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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1 오바마와 크랙베리 (2)
  2. 2008/09/17 과거와 미래의 갈림길에 선 미국 (2)
몇년 전에 미국 시트콤 사인펠드 (Seinfeld) DVD를 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제작과정을 보니 제리 사인펠드, 제이슨 알렉산더 (조지역), 줄리아 루이스-드레푸스 (일레인역) 등은 장난도 많이 치고, NG도 자주 냈는데, 크레이머 역의 마이클 리차즈 만큼은 촬영하는 동안은 대본에 없는 장난을 치지 않고, 상대 배우가 실수를 해도 같이 웃지 않더군요. NG가 나면 주변 사람들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기가 쉽고, 따라서 한 번 NG가 나면 웃음이 전염되서 계속 NG가 나기 쉬운데, 마이클 리차즈 만큼은 남의 실수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무언가 불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가 남들 처럼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러한 실수를 억누른다는 뜻이고, 이렇게 억눌렸던 실수는 언젠가 터져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었죠.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LA에서 공연을 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며 흑인들을 "깜둥이"로 부르는 장면이 비디오로 공개되어 큰 곤경에 빠졌습니다. 이 한 번의 실수로 인해 그는 코미디언으로서 생명이 거의 끝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인간의 영혼은 풍선과 같고, 실수를 억누르는 것은 풍선의 크기를 줄이고자 풍선을 누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고, 풍선을 지나치게 억누르면 풍선이 터져버리겠죠. 따라서, 평소에 실수를 피하려고 큰 노력을 하는 사람은 큰 실수를 저지르기가 쉽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일수록 큰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데, 이는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까지 실수를 억누르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인간이 실수를 저지르는 원인은 부주의 때문이라기 보다는, 내면의 문제 때문입니다. 이러한 내면의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해 주면 나중에 큰 문제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를 푼다"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는 행동은 보통 작은 일탈행위입니다.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노래방에 가고,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비디오를 보죠. 이러한 행위는 보통 비생산적이고, 지나치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지만, 지나치지 않다면 내적인 문제가 표출될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작은 일탈행위 조차 용납하지 않고, 그 결과 나중에 정말 큰 일탈행위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내부의 문제를 적절히 다루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그는 대통령으로 많은 업적을 이루었지만,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르윈스키와 일으킨 스캔들 때문에 탄핵의 위기에 몰립니다. 이러한 상황은 그가 평소에 내면의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였기에, 즉 스트레스를 풀지 않고 자신을 억압했기에 찾아온 것입니다. 어린 시절 힘든 가정환경에서 자란 클린턴은 내면의 문제가 클 수 밖에 없었고, 책임이 막중한 미국 대통령으로 재직하며 이러한 문제는 더욱 커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쁜 일정과 주변의 눈길 때문에 내면을 돌보거나 스트레스를 풀 여유는 없었고, 그러다보니 문제가 발전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저지른 것이었죠.

이렇게 본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블랙베리를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계속 쓰기로 결정한 사실은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잘된 일로 보입니다. 블랙베리는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인데, 중독성이 강해 미국에서는 크랙베리 (크랙은 코캐인이라는 뜻)라고도 불립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블랙베리에 중독된 모습을 보였는데, 규정상 대통령이 된 후에는 블랙베리를 못쓰기에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찌가 관심의 대상이었죠. 결국 그는 규정을 어기고 계속 블랙베리를 쓰기로 발표함으로 자신의 블랙베리 중독을 인정한 셈입니다.

공인으로서 작은 약점이라도 사람들에게 드러내기는 힘듭니다. 오바마도 "대통령씩이나 되어서 기계에 중독이 되어 못 벗어난다"는 비난을 듣기 쉽겠죠. 하지만 이렇게 해가 적은 중독을 유지함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나중에 큰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을 줄인 셈입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삽니다. 하지만 완벽하려고 노력할수록 인간은 더욱 완벽에서 멀어지고, 자신을 망칠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만 커지죠. 완벽을 추구하기 보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날 그날 받는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결할 방법을 찾는 쪽이 훨씬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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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보이던 오바마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맥케인보다 지지도가 10% 이상 앞서던 그는 이제 반대로 맥케인에 10%정도 뒤쳐지는 상황이 되었고, 이렇게 간다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로 만족해야만 할 듯 싶습니다. 오바마가 이처럼 위기에 빠진 것은 그가 돌품을 너무 일찍 일으켰고, 그러한 돌풍을 선거때까지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 첫번째 원인으로 보입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공화당 정부가 망친 8년간의 잘못을 바로잡고, 다양한 민족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었기에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로 그가 그러한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하는 사람이 늘면서 그의 인기가 주춤해졌습니다.

