사생활 보호라는 점이 장점이지만,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할 수 없기에 정보를 신뢰하기 어렵고, 정보를 획득하는 사람의 신분도 확인할 수 없기에 정보의 전파과정을 파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즉,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만든 정보를 누군가가 전파하고, 다시 익명의 대중이 흡수하는 방식이었죠. 구글은 이러한 익명의 인터넷에 잘 어울리는 서비스입니다. 나는 무명의 정보 제공자가 되어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정보를 올리고, 구글은 이러한 정보를 가져다가 무명의 검색자에게 제공합니다. 이렇게 구글이라는 중계자를 통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간들이 정보를 주고받게 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모델은 다릅니다. 페이스북은 나와 친한 사람들이 관계를 통해 묶인 네트워크입니다. 페이스북에서 나는 익명의 존재가 아니고, 내가 올리는 정보는 나와 연결이 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정보를 그 정보를 올린 사람과 묶어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페이스북의 목표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구체적인 인간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계정으로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에 로그인 할 수 있도록 하는 Connect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이제 이러한 서비스에 가입한 사이트에서 페이스북 계정으로 접속하면 자신이 남긴 댓글이 페이스북에 연동하여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과거엔 사이트마다 다른 계정으로 접속했기에 자신이 인터넷 곳곳에 남긴 댓글이 연관성 없이 흩어져 있었지만, 이제는 내 댓글은 페이스북이라는 허브를 통해 일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러한 "정보의 개인화"는 사용자뿐 아니라 기업들에도 큰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기업은 사용자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기에 불필요한 광고를 많이 해야 했습니다. 인터넷이 탄생하기 전, 대중을 상대로한 광고(거리의 광고판, TV나 종합일간지의 광고)는 대부분 지독하게 비효율적이었죠. 미국의 기업가들이 "우리 회사 광고 예산의 절반은 낭비가 된다. 문제는 어떤 절반이 낭비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라고 말한다는 농담은 이러한 상황 때문에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TV에서 주방용 고무장갑 광고를 보는 시청자 중에 실제로 고무장갑을 구입할 사람이 몇%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고무장갑의 주 소비층을 찾아내 이들에게만 광고할 방법이 없어서 전 국민이 보는 매체를 통해 광고하고 그 중 타켓 구매층이 반응하길 기대했던 것이죠. 인터넷이 나오면서 상황은 조금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의 Adsense로 유명해진 문맥 광고는 문맥을 분석해 그와 연관된 광고를 띄워 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블로그가 컴퓨터와 관련된 글을 많이 싣는다면, 이 블로그를 찾는 독자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을 것이고,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관련 광고를 띄워주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방식이 과거의 무작위 광고보다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컴퓨터가 문맥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여전히 한계가 분명합니다. 말이란 매우 미묘하고 모호해서 컴퓨터가 이를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페이스북이 정보의 허브로 등장한다면 기업들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을 쓰는 사람은 나이, 성별, 직업, 종교, 결혼 여부 등을 프로필에 적어 넣습니다(이는 선택사항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러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떠한 사람이 인터넷에서 어떠한 행동양상을 보인다는 식으로 정보를 얻는다면, 이를 이용해 광고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LA에 거주하는 20대의 남성이 아바타가 나오기 전 이 영화의 트레일러를 가장 많이 클릭했다."는 정보가 있다면, 영화 배급사는 이들이 이 영화의 중요한 타겟 소비자라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나설 수 있습니다. 과거엔 "아바타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정확히 잠재적 관객의 나이이나 성별 등을 파악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이러한 정보를 페이스북에서 쉽게 얻게 된 것이죠.

물론 페이스북을 통한 정보의 개인화는 사생활 침해라는 중대한 위험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연애의 기록을 남기다 헤어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듯, 자신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는다는 사실이 꼭 좋은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페이스북의 대표 마크 저커버그는 개인의 사생활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여러 번 구설에 올랐기에 페이스북에 개인정보를 맡기기가 무섭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페이스북이 개인 정보를 악용하거나, 해커의 침투를 막지 못한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이기에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사용자에게 정보보호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페이스북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늘고, 이는 페이스북에 위기가 될 것입니다. 과연 페이스북이 인터넷 사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인터넷의 중심으로 성장할지 주목됩니다.

참고글- Great Wall of Facebook (Wired)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스북과 트위터  (8) 2010/05/19
페이스북과 인터넷의 미래  (3) 2010/05/13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7) 2010/05/03
트위터와 정보의 민주화  (2) 2010/04/30
책과 잡지  (17) 2009/08/13
독재와 인터넷  (2) 2009/06/24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인터넷은 무한한 정보가 있는 거대한 영역이지만, 막상 인터넷을 쓰는 사람은 특정한 사이트 몇 곳을 방문하게 됩니다. 포털은 이러한 사용습관을 이용해서 이메일, 뉴스, 경제정보, 만화, 블로그 등 사용자가 원할만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함으로 사용자를 붙들어 두고, 여기서 많은 광고 수입을 얻습니다. 하지만, 포털은 정보를 얻는 데는 유용하지만 인간관계를 돕는 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관계를 넓히고 유지하기 원하는 사람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이용하기 마련이죠. SNS의 좋은 예로는 싸이월드를 들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1999년에 시작한 관계 중심의 사이트로, 전 세계적으로 봐도 SNS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누구나 쉽게 작은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한때 "전 국민이 싸이를 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싸이월드의 인기는 급격하게 떨어졌고, 해외로 진출하려던 싸이월드의 노력도 변변한 결실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싸이월드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My Space와 Facebook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특히 Facebook은 미국에서 방문자수가 구글을 제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싸이월드는 시장 선도자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Facebook에게 밀려나게 되었을까요?

