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이후로 조금 안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경제가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환율이 문제인데, 작년말 12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지금 1400원대 중반까지 뛰어올랐고, 앞으로도 더욱 올라갈듯한 기세를 보입니다.

언론은 이번 사태의 중요한 원인으로 우리은행의 후순위채권 콜옵션 미행사를 듭니다. 우리은행이 5년전 10년짜리 후순위채 4억달러 어치를 발행했는데, 이럴 경우 보통 조기 현금화를 원하는 투자자를 위해 5년이 지나면 채권을 다시 사들이는 옵션을 행사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채권을 지금 사들일 마음이 없다"고 발표했죠. 우리은행으로선 외환을 구하기 힘든 요즘 같은 상황에서 4억달러를 구해 빚을 조기상환하기가 힘들었겠지만, 어쨌든 이번 일로 "우리은행은 외환이 부족하구나"하는 인식이 시장에 퍼졌고, 이는 곧 한국 은행들 및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한국에서 돈을 빼가는 투자자가 늘었고, 이로 인해 환율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환율이 올라간 또 하나의 원인은 북한의 위협 때문인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로 계속 남한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북한은 이제 미사일 발사를 통해 전쟁분위기를 고조하는 중이고, 이는 한국의 장래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무너뜨림으로 환율이 올라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큰 그림을 생각한다면, 한국 경제의 상황은 이미 작년 가을 이후로 쭉 나빴고, 정부와 언론이 이러한 경제 위기 상황을 숨기려고 노력해 오다가 결국 우리은행과 북한 미사일을 계기로 인해 문제가 터져나왔다고 봐야 정상이겠지요. 여러 번 글을 썼지만, 국내 은행들은 작년 가을 부터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기가 극히 힘든 실정입니다. 이는 경제 위기 상황 때문에 외국 금융기관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고 꺼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 금융기관들이 전반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돈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은행 차원에서는 외화 조달이 어렵고, 정부 차원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과 통화 스와프를 맺어 외환을 조달했는데, 위기가 길어지면서 이렇게 빌려온 돈으로도 감당이 안되 시중 은행의 달러 상황이 매우 안 좋은 상태입니다. 이번에 발생한 우리은행의 후순위채권 콜옵션 문제는 이러한 문맥에서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이죠.

달러 부족 사태의 또 다른 원인은 수출이 생각만큼 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같은 상황이라면, 수출이 엄청나게 잘되면서 달러가 한국으로 몰려들어 달러 부족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만, 그때는 세계 경제가 호황이었기에 높은 환율에 힘입어 쉽게 수출을 늘렸지만, 지금은 세계 경제가 함께 힘든 상황이니 아무리 환율이 높아도 수출을 늘리기가 만만치 않은 실정입니다.

지금과 같은 환율상승은 결국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에 비해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신문을 보시면 강남의 집값이 몇억씩 올랐다는 "희망 섞인" 보도가 나오긴 하지만, 사실 지금 상황에 누가 큰 돈을 부동산에 투자하겠습니까? 지난 몇년간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때는 투자를 위해 은행 빚 내서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처럼 수요가 많았기에 집값이 올랐지만, 지금은 실수요자가 아니고서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거품이 꺼지는 만큼은 집값이 하락해야 정상이죠. 주식을 보자면, 주가는 원래 환율과 짝을 이뤄 움직이지만, 최근엔 환율과 상관 없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주가가 경기 상황의 반영이라면,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 주가가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경제 위기는 결코 단기간에 끝날 수가 없기에, 주가도 장기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당분간 자산의 가치는 떨어지면서 물가는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데,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재산은 줄어드는데 생활비는 더욱 늘어나 살기가 힘들게 된다는 뜻이지요.

앞으로도 작은 흐름의 변화는 있겠지만 크게 보자면 경제 위기는 계속되겠고, 우리의 살림살이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 계속될 것입니다. 신문만 읽고 지나치게 희망에 휩싸이지 마시고, 장기전을 치른다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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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문을 보니 정부에서 "외환위기가 끝났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단 기사가 나오더군요. 요 며칠 사이에 환율이 많이 내리다 보니 그런 판단이 나온 듯 한데, 상황을 잘 살펴보면 이는 너무 성급한 생각입니다.

