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타임스에서 한국사회의 문제를 지적한 기사가 났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봤습니다. 그 기사(In South Korea, it feels like a scandal a day)는 최근에 한국에서 벌어진 부정, 비리 사건을 총 망라해 놓았던데, 몇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을 한 곳에 모아놓으니 정말 많더군요. 그 기사에 나온 사건들을 보자면
  • 삼성 비자금 의혹
  • 이명박 후보 BBK관련 의혹
  • 김포외고 입시문제 누출
  • 유명인의 학력 위조 사건
  • 전군표 전 국세청장 비리
  • 신정아 학력위조, 변양균 비리
  •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삼성 뇌물 폭로
  • 올 초에 드러난 현대자동차 분식회계
등입니다. 외부에서 보기엔 정말 한국 사회가 부패한 곳으로 보이겠죠.

그런데 신문은 한국인들이 재벌이 뇌물을 돌렸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삼성이 뇌물을 주다니, 상상도 할 수 없다"라는 사람은 드물겠지요. 즉, 우리는 이미 이러한 비리에 대해 무감각해졌고, 따라서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도 약해진 것입니다.

비리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것은 이명박 후보의 인기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비리가 없는 영역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하게 비리와 관련한 의혹을 받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일 뿐 아니라, 그가 BBK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지지를 바꾸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즉, 많은 한국인은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별로 꺼리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 기사는 한국에 비리가 많은 이유를 한국인의 경쟁심에서 찾습니다. 많은 한국인은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하고, 남들보다 앞서려고 경쟁하다 보면 어떤 수단이라도 쓰고, 결국은 비리로 연결된다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남을 밟고 올라가려는 극단적인 투쟁의 연속인 듯  합니다.

김포외고의 입시문제 유출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 어린 중학생들이 외고에 가려고 입시학원에 다녔는데, 입시학원은 학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시험문제를 빼와서 학생들에게 알려줬고, 그 사실이 드러나자 학교는 그 학원 아이들의 합격을 취소했고, 합격이 취소된 아이들의 부모는 땅바닥에 드러누워 항의하고... 이게 겨우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가려고 생겨나는 일 맞습니까? 만약 고등학교 입시가 그 정도라면, 대학 입시가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에 맞기겠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경쟁을 하고, 그러한 경쟁을 당연시합니다. 하지만, 외국과 비교해 본다면 한국 사회의 경쟁은 도가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심합니다. 옛날에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열심히 일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서 열심히 일하는 듯합니다. 이러한 과열경쟁은 모두의 삶을 힘들게 합니다. 모두 하루에 한 시간만 공부하는 분위기라면 하루 1시간만 열심히 공부하면 되었죠. 그런데 모두 하루에 열 시간 공부하는 분위기에서는 나도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루에 10시간 공부해야 합니다. 이런 과열 경쟁 사회에서는 누구도 긴장을 풀고 인생을 즐기기 어렵겠죠.

결국 한국인의 경쟁심은 한국인의 양심을 마비 해서 비리의 일상화를 낳고, 모두가 죽도록 일하지만 특별히 이루는 일은 없는 불합리한 사회를 낳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경쟁이 심하면 경쟁하는 삶이 싫어서 이민을 떠나겠습니끼? (물론 지금은 이민 자체가 하나의 경쟁의 수단이 되었지만)

한국 사회가 제정신을 갖춘 사회, 비리가 없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려면 나부터가 경쟁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 남보다 못나고, 조금 남보다 뒤져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인은 아무리 성공을 거둔다 할지라도 더 큰 성공을 위해 자신과 자녀가 병들때 까지 채찍질 할 것입니다. 부디 우리의 자녀는 지나친 경쟁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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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삼성의 비자금 의혹으로 사회가 들끓고 있습니다.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예상한 대로, 언론은 삼성의 비자금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떡검 명단"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른바 검찰을 희생양 삼아 삼성 구하기 작전이 펼쳐지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이 삼성의 죄는 미워도 삼성은 국가를 먹여 살리는 기업이니 덮고 넘어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삼성의 잘못을 덮어주는 것이 삼성을 도와주는 것일까요?

우리나라 사람은 개인과 집단을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한국인이 잘못을 저지르면 "한국인 모두의 잘못"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도 위축됩니다. 또한, 한국인은 사람과 직책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따라서 어떤 사람이 개인적으로 하는 말과, 그 사람이 직책을 맡은 자로서 하는 말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한국인에게 개인은 집단의 일부이고, 집단을 대표하는 개인은 곧 그 집단인 것이지요.

