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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2 격화하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 (9)

대통령 선거 부정에 항의하는 이란 국민의 시위가 점차 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경찰의 발포 등으로 십여 명이 사망하였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잦아지는 추세를 볼 때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관망하던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도 점차 시위대를 격려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시위대는 더욱 고무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사태는 6월 12일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촉발되었습니다. 많은 국민은 극우파 강경론자인 아마디네자드에게 염증을 느꼈고, 이에 따라 개혁을 주장하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막상 선거 결과는 아마디네자드의 승리로 나왔으니 많은 국민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죠.

이란은 고대 페르시아의 전통을 물려받은 유서 깊은 나라입니다. 2차대전 중 영국과 소련의 개입으로 왕위에 오른 레자 팔라비 국왕은 친서방, 근대화 정책을 추구하는 독재 정부를 이끌었는데, 이에 대한 반발로 1978년 호메이니가 주도하는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고, 한때 서양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이란은 정치와 종교가 결합한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로 탈바꿈합니다. 이슬람 혁명의 결과 호메이니는 이란의 최고 지도자(Supreme Leader)가 되는데, 최고 지도자는 종교 지도자일 뿐 아니라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실질적 국가의 최고 권력자입니다. 지금 이란의 최고 지도자는 하메네이인데, 하메네이는 아마디네자드의 선거 승리를 "알라의 뜻"으로 인정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시위가 격화할 때 그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그가 끝까지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하다가 시위로 정부가 무너진다면 그의 권위도 추락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1978년 이슬람 혁명이 이룩한 정치 체제에 금이 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실제로 시위대가 "최고 지도자 타도"를 외쳤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반대로, 그가 종교지도자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동원해 정부를 옹호함으로 시위를 억누르는데 성공할 수도 있겠죠.

이란에서 개혁파 지도자가 인기를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97년 무명의 성직자 모하마드 하타미(Mohammad Khatami)는 개혁을 주장하며 선거에 나와 70%의 놀라운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하지만, 그는 보수파의 견제에 밀려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물러났죠. 하타미는 올해 대선에 다시 출마하려다 포기하였고, 대신 그의 친구 무사비를 지지하였습니다(그래서 무사비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엔 무사비와 하타미가 함께 나옵니다). 즉, 무사비에 대한 국민의 지지지는 단지 무사비가 인기가 높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대표하는 개혁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렇게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시민의 모습을 촬영한 비디오가 유튜브에 공개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피가 많이 나는 끔찍한 동영상이라는 사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여러 명의 사상자가 났지만, 눈에 보이는 사진이나 동영상의 영향력이 대단히 크다는 점에서 이 동영상은 이번 사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이 여성은 인터넷에서 네다(Neda)로 불리는데, 미국의 타임지(TIME Magazine)는 이를 '목소리, 부름'을 뜻하는 이란어(Farsi)라고 해석한 데 비해  , 프랑스의 Le Figaro는 이 여성의 이름이 정말 Neda Soltani라고 보도했습니다. 세계적 언론도 정확한 사태 파악이 안된 것이죠. 분명한 사실은 많은 이란 국민이 이 여인을 정부의 억압에 희생된 대표자로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도 박종철이라는 한 학생의 죽음이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듯, 막연한 "독재"가 독재의 피해자로 구체화할 때 여론의 큰 흐름이 바뀌는 법이죠.

서양을 등에 업고 독재를 추구하던 팔라비 국왕을 내쫓은 이란 국민은 이제 부정선거로 권력을 연장하려는 정부에 대해서도 심판을 내리기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한때 국민이 지지해서 권력을 잡았더라도, 이를 빌미로 국민의 목소리를 거부하는 정부는 언젠가 국민으로부터 따끔하게 혼이 나야겠죠.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회견을 끝맺으며 했던 이 말을 귀담아들어야 하는 것은 이란 정부만이 아닐 것입니다.

"나는 국민의 목소리는 경청해야 하지, 억압하면 안된다는 것이 보편적 원칙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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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