우선, 최근 원달러 환율이 많이 내린 원인은 원화가 강세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달러화가 약세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금 발권력까지 동원해 통화량을 늘이겠다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중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유지된다면 비정상이겠죠. 따라서 달러화의 가치가 갑자기 떨어졌고, 이것이 원달러 환율에 반영된 것입니다. 가치가 급변하지 않은 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은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달러화의 가치하락 없이 원화의 가치가 상승했다고 할찌라도, 지금 환율은 너무 높습니다. 지난 몇 년간 원달러 환율은 900-1100원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내렸다고 해도 거의 1300원에 가깝죠. 즉, 평소보다 20-40%가 절상된 상태인데, 이렇게 본다면 환율이 더 내려야 위기가 끝났다고 할 수 있겠죠.

다음으로,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 하락도 외환위기 종식의 근거로 들던데, 흥미롭게도 CDS가 699bp (6.99%)까지 치솟았을 때, 정부는 "CDS는 거래도 얼마 안되고... 어쨌든 별로 믿을 수 없는 수치다"고 주장했습니다. CDS가 오를 때는 믿을 수 없는 수치였는데, 내리고 나니 갑자기 중요한 수치로 둔갑을 하는군요. 그러면 CDS 수치가 다시 솟아오를 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현재 미국 국채의 10년물 CDS는 50bp 수준입니다 (11월말 수치인데, 미국 국채 CDS는 유료 자료에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최신 수치가 없네요). 이는 사상 최고치로,  평소엔 5-10bp수준입니다. 그에 비해 한국물의 CDS는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300bp수준입니다. 즉, CDS가 안전한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하기엔 아직 이르죠.

한국에서 달러 유동성을 표시하는 스왑베이시스는 현재 -300에서 -400bp 수준입니다. 이는 10월에 비해 많이 나아진 수치이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 스왑베이시스가 -50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여전히 상당히 높습니다.

무역수지 흑자와 은행의 외환차입 성공은 매우 반가운 소식임에 분명합니다만,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흔들리지 않고 정착해야 외환위기를 끝낼 수 있지, 이제 막 시작한 상황을 보고 "이제 위기는 다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성급해 보입니다.

지금 상황은 죽어가던 환자가 한 고비를 넘긴 상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국내외 환경은 지뢰밭 처럼 위험 요인이 많고, 어느 부분이 어떻게 터질찌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부는 "빨리 외환위기 끝났다는 선언부터 하자"고 성급하게 서두르는 듯 싶네요. 정부가 "외환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하고 다시 환율이 오른다면,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게 됩니다. 정부는 말로 위기를 끝낼 생각을 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말을 골라서 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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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중국, 일본과 통화 스와프 계약이 체결되면서 한국은 비상시 쓸 수 있는 스와프 금액이 1120억달러로 늘어났습니다. 이번 통화 스와프에 대해 이데일리는 "외교술의 성과"라고 칭찬했고, 조선일보는 "이제 외환부족에 따른 국가부도의 위험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통화 스와프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정확히 지난 10월말에 맺은 한미통화 스와프때와 동일합니다. 당시 정부는 "한국은 미국의 보호막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좋아했고, 언론은 "IMF의 망령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했죠. 하지만 11월로 접어들면서 주식은 다시 폭락하였고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미국과 맺은 300억달러의 약발은 한달을 못넘긴 셈이죠.

지금 상황에서 몇백억 달러 수준의 비상자금 마련은 외환시장을 절대 안정시킬 수 없습니다. 올해 초 한국의 외환 보유고가 2600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이 정도 금액에도 시장은 한국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외환 보유고가 2000억 달러로 떨어져 최근 늘어난 통화스와프 (미국 300억 달러, 일본 170억 달러, 중국 260억 달러)를 포함해도 올해 초 수준을 회복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따라서 정부와 언론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통화 스와프로 사태가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이 처한 외환위기는 국내 은행의 외환 자금 공급선이 막힌 것과, 외국인의 국내 투자 축소에서 발생합니다. 지난 몇년간 달러의 유동성이 좋을 때, 국내 은행들은 외국에서 달러를 빌려다가 국내에서 대출을 해주고 많은 수익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발생하면서 국내 은행들은 더 이상 외국에서 달러를 빌려오기가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는 국내 달러 유동성을 표시하는 스왑 베이시스만 확인해도 쉽게 알 수 있는데, 보통 때 -50 수준인 스왑 베이시스가 -30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은행들이 외환을 구하는 중요한 시장인 FX 스왑 시장이 거의 마비되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은행들이 외국에서 빌려온 돈을 갚아야 하는데 (내년 6월까지 천억달러 정도), 이렇게 빚을 갚을 달러가 없기 때문에 달러 유동성 부족이 심각합니다. 은행이 하도 달러가 부족하니까 한국은행이 직접 은행에 외환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방식으로 단기 외환을 공급하는 중이긴 하지만, 이게 워낙 단기라 (길어야 세 달) 은행의 외환부족사태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은행이 달러가 부족하니 하루짜리 달러 자금에도 연이자 7-8%를 지급하는 형편입니다 (얼마전 "기업이 달러로 이자놀이 한다"는 기사가 났는데, 그 실상은 은행이 달러가 부족해 단기 달러 자금에 대한 이자를 워낙 높게 주니까 기업들이 좋은 조건을 찾아 하루 단위로 은행을 바꿔가며 예금을 한 것입니다. 즉, 문제의 핵심은 기업의 이기심이 아니라 은행의 달러부족이지요).

