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02/04 [특집]신자유주의를 넘어서- 6부. 괴물이 되어버린 은행 (9)
  2. 2008/12/12 파생상품의 위험 (3)
  3. 2008/11/25 서브프라임 사태, Part II (11)
  4. 2007/12/01 미국발 경제위기 오는가? (14)
신자유주의를 추진해 이득을 얻는 세력은 누굴까요? 아마 많은 사람은 "부자들"이라고 쉽게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부자가 신자유주의를 통해 이득을 얻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많이 간섭하던 때는 오랜 기간 정부와 좋은 관계를 형성한 전통 있는 기업이 잘 되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에 바탕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19세기에 기업을 시작한 창업자의 자손은 20세기에도 기업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수입을 얻으며 부를 축적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규제를 철폐해서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고, 산업을 보호하는 장벽이 무너져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겠죠. 예를 들어 지금 포드 자동차의 CEO인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는 헨리 포드의 증손자입니다. 만약 과거와 같이 각종 규제가 많아 업계 판도가 계속 유지가 되었다면 포드사는 미국인을 상대로 쉽게 차를 팔았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위기도 겪지 않았겠죠. 이처럼 신자유주의가 득세하지 않았다면 몰락을 피할 수 있었던 기업은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규제철폐와 세계시장 통합으로 가장 큰 혜택을 누린 집단은 산업자본가들이 아니라 금융자본가들이라고 하겠습니다. 과거에 금융자본가들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마음대로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고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만 사업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국가간 장벽이 높아 다른 나라에서는 사업을 벌이지 못하였죠. 그런데 신자유주의가 규제와 국가간 장벽을 없앴으니, 80년대 이후로 미국과 영국의 금융업이 갑자기 성장한 것은 당연합니다. 자동차 등 전통적인 산업은 후진국이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선진국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지만 (한국이 그러한 좋은 예죠), 금융업은 선진국 은행만 첨단 금융의 노하우가 있는데다가, 후진국은 자본이 부족해 이자가 높고, 선진국은 자본이 풍부해 이자가 낮기에, 선진국 은행이 선진국의 자본을 가지고 후진국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제조업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선진국과 후진국이 주고 받는 관계지만, 금융업 분야에서는 거의 일방적으로 선진국 금융기관이 후진국에 진출하고, 따라서 이익도 선진국 금융기관이 독점하는 구조가 되기 마련이죠.

지금까지 각국 정부가 금융업에 대해 많은 규제를 가한 이유는 역사에서 배운 교훈 때문이었습니다. 1929년 시작된 세계 대공황 당시에 미국 정부는 은행이 예금을 받아 함부로 굴려서 위험에 빠지면 예금자들이 겁을 먹고 은행에서 돈을 빼는 이른바 뱅크런이 발생해 은행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경제가 마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예금을 받아 운영하는 상업은행과, 돈을 빌려 운영하는 투자은행의 업무를 구분하는 글래스-스티걸 법 (Glass-Steagall Act)을 통과시킵니다. 이렇게 되니 예금자들은 웬만한 상황에서도 "설마 내 돈을 맡겨 놓은 은행이 무너지지는 않겠지"하고 안심하게 되고, 여기다가 정부가 예금을 보호하는 제도를 더하자 은행에 대한 신뢰가 살아나면서 예금이 늘고, 예금이 늘면서 은행이 정상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은행이 정상적으로 돈을 빌려주면서 경제에 돈이 도는 현상이 발생해 결국 대공황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은행 영역 구분은 은행의 입장에서는 매우 귀찮은 제도일 뿐이었습니다. 가게가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기 원하듯, 은행도 다양한 금융상품을 마음껏 거래하고 싶은데, "너희는 상업은행이니 이런 상품은 취급해서는 안된다" "너희는 투자은행이니 이런 상품은 판매해서는 안된다"하고 정부가 규제를 하니 은행으로선 답답했겠죠. 결국 은행들은 로비를 통해 1999년 글래스-스티걸 법을 폐지하는데 성공하고, 그 이후로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를 펼치게 됩니다.