싸이월드의 큰 약점은 싸이월드가 한국인에게 특화한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싸이월드는 한국에서 시작한 서비스고,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방식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미니홈피의 디자인과 미니미, 미니룸 등은 모두 한국인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그래픽입니다. 이는 싸이월드를 외국으로 옮겨가려면 외국인에게 맞게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던지, 외국인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추길 기대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에 비해 페이스북의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고, 그래픽이 적기 때문에 어느 나라 사람이나 그럭저럭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단, 한국인이 보기에 페이스북의 디자인은 너무 심심하고, 그래서 한국인 중에 페이스북 사용자는 많지 않습니다). 또한, 싸이월드는 윈도우 중심인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맞춰 설계되었기에 윈도우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맥 사용자나 파이어폭스 사용자는 사용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다양한 환경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여러 나라의 환경을 반영하였기에 어떤 플랫폼이나 브라우저에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싸이월드는 외부에 대해 닫힌 체제(closed system)라는 점에서 페이스북과 차이가 큽니다. 싸이월드의 모든 서비스는 싸이월드에서 제공되고, 다른 회사는 싸이월드 사용자와 관계할 수가 없습니다(소수의 특수 관계 회사는 가능할지 몰라도,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죠). 그에 비해 페이스북은 API를 공개해서 다른 회사가 페이스북과 연동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Tripit.com에서 여행일정을 관리하는데, 이 서비스는 페이스북과 연동하기에 Tripit.com에 여행일정을 올리면 페이스북의 내 프로파일에 여행일정이 동시에 올라갑니다. 또한,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의 사랑을 받는 FarmVille이나 Mafia Wars 등도 페이스북이 많은 게임이 아니라 다른 회사들이 만든 게임이죠. 이처럼 다양한 회사들이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자신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하나의 플랫폼의 역할을 할 뿐이고, 서비스는 수많은 회사가 제공하죠. 이렇게 서비스 제공 회사가 많아지면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늘면서 광고수입이 늘기 때문에 페이스북에도 좋은 일입니다.

이러한 API 공개는 페이스북만이 아닌 최근 인터넷의 중요한 흐름입니다. 트위터도 API를 공개하였기에 다양한 관련 서비스가 생겨났는데, 한국어 메뉴를 지원하지 않는 트위터를 한글로 쓸 수 있도록 해주는 twtkr.com 도 그러한 좋은 예입니다. 만약에 싸이월드도 미국이나 일본에 자회사를 설치하는 대신, API를 공개하고 현지에서 싸이월드 서비스가 자생적으로 생겨나도록 했다면 어떨까요? 사실 싸이월드도 이러한 흐름에 자극을 받아서 API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는데, 지금으로선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도 장래가 밝지 않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을 하고, 따라서 인터넷의 중심도 데스크탑에서 모바일기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처음부터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로 업데이트가 가능했고, 페이스북은 각종 스마트폰으로 어플을 발표해서 실제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접속을 합니다(페이스북에 모바일 기기로 접속을 해서 글을 남기면 표시가 남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바일 기기로 접속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이제서야 모바일용 어플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는데, 컴퓨터에 특화한 싸이월드 디자인이 모바일용으로 얼마나 잘 표현될지도 의문이고, 어쨌든 페이스북 등 다른 서비스보다 대응이 훨씬 늦었다는 점이 문제로 남습니다(싸이월드가 모바일 기기용 어플을 늦게 내놓은 원인은 아이폰 도입이 늦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아이폰이 나오면서 모바일 기기용 어플 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이 빨리 시작되었는데, 한국은 작년 말에야 아이폰이 들어왔고, 그만큼 시장의 흐름에 늦게 반응한 셈이죠).

한국인이 만든 싸이월드가 SNS의 원조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페이스북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페이스북이 구글만큼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싸이월드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면 한국에서 구글만 한 기업이 나올 수도 있었다는 말이기 때문이죠. 결국,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아이디어나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을 읽는 눈과, 문화적 장벽을 넘어 여러 나라에서 통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됩니다.

관련글- 싸이월드가 남긴 거대한 공백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스북과 트위터  (8) 2010/05/19
페이스북과 인터넷의 미래  (3) 2010/05/13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7) 2010/05/03
트위터와 정보의 민주화  (2) 2010/04/30
책과 잡지  (17) 2009/08/13
독재와 인터넷  (2) 2009/06/24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저도 얼마 전부터 트위터를 시작했습니다(@cimio). 엄밀히 말하면 몇 년 전부터 계정은 있었는데, 거의 쓰질 않다가 최근에야 트윗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죠. 지금까지는 트위터를 무슨 용도로 어떻게 쓰는지 이해가 안 돼서 못썼는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감이 잡힙니다. 역시 모를 때는 직접 부딪쳐 봐야 깨달음이 오는 법인가 봅니다.

한 번에 140자밖에 쓰지 못하는 단문 서비스인 트위터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 잡은 것은 트위터를 통해 개인이 정보를 창조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트위터에 글(영어로는 이를 tweet이라고 하죠)을 쓴다면 이는 정보를 창조하는 예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작성한 웹페이지의 주소를 적는다면 이는 정보를 전달하는 예입니다. 지금까지 정보를 소비만 하던 대중이 트위터라는 간단한 서비스를 통해 정보의 주체가 된 것이죠. 트위터에 올리는 글은 짧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창조되거나 전달되는 정보의 양도 적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부담 없이 정보를 창조하고 전달할 수 있고, 남의 글을 읽기도 부담이 없습니다. 따라서 트위터는 정보를 대중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수준으로 창조하고 유통하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혁명적입니다.

