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번 총선은 예상대로 한나라당의 압승, 민주당의 완패로 끝났습니다. 4년전 탄핵 역풍으로 다수당 자리를 내줬던 한나라당은 사회적 보수화의 흐름을 타고 손쉽게 과반수를 차지했고, 한때 과반수였던 열린우리당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은 81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라고 이번 총선의 결과가 꼭 만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우선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친박계 의원들이 탈당해 만든 "친박연대"가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고, 이에 따라 친이계의 박근혜 의원 거세작전은 결국 실패한 셈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명박 의원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오, 이방호 의원이 각각 문국현, 강기갑 후보에게 패함으로 이명박 정부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한나라당이 조금 아쉬운 성적표를 얻었다면, 민주당은 정말 부끄러운 성적표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시절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했지만, 이번 총선에선 겨우 89석을 얻는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동영, 손학규, 김근태 등 당의 간판이랄 수 있는 인사들이 줄줄히 낙선했다는 사실은 민주당의 인기가 얼마나 땅에 떨어졌나를 잘 보여줍니다. 이제 통합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던 세력이 많이 몰락한 채, 정체성이 모호한 애매한 정당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통합민주당에 대한 실망은 개혁적인 성향의 유권자의 투표율 저조로 이어졌고, 따라서 한나라당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손쉽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만약 개혁적 성향의 유권자가 믿고 투표할 만한 전국적 규모의 야당이 있었다면, 이번 선거의 결과는 매우 달랐을 것입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승리한 은평을은 대안야당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은평을은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이재오의원과 민주당의 송미화 후보가 팽팽히 맞섰던 지역입니다. 따라서 문국현 대표가 출마한다고 해도 개혁성향의 표가 문대표와 송미화 후보 사이에서 갈려 당선 가능성이 작다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개혁성향의 유권자는 대부분 문국현 후보에게 옮겨왔고, 보수성향의 유권자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은 이재오의원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기에 문국현 대표가 여유있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문국현 후보 개인과 창조한국당은 대선 이후 전문 정치인 대부분이 탈당하며 당의 존립이 걱정되는 상황을 벗어나 새롭게 정치권에 입지를 마련하였습니다. 하지만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이한정 당선자의 학력, 경력 위조 파문에서 드러나듯, 창조한국당은 아직도 인재도 검증시스템도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만약 창조한국당이 새로운 대안 야당으로 자리잡으려면 이러한 약점을 빠른 시일내에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4년 후 개혁세력이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기회를 얻을찌의 여부는 단지 유권자의 의식변화 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믿고 뽑을 개혁세력이 존재하는가에 달렸을 것입니다. 통합민주당은 이미 작년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지금은 기성 정치인이 정치판에 붙어 있기 위해 인위적으로 호흡을 이어가는 정당일 뿐입니다. 부디 다음 총선, 대선에는 개혁성향의 유권자가 마음놓고 뽑을 수 있는 전국적인 개혁세력이 출현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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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공천을 둘러싼 내분으로 총선승리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어제 박근혜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측의 처사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현하였습니다. 박근혜 의원의 이번 발언은 지금까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최대한 감정적 발언을 억제하던 모습과는 매우 다른 태도였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속았다"는 말을 한 것은 바꿔 말하면 박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측을 "믿었다"는 뜻입니다. 즉, 공천을 공평하게 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고지 곧대로 믿었기에 지금까지 참았는데,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측이 자신의 세력을 제거하려고 처음부터 작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죠. 사실 이명박 대통령측이 박근혜 의원 세력을 제거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정치판을 들여다 보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는데, 박근혜 의원은 너무 순진하게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믿었다는 점이 실수였죠. 어쨌든 순진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속았다고 깨닫는 순간 대단한 분노 폭발하기 마련이기에 박근혜 의원의 상한 감정은 쉽게 치료되기 힘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 대표인 강재섭 의원은 박근혜 의원의 기자회견이 나오자 바로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온 몸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당대표나 되는 사람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도, 이 정도로 사태가 수습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강재섭 대표는 한나라당의 실세라고 보기는 힘들고, 단지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는 점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런데 그가 갈수록 친이계의 성격을 드러내면서 버퍼 역할을 못하였고, 따라서 이제 그가 정치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즉, 정치적으로 가치가 없는 강대표가 총선에 출마하건 안하건, 한나라당의 내분은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죠.

