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1/25 서브프라임 사태, Part II (11)
  2. 2007/12/01 미국발 경제위기 오는가? (14)
세계 최대의 금융회사인 시티그룹은 최근 며칠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어온 시티그룹은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1년전까지 50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6달러선으로 폭락하였습니다. 결국 24일 미국 정부가 시티그룹을 구제하기로 발표함으로 한고비 넘기긴 했지만, 시티그룹이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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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그룹이 왜 위기에 처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전한 과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복잡한 파생상품과 다양한 금융기관이 결합한 문제이기에 문제가 드러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문제의 근원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돌아가 봅시다. 서브프라임은 신용이 그리 좋지 않은 등급이고 (신용이 좋은 등급은 프라임이라고 부르죠), 모기지는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라는 사실 정도는 모두 아실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준비한 돈으로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시불로 일부를 내고 (이를 downpayment라고 부르죠), 나머지는 대출로 집을 산 후, 매달 조금씩 원리금을 갚아 나갑니다. 과거에는 대출자가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돈을 빌려준 은행이 직접 관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빌려준 돈을 다 회수할 때까지 수십년이 걸리죠. 그래서 은행들은 모기지를 다른 기관에 넘기고, 돈을 미리 받는 방식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 은행은 투자금을 즉시 회수하고, 회수한 돈으로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기에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죠.

은행으로부터 모기지를 사온 기관은 모기지를 모아서 모기지를 담보로한 증권 (MBS, mortgage-backed securities)을 발행합니다. 예를 들어, 30년 만기 6.5% 고정이자 십만달러짜리 모기지 천 개를 모으면 30년 만기 고정이자 6% 만 달러짜리 증권 만 주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기지를 모아 MBS를 발행하는 기관으로는 패니메이, 프레디맥, 리먼 브라더스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에 무너지게 되죠.

그런데 모기지는 MBS로 탈바꿈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MBS는 증권이기 때문에 MBS를 담보로 해서 또 다른 증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CDO (collateral debt obligation)이지요. CDO는 꼭 MBS를 담보로 할 필요는 없지만, 2005년 발행된 CDO의 81%가 MBS를 담보로 포함할 만큼 CDO와 MBS는 밀접하게 연관이 됩니다.

ABCP는 MBS나 CDO 등을 담보로 한 또다른 형태의 증권입니다. CDO와 ABCP의 중요한 차이점은 CDO는 장기물이고, ABCP는 3개월 정도의 단기물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MBS를 사들여 이를 바탕으로 ABCP를 발행하면, ABCP는 증권을 담보로 하기에 안전하고, 또한 단기물이기 때문에 이자가 작습니다. ABCP를 사는 사람은 위험이 적고, 발행하는 사람은 작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죠. 이렇게 빌린 돈은 장기물인 MBS나 CDO에 투자합니다. MBS나 CDO는 장기물이기에 이자가 높죠. 이러한 이자 차이를 통해 ABCP 발행기관은 수익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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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ABCP 발행은 은행에서 세운 SIV에서 담당합니다 (한국에서는 SIV보다는 콘듀잇 (conduit)이라는 명칭을 자주 쓰는데, 이 둘은 엄밀히 말해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비슷합니다). SIV (Structured investment vehicle)는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는 은행의 자회사입니다. 은행이 직접 ABCP를 발행하지 않고 SIV를 통하는 이유는 SIV를 통하면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아도 되고, 부실이 발생해도 은행 장부에 기록이 남지 않고, 또한 발행 내역 등을 공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SIV를 세우면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 위험한 고수익 사업을 마음껏 벌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 은행들이 세운 콘듀잇에 대해서는 ABCP 관련글에서 다루었습니다.)

시티그룹은 SIV를 개발한 장본인이고, 따라서 SIV의 규모도 대단히 컸습니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SIV 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SIV는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자금을 빌려주는 구조기 때문에 단기자금을 구하기 힘들면 자금의 미스매칭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SIV가 30년짜리 모기지 대출을 담보로 한 MBS를 담보로 세 달 짜리 ABCP를 발행해 백만달러를 마련했다면, SIV는 앞으로 30년간 3개월마다 ABCP 발행에 성공해야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신용경색이 심할 때는 ABCP에 돈을 투자하려는 기관이 없고, 따라서 SIV는 3개월 마다 돌아오는 ABCP만기를 막기가 힘들죠.

문제는 SIV의 활동이 은행의 장부에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손해를 본 상태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번 시티그룹의 주가폭락은 시티그룹이 SIV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발표 때문입니다. 즉, 지금까지는 SIV의 장부에만 기록되던 부실이 시티그룹의 장부로 옮겨지게 되었고, 따라서 부실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이지요.