트워터 사용자가 늘면서 사회에서 정보를 유통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왔습니다. 과거엔 활자 매체와 전파매체가 정보를 거의 독점했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포털, 또는 검색 사이트가 정보를 유통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가 정보의 유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과거엔 신문에 난 내용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고, 최근엔 네이버 첫 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는데, 이제는 트워터에서 많이 리트윗(남이 올린 트윗을 전파하는 행위)된 내용이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이죠. 이는 전통적인 매체나 포털엔 큰 위협으로 보이기 마련이고,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모 신문에서 트위터 중독의 위험을 경고하는 기사를 올린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보입니다.

한국에서 트위터의 인기는 아이폰의 인기와 연관됩니다. 특히, 아이폰이 발매된 작년 말부터 트위터 사용자가 급증한 사실은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트위터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할 수도 있지만, 이동 중에 쓸 때 더 큰 진가를 발휘합니다. 특히 생활 중에 발견한 특이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거나(엄밀히 말하면 트위터엔 사진을 올릴 수 없지만 연결된 서비스에 사진을 올리고 트위터에 링크를 걸 수 있습니다), 특정한 장소에 방문해서 foursquare 체크인을 하면서 이를 트위터에 전송하려면 스마트폰이 필수고, 특히 아이폰이 있다면 이러한 작업이 매우 쉽습니다. 그러고 보면 트위터는 생활 속으로 다가온 인터넷의 한 징후이고, 아이폰이 인터넷을 생활 속에서 즐기도록 돕는 기기이기에 아이폰과 트위터의 연결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인기가 별로 없던 트위터가 갑자기 인기를 끈 중요한 원인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트위터에 가입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김연아양이 트워터를 쓴다는 소문이 돌면서 트위터 가입자가 급증했다는 사실은 유명하죠. 지금은 김재동씨( @keumkangkyung ), 노회찬씨 ( @hcroh ), 이찬진씨 ( @chanjin )등 다양한 영역의 유명인사가 트위터를 쓰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팔로우(트위터에서 특정인이 올리는 트윗을 구독함)하면 유명인과 수평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색다른 경험입니다. 어떤 사람은 사회적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트위터 관리엔 크게 신경을 안 쓰기 때문에 트위터계에선 영향력이 적은 데 비해, 어떤 사람은 사회적으로 크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트위터를 잘 운영하기 때문에 트위터계에서 영향력이 엄청나게 큽니다. 독설닷컴을 운영하는 시사IN의 고재열 기자( @dogsul )는 자칭 '유명한 안 유명인'인데, 팔로워가2만명이 넘으니 "유명"하다고 할만 합니다. 이는 그가 한 번 글을 올리면 2만 명에게 자동으로 전달이 된다는 뜻이니까요.

트위터는 모든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수직적인 관계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매우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대기업의 말단사원이라면 내게 우리 회사의 회장님은 함부로 접근하기 힘든 존재겠죠. 하지만 트위터의 세계에서 나나 회장님이나 한 명의 사용자일 뿐이고, 내가 팔로워가 더 많다면 트위터에서 만큼은 내가 더 중요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트위터 세계에서 영향력의 근원이랄 수 있는 팔로워의 숫자는 지극히 민주적인 방법으로 결정됩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 팔로워를 많이 얻기 마련이죠. 이는 새로운 종류의 영향력이 탄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블로그도 글솜씨만으로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저도 블로그를 운영해 보면 포털이 밀어주지 않으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가 어렵습니다. 그에 비해 트위터는 포털이나 신문의 도움 없이도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기회라는 점에서 매우 새롭고 흥분되는 기회죠.

한국은 아직 트위터 사용자가 많지 않지만, 그만큼 사용자가 늘 가능성도 크다고 하겠습니다. 앞으로 트위터가 민주적인 정보의 광장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스북과 인터넷의 미래  (3) 2010/05/13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7) 2010/05/03
트위터와 정보의 민주화  (2) 2010/04/30
책과 잡지  (17) 2009/08/13
독재와 인터넷  (2) 2009/06/24
한국에서 블로그가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는 원인  (4) 2009/05/21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어제 보니 세상을 바꾸는 블로그의 한RSS 구독자가 700명에 달했더군요. 생각난 김에 구글 리더 구독자 수를 확인해보니 437명으로, 두 서비스만 합해도 구독자 수가 천 명을 넘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한RSS 구독자가 40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본다면 1년 만에 거의 20배로 구독자가 증가한 셈이군요.

재작년에 처음 블로그를 공개했을 때는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당시엔 다음 블로거뉴스에 원고를 보냈는데, 글이 베스트에 선정되면 하루에 몇만 명도 쉽게 오더군요. 하지만, 베스트에 자주 선정되다 보니 베스트에 선정이 안되면 불안해지면서, '어떻게 하면 다음 글을 베스트에 올릴까?'만 고민하게 되는, 일종의 중독현상이 나타나더군요. 게다가, 방문객이 많이 오다 보니 악플도 많이 달리고, 심지어 저를 공격하는 글을 올리는 블로거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방문자가 많아도 대부분 다음 블로거뉴스를 통한 방문자기 때문에 제 블로그 자체가 좋아서 오는 사람은 적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거 뉴스에 글을 보내지 않고, 블로그에 글을 자주 올리지 않자 방문자가 만 명대에서 백명대로 뚝 떨어졌죠. RSS 독자수가 적었다는 사실도 애독자가 적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 가을부터는 메타 블로그에 의존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블로그를 찾아오는 독자를 늘리기 위해 힘썼습니다. 그 결과 급격한 방문자의 증가는 없었지만, 조금씩 독자가 늘어났고, 특히 직접 방문자보다 RSS 구독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제 글을 정기적으로 읽는 독자가 많아졌습니다. 고정 독자가 늘면서 이제는 '읽는 사람도 없는데 괜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안 해도 되니 기쁩니다.