강재섭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전화를 걸어, "왜 혼자 책임을 지려 하느냐" 고 물었습니다. 박근혜 의원의 발언은 강재섭 대표가 수습하고, 강재섭 대표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수습하려는 모습에서, 강재섭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 전혀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게다가 강재섭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상의도 없이 움직였으니, 강재섭 대표의 살신성인은 사태의 큰 흐름을 막지 못하는, 무의미한 희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심지어 대선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조선일보조차 김대중 칼럼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를 비난할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정치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대중을 의식하는 말과 행동을 한다는 점입니다. "서민 생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생필품 가격 잡으라"는 지시나 "박대통령은 밀가루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설렁탕에 사리를 넣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일화의 언급 등은 그러한 예이고, 실제로 이러한 언행에 감동한 국민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판은 그러한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말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정치꾼으로 가득하고, 이러한 정치꾼을 다스리려면 정치판의 큰 흐름을 잘 읽고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미리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불행히도 이명박 대통령에겐 이러한 정치적 식견이 부족하고, 주변에 이를 도울 사람도 없는 듯 보이는군요.

이명박 대통령의 별명이 불도저라는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사람이 말려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는 성격을 뜻한다고 할 수 있겠죠. 실제로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난을 들은 장관 임명과, 박근혜계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 등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나 그의 참모들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기만 할 뿐, 욕심을 억누르고 상대방 (또는 국민)과 공생하려는 태도는 부족하다는 사실 드러납니다. 이러한 공격은 언젠가 상대방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 마련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반발에 대한 대처능력이 극히 떨어지는군요.