삼성 비자금 의혹의 핵심에는 이건희 회장과 삼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의 실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삼성은 곧 이건희 회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건희 회장은 지금 삼성전자를 이끄는 기업인일 뿐, 엄밀히 말해 삼성과는 구분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삼성전자의 주가총액은 80조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의 총재산은 겨우 3조 원 미만입니다. 아들인 이재용 상무의 재산과 합해도 5조 원이 안됩니다. 그렇다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재산을 다 합쳐도 10조 원도 넘기 어려울 것이고, 이 돈으로는 삼성그룹 전체는커녕, 삼성전자의 주식 중 10% 사기도 쉽지 않은 규모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건희 회장이 곧 삼성이고, 따라서 만약 삼성의 돈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자기 회사 돈을 자기가 따로 떼어낸 셈이니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움직이는 진정한 이유는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삼성생명이고,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삼성 에버랜드인데,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 최대 주주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아들 이재용 상무가 최대주주). 즉, 이른바 순환출자를 통해 작은 재산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에버랜드를 통한 경영권 승계가 중요했고, 그래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지요.

삼성이 국가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경영진이 잘못한다면 잘못에 대해 지적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삼성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삼성이 진정한 세계 인류 기업이 될 테니까요. 우리 국민이 삼성의 이익과, 삼성 경영진의 이익을 구분할 수 있을 때, 삼성은 더욱 좋은 회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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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처음 삼성 비자금 의혹이 불거졌을 때, 대부분의 언론이 침묵하는 가운데 시사IN, 한겨레, 그리고 조선일보만이 삼성 비자금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결국 사제단이 이른바 "떡값" 받은 검사 명단을 밝히고 나서야 언론이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이제는 더 이상 덮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조선일보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조금은 신기했습니다. 우선, 조선일보는 평소에 삼성, 특히 삼성전자에 관해 거의 홍보지의 역할을 행한다고 할 정도로, 별것 아닌 기술개발도 "세계 최초" 딱지를 붙여 대문짝만하게 보도하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보도하는 모습을 보며, 혹시 조선일보가 조금은 달라졌는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오늘 나온 칼럼 ([동서남북] 김용철 변호사의 손가락)을 보니까, 아, 역시 조선일보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구나 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칼럼의 내용은, 삼성 비자금 의혹은 달이고, 그 달을 가리키는 김변호사의 동기는 손가락인데, 달보다 손가락에 의혹이 가는 것은 본질을 호도한다는 소리를 들을 위험은 있지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칼럼 은 내용이 좀 왔다갔다 하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은 "김용철 변호사가 이런 폭로한 것은 결국 정의가 아니라 돈때문 아닌가? 그러니 이렇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을 통해 정의를 구현할 수 있겠는가?" 정도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말해, 조선일보는 다시 삼성의 기관지로 돌아온 모습을 보이는군요. 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가 민망했는지, 하고 싶은 말은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믿지 못하겠다인데, 그렇게 솔직하게 말했다간 전에 매일경제에 실린 불편한 진리 불량한 폭로 처럼 반발이 심할 것 같으니까 "그는 우리 사회에 숨어 있던 ‘돈과 권력의 카르텔’에 대해 종소리를 냈다... 설사 그렇다 해도 그 종소리는 귀한 것이다." 등으로 김변호사를 칭찬하는 말도 섞고, "그가 조직에 대해 폭로하는 용기로, 혹 자신의 감추고 싶은 ‘사소한’ 욕망에 대해서도 함께 고백했다면 훨씬 많은 세상 사람들이 그의 편에 섰을 것이다. 우리는 때로 비슷한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처럼 마치 이 글이 정말 정의의 편에 서려는 고민에서 나온 듯이 포장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포장을 벗겨내면 결국 나오는 것은 "김변호사는 순수한 동기에서 폭로한 것이 아니기에 폭로의 내용을 믿을 수 없다" 는 주장이죠.

그런데 김용철 변호사의 동기는 정말 사건의 본질이 아닙니다. 진정한 본질은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하였고, 돈을 주고 검찰을 조종했다는 의혹입니다. 이 의혹이 맞다면,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부패의 한 고리가 노출된 것입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의 큰뿌리를 발견한 것으로, 김용철 변호사의 동기를 찾기 전에, 그의 주장이 맞는지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만약 그의 주장이 맞다면, 삼성은 검찰이나 정치권에 워낙 많은 돈을 뿌린 상태이기 때문에 그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펼처질 것입니다. 만약 그의 주장이 틀리다면 그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했으니 명예회손죄로 처벌 받아야겠죠.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의 동기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의 주장이 옳은가 입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최소한 객관적으로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 공평하게 보도하면 될 일이지, 마치 삼성의 사주를 받은양, 동기를 문제 삼으며 "물타기"를 하는 듯한 칼럼을 실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이제 다행히 삼성 비자금 의혹은 그냥 덮고 넘어갈 수준은 지났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전의 X 파일 문제도 한때 시끄러웠지만 결국 무마되었듯, 이번 사건도 어느 순간부터 언론의 침묵이 진리를 짓누르게 될 찌도 모르겠네요. 특히 조선일보가 다시 삼성을 위한 기사를 쓰기 시작한 이상, 진리를 덮으려는 노력은 한층 힘을 받을 것 같습니다. 부디 한국 사회를 건강하게 할 이 수술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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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