블로그를 운영할 때 책처럼 운영할 수도 있고, 잡지처럼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책과 잡지는 비슷한 듯하지만 매우 다른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책은 인기 있는 주제를 다루면 많이 팔리고, 인기 없는 주제를 다루면 많이 팔리지 않습니다. 물론 저자가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이라면 어떤 주제에 대해 쓰든 책이 잘 팔리겠지만, 이러한 경우는 매우 적겠죠. 따라서 책을 많이 팔려면 인기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에 비해 잡지는 한 번 독자층이 형성되고 나면 꾸준히 고정 독자들에게 팔려나갑니다. 특히 광범위한 독자를 대상으로 만드는 우리나라 잡지와 다르게, 서양의 잡지는 우표 수집, 자동차 모형 제작 등 특수 분야만 다루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잡지는 시류의 흐름과 무관하게 고유의 색깔을 낼 수가 있습니다.

블로그를 책처럼 운영한다면 사람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쓰고, 사람들이 메타 블로그나 검색엔진을 통해 찾아오기를 기다리겠죠. 이렇게 운영하면 늘 가장 인기가 높은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독자를 많이 모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류에 따라 주제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더 자극적인 주제, 더 자극적인 제목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가 쉽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에 비해 블로그를 잡지처럼 운영한다면, 블로그의 색깔을 분명히 밝히고, 이러한 색깔을 좋아하는 특정한 집단을 대상으로 글을 쓰게 됩니다. 이러한 블로그는 단기간에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는 없지만, 시류의 흐름과 상관없이 고정 독자층을 위해 글을 쓸 수 있겠죠.

저는 이 블로그를 잡지처럼 운영하기 원합니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 글을 사랑하는 소수의 고정 독자가 늘 찾아오는 블로그가 되기 원하는 것이죠. 그럴 때에 더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할 제목, 더 검색엔진에 노출되기 쉬운 제목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을 수 있고, 더 알찬 글을 쓰는 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앞으로도 기력이 다할 때까지 블로그를 운영할 작정입니다. 즉,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 수십 년간 블로그에 글을 올릴 계획이라는 뜻이죠. 이렇게 장기적으로 본다면 당장 인기를 끄는 것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겠죠. 그럴 때 결국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도 따라오리라고 봅니다.

RSS로 읽는 분이나 직접 찾아오는 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이 블로그를 운영할 힘을 얻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내용으로 글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TAG RSS, 블로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진은 몇 년 전 이집트를 여행할 때 찍은 사진입니다. 카이로에서 머물던 호스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인데, 위성 접시 안테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집트에 위성 접시 안테나가 많은 이유는, 이집트가 케이블TV라는 단계를 건너뛰고 위성방송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케이블TV가 제대로 발달하려면 케이블망을 심고 지역마다 신호를 배분해줘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많은 기초비용이 들어갑니다. 그에 비해 위성방송은 방송국에서 위성으로 전파를 보내고, 각 가정이 위성 접시 안테나를 설치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훨씬 적고, 따라서 케이블TV는 발달하지 않았지만 위성 방송은 발달하게 된 것이죠. 비슷한 이유에서 아프리카에는 유선전화보다 휴대전화가 더 빠르게 확산중이라고 합니다. 드넓은 초원에 곳곳마다 전화선을 까는 것보다, 휴대전화 기지국을 하나 세우는 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죠.

중동, 아프리카 하면 통신 기술이 낙후된 지역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러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야말로 전통적으로 비싼 통신 서비스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가난한 나라는 우편제도가 불완전하기에 우편물이 자주 분실되기 마련이고, 따라서 분실 우려가 없는 이메일 서비스가 인기를 끌기 마련이죠. 또한, 정치적 자유가 제한된 나라는 언론의 자유도 제한되기 마련인데, 그럴수록 사람들은 공식 언론기관이 아닌 인터넷을 통한 소식에 귀를 기울이기 마련입니다. 물론 가난한 나라 사람은 집에 컴퓨터를 갖다 놓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돈이 없겠지만, 그런 나라는 인터넷 카페가 발달하기에 부담 없이 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아프리카를 여행해보니 웬만한 지방 소도시에도 인터넷 카페는 꼭 있더군요. 그것도 7-8년 전 경험이니 지금은 인터넷 카페가 늘었던지, 아니면 개인의 컴퓨터 소유가 늘었을 것입니다.