어쨌든 이제 갓 출범한 정부인데, 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는 극도로 높아 보입니다. 앞으로 5년이 매우 걱정되네요.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국민에게 피로를 안겨준다면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200석 획들을 기대하던 한나라당이 이제 과반수 의석 확보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까닭은 바로 이러한 상황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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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동네에 걸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을 보면, 1월에 걸린 현수막엔 예비후보와 이명박 당선자이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이명박의 선택" 등의 문구가 보이는데 비해, 2월 중순 이후에 걸린 현수막엔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이 나오지 않고 예비후보만 나오더군요. 지나친 해석인지 모르지만, 이러한 변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더 이상 선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한나라당에 퍼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말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게 거의 두배의 득표율로 승리를 거두었을 때, 이명박 당선자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였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노력으로 가난을 이기고 한국 경제 발전의 상징과 같은 현대 그룹에서 CEO를 지낸 경제인 출신의 대통령에 대해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았고, 이러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인기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200석 이상을 얻는 대승을 거두리라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는 인수위의 출범과 함께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인수위가 새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는 임시 조직이 아니라 마치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영구 조직인양 영어 몰입 교육에서 출퇴근시간 직행 지하철 운행까지 다양하고도 설익은 정책을 내놓아 국민을 혼란에 빠트렸고, 국민은 출범도 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점차 줄여 나갔기에, 70%대에서 출범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다르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당시 지지율이 겨우 50% 선에 머물렀습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각종 비리 의혹에 연류된 사람을 장관으로 뽑음으로 결정적으로 정이 떨어지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게다가 세계 경제 상황이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았고, 몇 달째 계속되는 물가 상승과 최근의 환율 불안은 한국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제 상황은 엄밀히 말해 이명박 대통령의 영향력 밖에 있기는 하지만, "경제 살리겠다"는 구호로 대통령이 되었기에, 어떠한 이유에서건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좌파나 우파의 이데올로기가 아닌 실용주의를 강조하는데,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은 좌파나 우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그는 정치를 국민이 잘살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하는 듯 하고, 이를 위해선 어떠한 방법을 써도 괜찮다고 믿는 듯 보입니다. 문제는 이처럼 "정치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실용 정치"가 많은 모순을 내포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강조하며 대기업 사장들에게 직접 전화하도록 허용했다는데, 국민들을 향해서는 "생활 필수품 50개 품목에 대해 집중 관리"를 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즉,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열심히 도와주면서, 동시에 국민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기업을 억누르겠다는 말입니다. 이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이른바 포퓰리즘인데, 이런식의 포퓰리즘은 장기적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정책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에도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어차피 영남은 한나라당, 호남은 통합민주당이 석권할 것이고, 승부처는 수도권일 것인데, 수도권 민심이 빠르게 한나라당을 떠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 한나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곳도 많아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합니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측근인 이재오 의원이 문국현 후보에게 밀린다는 여론조사는 충격적입니다. 이재오 의원은 이미 대선 전 부터 박근혜 의원을 공격하여 한나라당내 우파에게 미운털이 박힌 상태입니다. 좌파는 당연히 실어하고, 우파도 등을 돌린다면 아무리 3선의원이라 해도 선거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겠죠. 이는 이명박 정부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문국현 후보는 작년 대선에서 인터넷 상의 돌풍을 오프라인의 돌풍으로 이어가지 못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두었고, 특히 대선이 끝난 다음 그를 돕던 정치인들이 모두 떠나가 정치적 장래가 불투명하던 차에 당시로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보이던 3선의 이재오 의원과 무모해 보이는 맞대결을 택했는데, 지금까지로는 문국현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양상입니다. 만약 문국현 후보가 승리한다면, 이는 문국현 후보를 무시할 수 없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겠지요. 물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도 않은 지금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이재오 의원과 문국현 후보의 대결이 이번 총선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으로 한 달 남은 기간 동안 민심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변할찌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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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플로리다에서 벌어진 선거에서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50% 가까운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노리는 오바마는 33%로 2위를 기록했고, 존 에드워즈는 14.4%로 3위를 기록하며 경선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힐러리 클린턴이 압승을 거두었다고 하겠지만, 사실 플로리다 선거는 매우 특수한 상황 속에서 치루어진, 특수한 선거였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만 1월에 선거를 치르고, 나머지 주는 2월 5일 이후에 선거를 치르도록 방침을 정하였는데, 미시건과 플로리다 주는 중앙당의 방침을 거부하고 2월 5일 이전에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화당은 이들을 징계하기 위해 이들 주에 배정된 delegates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뽑는 투표인단)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였고, 민주당은 아예 이들 주에 delegates을 배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너희들이 투표일자를 마음대로 정했으니, 너희 주는 전체 투표에 대표를 파견할 수 없다"고 징계한 것이지요. 따라서 플로리다의 선거 결과는 실제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전혀 영향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플로리다 민주당원들은 투표율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투표장에 몰려들었고, 결국 힐러리 클린턴이 득표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1위를 차지하고 나자, 클린턴 진영에서는 기자들을 불러놓고 "어떻게 전당대회에서 두 개 주만 delegates을 거부할 수 있느냐? 투표율이 기록적으로 높았다는 사실은 이들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플로리다가 전당대회에 투표인단을 보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지난 네 번의 선거에서 오바마와 2대 2로 비긴 클린턴은 이번 선거의 승리가 너무도 값지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겠죠. 물론 플로리다 징계의 필요성에 동의해서 모든 후보가 플로리다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기로 약속했고, 오바마와 에드워즈 진영에서는 지지자들에게 "지지후보 없음" (uncommitted)으로 기표하도록 촉구하였기에, 지금 와서 클린턴 진영이 플로리다의 선거인단을 인정하자고 나서기는 부담이 되겠지만, 대통령이 되기 원하는 힐러리 클린턴의 야망은 너무도 크기에 원칙이나 약속에 얽매어 실리를 놓치고 싶지는 않은 듯 합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자신의 야망을 위해 약속을 저버렸다면, 한나라당의 박근혜 의원은 약속에 얽매어 실리를 놓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박근혜,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극복하라 에 썼듯, 박근혜 의원은 원칙을 지키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면 결국 자신을 인정해 주리라고 믿는 듯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로 말미암아 정치적 생명이 위협 받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작년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후보 측은 이미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에 총선 물갈이를 통해 박근혜계를 제거하기로 방침을 정했음이 분명한데도, 박근혜 의원은 그저 묵묵히 이명박 후보를 도우며 자신을 "국정의 동반자"로 대우해 주기만을 바란 것은 정치적으로 큰 오산이었죠.