또한 외국인들은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많은 채권과 주식을 샀는데, 세계적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이 발생하며 대량으로 주식과 채권을 팔고 빠져나가는 중입니다. 만약 이들의 셀 코리아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의 달러 부족 현상은 결국 파국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국인의 이탈은 단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막기가 힘듭니다. 이들을 붙잡는 한가지 방법은 높은 이자를 주는 것인데, 어제 기준금리 1%인하로 인해 외국인에게 한국은 위험하기만 하고, 이자소득도 별로 기대할 수 없는 나라로 찍히게 되었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는데는 돈이 필요하고, 이 돈은 제품을 파는데서 나오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은 대출을 통해 마련합니다. 그런데 은행이 갑자기 "지금까지 빌려간 돈 다 갚으라"고 요구한다면, 기업은 제품을 잘 팔다가도 부도를 내게 됩니다. 이른바 흑자도산이지요. 한국도 경제를 운영하는데 무역을 통한 이득 뿐 아니라 외국에서 빌려오는 자금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외국인에게 빌려온 돈과, 외국인이 직접 한국에 투자한 돈이 동시에 빠져나가면서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는 중입니다. 이제 한국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민간은행이 없기에 한국 정부는 외국 정부에게 직접 돈을 빌리는 단계이지요. 따라서 주변국에게 몇백억 달러 빌렸다고 좋아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성급해 보입니다.

한국은 지금 쌓아놓은 외환보유고를 곶감 빼먹듯 조금씩 써가는 중입니다. 이 돈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풀려 한국이 다시 외국에서 쉽게 돈을 빌려오거나, 아니면 수출이 엄청나게 잘 되 돈을 빌릴 필요 없이 우리가 보유한 달러로 빚을 값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파국은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언론이 어떻게 떠들던, 통화 스와프는 사태의 본질을 바꾸어 놓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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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명박 정부를 매우 싫어하지만, 그래도  이명박 정부에서 잘하는 일이 있으면 잘하는대로 인정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야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되기에 결국 객관성 없이 감정적으로 헐뜯는 글을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속으로는 '이건 또 무슨 꿍꿍이?'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연히 예감이 안좋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시장이 긍정적으로 인정한다면 긍정적인 일로 받아들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협정 소식이 들린 직후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 경이였죠)에 쓴 은 스와프 협정에 대해 그리 부정적인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네요. 그러한 불안감의 근거는 바로 CRS 금리의 동향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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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31일 CRS금리가 0%수준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이는 지난 10월 중순 최악의 상황일때로 돌아갔다는 뜻으로, 언론의 긍정적인 보도와는 다르게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한국의 외환 부족을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전에도 설명했지만 CRS 금리는 외환 (FX) 스왑시장에서 달러화를 빌려주고 원화를 빌리는 사람이 내는 금리입니다. 원화를 빌려주고 달러화를 빌리는 사람은 리보 금리를 내기 때문에 따로 표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CRS 금리가 0%라는 말은, 달러화를 빌려주고 원화를 빌리는 사람은 리보 금리 (오늘 1년물 기준 3.51%)만큼 이자를 받으면서 자신은 이자를 안내도 된다는 뜻입니다. 즉, 달러를 빌려주려는 사람이 워낙 없어서 달러 있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시장이 성립되었다는 뜻입니다.