인터넷의 보급은 단지 편리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의 권력구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독재자는 늘 정보의 흐름을 장악함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마련인데(그래서 쿠데타가 발생하면 방송국부터 장악하기 마련이죠), 인터넷은 본질상 하나의 중심부가 없는, 전형적인 불가사리 조직이라(Ori Brafman과 Rod A. Beckstrom가 쓴 The Starfish and the Spider참조) 정보의 흐름을 중앙에서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은 독재권력에 큰 위협이 되기 마련이죠. 중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는 체제에 위협이 되는 인터넷 사이트의 연결을 끊는 방식으로 인터넷을 통제하기도 하지만, 이는 자유로운 소통이 기본인 인터넷의 정신과 상충하기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경제가 발달할수록 인터넷에 의존하는 경제활동이 늘기 마련이고, 정부가 인터넷의 자유로운 사용을 막는다면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함부로 인터넷을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경제의 발전을 막고 독재국가란 오명을 얻으면서까지 인터넷을 통제하느냐, 아니면 권력 유지를 위해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인터넷을 통제하느냐는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죠.

현재 이란에서 진행되는 반정부 시위는 인터넷이 독재권력에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이란 정부는 국내외 기자들이 자유롭게 취재활동을 벌이지 못하도록 막는 중이고, 따라서 세계 유수의 언론조차 현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국내 언론은 당연히 정부의 통제하에 있기 때문에 시위사태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지 않겠죠. 하지만, 이란인들은 트위터 인터넷을 통해 시위 진행 소식을 주고받으며 정부의 언론통제에 맞서고 있습니다. 만약 인터넷이 없었다면,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의 한국인들처럼 "지금 소수의 폭도가 소동을 일으켰지만, 군에 의해 완전히 제압되었다."는 발표를 그대로 믿는 수밖에 없겠죠.

지금 이란 사태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는 것은 트위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http://twitter.com/Oxfordgirl 에는 현지소식이 영어로 계속 올라옵니다.) 트위터는 인터넷 뿐 아니라 휴대전화로도 글을 올릴 수 있기에 어디서나 새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를 든 사람이 시위 현장에서 사진이나 비디오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트위터로 소식을 전하면 이는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에게 전파가 됩니다. 정부가 이를 일일이 막기는 어려운 일이죠. 이는 곧 국민이 정보를 유통할 능력을 얻는다는 뜻이고, 정부의 정보독점에 대한 도전으로 작용하죠.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검열한다는 소식은 있지만, 아직 인터넷 사용을 제한한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만약 사태가 더 심각해진다면 트위터 사이트 등의 접속을 막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트위터가 막히면 사용자들은 이와 비슷한 다른 사이트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을 전면 통제하지 않는 이상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인터넷의 발달로 독재정부는 점차 설 자리를 잃는 중입니다. 만약 진정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면 인터넷을 통한 국민의 의사소통이 두려울 필요가 없겠죠. 부디 독재가 사라지고 세계 어느 나라나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위터와 정보의 민주화  (2) 2010/04/30
책과 잡지  (17) 2009/08/13
독재와 인터넷  (2) 2009/06/24
한국에서 블로그가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는 원인  (4) 2009/05/21
스티브 잡스는 왜 같은 옷만 입을까?  (7) 2009/05/09
비범한 사람  (7) 2009/04/29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얼마전 이정환님의 블로그에 보니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인 1위로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2위로 허핑턴 포스트라는 팀블로그 형태의 사이트를 창업한 아리아나 허핑턴이 뽑히는 등, 25명의 중요 언론인 중 블로그 관련자가 5명에 이를 정도로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글이 올라왔더군요. 역시 미국에서 블로그는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라, 전통적인 TV 방송국이나 신문사 만큼이나 중요한 주류사회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긴 전설적인 테크 칼럼니스트인 데이빗 포그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전파하는데 앞장서는 세스 고딘 등도 열심히 블로그를 운영할 뿐 아니라, 이들의 블로그가 엄청난 독자를 확보하였다는 사실을 봐도 블로그의 주류 진입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미국의 상황과 비교하면, 한국의 블로고스피어는 참으로 낙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것이 2007년말부터인데, 1년 반이 지난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더 후퇴하면 후퇴했지, 크게 발전한 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는 곧 전국민이 블로그를 만들고, 스타 블로거는 외국 처럼 엄청난 수익을 얻는 시대가 오리라는 흥분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블로그는 하나의 틈새 영역(niche)이 되어 버렸기에 일반인은 블로그를 생소해하는 분위기고, 블로그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도 2008년초까지는 다음 블로거뉴스에 송고해서 베스트도 여러 번 뽑히고 해서 잘 알지만, 하루에 만 명씩 찾아오는 블로그도 한달에 광고 수익 30만원 벌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 천 명 찾아오는 정도로는 생활비는 커녕 용돈도 안나온다는 뜻이죠. 그러니 "전업 블로거"는 미국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물론 블로거로 인기를 끌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내거나 강의를 해서 생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블로그 운영이 아닌, 작가와 강사로 생활비를 버는 것이기에 "전업 블로거"라고 하기가 어렵겠죠.)

블로고스피어의 침체는 한국적 인터넷 환경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미국은 기업가가 새로운 흐름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주류 언론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일반인이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창의성을 살려 인기를 끌고, 이는 좋은 컨텐츠의 대량생산으로 이어져 더욱 사용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보입니다. 짧은 글을 쉽게 올리는 트위터라는 서비스가 생겨나고, CNN 등 주류 언론이 이를 받아들여 트위터로 소식을 전하고, 일반인 사용자들 중에서도 트위터를 통해 재치있는 글을 올리는 사람이 늘고, 이처럼 주류 언론과 적극적인 일반인 사용자가 늘면서 트위터에 등록하면 흥미로운 짧은 글을 많이 접할 수 있기에 갈수록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러한 좋은 예입니다. 페이스북이나 flickr 등도 대체로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성공을 거두었죠.