오바마의 발목을 붙잡은 또다른 요인은 부통령 후보의 선택입니다. 보통 부통령 후보 대통령의 단점을 메꾸어줌으로 표를 더 많이 끌어들일 사람을 선택하는데, 오바마에겐 힐러리 클린턴이나 존 에드워즈 정도가 적당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경선 끝까지 지나치게 권력에 대해 집요한 모습을 보여줌으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 버렸고, 존 에드워즈는 혼외정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통령 후보가 되기엔 부적합해졌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조 바이든을 선택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죠), 인기도 낮고 지명도도 부족한 조 바이든은 오바마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에 비해 맥케인은 새라 페일린이라는 무명의 정치신인을 선택했는데, 의외로 페일린 돌풍이 일어나면서 단번에 오바마와 지지율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페일린 돌풍의 한가지 원인은 페일린이 여자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여성 정치인은 그리 많지 않고, 흑인이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과 동일한 심리에서 많은 여성은 페일린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표가 한방향으로 움직였으니 판도가 확 바뀐 것은 당연했죠.

하지만 페일린 돌품은 여성의 심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같은 여성이면서 지명도도 높고 경력도 검증이 된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페일린 돌풍은 그가 미국의 과거를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적절합니다.

페일린은 알라스카의 작은 마을 출신입니다. 미국인에게 작은 마을 (small town)은 가장 미국적인, 미국의 원형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마치 한국 사람들이 도시에 살다가도 명절만 되면 "시골"로 내려가듯, 미국인에겐 작은 마을이 마음의 고향인 셈입니다. 페일린은 또한 기독교도이고, 가정을 중요시하고, 사냥을 즐기는 등 여러모로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백인이니 백인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여성이니 여성표의 반응도 뜨겁죠. 따라서 며칠 사이에 수 없는 스캔들이 드러나며 "검증되지 않은 후보"의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페일린 돌풍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듯 싶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유권자의 반응이 미국의 현실을 무시한 지극히 과거지향적인 태도라는 점입니다. 타임지의 칼럼니스트 조 클라인 (Joe Klein)이 지적하듯 페일린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나라를 향한 향수"를 자극하는 존재입니다. 과거에 미국인 백인의 단일민족 국가였고, 농업이 중요하였고, 모두가 기독교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다민종, 다종교국가이고, 지식산업이 중심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대도시나 대도시 근교에 삽니다. 페일린이 알라스카 출신인 것은, 역설적으로 말해 페일린 같은 사람이 미국 본토에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즉, 알라스카는 미국의 과거를 잘 유지한 지역이지 미국의 미래를 이끌 지역은 아닌 것입니다.

미국인이 과거에 집착하는 이유는 현실의 삶이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조지 부시가 대통령이 된 후로 9/11사태를 겪었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끝없는 전쟁을 수행 중이고, 경제는 후퇴하였고, 대부분의 가정은 실질소득이 감소하였고, 독점적인 초강대국의 지위는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통받는 상황 속에서 오바마는 "이제 지난 8년간의 잘못을 바로잡고 미래로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그에 비해 페일린은 "지난 8년간 고통스러웠으니... 고통이 없던 100년전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격입니다. 마치 현실에 실망한 한국인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듯, 현실에 실망한 미국인들은 미국이 위대한 나라였던 과거로 돌아가기 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릴 수 없다면 과거로 돌아가자는 표어는 늘 더 큰 실망만 안겨줄 뿐입니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곧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듯, 맥케인과 페일린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미국인들은 더 큰 실망을 경험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만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이 미래지향적인 국가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였는데, 맥케인이 당선된다면 미국의 몰락은 점차 가속화할 듯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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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