은행이 외환을 구하는 방법은 세가지입니다. 우선 외국에서 직접 외화를 빌려오면 되는데, 최근 한국의 은행이 외국에서 외화를 빌리는데 성공한 예가 두 어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한국의 은행이 쉽게 외국에서 외화를 구해온다면 제가 이 글을 쓰지도 않겠죠). 두번째 방법은 스왑 시장에서 돈을 구하는 방법인데, CRS 금리가 0%에 스왑 베이시스가 500bp 가까이 된다는 말은 이나마도 쉽지 않다는 뜻이 됩니다. 세번째는 현물 시장에서 직접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은행이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구하는 것은 프로야구 선수가 동네 야구장에서 500원 동전 넣고 기계에서 나오는 볼 치는 것 만큼이나 이상한 일입니다. 이런 일은 없어야 정상인데, 지금 은행의 달러 사정이 너무 안좋아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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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의 외환 스왑시장에 들어오는 이유는 이자가 높은 한국에서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거대은행 A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자면, A는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리보 금리로 쉽게 돈을 구합니다. 그렇게 구한 달러화를 한국의 스왑시장에서 풀면 달러가 필요한 한국의 B은행이 이를 받겠죠. B은행은 달러금액에 해당하는 원화와 리보 금리를 A은행에 줍니다. A은행은 CRS 금리를 B 은행에 내죠. 그러면 A은행은 B은행에서 받은 리보 금리로 이자를 갚습니다. 그리고 거래를 통해 받은 원화로 국채를 삽니다. 국채의 가격은 당연히 CRS보다 높고, 따라서 A은행은 쉽게 조달한 돈으로 안전하게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스왑 거래는 처음 정한 금리대로 나중에 다시 돈을 서로 갚기 때문에 환차손의 위험도 없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CRS 금리가 0%에 가깝고 스왑 베이시스가 500bp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쉽게 큰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외국의 금융기관은 한국의 스왑시장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발표되었는데도 CRS금리가 떨어진다는 말은 이들이 오히려 한국 스왑시장에서 떠난다는 뜻입니다. 이는 한국의 은행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졌다는 뜻이고, 한국의 은행들은 달러를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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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나면서 신용경색이 시작되자 평소에 50bp이하를 유지하던 스왑 베이시스가 세자리수로 급등하였습니다. 그러한 상황이 몇달 지속되자 은행에서는 "환전창구에서 바꿔줄 돈도 부족하다"는 소리가 들여왔습니다. 그만큼 스왑시장은 은행이 외환을 구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에 비해 외환 현물 시장은 은행 보다는 기업이나 개인의 돈이 오가는 시장입니다. 따라서 기업이 "환율이 내릴 때가 되었으니 빨리 달러를 팔아버리자"고 판단하고 행동하면 환율은 내려갑니다. 하지만 환율이 내렸다고 은행의 외환부족이 해결되지는 않지요. 은행의 외환부족은 은행이 외국에 나가 돈을 빌려 오던지, 아니면 외환 스왑 시장에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요즘 이 두가지가 모두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SDE님은 현 상황에 대해 "한국의 크레디트 라인이 끊어졌다"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의 직접 원인이었기도 하죠. 그런데 'IMF 망령'에서 벗어났다 는 선언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외환위기 끝났다"고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 더욱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외환위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찌 고민할 때입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한미 통화 스와프 타결로 고비를 넘겼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는 곳이 많더군요. 정말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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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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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주식시장은 장중 1100선이 무너지는 등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 주가가 내리는 현상은 자연스럽지만, 올해들어 주식을 계속 내다 파는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에 가속이 붙는 듯한 모습은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파는 이유는 여려가지입니다. 우선, 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고, 따라서 세계 경기가 안좋으면 덩달아 경기가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매우 어두운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 전망이 좋을리가 없기에 한국 주식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내다 파는 것이지요.

또한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꿔 나가는데,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해 미리 팔고 나가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문제는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환율이 더 올라갑니다. 환율이 더 올라가면 외국인은 더 자극을 받아 빨리 한국 주식을 팔아버리겠죠. 즉,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주가를 떨어뜨리고 환율을 올리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라는 돌발변수도 외국인이 떠나게 하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얼마전 "북한 중대 발표설"에 모두가 긴장했듯, 한국은 언제라도 북한으로 인한 위기상황에 처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퍼주기"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북한에 지원을 계속한 이유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외국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정책도 그렇지만 대북정책도 방향을 알 수 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북한과의 관계는 빙하기로 들어섰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때만 해도 북한은 남한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는데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남한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을 의식한 제스쳐였죠. 북한이 미쳤다고 돈주고 쌀주는 남한에게 핵폭탄을 쏘겠습니까?) 이제 북한은 다시 한 번 투자자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거대한 위협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불안한 나라에 투자금을 묻어두기 보다 손해보고라도 빨리 떠나가기 원하겠죠.