그에 비해, 한국은 대부분의 서비스가 미국 서비스의 한국판 개념으로 시작하기에 독창성이 없고, 서비스를 시작해도 주류 회사나 언론이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려고 하지 않고, 일반인 중에서라도 이러한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이 적고, 이처럼 주도적 사용자들이 적으니 컨텐츠가 쌓이지 않고, 결국 일반인들은 실망해서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고 마는 악순환이 자주 발생합니다. 블로그도 미국에서 나온 개념을 한국에서 받아들인 예인데, 일단 블로그가 관심의 대상이 된 후에도 조중동이나 KBS, MBC, SBS 등 주류 언론은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자체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해 생색만 내면서 공짜 컨텐츠를 얻는 전략을 썼고, 일반인은 처음엔 조금 호기심을 느꼈지만 블로그 방문자 수도 많지 않고 광고 수익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열심히 운영하는 사람이 늘지 않았고, 이렇게 해서 좋은 블로그 컨텐츠가 많이 생산되지 않자 블로그에 대한 관심도 줄고, 블로고스피어 자체도 위축되어버렸죠.

한때 많은 공공기관, 기업이 블로그 도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한국 문화에서 주류 조직이 블로그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블로그는 아무나 찾아와 블로거와 댓글로 소통하는, 참으로 평등한 매체인데(그에 비해 신문은 읽고 난 후 기자나 편집자에게 즉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일방적 매체이죠), 주류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블로그를 통해 찌질한 댓글을 달지도 모르는 익명의 다수를 만나기를 꺼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주류 기업가나 언론인 중에서 제대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죠. 게다가, 모 언론사의 대기자는 자신의 칼럼에 대해선 댓글도 못달게 막아놓을 정도로 "나는 잘났으니 너네는 다 내 말을 들어라. 나는 너희 말을 듣지 않겠다"는 식의 권위주의가 아직도 지배하는 한국의 언론계 특성상, 노벨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이 악플러와 싸우며 블로그를 운영하는 미국의 모습은 정말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죠.

물론 한국에도 박경철님이나 이찬진님 처럼 사회적으로 유명하면서 블로그도 제대로 운영하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있다는 사실은 희망을 줍니다. 그리고 싸이월드는 흥미롭게도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가 성공한 과정을 그대로 밟았다는 점(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보다 먼저 나온 Social Network 서비스->유명인들도 미니홈피를 개설->일반인도 자발적으로 적극적인 활동->대부분의 사람이 싸이를 하니 싸이의 유용성이 커지면서 결국 큰 인기)에서 중요한 예입니다. 즉, 싸이월드는 한국에서도 주류 사회와 일반인 적극 활동가의 참여로 인해 성공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죠.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은 하드웨어와 통신망을 기준으로 하는 말일 뿐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마인드와 컨텐츠의 양과 질을 따져보면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기엔 매우 부족한 모습입니다. 지금이라도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주류 사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일반인이 늘어야 한국도 서비스 부족, 컨텐츠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게 될 것입니다.

[내일은 독일 공휴일이라 저도 하루 쉬고, 금요일에 다시 올리겠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과 잡지  (17) 2009/08/13
독재와 인터넷  (2) 2009/06/24
한국에서 블로그가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는 원인  (4) 2009/05/21
스티브 잡스는 왜 같은 옷만 입을까?  (7) 2009/05/09
비범한 사람  (7) 2009/04/29
지식과 창조성  (18) 2009/04/10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금요일입니다. 즐거운 주말이 시작되는 날이지만, 저는 주말을 맞으려면 한 가지 일을 마쳐야 합니다. 바로 금요일자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지요. 이 블로그에 자주 오신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글을 올리려고 노력합니다. 글을 올리는 패턴이 그렇다 보니, 방문자도 주중에 많고 주말에는 별로 없는데, 그래서 방문횟수 그래프가 매우 규칙적으로 나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월요일엔 부담 없이 업무를 마친 후 저녁에 글을 쓰면 되니까 좋은데, 금요일엔 글을 마칠 때까진 주말이 시작되지 않는 셈이기에 저녁에 글을 쓰는 패턴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잦습니다. 꼭 금요일이 아니더라도 피곤해서 잠을 일찍 자고 싶은 때라도 글을 마치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 수 없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죠. 하지만, 웬만한 경우라면 평일에 매일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이는 독자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저 자신을 훈련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일에는 자연스러운 단위란 것이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도 자연스러운 단위를 따라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죠. 예를 들어, "1주일에 한 편"은 자연스러운 단위입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한 편"도 자연스러운 단위입니다. 그런데 "월수금 각 한 편씩"은 자연스러운 단위가 아니라 인위적인 단위입니다. 월수금이 화목토와 달라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물론 이러한 단위를 모두 무시하고 글 쓸 소재가 생기면 쓰고, 소재가 생기지 않으면 안 쓰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실제로 대부분 블로거가 이렇게 블로그를 운영하죠. 그런데 이렇게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글을 쓰면 자유를 누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불편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글 쓸 소재가 있는가? 이 정도면 글 쓸 소재가 되는가?'에 대해 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동안 글을 쉬고 나면, 독자들을 의식해 꼭 글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독자의 눈치를 보게 되는 기간"이 일주일이라면, 그는 결국 "1주일에 한편 이상"을 쓴다는 규칙을 따르는 블로거입니다. 즉, 글을 쓰는 간격을 정해놓지 않고 블로그를 운영하면 글을 쓰는 간격을 정해놓고 운영하기 만큼이나 신경쓸 일이 많이 생기죠. 그래서 저는 '오늘은 글 쓸 소재가 있는가?'를 놓고 고민하기 보다는 '오늘은 무엇을 쓸까?'를 놓고 고민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사람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고, 따라서 이러한 능력을 유용한데 써야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쓸데 없는데 고민을 한다면, 정작 중요한 일에 신경을 쓸 여력이 부족하겠죠. 스티브 잡스가 같은 옷만 입는 이유도 이처럼 정신 에너지를 불필요한 일에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대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을 개발해(그가 늘 입는 mock turtleneck은 그의 친구인 디자이너가 그를 위해 디자인해 준 옷이죠) 그 스타일을 고수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을 모아 놓고 보니 옷만 똑같이 입을 뿐 아니라, 헤어스타일과 수염의 모양, 그리고 안경도 다 똑같군요. 그리고 만화엔 스티브 잡스가 허리띠를 띤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허리띠를 띠지 않습니다(위 왼쪽 사진 참조).

