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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4 독재와 인터넷 (2)
  2. 2009/03/26 이미지와 실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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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몇 년 전 이집트를 여행할 때 찍은 사진입니다. 카이로에서 머물던 호스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인데, 위성 접시 안테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집트에 위성 접시 안테나가 많은 이유는, 이집트가 케이블TV라는 단계를 건너뛰고 위성방송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케이블TV가 제대로 발달하려면 케이블망을 심고 지역마다 신호를 배분해줘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많은 기초비용이 들어갑니다. 그에 비해 위성방송은 방송국에서 위성으로 전파를 보내고, 각 가정이 위성 접시 안테나를 설치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훨씬 적고, 따라서 케이블TV는 발달하지 않았지만 위성 방송은 발달하게 된 것이죠. 비슷한 이유에서 아프리카에는 유선전화보다 휴대전화가 더 빠르게 확산중이라고 합니다. 드넓은 초원에 곳곳마다 전화선을 까는 것보다, 휴대전화 기지국을 하나 세우는 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죠.

중동, 아프리카 하면 통신 기술이 낙후된 지역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러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야말로 전통적으로 비싼 통신 서비스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가난한 나라는 우편제도가 불완전하기에 우편물이 자주 분실되기 마련이고, 따라서 분실 우려가 없는 이메일 서비스가 인기를 끌기 마련이죠. 또한, 정치적 자유가 제한된 나라는 언론의 자유도 제한되기 마련인데, 그럴수록 사람들은 공식 언론기관이 아닌 인터넷을 통한 소식에 귀를 기울이기 마련입니다. 물론 가난한 나라 사람은 집에 컴퓨터를 갖다 놓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돈이 없겠지만, 그런 나라는 인터넷 카페가 발달하기에 부담 없이 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아프리카를 여행해보니 웬만한 지방 소도시에도 인터넷 카페는 꼭 있더군요. 그것도 7-8년 전 경험이니 지금은 인터넷 카페가 늘었던지, 아니면 개인의 컴퓨터 소유가 늘었을 것입니다.

인터넷의 보급은 단지 편리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의 권력구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독재자는 늘 정보의 흐름을 장악함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마련인데(그래서 쿠데타가 발생하면 방송국부터 장악하기 마련이죠), 인터넷은 본질상 하나의 중심부가 없는, 전형적인 불가사리 조직이라(Ori Brafman과 Rod A. Beckstrom가 쓴 The Starfish and the Spider참조) 정보의 흐름을 중앙에서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은 독재권력에 큰 위협이 되기 마련이죠. 중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는 체제에 위협이 되는 인터넷 사이트의 연결을 끊는 방식으로 인터넷을 통제하기도 하지만, 이는 자유로운 소통이 기본인 인터넷의 정신과 상충하기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경제가 발달할수록 인터넷에 의존하는 경제활동이 늘기 마련이고, 정부가 인터넷의 자유로운 사용을 막는다면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함부로 인터넷을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경제의 발전을 막고 독재국가란 오명을 얻으면서까지 인터넷을 통제하느냐, 아니면 권력 유지를 위해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인터넷을 통제하느냐는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죠.

현재 이란에서 진행되는 반정부 시위는 인터넷이 독재권력에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이란 정부는 국내외 기자들이 자유롭게 취재활동을 벌이지 못하도록 막는 중이고, 따라서 세계 유수의 언론조차 현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국내 언론은 당연히 정부의 통제하에 있기 때문에 시위사태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지 않겠죠. 하지만, 이란인들은 트위터 인터넷을 통해 시위 진행 소식을 주고받으며 정부의 언론통제에 맞서고 있습니다. 만약 인터넷이 없었다면,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의 한국인들처럼 "지금 소수의 폭도가 소동을 일으켰지만, 군에 의해 완전히 제압되었다."는 발표를 그대로 믿는 수밖에 없겠죠.

지금 이란 사태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는 것은 트위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http://twitter.com/Oxfordgirl 에는 현지소식이 영어로 계속 올라옵니다.) 트위터는 인터넷 뿐 아니라 휴대전화로도 글을 올릴 수 있기에 어디서나 새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를 든 사람이 시위 현장에서 사진이나 비디오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트위터로 소식을 전하면 이는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에게 전파가 됩니다. 정부가 이를 일일이 막기는 어려운 일이죠. 이는 곧 국민이 정보를 유통할 능력을 얻는다는 뜻이고, 정부의 정보독점에 대한 도전으로 작용하죠.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검열한다는 소식은 있지만, 아직 인터넷 사용을 제한한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만약 사태가 더 심각해진다면 트위터 사이트 등의 접속을 막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트위터가 막히면 사용자들은 이와 비슷한 다른 사이트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을 전면 통제하지 않는 이상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인터넷의 발달로 독재정부는 점차 설 자리를 잃는 중입니다. 만약 진정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면 인터넷을 통한 국민의 의사소통이 두려울 필요가 없겠죠. 부디 독재가 사라지고 세계 어느 나라나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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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이미지와 실체

