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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1 오바마와 크랙베리 (2)
몇년 전에 미국 시트콤 사인펠드 (Seinfeld) DVD를 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제작과정을 보니 제리 사인펠드, 제이슨 알렉산더 (조지역), 줄리아 루이스-드레푸스 (일레인역) 등은 장난도 많이 치고, NG도 자주 냈는데, 크레이머 역의 마이클 리차즈 만큼은 촬영하는 동안은 대본에 없는 장난을 치지 않고, 상대 배우가 실수를 해도 같이 웃지 않더군요. NG가 나면 주변 사람들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기가 쉽고, 따라서 한 번 NG가 나면 웃음이 전염되서 계속 NG가 나기 쉬운데, 마이클 리차즈 만큼은 남의 실수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무언가 불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가 남들 처럼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러한 실수를 억누른다는 뜻이고, 이렇게 억눌렸던 실수는 언젠가 터져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었죠.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LA에서 공연을 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며 흑인들을 "깜둥이"로 부르는 장면이 비디오로 공개되어 큰 곤경에 빠졌습니다. 이 한 번의 실수로 인해 그는 코미디언으로서 생명이 거의 끝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인간의 영혼은 풍선과 같고, 실수를 억누르는 것은 풍선의 크기를 줄이고자 풍선을 누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고, 풍선을 지나치게 억누르면 풍선이 터져버리겠죠. 따라서, 평소에 실수를 피하려고 큰 노력을 하는 사람은 큰 실수를 저지르기가 쉽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일수록 큰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데, 이는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까지 실수를 억누르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인간이 실수를 저지르는 원인은 부주의 때문이라기 보다는, 내면의 문제 때문입니다. 이러한 내면의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해 주면 나중에 큰 문제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를 푼다"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는 행동은 보통 작은 일탈행위입니다.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노래방에 가고,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비디오를 보죠. 이러한 행위는 보통 비생산적이고, 지나치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지만, 지나치지 않다면 내적인 문제가 표출될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작은 일탈행위 조차 용납하지 않고, 그 결과 나중에 정말 큰 일탈행위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내부의 문제를 적절히 다루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그는 대통령으로 많은 업적을 이루었지만,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르윈스키와 일으킨 스캔들 때문에 탄핵의 위기에 몰립니다. 이러한 상황은 그가 평소에 내면의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였기에, 즉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 자신을 억압했기에 찾아온 것입니다. 어린 시절 힘든 가정환경에서 자란 클린턴은 내면의 문제가 클 수 밖에 없었고, 책임이 막중한 미국 대통령으로 재직하며 이러한 문제는 더욱 커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쁜 일정과 주변의 눈길 때문에 내면을 돌보거나 스트레스를 풀 여유는 없었고, 그러다보니 문제가 발전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저지른 것이었죠.

이렇게 본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블랙베리를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계속 쓰기로 결정한 사실은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잘된 일로 보입니다. 블랙베리는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인데, 중독성이 강해 미국에서는 크랙베리 (크랙은 코캐인이라는 뜻)라고도 불립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블랙베리에 중독된 모습을 보였는데, 규정상 대통령이 된 후에는 블랙베리를 못쓰기에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찌가 관심의 대상이었죠. 결국 그는 규정을 어기고 계속 블랙베리를 쓰기로 발표함으로 자신의 블랙베리 중독을 인정한 셈입니다.

공인으로서 작은 약점이라도 사람들에게 드러내기는 힘듭니다. 오바마도 "대통령씩이나 되어서 기계에 중독이 되어 못 벗어난다"는 비난을 듣기 쉽겠죠. 하지만 이렇게 해가 적은 중독을 유지함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나중에 큰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을 줄인 셈입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삽니다. 하지만 완벽하려고 노력할수록 인간은 더욱 완벽에서 멀어지고, 자신을 망칠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만 커지죠. 완벽을 추구하기 보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날 그날 받는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결할 방법을 찾는 쪽이 훨씬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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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