그러고 보면 앙드레김을 비롯한 많은 디자이너들이 같은 옷을 즐겨 입는 것도 동일한 이유일 것입니다. 물론 우리 같은 일반인은 같은 옷만 입는다면 주변으로부터 엄청난 간섭을 받겠지만, 한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난다면, 더 이상 남의 시선이 두려워 여러가지 옷을 바꿔 입기 보다는 옷은 한가지 스타일만 정해서 입고, 옷 고르는데 소비할 에너지 조차 좀 더 창조적인 영역에 쓰자는 생각이 들 수 있겠죠. 특히 남자들은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별 의미 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고, 그런 사람에겐 이러한 행동이 자연스러울 수 있겠죠.

물론 일반인이 매일 같은 옷만 입고 살기는 매우 힘들겠지만, 삶을 단순화 함으로 더 창조적으로 산다는 원칙은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규칙적인 시간에 식사하고 잠든달지, 특정한 날에는 꼭 어떤 일을 하는 식으로 삶의 리듬을 만든다면 "오늘은 무엇을 하지? 그 일은 언제 하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여기서 절약한 에너지를 더 가치 있는데 쓸 수 있겠죠.

오늘도 그럭저럭 글을 하나 썼네요. 이제 주말이 시작이군요. 여러분도 즐거운 주말 맞으시기 바랍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저는 작년부터 맥에 관련한 짧은 글을 올리는 영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길 기대하는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재미삼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글 블로그와 비교해서, 영어로 같은 내용을 올리면 방문객이 얼마나 올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죠. 한글로 운영하는 블로그는 꾸준히 글을 올리기만 하면 꼭 글의 수준이 높지 않아도 하루에 100명 정도는 쉽게 오더군요. 그래서 영어는 잠재독자층이 워낙 두터우니 영어로 블로그를 운영하면 최소한 한글 블로그만큼은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어 블로그를 운영해 보니, 하루에 열 명 오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이는 제가 워낙 글을 잘 올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한글 블로그는 숫자가 그리 많지 않고, 따라서 특정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면 상위에 노출되기가 매우 쉽습니다. 그에 비해 영어 블로그는 워낙 숫자가 많고, 따라서 웬만한 주제에 대해서는 검색결과 상위에 노출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블로그의 검색어 게재 순위를 보려면 구글 webmaster tools에 등록하고 통계>인기검색어를 방문하면 됩니다). 즉, 한글 블로그는 독자가 적은 대신 경쟁이 느슨해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데, 영어 블로그는 독자가 많아도 경쟁이 치열하기에 독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그저 그런 실력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인데, 과거에는 조금만 노력을 하면 누구나 중산층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특별한 분야가 아니라면 여유 있게 살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자영업이 대표적인 예인데, 과거엔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기에 가게 하나를 열면 한 가정이 살아갈 소득을 얻을 가능성이 컸지만, 지금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가게 하나에 의존해서 한 가정이 살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보통 사업이나 보통 사람이 살기가 어려워지는 데 비해, 특별한 장점이 있는 사업이나 사람은 엄청난 소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영화배우의 예를 보자면, 말론 브랜도는 1979년에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출연료로 2백만 달러나 받아 당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톰 크루즈가 영화 한 편으로 7천만 달러를 벌어도 신문에 나지도 않을 정도로 주연배우의 출연료가 대폭 인상되었습니다. 이처럼 유능하거나 인기가 높은 사람의 소득이 증가하는 경향은 CEO 봉급이나 스포츠 스타의 계약금 인상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조금이라도 보통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유한 사람은 여기저기서 끌어들이려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산층의 몰락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경쟁이 심해지면 당연히 따라오기 마련이지요.

이러한 현실 때문에 우리는 세스 고딘이 보랏빛 소가 온다(Purple Cow)에서 했던 "비범한 사람이 되어라"(Be remarkable!)는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그저 그런 존재는 여기저기 치이고, 무시당하고, 생존조차 걱정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기 마련입니다. 그에 비해 비범한 사람은 주목받고, 인기를 끌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평범한 존재가 아닌 비범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한국 사람은 "비범한 사람"이 되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인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너무나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노력하면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이 될 뿐, 비범한 사람이 되지는 못합니다. 비범해지려면 평범한 사람의 한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자신이 무얼 잘하는지 모르고,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자신이 무얼 잘하는지 알고,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안다면, 그는 벌써 비범한 사람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겠죠.