올초부터 지금까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는 41조4804원에 달합니다. 작년 전체 외국인 주식 순매도 액수인 30조5608억원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죠. 게다가 9월까지순매수를 하던 채권조차 순매도로 돌아섰으니, 셀 코리아는 가속화하고, 이는 곧 외환시장의 불안요소를 작용할 전망입니다.

한국은 외국의 자본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입니다. 물론 국내 자본을 기반으로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전쟁을 겪으며 폐허로 변한 나라가 자본이 있을이 없었으니 어느 정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죠.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외국 자본이 더욱 많이 들어왔고,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외국 자본이 빠져나간다는 말은 곧 한국에 투자했던 돈을 되찾아 간다는 말이고, 한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돈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특히 지금은 달러가 많이 부족한데 외국인이 달러를 찾아간다면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외환이 부족한 상황에서 큰 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의 본질이 바로 달러 부족이였죠). 은행이 기업에게서 급하게 대출금을 회수하면 기업이 부도날 수 있듯, 한국 경제도 외국 자본이 급하게 빠져나가면 국가부도가 날 수 밖에 없지요.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기관과 개인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외국인 지분율을 낮추도록 이 기회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사태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 외국인이 한국에서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썼던가요? 이분들만 아니면 한국은 지금과 같은 큰 위기를 겪을 필요가 없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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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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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후, 20일 외환시장은 크게 출렁였고, 21일엔 조금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최소한 정부의 안정 대책 발표후 크게 상승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대책이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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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외환 스왑 시장이 최악인 상황. CRS가 0%까지 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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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외환 스왑 시장의 모습. 16일과 비교하면 훨씬 나아진 모습)


외환스왑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한때 0%까지 떨어졌던 CRS 금리가 1.3%까지 올라가면서 -600bp가까이 벌어졌던 스왑 베이시스가 -438bp로 폭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 스왑 베이시스가 한 두자리수 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스왑 시장에 달러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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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2007년까지 1년 스왑 스프레드의 변화 모습. 2006년 중반 이전까지는 대부분 -50bp이내였음)

지금 외환 스왑시장은 달러 구하기 힘든 한국 금융기관의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심각한데다가, 한국의 외환 사정과 한국 은행들의 유동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한국 금융기관에 달러를 빌려주지 않자, 급하게 달러가 필요한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비싼 이자를 주면서 스왑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외국의 돈줄이 끊겼는데도 그럭저럭 경제가 굴러가는 것은 외환 보유고 덕분입니다. 즉, 외국에서 달러를 빌려올 수 없어도 한국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던 외환을 풀어서 당장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환부족사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국은행도 외환을 무한히 풀 수 있지는 않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외국의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외환위기는 불가피합니다.

영국의 파이넨셜타임스는 한국이 내년 6월까지 950억달러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 관료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처럼 외국의 달러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 큰 금액을 갚을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정부의 외환보유고를 곶감 빼먹듯 써가며 빨리 외국 자본이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형편입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상황은 97년 외환위기와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단, 그때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환이 없자 바로 IMF에 손을 빌려야 했는데, 지금은 외환 보유고를 써가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는 차이 뿐이지요.

만약 몇달 내로 달러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외환위기는 현실이 되고 맙니다. 달러가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인데, 요즘은 어느 정도 문제해결의 단초가 보이는 듯도 싶습니다 (물론 확실히 알기 위해선 더 지켜봐야죠). 또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국가가 늘어나느냐가 문제인데, 만약 수십개 국가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게 되면 심리가 위축되어 한국도 어려움에 휩쓸릴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선은 외환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진정한 외환위기가 끝나기까지는 몇달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달러 수급상황을 쉽게 알려면 이 링크로 가셔서 CRS 금리 (1년물)의 Offer와 Bid의 중간값과 IRS 금리 (1년물)의 Offer와 Bid의 중간값의 차이를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21일 기준으로 4.38%, 즉 438bp인데, 이 수치가 50bp미만으로 떨어지면 달러 유동성 문제가 거의 해결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럴 날이 올찌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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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읽는 독자라면, 조선일보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언론이라기 보다는, 정부와 여당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기관지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 것입니다. 정부에서 무슨 발표를 하면 "정부에서 이렇게 주장을 했다"고 보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발표는 올바르다" "우리는 정부의 말을 믿어야 한다" 하는 식으로 정부의 주장을 뒷바침하는 후속보도를 내보내기 때문이죠.