결국 최근에 불거진 공천 파문은 박근혜 의원이 여전히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명박 당선자 측에서 박근혜계 의원을 대폭 물갈이할 뜻을 밝히고, 측근들이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당선자를 만났고, 결국 "당선자의 의지를 믿고" 강재섭 대표의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즉,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 보다는, 상대를 믿고 따르는 모습을 보인 것이지요. 일단 한 고비를 넘긴 이명박 당선자 측에서는 당규를 따른다며 친박 의원 몇 명을 공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정치 생명이 끝나게 된 친박계 의원들은 당황했고, 결국 의원 36명이 탈당하겠다고 나서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이 탈당해야 하는 이유는 박근혜 의원 때문입니다. 즉, 박근혜 의원의 세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희생당하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박근혜 의원은 이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모습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큰 소리로 "내가 먼저 탈당하겠다"고 해야 할 박 의원은, "입맞 맞추기 공천은 안된다"는 식의 원칙적인 발언만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탈당하면 한나라당내 박근혜계는 소멸하고, 박근혜 의원의 정치적 생명도 거의 끝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박근혜 의원이 강하게 이명박계와 맞서 싸우려면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하는데, 그러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요.

과연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하는 힐러리 클린턴은 정말 대통령이 될 수 있을찌, 그리고 약속을 지키면 상대방도 나를 인정해 주리라고 기대하는 박근혜 의원은 정말 약속을 지킨 보상을 받을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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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대통령 선거는 예상대로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고, 이제 각 당은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 대비체세를 갖춰가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당이 원하는 만큼 득표를 못하였기에 앞으로의 진로가 순탄치 않을텐데요, 이번 선거의 결과를 바탕으로 각 정당의 미래를 예상해 보겠습니다.

1. 대통합민주신당의 붕괴-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개혁세력을 당선시킨 국민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부족한 모습을 이번 선거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열린우리당 실정 책임론"이 나오자 아무도 책임지려는 사람 없이 멀쩡한 당을 흩었다 다시 만든 것 자체가 국민을 기만한 일이었죠. 전에도 글을 썼지만, 21세기 유권자는 자신의 마음에 쏙 맞는 후보를 찍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데도 대통합민주신당은 색깔을 가리지 않고 다 모아보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당입니다. 이러한 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리가 없지요.

대통합 민주신당은 이번 선거의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당을 해체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이제 더 이사람 저사람 많이 모아놓고 세력을 자랑하던 시대는 끝이 났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내에 친노계열은 친노계열대로 모이고, 중도파는 중도파 대로 모여 자신의 정치색을 분명하게 하고, 지지자들을 결집해 총선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워낙 다양한 정파를 한 곳에 모아놓고 보니, 대선을 치를때도 뚜렷한 정책 없이 "가정 행복"을 모토로 내놓을 만큼 정치색이 모호했습니다. "반이명박, 반 한나라당"이라는 구호가 이러한 정책의 부족을 덮지 못한다는 사실은 선거 결과가 보여준다고 봅니다.

2. 민주당의 소멸- 민주당은 전라도라는 지역을 기반으로하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정치노선을 따르는 당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전라도라는 지역기반은 열린우리당에 뺏기었고, 이번 대선을 계기로 김대중 전대통령과도 정치적 결별을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 민주당은 지지자도, 일꾼도, 정체성도 없이 간판만 남은 상황입니다. 민주당의 슬픈 현실은 이 당 저 당 떠돌다 뒤늦게 입당한 이인제에게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줄 때 이미다 드러났습니다. 이제 조순형, 이상열 의원이 탈당하는 등 주요인사도 거의 빠져나갔으니 이제 조용히 간판을 내리기만 하면 되겠네요.

3. 민주노동당의 변신- 민주노동당은 진보계열 정당이 전무하던 한국에서 진정한 진보계열 정당을 건설하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를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진보계열 정당이 하나이다 보니 그만큼 진보계열 유권자의 지지를 독점했고, 그런지가 7년에 이르다 보니 "우리만이 진정한 진보"라는 식의 교만 및 매너리즘이 서서히 몸에 베어드는 듯한 모습입니다. 지금까지는 진보정당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땅집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해왔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그러한 태도로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아무리 한국의 유권자가 우경화되었다지만, 우파의 득세와 중도파의 무능을 보며 좌파에 흥미를 느끼는 국민도 꽤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흘러간 옛노래 같은 소리만 반복한다면, 민주노동당은 발전할 수가 없겠지요. 특히 민주노동당과 일부분 비슷한 주장을 펼치면서도 "우리는 좌파, 우파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났다"고 주장한 문국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보다 득표율이 더 높았다는 사실을 민주노동당은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같은 주장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마음을 울리는 강도가 다른 법입니다.