문제는 은행은 단지 하나의 산업이 아니고, 국가 경제의 기초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은행이 위기에 빠진다면 경제 전체가 함께 침몰하게 됩니다. 1930년대 대공황이 그러했고, SDE님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가 온 것도 은행이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었죠 (이에 대해선 SDE님의 책 "공황전야"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각국 정부에서 은행업에 대해 다양한 규제를 한 이유도 만에 하나 은행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전을 강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정부들은 "규제 철폐"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게 되고, 수십년간 유지해오던 은행에 대한 규제를 대부분 철폐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이번 달 부터 실행하는 자본통합법도 이러한 금융부분 규제철폐의 정수라고 할 수 있죠 (자본통합법의 의미에 대해선 전에 쓴 자본통합법 실행, 문제는 없는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정부의 규제가 풀리고 나니 은행들은 미친 듯 돈벌이에 나섰고, 그 결과 수익률이 높은 각종 파생상품에 대규모의 자금을 투자하게 됩니다. 이러한 파생상품은 워낙 개발된지 얼마 안되기 때문에 잘 이해하는 사람도 적고, 이를 규제할 법률도 마련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은행들은 마음대로 파생상품에 돈을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를 규제해야 할 FRB 의장 그린스펀은 오히려 "파생상품은 시장이 경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돕는다"며 파생상품 옹호론을 펼치기까지 했습니다.

파생상품의 위험은 이미 여러 번 금융가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1987년 검은 월요일, 1998년 LTCM의 파산, 1995년 베어링은행 파산, 심지어 2003년 SK그룹 분식 회계 도 파생상품 거래가 원인이었죠 (검은 월요일의 발생 원인에 대해선 Richard Bookstaber의 A Demon of Our Own Design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이처럼 위험한 파생상품 거래를 지난 몇년간 대부분의 선진국 은행이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했고, 그 결과 하나의 작은 위기가 닥쳐도 파생상품으로 결합된 모든 은행이 함께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주택구입자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이러한 대출을 바탕으로 MBS를 발행한 패니메이와 프래디맥이 무너졌고, 이에 대해 CDS를 발행한 리먼 브라더스 등 투자은행이 무너졌고, MBS를 바탕으로 ABCP를 발행한 상업은행의 콘듀잇이 무너졌고, 콘듀잇의 부실이 드러나며 상업은행까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전개과정에 대해선 전에 쓴 서브프라임 사태, Part II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은행의 위기는 은행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은행이 위기에 처하면 돈을 빌려주지 않기 마련이고, 따라서 대출 거부와 대출 연장 거부 등으로 기업들이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이는 기업의 부도를 낳고, 기업의 부도는 경기 위축을 낳고, 이는 은행의 위험부채를 증가하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즉, 1930년대 세계대공황 이후로 각국 정부가 막으려고 노력한 은행발 경제붕괴가 현실화하는 것이죠.

결국 신자유주의는 금융자본자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 되었고, 그 결과 금융업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였지만, 결국 탐욕에 빠져 위험한 거래를 일삼음으로 세계경제에 큰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이번 경제위기를 단지 일시적인 상황이나 정상적인 경기순환의 한 부분으로 보면 안되고,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난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문제의 근원인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반성하고, 은행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국가 전체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겠죠. 그러할 때에만 다시 이러한 위기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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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의 위험

경제 2008/12/12 15:29
파생상품은 돈과 현물을 직접 거래하는 전통적인 금융상품과 다르게 돈과 현물을 가치의 근거로 두고 여기서 파생한 권리나 수익을 거래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을 사고 팔지만, 파생상품인 선물 시장에선 미래의 주식을 사거나 팔 권리를 사고 팝니다.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금융거래에서는 돈을 빌리고 이자를 주지만, 파생상품인 IRS 거래에선 이자를 줄 권리를 사고 팝니다.

파생상품은 시장 참여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유용한 기능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고정금리로 돈을 빌려 놓고 "이자율이 떨어질텐데..." 하고 아까워하고, 어떤 사람은 변동금리로 돈을 빌려 놓고 "이자율이 오를 텐데..." 하고 걱정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연결해서 고정금리를 내던 사람은 변동금리를 받게 하고, 변동금리를 내던 사람은 고정금리를 내게 합니다. 그러면 자발적인 거래를 통해 리스크의 비용이 결정되죠. 이것이 IRS 거래입니다. 이렇게 파생상품을 통해 리스크 관리가 이루어지면, 과거에 불확실한 리스크 비용 때문에 거래를 꺼리던 사람도 거래에 참여하게 되고, 따라서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개발한 CMO (모기지담보증권) 때문에 많은 자금이 모기지 시장으로 몰렸고, 따라서 집을 사는 사람은 싼 이자로 집을 구입할 수 있었죠.