며칠전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 (FT)가 Sinking Feeling 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경제위기에 대해 보도를 하자 정부가 나서서 강하게 반발하였고, 조선일보는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여 FT의 보도를 반박하는 글을 기사, 사설, 기자 블로그 가릴 것 없이 다방면으로 실은 것도 조선일보의 충성도를 잘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선일보는 FT의 보도에 대한 반발로도 모자라, 오늘은 인터넷 머릿기사로 "FT에서 면피성 기사를 실었다"는 기사까지 올렸습니다. 사실 FT는 한국 경제 사정에 대해 다각도로 보도를 하는 것 뿐인데, 조선일보는 "FT의 첫번째 보도는 왜곡이고, 그렇다면 두번째 기사는 왜곡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기사가 분명하다"고 해석을 해버린 것이지요. 아, 조선일보가 따로 연재소설을 싣지 않는 이유가 이런 것이었군요.

이명박 정부가 FT의 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여 조선일보를 동원해 공격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최근에 청와대가 자랑할만한 유일한 업적은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내보낸 것입니다. 청와대가 이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겼냐 하면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 유명한 모씨는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 대해 "아날로그화법으로 IT감성 어루만졌다"고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았고, 조선일보는 이번 라디오 연설을 대공황 위기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행한 라디오 연설인 노변담화에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여권이 들떠 있는데 (사실 KBS의 반발을 억눌러가며 사람들이 잘 듣지도 않는 라디오 연설 한 것이 들뜰 이유는 아닌데, 요즘 여권에 좋은 일이 없어 작은 일 하나에도 대단히 감격하는 듯 싶습니다), 유력 경제지인 FT에서는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에너지 10% 아끼면 국제수지 적자를 없앨 수 있다'는 식으로 절박하게 말하면 국민이 패닉에 빠진다" ("But it is hard for ordinary Koreans to avoid a sense of panic when the government unveils ever more desperate-sounding measures: yesterday, for example, Mr Lee urged people to ration energy consumption and overseas spending. "If we cut down on energy by 10 per cent, we will not post a current account deficit," he told radio listeners.)고 평가했습니다. 즉, 청와대는 대통령이 연설하면 국민이 안심한다고 믿었는데, FT는 대통령 연설이 국민을 패닉하게 하는 실수라고 지적한 것이지요. 이러니 청와대에서 난리가 난 것도 당연합니다.

또한 FT의 보도를 보면, 한국 정부가 지난 두 달간 환율 방어를 위해 400억 달러를 썼다고 하는데, 이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 보유고를 쓸어 넣다가는 몇달 안가 외환이 바닥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부로서는 감추고 싶은 사실인데 FT가 적나라하게 들쳐내 버린 것이지요.

이처럼 FT의 기사는 정부가 감추고 싶은 사실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한국이 내년 6월까지 갚아야 하는 단기 자금이 1750억달러인데, 이중 800억달러는 외국 은행의 한국지점과 관련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안될 것이고, 약 1000억달러 가까운 금액이 문제인데, 이 금액에 대한 대출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큽니다. 또한 한국의 은행 예대율 (예금대 대출 비율)이 높다 (즉, 은행이 예금을 받은 것 보다 빌려준 돈이 많다)는 사실은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대외 채무는 4000억달러 수준인데, 이는 금액으로 보나 GDP 비율로 보나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국내 언론이 자주 다루지 않지만,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FT는 16일 원화의 가치 폭락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크레딧 디폴트 스왑 (Credit Default Swap, CDS)이 330 베이시스 포인트로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천만달러를 빌릴 때 부도를 방지하는 조건으로 내야 하는 금액이 33만달러에 달한다는 말이죠. 일본은 CDS가 35베이시스 포인트밖에 안되는데, 한국은 이 수치가 거의 열 배나 높습니다. 이는 한국의 부도 가능성이 일본에 비해 거의 열배나 높다고 평가된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FT가 악의적으로 왜곡 보도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제가 보기엔 왜곡 보도가 아니라 너무 적나라한 보도라서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참고로, FT는 다른 주요 경제지 (The Economist나 Wall Street Journal)와 마찬가지로 우파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좌파언론이 쓴 기사라면 "빨갱이의 정부 흔들기"로 몰아가겠는데, 우파 경제지에서 나온 보도라 정부로서도 몹시 당혹스러운 듯 싶습니다.