모기지를 갚아야 할 사람들이 갚지 못하자 모기지가 부실해졌고, 모기지가 부실해지자 패니메이, 프레디맥, 리먼 브라더스 등 모기지를 바탕으로 MBS를 발행하던 기관들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MBS가 부실해지자 MBS를 바탕으로 ABCP를 발행하는 SIV가 무너졌습니다. 이러한 SIV의 손실이 시티그룹에서 드러나면서 시티그룹의 주가가 폭락하였습니다. 즉, 문제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부실화는 작년에 일어났는데, 파생상품으로 엮어놓다 보니 도미노처럼 시차를 두고 차례로 무너져내린 것이지요.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금융 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를 낳는 단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 시티그룹 주가 폭락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진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시티그룹의 위기는 이번 신용경색의 원인을 잘 보여줍니다. 신용경색이란 쉽게 말해 돈을 잘 빌려주지 않으려는 분위기의 만연을 뜻하는데, 돈을 안빌려주려는 이유는 돈을 빌려간 금융기관이 부도가 날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장부를 잘 살펴보면 이 은행이 얼마나 건전한지 알 수 있지만, SIV 등을 통해 장부외 사업을 벌여놓은 은행이 많기 때문에 장부만 봐서는 재정상태가 어떤지 판단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정부가 아무리 은행에 돈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신용경색은 쉽게 끊나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글- Chicago Fed 2007 No.244

P.S. 이탈리아에는 잘 다녀왔습니다. 기억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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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작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위기의 조짐을 보이던 미국 경제는 올해 들어 위기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신용경색으로 번지는 분위기고, 이러한 불똥이 한국 경제에까지 튀어 며칠 전엔 채권시장이 요동치기도 헀습니다. 달러를 가져와 한국 채권시장에 투자했던 미국 은행들이 돈이 없으니까 (물론 한국 채권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채권을 내다 팔면서 채권값이 폭락했기 때문이죠.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면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별로 신용이 안 좋은 사람한테 집을 사도록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돈을 빌릴 때 신용이 대단히 중요한데, 최근 집값이 워낙 오르는 추세였기 때문에 은행은 "문제가 생기면 집을 뺏으면 되니까" 하고 생각했고, 돈을 빌리는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집 팔아 돈을 갚으면 되니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빌려준 돈이 1천조 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1조 3천억 달러). 그런데 작년에 집값이 내리는 추세로 바뀌고 나자, 집을 팔아도 돈을 못 값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던 금융기관이 파산하기 시작했죠. 이에 따라 이러한 기관에 돈을 빌려준 다른 금융기관까지 큰 손실을 보며 전체적인 유동성 위기가 온 것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만 놓고 본다면, 경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연한 위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쉽게 돈을 빌려 쓰고, 쉽게 돈을 빌려주는 미국의 안이한 분위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은 70년대부터 무역수지가 적자를 냈고, 갈수록 적자폭이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작년엔 사상 최대인 8,566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87조 원)의 적자를 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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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출처- 위키피디아)

그런데도 미국은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은 별로 안 하고, 계속 국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우고 있습니다. 빚을 내 빚을 메우는 상황이죠.

미국이 발행한 국채를 사들이는 나라는 바로 중국과 일본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데, 미국이 계속 자국의 물건을 사들일 돈을 구하도록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중입니다. 즉, 이들은 물건을 미국으로 팔고, 돈은 채권으로 받는 셈이지요. 뒤집어 본다면 현재 미국인들은 마음껏 소비를 하는 대신 후손들에게 어마어마한 빚을 남기는 중입니다.

현재 미국은 생산은 별로 하지 못하면서 소비만 많이 하기 때문에 남의 나랏돈이 필요한 상황이고, 그 돈은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중동에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씨티 그룹이 자금난에 허덕일 때 두바이의 아부다비 투자청이 7조 원 가까이 (75억 달러)를 투자해서 씨티 그룹의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알토란 같은 기업들이 하나씩 외국에 팔리는 셈이죠. 중국의 국부펀드는 2010년이면 규모가 17조 달러에 이르리라는 예상인데, 이 정도 금액이면 미국의 모든 기업을 살 수 있답니다. 워렌 버펫이 미국을 "소작인의 나라" (즉, 재산을 남에게 다 팔아버린 나라)가 되리라고 경고한 것이 2년 전인데, 벌써 그 말이 현실화하고 있군요.

미국이 계속 돈을 벌지 못 하고 빚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미국화폐의 가치는 점차 하락하는 중입니다. 다음은 지난 5년간 중요 국가 대비 달러화의 가치 비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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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대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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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대 영국 파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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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대 브라질 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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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대 일본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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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대 대한민국 원

일본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통화와 비교해서 달러가 하락세라는 사실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즉, 미국 경제가 힘을 잃으면서 미국 돈이 가치를 잃어가는 중이라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원화 가치가 올라서 (즉 환율이 떨어져) 수출이 어렵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지난 5년간 달러화 대비 가치가 올랐고,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지요. 단, 미국으러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 그리고 달러화 대비 환율이 별로 떨어지지 않은 일본의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은 환율로 인한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불황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미국 경제에 많이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이 과거처럼 세계 경제를 지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한국은 미국 이외의 지역과 경제 교류를 늘리는 노력을 미리부터 해야겠죠.

앞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은 한 나라가 아니라 중국과 인도, 중동, 서유럽, 브라질, 러시아 등 여러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여러 나라가 과거 미국처럼 세계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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