파생상품은 실물을 근거 자산 (underlying asset)으로 두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실물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를 정확하게 알기가 힘듭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맡긴 돈은 은행이 파산하지 않는 이상 안전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식을 사면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가치는 보존되겠죠. 그런데 파생상품은 처음부터 특정한 조건이 되면 가치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에 (예를 들어, 주식 선물에서 콜 옵션은 미래의 특정한 날짜에 특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는 권리고, 따라서 그 날짜에 주가가 정해놓은 가격 보다 낮다면 가치가 전혀 없죠), 대단한 이변이 없이도 투자한 돈을 모두 잃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은행에 1억원을 맡겼다면 그 돈을 다시 찾을 가능성은 대단히 높고, 주식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1억원 가까이 찾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 높지만, 파생상품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얼마를 찾게 될찌 알 수가 없습니다.

파생상품은 실물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가치 판단이 힘들고, 따라서 파생상품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선 수학모델과 신용평가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파생상품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수학모델은 기관마다 다를 수 있고, 이럴 경우 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렵죠. 실제로 Trillion Dollar Meltdown에 보면 90년대에 은행돈을 빌려 CMO에 투자했던 데이빗 아스킨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은행과 아스킨이 다른 모델을 써서 가격에 합의할 수 없게 되자 은행에서 강제로 CMO를 팔게 했는데, 시장에 내놓으니까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 투자한 돈을 모두 잃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신용평가기관은 객관적인 신용도를 평가해야 하는데, 이번 서브프라임사태에서 드러났듯 매우 위험한 채권에 AAA등급을 매기는 등, 자사의 이익을 위해 신용도를 조작한 예가 많습니다. 이처럼 파생상품의 위험도를 알기 힘들다면, 정확한 가치를 판단하기 힘든 것은 당연하죠.

파생상품은 위험이 높을수록 수익도 크기에 투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주식 선물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데, 일반인이 주식 선물에 투자한다면 이는 투기성이 강하다고 봐야겠죠. 또한 파생상품은 전통적인 금융상품과 달리 규제가 허술하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대비도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크레딧 디폴트 스왑 (CDS)는 금융 거래를 할 때, 부도의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과 같습니다. 그러면 수수료를 받고 부도시 돈을 대신 갚기로 약속한 회사는 실제로 부도에 대비해서 돈을 비축해 놔야 정상이겠죠 (이는 보험회사가 실제 화재 등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다른 보험회사에 재보험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많은 금융기관은 CDS 거래를 하면서, 돈을 받기만 하고 부도에 대한 대비를 안해놨습니다. 이럴 경우 부도가 안나면 받는 돈을 100% 이익이 되기 때문에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죠. 그런데 최근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실제로 부도가 나는 회사가 늘었고, 이들 대신 빚을 갚아줘야 하는 회사들도 엄청난 위기에 휩싸였습니다. 고수익만 추구하다가 파국을 맞은 셈이죠.

이러한 파생상품의 부작용 때문에 금융당국이 파생상품에 대해 철저하게 감독을 했어야 하는데, 미국 FRB 의장 그린스펀은 파생상품의 장점만 생각하고 파생상품이 증가하는 상황을 방치했습니다. 금리를 지나치게 낮게 유지한 것과 함께 그린스펀이 이번 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는 이유죠.

한국은 선진국의 복잡한 금융상품을 도입하는데 늦긴 했지만, 최근 몇년간 은행에서 창구를 통해 많은 파생상품을 판매했습니다. 올해 한국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 키코 (KIKO)나 주가지수 연동형 예금도 파생상품이죠. 그나마 최근에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파생상품의 위험을 깨달았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물론 역사를 뒤로 돌릴 수는 없고, 파생상품이 리스크 관리의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금융시장의 중요한 요소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투기적이고 무책임한 파생상품의 개발과 거래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를 해야 제2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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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금융회사인 시티그룹은 최근 며칠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어온 시티그룹은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1년전까지 50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6달러선으로 폭락하였습니다. 결국 24일 미국 정부가 시티그룹을 구제하기로 발표함으로 한고비 넘기긴 했지만, 시티그룹이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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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그룹이 왜 위기에 처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전한 과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복잡한 파생상품과 다양한 금융기관이 결합한 문제이기에 문제가 드러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문제의 근원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돌아가 봅시다. 서브프라임은 신용이 그리 좋지 않은 등급이고 (신용이 좋은 등급은 프라임이라고 부르죠), 모기지는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라는 사실 정도는 모두 아실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준비한 돈으로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시불로 일부를 내고 (이를 downpayment라고 부르죠), 나머지는 대출로 집을 산 후, 매달 조금씩 원리금을 갚아 나갑니다. 과거에는 대출자가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돈을 빌려준 은행이 직접 관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빌려준 돈을 다 회수할 때까지 수십년이 걸리죠. 그래서 은행들은 모기지를 다른 기관에 넘기고, 돈을 미리 받는 방식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 은행은 투자금을 즉시 회수하고, 회수한 돈으로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기에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죠.