정부가 정말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려고 한다면 조선일보 사설 동원해서 FT랑 싸우지 말고, 문제가 무엇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할찌를 알려야 할 것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때 사람들은 외환위기 자체에 대해서도 충격을 받았지만, 얼마전까지 "아무 문제가 없다"던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외국 기관에 돈을 빌리러 가는 모습에서 더욱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매한 국민은 속일 수 있을찌 몰라도 크레딧 디폴트 스왑 같은 시장의 반응은 절대 속일 수 없는 법입니다. 자꾸 "소통의 문제"로 몰아가지 말고, 정직하게 문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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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본격화

경제 2008/10/16 21:02
잠시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이 다시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상가는 위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에도 썼지만, 지금 세계의 투자자들은 빌려준 돈을 못 받을까봐 대단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이슬란드와 파키스탄의 국가부도설은 점차 현실화하는 상황이고, 우크라이나는 실제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였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부도위기에 처한 국가가 늘어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더욱 위축되어 멀쩡한 국가에서 돈을 빼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외국돈이 많이 들어와 있고, 돈을 빼가기 쉬운 한국은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죠. 이처럼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가 시작되면 환율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겠고, 정부가 환율안정을 위해 개입했다간 외환보유고까지 바닥나 결국 국가부도가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지금은 이러한 시나리오의 25%정도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찌를 짐작하기는 힘들지만, 지난 번에 상황이 더 좋았을 때 달러당 1500원 가까이 올랐음을 생각한다면, 이번에는 1700-1800선까지 갈 수 있다고 봅니다. 환율이 이렇게 오르면 원자재 수입가격도 대폭 상승해서 물가상승폭도 커지겠죠. 또한 내수 침체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될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은행들이 외국에서 빌려온 돈을 대출 연장 하지 못한다면 은행 유동성에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한국의 은행들은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지 못하는데다가 국내에서 CD, 은행채 발행이 잘 되지 않아 유동성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유동성이 부족한데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전에 빌려간 돈 갚을때 되었으니 빨리 갚아라"고 재촉한다면, 한국의 은행들로선 상당히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되겠죠 (실제로 S&P에서는 외환 유동성의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국내 주요 은행들의 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 으로 하향조정했습니다). 만약 유동성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 은행은 예금이나 CD금리를 높여서라도 현금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면 CD 연동금리 가계대출은 이자가 대폭 올라가겠죠. 이러면 집을 팔아 대출을 갚으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집값이 대폭 떨어지면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안해진 예금자들이 예금을 찾아가는 이른바 뱅크런이 발생하면 그때는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 상황은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안심할 상황은 결코 아니고,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야 하는 비상상황입니다. 과연 한국이 이번 풍랑을 잘 견뎌낼 수 있을찌 심히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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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어제에 이어 오늘 (10일) 외환시장은 큰폭으로 출렁거리며 새로운 방향을 탐색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제는 113원이 오르내리더니 오늘은 235원이 오르내리면서 결국 이틀 사이에 환율이 86원 떨어졌습니다.

어제 환율 하락은 "정부 개입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오늘 환율 하락은 "정부가 환투기를 조사한다는 소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환율이 오르면 정부가 나서서 달러 풀고, "환투기 세력을 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환율이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몇달간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했습니다.

"세상은 평평하다"를 쓴 토마스 프리드만은 내전 중인 레바논에 거주하면서 레바논 날씨 정보를 본사에 보내야 했다고 합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던 그는 이웃 레바논 사람에게 "내일 비가 올까?" 하고 물어서, "응" 하면 "내일 베이루트 날씨- 비올 확률 높음"이라고 본사에 송고했다고 합니다. 그는 기자 생활을 하다보니 언론에 나오는 분석이 대부분 이런 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기대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랄찌, "금리를 인하한다는 소식에 환율이 올랐다"는 기사를 읽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수긍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그날 금융시장의 반응이 반대일 경우에 대비해 이미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실망 때문에 주가가 내렸다" "금리 인하폭이 예상보다 적다는 소식에 환율이 내렸다"는 기사를 준비해 놓았는지도 모르죠. 특히 "환투기 세력에 대한 조사"는 환투기 세력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들의 심리를 어떻게 알아 기사를 쓸 수 있을까요?

지난 이틀간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보며, 지금 상황에서 불안심리 (또는 환투기세력) 때문에 환율이 오를 수 있는 한계는 1500원정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1500원대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0년전 이후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높은 수준입니다. 지금 처럼 한국이 외환보유고가 (최소한 장부상으로는) 많은 상황에서는 1500원대 이상은 나오기 힘들죠.

