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1/29 [연재] 아이패드의 의미 2
  2. 2010/01/28 [연재] 아이패드의 의미 1
2. 이북 시장 진출

얼마 전 아마존은 지난 크리스마스날 이북(ebook) 주문이 종이책을 앞질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아마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북 리더인 킨들을 받은 사람들이 이를 위한 이북을 주문하였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얼마 전까지 존재가 미미하던 이북이 종이책을 앞지르는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빠른 변화는 무엇보다 아마존의 노력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 개념으로 출발하여 지금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하였는데, 기존의 온라인 서점 비즈니스로는 한계를 느끼고 이북 활성화를 위해 킨들이라는 자체 이북 리더를 개발하였고,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며 출판사와 맺은 관계를 활용해 출판사들이 이북 판매에 나서도록 설득하였습니다. 또한, 독자들에겐 낯선 이북에 적응하기 쉽도록 보통 20달러 이상인 신간서적(hardcover)을 9.99달러에 판매하는 파격적인 가격정책으로 이른 시일 안에 이북시장을 석권하였습니다.

아마존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자 소니를 비롯한 기존의 이북 리더 제조사부터 아이리버 등 후발주자까지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지금 괜찮은 이북 리더가 꽤 많이 나온 상태입니다. 여기다가 구글은 대학교들과 손잡고 대학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두 스캔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양의 이북을 확보하였습니다. 구글은 저자들과 저작권 협의를 하지 않고 이 일을 진행하였기에 소송이 걸리긴 했지만, 최근에 집단 계약을 통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였고 곧 이북 판매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구글은 순식간에 엄청난 이북을 판매하는 이북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게 될 뿐만 아니라, 기존에 이북으로 구매가 불가능했던 책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이북 시장의 규모 자체도 커지리라는 예상입니다.

이러한 이북 시장의 지각변동은 미디어 유통업이 사업의 중요한 부분인 애플에 도전이자 기회를 제공합니다. 지금 애플이 운영하는 아이튠스 스토어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음악, 비디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거래되는 시장입니다. 애플이 이처럼 미디어 유통을 확실히 장악하였기 때문에, 한 번 아이튠스로 미디어를 구매하기 시작한 사람은 이러한 미디어가 재생되는 애플 기기를 구입하기 마련이고, 이는 곧 애플이 MP3 플레이어, 휴대전화 부분에서 강세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이북은 애플에 매우 생소한 영역이고, 이러한 영역에 진출하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죠.

물론 지금도 애플 제품에서 수많은 이북을 즐길 수 있긴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폰용 킨들이 있기 때문에 아이폰을 쓰는 사람은 킨들 이북을 마음껏 읽을 수 있죠. 하지만 거대한 킨들의 스크린에 비하면 아이폰의 스크린은 너무 작습니다. 과거에도 팜이나 윈도우 모바일 PDA에서 이북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지만, 일단 킨들이 나온 이상 고객에게 작은 화면에서 이북을 보라고 강요하기가 어려워졌죠. 그렇다면 애플이 본격적으로 이북 시장에 진출하려면 이북리더로서 손색이 없는 제품이 필요합니다.

아이패드는 이러한 필요를 정확하게 채워주는 제품입니다. 아이패드는 맥북보다 훨씬 싸고, 휴대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킨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습니다. 특히 킨들이 이북, mp3 재생, 간단한 인터넷 서핑만 가능한 데 비해 아이패드는 기능이 훨씬 다양하다는 점에서 킨들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충분히 대안이 될만합니다.

킨들이 인기를 끈 중요한 원인은 킨들용 이북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킨들에 들어간 e-ink 기술이 책을 읽기에 적합한 화면을 보여주고, 백라이트가 없어도 되기 때문에 배터리가 오래간다는 기기의 장점 때문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은 "이북 기기는 e-ink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북이라는 하나의 기능만 하는 기기가 아닌, 범용 기기를 만들어온 애플로선 e-ink를 채용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애플은 기존 제품처럼 LCD를 썼지만, 보통 LCD가 아닌 고가의 IPS LCD를 썼습니다. 따라서 보통 모니터보다 훨씬 화질이 좋죠. 이 정도면 책을 읽는데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 제품은 아이폰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큰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고, 사용시간이 10시간에 달합니다. 이는 킨들 보다 못하지만, 이북리더로서 문제가 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겠죠.

애플은 iPad와 iBooks로 이북시장에 진출하기 원하지만, 애플의 노력이 성공하리라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무엇보다 애플은 지금까지 출판사와 거래를 해본 적이 전혀 없어서 얼마나 많은 출판사로부터 이북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애플은 우선 다섯 개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는데, 아무리 시작이라고 하지만 매우 적은 숫자임이 분명합니다. 만약 애플이 더 많은 출판사와 계약을 맺지 않는다면 그 사이에 아마존이 신제품 출시, 가격 인하 등의 방법으로 킨들 사용자를 더 늘려 애플을 견제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겠죠. 또 한 가지 문제는 킨들이 많은 이북을 9.99달러에 판매하는 데 비해, 애플은 13-15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애플은 이 가격의 70%를 출판사에 주는데, 그렇다면 출판사는 권당 10달러 정도만 수익을 얻습니다. 아마존은 출판사에 권당 15달러 정도를 주고 사 와서 9.99달러에 판매하기에 출판사로선 애플보다 아마존에 판매할 때 더 이익이 많이 남습니다. 이는 아마존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이북시장을 키우는 데 비해, 애플은 기존의 미디어 유통업에 하나의 분야를 더 추가하는 상황이라 크게 손해를 보면서 이북을 판매할 마음이 없다는 차이 때문이겠죠.