은행으로부터 모기지를 사온 기관은 모기지를 모아서 모기지를 담보로한 증권 (MBS, mortgage-backed securities)을 발행합니다. 예를 들어, 30년 만기 6.5% 고정이자 십만달러짜리 모기지 천 개를 모으면 30년 만기 고정이자 6% 만 달러짜리 증권 만 주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기지를 모아 MBS를 발행하는 기관으로는 패니메이, 프레디맥, 리먼 브라더스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에 무너지게 되죠.

그런데 모기지는 MBS로 탈바꿈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MBS는 증권이기 때문에 MBS를 담보로 해서 또 다른 증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CDO (collateral debt obligation)이지요. CDO는 꼭 MBS를 담보로 할 필요는 없지만, 2005년 발행된 CDO의 81%가 MBS를 담보로 포함할 만큼 CDO와 MBS는 밀접하게 연관이 됩니다.

ABCP는 MBS나 CDO 등을 담보로 한 또다른 형태의 증권입니다. CDO와 ABCP의 중요한 차이점은 CDO는 장기물이고, ABCP는 3개월 정도의 단기물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MBS를 사들여 이를 바탕으로 ABCP를 발행하면, ABCP는 증권을 담보로 하기에 안전하고, 또한 단기물이기 때문에 이자가 작습니다. ABCP를 사는 사람은 위험이 적고, 발행하는 사람은 작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죠. 이렇게 빌린 돈은 장기물인 MBS나 CDO에 투자합니다. MBS나 CDO는 장기물이기에 이자가 높죠. 이러한 이자 차이를 통해 ABCP 발행기관은 수익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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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ABCP 발행은 은행에서 세운 SIV에서 담당합니다 (한국에서는 SIV보다는 콘듀잇 (conduit)이라는 명칭을 자주 쓰는데, 이 둘은 엄밀히 말해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비슷합니다). SIV (Structured investment vehicle)는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는 은행의 자회사입니다. 은행이 직접 ABCP를 발행하지 않고 SIV를 통하는 이유는 SIV를 통하면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아도 되고, 부실이 발생해도 은행 장부에 기록이 남지 않고, 또한 발행 내역 등을 공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SIV를 세우면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 위험한 고수익 사업을 마음껏 벌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 은행들이 세운 콘듀잇에 대해서는 ABCP 관련글에서 다루었습니다.)

시티그룹은 SIV를 개발한 장본인이고, 따라서 SIV의 규모도 대단히 컸습니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SIV 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SIV는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자금을 빌려주는 구조기 때문에 단기자금을 구하기 힘들면 자금의 미스매칭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SIV가 30년짜리 모기지 대출을 담보로 한 MBS를 담보로 세 달 짜리 ABCP를 발행해 백만달러를 마련했다면, SIV는 앞으로 30년간 3개월마다 ABCP 발행에 성공해야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신용경색이 심할 때는 ABCP에 돈을 투자하려는 기관이 없고, 따라서 SIV는 3개월 마다 돌아오는 ABCP만기를 막기가 힘들죠.

문제는 SIV의 활동이 은행의 장부에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손해를 본 상태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번 시티그룹의 주가폭락은 시티그룹이 SIV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발표 때문입니다. 즉, 지금까지는 SIV의 장부에만 기록되던 부실이 시티그룹의 장부로 옮겨지게 되었고, 따라서 부실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이지요.

모기지를 갚아야 할 사람들이 갚지 못하자 모기지가 부실해졌고, 모기지가 부실해지자 패니메이, 프레디맥, 리먼 브라더스 등 모기지를 바탕으로 MBS를 발행하던 기관들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MBS가 부실해지자 MBS를 바탕으로 ABCP를 발행하는 SIV가 무너졌습니다. 이러한 SIV의 손실이 시티그룹에서 드러나면서 시티그룹의 주가가 폭락하였습니다. 즉, 문제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부실화는 작년에 일어났는데, 파생상품으로 엮어놓다 보니 도미노처럼 시차를 두고 차례로 무너져내린 것이지요.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금융 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를 낳는 단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 시티그룹 주가 폭락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진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시티그룹의 위기는 이번 신용경색의 원인을 잘 보여줍니다. 신용경색이란 쉽게 말해 돈을 잘 빌려주지 않으려는 분위기의 만연을 뜻하는데, 돈을 안빌려주려는 이유는 돈을 빌려간 금융기관이 부도가 날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장부를 잘 살펴보면 이 은행이 얼마나 건전한지 알 수 있지만, SIV 등을 통해 장부외 사업을 벌여놓은 은행이 많기 때문에 장부만 봐서는 재정상태가 어떤지 판단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정부가 아무리 은행에 돈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신용경색은 쉽게 끊나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글- Chicago Fed 2007 No.244