평범한 사람은 보통교육(universal education)이 만들어냅니다. 교육과정에 따라 열심히 공부만 한 사람은, 아무리 좋은 대학에 갔어도 평범한 사람입니다. 비범한 사람은 교육의 틀을 깨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입니다. 그는 더 이상 남의 말을 따라 살지 않고, 자신의 원칙과 생각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그는 세상에서 적극적으로 주체가 되어 움직이지요.

세상을 평범하게 살기는 참 쉽습니다. 남이 하는 대로 따라서 살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대엔 남이 하는 대로 따라 살다간 죽을 때 까지 생존을 걱정하는 수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남을 따라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지긴 어렵죠. 그렇다면,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비범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는 것도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범한 삶의 시작은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는 것이겠죠. 부디 이 블로그에 오는 모든 분이 비범한 삶을 살게 되길 소망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에서 블로그가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는 원인  (4) 2009/05/21
스티브 잡스는 왜 같은 옷만 입을까?  (7) 2009/05/09
비범한 사람  (7) 2009/04/29
지식과 창조성  (18) 2009/04/10
싸이월드가 남긴 거대한 공백  (4) 2008/09/03
이야기  (6) 2008/02/14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저는 다음주에 독일에 있는 기독교 단체에서 일하기 위해 출국합니다. 일단 연말까지 독일에 머물 예정이니 한 동안 한국을 떠나 있게 되는군요. 독일은 이미 6개월 이상 머물렀던 나라이기에 친근한 느낌이 드는 나라입니다.

저는 젊어서부터 유럽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유럽에서 사는 것이 잘 맞고, 이번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갑니다. 하지만 제가 유럽에 가지 않고 한국에 남는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결국 제가 한국에 잘 맞지 않기 때문에 떠나는 면도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여러 모로 한국 사회가 원하는 종류의 사람은 아닙니다. 한국 사회가 원하는 사람은 조직에 죽도록 충성하고, 시키는 일 잘하고, 윗사람 기분 좋게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죠. 그런데 저는 일을 열심히 하기 보다 일을 열심히 안하고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시키는 일을 하기 보다 내가 보기에 조직에 필요한 일을 알아서 하고, 윗사람의 기분을 맞추기 보다 내게 일할 자유를 줄 윗사람 밑에서 일하기 원하죠.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은 한국에서 조직 생활을 해 보면 꼭 안 좋은 평가가 나오거나, 윗사람들이 불안해합니다. 나도 조직을 위해 일하고, 윗사람들도 조직을 위해 일하니 결국 서로 지향점이 같지만, 실제로는 윗사람들이 나를 위험한 존재, 또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에 만난 어떤 지도자는 솔직하게, "당신 같은 사람은 한국에서 받아주는 곳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런 점에서 독일은 제게 대단한 기회의 땅입니다. 이번에 제가 가서 함께 일하는 사람은 독일 전체 책임자인데, 제게 훈련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일을 맡겼고, 제가 이 일을 능동적으로 잘 준비하도록 많이 격려해주었습니다. 저는 제가 보았던 몇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고 훈련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변화를 구상중인데, 대부분 수용되리라고 봅니다. 제가 이렇게 조직을 바꾸어 놓아도 독일의 지도자들은 저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기 보다는, 그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또 조직을 위해 유익한 사람으로 인정해주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는 몇년 전부터 인생의 모토를 "지식과 창조성"(vision & Logic)으로 정하고, 이를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지식이란 지식사회에서 지식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와 지식, 논리적 사고를 포함하는 표현입니다. 창조성이란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개성, 과거에 없었지만 나부터 시작되는 변화, 그리고 문제에 대한 창의적 접근을 포함하는 표현입니다. 즉, 농경사회에선 힘쎈 사람이 사회를 주도했고, 산업사회에선 조직력 좋은 사람이 사회를 주도했듯, 21세기엔 지식과 창조성을 갖춘 사람이 사회를 주도하고, 따라서 이러한 사람이 되자는 뜻이죠.

문제는, 한국은 아직도 산업사회의 멘탈리티를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점입니다. 지금 한국이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높은 산업 세 가지가 반도체, 조선, 자동차 아닙니까? 이러한 산업들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고, 일단 공장(또는 조선소)을 짓고 나면 규모의 경제로 생산원가를 줄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산업에서 앞서려면 덩치 큰 재벌이 유리하고, 군대 처럼 윗사람의 명령을 아랫사람이 그대로 따르는 문화가 중요합니다. 물론 아이디어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를 세울 수는 없겠죠. 한국이 이런 산업에서 앞선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즉, 한국은 아직도 창의력보다는 복종, 참신한 아이디어 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중요시하는 사회라는 말이죠.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릴 수 있는 나라는 없고, 한국도 언젠가는 지식과 창조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러한 면에서 앞서는 사람을 우대하는 사회로 바뀔 것입니다. 그나마 지식과 창조성의 정신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이 블로그에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서 저는 한 가닥 희망의 빛을 봅니다.

세상을 바꾸는 블로그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음 한 주간은 출국 준비 및 현지 적응을 하느라 블로깅을 못할 것 같고, 다다음주 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터넷, 블로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티브 잡스는 왜 같은 옷만 입을까?  (7) 2009/05/09
비범한 사람  (7) 2009/04/29
지식과 창조성  (18) 2009/04/10
싸이월드가 남긴 거대한 공백  (4) 2008/09/03
이야기  (6) 2008/02/14
다음 블로거 뉴스 송고를 중지합니다  (42) 2008/02/12

이 블로그를 Hanrss에서 구독하세요-->

Posted by cimio
TAG 21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