업데이트- 아마존이 애플보다 출판사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데, 출판사들의 반응은 오히려 애플의 모델을 선호하는 듯 보입니다. 맥밀란이 킨들 스토어에서 자사 이북을 제거한 것이 좋은 예죠. 이는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우선 아마존은 최신 인기도서의 가격으 9.99달러로 정해놓았고, 출판사는 이에 대해 결정할 권한이 없는데 비해, 애플은 출판사가 적정한 범위 내에서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출판사는 가격 결정권을 주는 애플을 선호하는 것이죠(애플은 음악도 과거엔 곡당 99센트로 일괄적용했다가 최근엔 가격을 어느 범위 내에서 선택하도록 허용했죠). 또한 아마존의 이북가격은 너무 낮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마존 이북을 구입하다 보면 "책은 10달러 미만에 살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이는 지금 20달러 이상에 판매하던 책들을 앞으로는 대폭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출판사들은 킨들의 모델에 불만을 품을 수가 있고, 이는 킨들의 모델로 저렴한 가격에 이북을 사기 원하는 소비자들의 뜻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들이 애플의 가격 모델이 마음에 든다고 킨들에 책을 공급하지 않고 애플에만 공급한다면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사태는 일시적인 힘겨루기로 끝나고, 결국은 새로운 협의를 통해 양쪽에 모두 책을 공급하게 되리라고 예상됩니다.

연재 순서
1. 모바일 기기 라인업 확대
2. 이북 시장 진출
3. 주머니 밖의 인터넷
4. 규모의 경제
5. 새로운 GUI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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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몇 주 전부터 루머로 떠돌던 아이패드가 드디어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루머에 들떴던 네티즌들은 실물을 보자 실망하는 기색이 완연하고, 전문 블로그들의 반응도 Engadget이 "Magical? Really? Doesn't seem that magical to us!"라고 평하고, Gizmodo는 "iPad가 안 좋은 8가지 이유"를 기사로 싣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대세를 이루는 듯 보입니다. 특히 한국어 입출력이 빠진 점은 한국 소비자들이 매우 기분 나쁘게 생각할만한 점입니다(물론 한국 발매에 앞서 추가되긴 하겠지만).

물론 애플이 과거에 Cube 같은 실패작을 낸 적이 있고, 최근에도 Apple TV처럼 빛을 못 보는 제품을 발표하였다는 점을 볼 때 iPad가 꼭 대중에게 사랑받는 기기로 자리 잡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애플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보여주는 제품이라는 데서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럼 앞으로 며칠간 아이패드에 담긴 애플의 전략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모바일 기기 라인업 확대

몇 년 전 애플은 Apple Compuer Inc.에서 Apple Inc.로 사명을 바꾸었습니다. 이는 애플이 컴퓨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는 뜻이죠. 실제로 한국에선 애플이 매킨토시보다 아이폰으로 더 유명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각 기업이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지금, 애플도 사업 영역을 특정 품목으로만 제한할 필요는 없겠죠. 그렇다면 컴퓨터라는 이름을 버린 애플의 새로운 정체성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힌트를 우리는 이번 iPad 발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 발표를 시작하며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기업이다.시장점유율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가 비교 대상으로 선택한 삼성, 노키아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애플보다 시장점유율이 큰 기업들입니다. 하지만, 아이팟, 랩탑 등 휴대기기를 모두 포함한다면 애플이 이들 회사보다 판매액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죠. 이는 다시 말해서 애플이 휴대기기 시장에서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분야에 집중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애플의 이러한 전략은 고가 데스크탑 맥인 맥 프로의 개발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됩니다. 과거엔 애플이 맥 프로(PowerPC CPU 시절엔 파워맥)를 통해 많은 돈을 벌었고, 따라서 새로운 모델도 자주 내놓았지만, 지금은 업데이트가 느릴 뿐 아니라, 업데이트가 되도 속도가 조금 더 빠른 CPU를 쓰는 등 조금 바뀔 뿐, 획기적인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획기적인 변화가 계속 일어난 랩탑 제품군(맥북, 맥북 에어, 맥북 프로)과 비교되지요. 앞으로도 애플은 데스크탑 제품은 아이맥만 신경 쓸 뿐, 맥 프로나 맥 미니 개발엔 큰 투자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휴대전화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삼성이나 노키아보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작은 원인은 삼성이나 노키아는 수십 가지 제품을 판매하는데, 애플은 아이폰 한 제품만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애플이 정말 모바일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모바일 라인업을 확대해야 합니다. 애플이 2년 전 맥북에어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전략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이후, 애플은 제품 라인업을 간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전통적으로 저가 맥북과 고가 맥북 프로 사이에 들어갈 맥북에어를 발표한 것은 이제는 다양한 제품으로 랩탑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죠. 스티브 잡스가 이번 발표회에서 언급했듯, 아이패드는 아이폰/아이팟 터치라는 소형 모바일 기기와 랩탑 사이의 공간을 채워 주는 기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가격에 따라 아이팟 터치부터 맥북프로까지 다양한 애플의 모바일 기기를 선택할 수 있고, 애플은 이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더욱 늘릴 수 있지요.

이렇게 본다면 아이패드는 "모바일 기기 라인업 확대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애플의 전략을 위해 꼭 필요한 제품입니다. 맥북에어도 소비자들이 열광한 제품은 아니지만, 랩탑 라인업을 확대함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나름대로 기여했듯, 아이패드도 모바일 기기 라인업 확대라는 분명한 역할이 있는 제품입니다. 따라서 모바일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애플로서는 내놓을 수밖에 없는 제품이지요.


연재 순서
1. 모바일 기기 라인업 확대
2. 이북 시장 진출
3. 주머니 밖의 인터넷
4. 규모의 경제
5. 새로운 GUI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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