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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8 분노 (5)
우울과 분노는 현대인을 괴롭히는 두 가지 대표적인 감정입니다. 우울증이 불행의 내적 표현이라면 분노는 불행의 외적 표현이지요. 우울증이 자신을 파괴한다면 분노는 다른 사람을 파괴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을 파괴한다면 이는 곧 자신의 파괴로 이어지기 마련이죠.

최근엔 한국에도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우울증의 위험을 인식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분노에 대해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죠. 이는 한국인이 분노에 대해 관대한 한국의 문화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뒤끝만 없다면" 화를 가끔 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분노를 중요한 감정적 문제로 봅니다. 특히 지도자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함부로 화를 낸다면 이를 심각한 인격적 결함으로 여깁니다(전에 어떤 서양 사람의 강의를 들으니,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가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은 원인은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벌을 받아서"라고 하더군요. 한국에선 전혀 들어보지 못한 해석이었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분노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분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그래서 서양엔 anger management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가 많고, 관련 서적도 다양하죠.

하지만, 다양한 분노 통제 기법이 개발되었음에도, 분노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기법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시트콤 사인펠드에는 분노의 문제가 있는 프랭크가 화가 날 때마다 "Serenity now"라고 말함으로 분노를 누그러뜨리려고 노력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하지만, 프랭크는 화가 날 때 이 구절을 소리침으로 화가 더 나고, 결국 분노를 다스리는 데 실패합니다. Anger Management라는 영화에는 분노 치료를 받는 주인공이 화를 더 돋우는 분노 관리 전문가를 만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론 코미디이기에 과장된 면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도 분노의 문제는 우울증만큼이나 치료법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분노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지만, 분노가 삶에서 도움이 되는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싸움을 할 때 상대방에게 화가 나면 평소보다 훨씬 큰 힘으로 맞서 싸울 수가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냥 말하면 상대방이 무시하겠지만, 화가 나서 따지고 들면 나의 요청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겠죠. 이처럼 분노는 위급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분노에 의존해서 살다 보면 분노의 부작용이 따라옵니다. 무엇보다 분노는 관계를 해친다는 점에서 해롭습니다. 인간관계는 대부분 개인의 영역 바로 바깥에 있는 공동 영역에서 일어나는데, 어떤 사람이 분노를 통해 공동 영역을 독점해 버린다면 다른 사람들은 "저 사람 옆에 있으면 손해를 본다."고 피하게 되고, 결국 외톨이가 됩니다. 물론 다시 안 볼 사람이라면 화를 내서 내 주장을 관철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익명의 대상을 상대로 분노를 무기로 써서 이익을 얻기도 합니다. 무리한 요구를 들어달라고 화를 내는 이른바 "진상 손님"이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고, 누구를 대상으로 화를 내든, 화를 냄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데 익숙해지다 보면 분노를 의존하게 되고, 이러한 경향이 심해지면 결국은 분노의 노예가 되기 마련입니다. 즉, 처음엔 이익을 위해 분노했는데, 나중엔 분노하면 손해를 보는 줄 알면서도 분노를 그칠 수 없는 지경이 되죠. 이는 뇌가 외부의 자극에 대해 분노라는 방식으로 반응하는데 너무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태에 이른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는 분노를 조절할 수 없게 됩니다. 마치 약물 중독자와 같은 처지가 되는 것이죠.

분노의 문제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관련이 깊습니다. 어린 시절에 삶에서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 살아남기 위해선 무슨 방법이라도 써야 된다고 느끼는 사람은 분노라는 무기를 쓰는 습관을 키우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분노의 문제를 겪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바쁜 부모가 생존경쟁을 위해 자녀를 돌볼 시간이 없는 오늘날, 대부분 사람은 분노라는 마약에 의지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며 자라고, 이는 결국 분노의 중독으로 이어집니다.

분노의 문제는 해결이 힘들므로 예방에 힘쓸 수밖에 없습니다. 즉, 자녀가 감정적인 안정감을 느끼도록 사랑을 표현함으로, 화를 내는 습관이 생기지 않도록 지도를 해야 자녀가 감정적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죠. 이러한 감정적인 안정이야말로 어떠한 물질적 유산보다 자녀의 인생을 부유하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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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