P.S. 이탈리아에는 잘 다녀왔습니다. 기억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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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작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위기의 조짐을 보이던 미국 경제는 올해 들어 위기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신용경색으로 번지는 분위기고, 이러한 불똥이 한국 경제에까지 튀어 며칠 전엔 채권시장이 요동치기도 헀습니다. 달러를 가져와 한국 채권시장에 투자했던 미국 은행들이 돈이 없으니까 (물론 한국 채권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채권을 내다 팔면서 채권값이 폭락했기 때문이죠.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면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별로 신용이 안 좋은 사람한테 집을 사도록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돈을 빌릴 때 신용이 대단히 중요한데, 최근 집값이 워낙 오르는 추세였기 때문에 은행은 "문제가 생기면 집을 뺏으면 되니까" 하고 생각했고, 돈을 빌리는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집 팔아 돈을 갚으면 되니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빌려준 돈이 1천조 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1조 3천억 달러). 그런데 작년에 집값이 내리는 추세로 바뀌고 나자, 집을 팔아도 돈을 못 값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던 금융기관이 파산하기 시작했죠. 이에 따라 이러한 기관에 돈을 빌려준 다른 금융기관까지 큰 손실을 보며 전체적인 유동성 위기가 온 것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만 놓고 본다면, 경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연한 위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쉽게 돈을 빌려 쓰고, 쉽게 돈을 빌려주는 미국의 안이한 분위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은 70년대부터 무역수지가 적자를 냈고, 갈수록 적자폭이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작년엔 사상 최대인 8,566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87조 원)의 적자를 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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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출처- 위키피디아)

그런데도 미국은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은 별로 안 하고, 계속 국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우고 있습니다. 빚을 내 빚을 메우는 상황이죠.

미국이 발행한 국채를 사들이는 나라는 바로 중국과 일본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데, 미국이 계속 자국의 물건을 사들일 돈을 구하도록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중입니다. 즉, 이들은 물건을 미국으로 팔고, 돈은 채권으로 받는 셈이지요. 뒤집어 본다면 현재 미국인들은 마음껏 소비를 하는 대신 후손들에게 어마어마한 빚을 남기는 중입니다.

현재 미국은 생산은 별로 하지 못하면서 소비만 많이 하기 때문에 남의 나랏돈이 필요한 상황이고, 그 돈은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중동에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씨티 그룹이 자금난에 허덕일 때 두바이의 아부다비 투자청이 7조 원 가까이 (75억 달러)를 투자해서 씨티 그룹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알토란 같은 기업들이 하나씩 외국에 팔리는 셈이죠. 중국의 국부펀드는 2010년이면 규모가 17조 달러에 이르리라는 예상인데, 이 정도 금액이면 미국의 모든 기업을 살 수 있답니다. 워렌 버펫이 미국을 "소작인의 나라" (즉, 재산을 남에게 다 팔아버린 나라)가 되리라고 경고한 것이 2년 전인데, 벌써 그 말이 현실화하고 있군요.

미국이 계속 돈을 벌지 못 하고 빚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미국화폐의 가치는 점차 하락하는 중입니다. 다음은 지난 5년간 중요 국가 대비 달러화의 가치 비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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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대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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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대 영국 파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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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대 브라질 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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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대 일본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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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대 대한민국 원

일본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통화와 비교해서 달러가 하락세라는 사실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즉, 미국 경제가 힘을 잃으면서 미국 돈이 가치를 잃어가는 중이라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원화 가치가 올라서 (즉 환율이 떨어져) 수출이 어렵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지난 5년간 달러화 대비 가치가 올랐고,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지요. 단, 미국으러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 그리고 달러화 대비 환율이 별로 떨어지지 않은 일본의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은 환율로 인한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불황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미국 경제에 많이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이 과거처럼 세계 경제를 지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한국은 미국 이외의 지역과 경제 교류를 늘리는 노력을 미리부터 해야겠죠.

앞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은 한 나라가 아니라 중국과 인도, 중동, 서유럽, 브라질, 러시아 등 여러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여러 나라가 과거 미국처럼 세계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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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