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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1 IMF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 (6)
저는 이명박 정부를 매우 싫어하지만, 그래도  이명박 정부에서 잘하는 일이 있으면 잘하는대로 인정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야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되기에 결국 객관성 없이 감정적으로 헐뜯는 글을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속으로는 '이건 또 무슨 꿍꿍이?'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연히 예감이 안좋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시장이 긍정적으로 인정한다면 긍정적인 일로 받아들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협정 소식이 들린 직후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 경이였죠)에 쓴 은 스와프 협정에 대해 그리 부정적인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네요. 그러한 불안감의 근거는 바로 CRS 금리의 동향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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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31일 CRS금리가 0%수준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이는 지난 10월 중순 최악의 상황일때로 돌아갔다는 뜻으로, 언론의 긍정적인 보도와는 다르게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한국의 외환 부족을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전에도 설명했지만 CRS 금리는 외환 (FX) 스왑시장에서 달러화를 빌려주고 원화를 빌리는 사람이 내는 금리입니다. 원화를 빌려주고 달러화를 빌리는 사람은 리보 금리를 내기 때문에 따로 표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CRS 금리가 0%라는 말은, 달러화를 빌려주고 원화를 빌리는 사람은 리보 금리 (오늘 1년물 기준 3.51%)만큼 이자를 받으면서 자신은 이자를 안내도 된다는 뜻입니다. 즉, 달러를 빌려주려는 사람이 워낙 없어서 달러 있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시장이 성립되었다는 뜻입니다.

은행이 외환을 구하는 방법은 세가지입니다. 우선 외국에서 직접 외화를 빌려오면 되는데, 최근 한국의 은행이 외국에서 외화를 빌리는데 성공한 예가 두 어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한국의 은행이 쉽게 외국에서 외화를 구해온다면 제가 이 글을 쓰지도 않겠죠). 두번째 방법은 스왑 시장에서 돈을 구하는 방법인데, CRS 금리가 0%에 스왑 베이시스가 500bp 가까이 된다는 말은 이나마도 쉽지 않다는 뜻이 됩니다. 세번째는 현물 시장에서 직접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은행이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구하는 것은 프로야구 선수가 동네 야구장에서 500원 동전 넣고 기계에서 나오는 볼 치는 것 만큼이나 이상한 일입니다. 이런 일은 없어야 정상인데, 지금 은행의 달러 사정이 너무 안좋아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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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의 외환 스왑시장에 들어오는 이유는 이자가 높은 한국에서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거대은행 A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자면, A는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리보 금리로 쉽게 돈을 구합니다. 그렇게 구한 달러화를 한국의 스왑시장에서 풀면 달러가 필요한 한국의 B은행이 이를 받겠죠. B은행은 달러금액에 해당하는 원화와 리보 금리를 A은행에 줍니다. A은행은 CRS 금리를 B 은행에 내죠. 그러면 A은행은 B은행에서 받은 리보 금리로 이자를 갚습니다. 그리고 거래를 통해 받은 원화로 국채를 삽니다. 국채의 가격은 당연히 CRS보다 높고, 따라서 A은행은 쉽게 조달한 돈으로 안전하게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스왑 거래는 처음 정한 금리대로 나중에 다시 돈을 서로 갚기 때문에 환차손의 위험도 없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CRS 금리가 0%에 가깝고 스왑 베이시스가 500bp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쉽게 큰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외국의 금융기관은 한국의 스왑시장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발표되었는데도 CRS금리가 떨어진다는 말은 이들이 오히려 한국 스왑시장에서 떠난다는 뜻입니다. 이는 한국의 은행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졌다는 뜻이고, 한국의 은행들은 달러를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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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나면서 신용경색이 시작되자 평소에 50bp이하를 유지하던 스왑 베이시스가 세자리수로 급등하였습니다. 그러한 상황이 몇달 지속되자 은행에서는 "환전창구에서 바꿔줄 돈도 부족하다"는 소리가 들여왔습니다. 그만큼 스왑시장은 은행이 외환을 구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에 비해 외환 현물 시장은 은행 보다는 기업이나 개인의 돈이 오가는 시장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환율이 내릴 때가 되었으니 빨리 달러를 팔아버리자"고 판단하고 행동하면 환율은 내려갑니다. 하지만 환율이 내렸다고 은행의 외환부족이 해결되지는 않지요. 은행의 외환부족은 은행이 외국에 나가 돈을 빌려 오던지, 아니면 외환 스왑 시장에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요즘 이 두가지가 모두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SDE님은 현 상황에 대해 "한국의 크레디트 라인이 끊어졌다"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의 직접 원인이었기도 하죠. 그런데 'IMF 망령'에서 벗어났다 는 선언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외환위기 끝났다"고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 더욱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외환위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찌 고민할 때입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한미 통화 스와프 타결로 고비를 넘겼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는 곳이 많더군요. 정말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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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