정치 2009/03/26 21:20
어떤 남자가 처음 만난 여자와 술을 마시가 정신을 잃은 후, 깨어보니 목욕탕 욕조 속이고 신장이 없어진 상태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미국에서 자동차를 몰다가 앞차에게 빨리 가라고 전조등으로 신호를 보냈다간 앞차에 탄 갱단이 당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어떨까요? 이러한 이야기들은 도시의 전설 (urban legends)라고 불리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이러한 이야기는 한 번 들으면 잊을 수가 없고, 잊을 수 없기에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어 결국 사회 전체로 퍼지기 마련이죠. 심지어 "할로윈에 아이들에게 독이 든 사탕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지만, 몇몇 주에서는 이러한 루머 때문에 아이들에게 독이 든 사탕을 나누어주면 가중처벌하는 법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때 배운 교과서 내용은 거의 잊었는데, 어디서 줏어 들은 남의 나라 이야기는 몇십년이 지나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만약에 내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이렇게 오래 기억될 수 있다면 좋겠죠.

이처럼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메시지의 특성에 끈끈함 (stickiness)라는 명칭을 붙인 사람은 The Tipping Point를 쓴 말콤 글래드웰이었죠. 그는 자살에서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범죄까지 특정한 행동이 갑자기 사회에 퍼지는 현상을 놓고 연구한 결과, 소수의 영향력 있는 사람, 끈적한 메시지, 그리고 적절한 상황이라는 세 박자가 맞는다면 하나의 현상이 사회 전체로 순식간에 확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찌보면 뻔한 말이라 그리 중요하지 않긴 하지만, 책 자체가 워낙 재미있기 때문에 대단한 인기를 끌었죠. Chip Heath와 Dan Heath는 이를 발전시켜 "메시지를 끈적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하는 주제로 책을 썼는데, 제가 요즘 읽는 책이 바로 이들이 쓴 Made to Stick 입니다. 위에 나온 예들도 대부분 이 책에서 인용하였죠.

기억에 남는 메시지가 중요한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정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후보의 정책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관심이 없고,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에 따라 투표할 후보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많은 미국인들은 대통령 후보가 옷에 미국 국기 뱃지를 달았는지 여부에 따라 투표를 결정한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상황이니 정치인으로 성공하려면 정책을 잘 세우는 능력 보다, 간결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능력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존 F. 케네디는 대중을 상대로 기억에 남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했던,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지 물으라"는 말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메시지입니다. 그가 국회연설에서 했던 "60년대가 끝나기 전,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말은 우주경쟁에서 뒤처져 패배감에 사로잡혔던 미국인에게 영감을 불어넣었고, 실제로 미국은 1969년 달에 인간을 보내게 됩니다. 소련이 베를린을 봉쇄하여 위기가 찾아오자, 그는 베를린으로 날아가 "모든 자유인은 베를린 시민이다. 나도 자유인이기에 자랑스럽게 말한다. Ich bin ein Berliner"라는 유명한 연설로 베를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베를린을 구해냅니다. 그가 대통령직을 얼마나 잘 수행했냐에 대해선 의견이 다양하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메시지를 잘하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물론 "그의 연설은 그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작성했다"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미국 대통령은 모두 남이 써 준 원고를 읽습니다. 그런데 케네디와 동시대를 살았던 닉슨 대통령의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은 "I am not a crook"(나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이 말을 했다가 범죄자라는 인상이 남았죠)이고, 존슨 대통령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았는데, 케네디 대통령이 한 말은 여러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은 케네디 자신이 뛰어난 communicator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정치인이 만들어내는 메시지는 때로는 현실과 전혀 상관이 없는 거짓말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짓말도 때로는 매우 성공적으로 사람들에게 퍼집니다. 예를 들어 노태우씨는 5공화국의 핵심인물이었지만,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를 열겠다"는 구호로 민심을 사로잡아 대통령에 당선이 됩니다. 5공화국 정부에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던 사람들이, 다시 5공화국 후보가 나왔는데도 찍어주는 어리석음을 범한 것이죠.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로도 직접 서류가방을 들고 가는 등 대단히 성공적으로 "쇼"를 함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능이 드러나면서 민심은 멀어져갔고, 결국 임기말이 되어선 완전히 무시 당하는 대통령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보통사람"이라는 말에 속았던 국민으로선 후회해도 소용 없는 일이었죠.

이와 비슷한 일이 2007년말에도 벌어집니다. 당내 입지가 약했던 이명박 후보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경선에서 승리했고, 대통령 선거까지 쉽게 이깁니다. 하지만 막상 대통령이 된 후로, 그가 보여준 모습은 경제를 잘 알고, 경제를 살릴 능력이 있는 "경제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었죠. 즉, 이명박=경제 대통령은 분명히 끈적한 메시지이긴 했지만, 실체는 없는 허상이었다는 말입니다.

다음 선거에서 군인 출신 후보가 "결단력 있는 대통령"이미지를 들고 나오거나, 경제 학자 출신 후보가 "경제를 잘 아는 대통령" 이미지를 들고 나오면 국민들은 또 사실 검증은 건너뛰고 이미지에 근거해 투표하겠죠. 그러고 보면 끈적한 메시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끈적하면서도 사실과 다른 메시지를 구분해 내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선거도 "뽑아놓고 후회하는" 패턴이 나타날까봐 두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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