이명박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늘 실패한 것은 바꿔 말해 외환시장이 외부의 왜곡을 거부할 만큼 시장의 원리가 잘 작동하는 중이라는 뜻도 됩니다. 따라서 시장 특유의 리듬을 따라 예상외로 빠르게 올라갔다면,그만큼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떨어져도 당연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어제 그러한 움직임이 보였고, 오늘 그러한 움직임이 확인된 셈이죠.

하지만 이는 지금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하는 말이고, 어제 썼듯 아이슬란드와 파키스탄이 모라토리움이나 디폴트를 선언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전혀 다른 역학이 발생하면서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환율이 오르는 사태가 올찌도 모릅니다. 어제와 오늘의 외환시장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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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와 아시아의 거대한 핵보유국 파키스탄은 공통점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두 나라는 세계적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국가부도위기에 몰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입니다.

아이슬란드는 작은 나라이지만 금융업을 중심으로한 첨단경제를 추구하였는데, 금융분야에서 위기가 오자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외환 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경제규모가 작은 만큼 (인구 32만명) 큰 위기에 대한 내성도 부족하기 때문이죠. 현재 아이슬란드의 주식시장은 거래가 중단된 상태고, 정부가 위기에 빠진 은행들을 국유화하는 중입니다.

파키스탄은 인구가 1억 6천만명에 이르는 대국이지만, 경제적으로 극히 낙후한 지역입니다. 얼마전 무샤라프 대통령이 퇴임하고 그 뒤를 이어 작년에 암살당한 부토 전총리의 남편인 자르다기가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하지만 자르다기는 아내가 총리로 있을 당시 정치인으로 많은 부정을 저질러 미스터 10%라는 별명을 얻었고, 7년간 감옥에도 다녀온 인물입니다. 이렇게 부패한 정치인이 문제투성이인 나라를 얼마나 잘 이끌찌에 대해선 취임전부터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죠.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이라는 점과 아프가니스탄의 옆나라라는 점에서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 상대입니다. 9.11 사태가 나자 미국은 파키스탄에 협력을 요청했고, 당시만 해도 탈레반을 지원하던 파키스탄은 태도를 바꿔 탈레반 소탕에 나선 미국편에 섰습니다. 이러한 파키스탄의 변신을 주도한 것은 무샤라프 대통령이었고, 따라서 미국은 무샤라프에 전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고, 작년 말 부터 무샤라프가 파키스탄을 파국으로 몰고가자 "테러와 전쟁을 한다면서 비도덕적인 독재자를 지원하느냐"는 비난이 미국에 쏟아졌습니다. 결국 무샤라프는 권력을 내려놓았지만, 정국의 불안이 가시기도 전에 국제적인 금융불안이 발생해 현재 파키스탄에는 한달치 수입에 필요한 외화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이슬란드와 파키스탄은 전혀 다른 상황에서 세계적인 신용경색의 피해를 본 예입니다. 이들의 예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에게 벌어진 일이 한국에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상황은 어차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고, 시장참여자들이 어떠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판가름나기 마련입니다. 아이슬란드와 파키스탄의 예를 본 투자자라면 "혹시 외국으로 돈을 빌려주었다가 돈을 못찾게 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을 하기가 쉽겠죠. 그러면 외국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빠져나간다면 출렁임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요즘 한국의 외환시장이 워낙 불안정하기 때문에 속시원하게 지금 빠져나가자고 마음 먹기가 쉬울 것입니다.

9일 외환시장에선 환율이 1500원 가까이 폭등했다가 정부의 강한 개입으로 1300원대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이러한 폭등은 연일 계속된 시장의 심리적 공황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발표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늘 정부의 개입이 성공한 것은 금리인하 발표에 맞춰 환율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달러를 대량으로 풀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전에는 달러를 대량으로 풀어도 영향을 거의 안 받던 시장이 이번엔 100원이나 떨어졌다는 사실은 조금 이상합니다.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환율은 1500원이 상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10월 이후로 하락한 원유값이 반영되면서 국제수지가 개선된다면, 시장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찌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변수는 앞서 말했듯 아이슬란드와 파키스탄의 상황이 얼마나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가입니다. 만약 이들 국가가 최종적으로 모라토리움 (지급유예)이나 디폴트 (지급불능)를 선언한다면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대량의 자금회수상태가 나타날찌 모르죠. 생각해 본다면 1997년 외환위기도 동남아의 외환위기가 한국으로 옮겨오면서 생겼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두달 여 정도가 한국으로선 대단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두 달을 잘 막는다면 한국은 당분간 외환위기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물론 경기침체는 피하기 힘들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달러당 환율이 2000원대로 넘어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디 그런 최악의 상황만큼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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