4. 한나라당의 내분-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유일하게 만족할만한 성적을 올린 당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이미 한나라당은 심각한 내분에 빠져든 모습입니다. 우선, 한나라당의 당헌에 따르면 당권 대권 분리가 원칙이었고, 따라서 대통령은 정부를 이끌고 당은 당의 지도부가 이끄는 구조입니다 (물론 한나라당이 야당이었기에 이러한 구조는 이론으로만 존재했죠). 그런데 이명박 후보는 당선이 되자 마자 "당청일체"를 주장하고 나왔습니다. 즉, 이명박 당선자가 당도 통치하겠다는 선포였죠. 박근혜측에선 당장 들고 일어날 분위기입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 이명박 당선자가 당을 통치하겠다는 말은 국회의원 공천권을 가지겠다는 말이고, 이는 박근혜씨 측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기 때문이죠. 지금 경상남북도 대부분의 지역에선 한나라당이 후보로 내기만 하면 당선이 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공천권은 국회의원 지명권이나 다름없습니다. 만약 이명박 당선자가 한나라당을 직할통치한다면, 당내의 요직은 모두 친이명박 인사가 차지할 뿐 아니라, 국회의원의 상당수도 이명박후보가 차지하게 되겠죠.

이명박씨가 50%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되기는 했지만, 한나라당 내에서 입지는 그리 튼튼하지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도 한나라당 전체적인 분위기에 비한다면 아주 조금은 중도에 가깝죠. 그리고 이명박씨는 전국적으로 지지도가 넓다고 하지만, 다르게 본다면 경상도의 지지율이 떨어집니다. 만약 이명박당선자가 박근혜씨를 지나치게 몰아칠 경우, 박근혜씨는 경상도 출신 의원들과 함께 탈당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는 매우 가능성이 낮은 일이긴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된 후 자신의 지지자들을 모아 당을 만들었듯, 여당이 분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5. 이회창 신당의 성장- 신한국당, 그리고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를 지낸 이회창씨가 이번엔 심대평씨와 손을 잡았습니다. 심대평씨는 국민중심당 대표고, 국민중심당은 자민련의 대를 잇는 충청지역당입니다. 이회창씨는 신당을 창당하기로 결정했다는데, 결국 이회창 신당은 국민중심당과 연합, 또는 합당을 추진할 듯 보입니다.

이회창 신당이 만족할만한 세력으로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박근혜씨가 합류하는 것인데, 대선기간 중 이회창씨가 박근혜씨에게 세 번이나 찾아간 것은 대선만이 아닌, 총선까지 염두에 둔 러브콜이었을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 박근혜씨가 한나라당을 나오기는 힘들기에, 이회창 신당 쪽에선 한나라당의 내분이 깊어지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6. 창조한국당의 힘겨운 홀로서기- 문국현 후보는 인터넷의 인기를 오프라인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6%에도 못미치는 득표율을 올리는데 그쳤습니다. 물론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다면 모두가 패한 선거였기에 그의 선전이 나름 돋보이는 면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그의 정치인생이 험난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결과네요.

지금 창조한국당의 국회의원은 김영춘씨 한 명이고, 그는 이미 총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였기에 창조한국당은 백지에서 총선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드러났듯, 현실정치의 벽은 매우 두껍고, 자본도 근거지역도 없는 정당이 홀로 총선을 치르는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국현 후보의 바램대로 한국을 재창조하려면 대선만큼이나 총선이 중요하고, 그렇다면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유능한 인재를 얼마나 후보로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할텐데, 만약 유능하고 정치색이 잘 맞는 사람을 많이 영입 한다면 총선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또 다시 실현되지 못한 가능성만으로 끝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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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출구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 당선이 확실하고, 나머지 후보는 대부분 예상보다 적은 표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12명이 출마해 10명이 완주한 이번 대선의 결과를 놓고 각 후보의 점수를 주관적인 기준으로 매겨봅니다. (기호순)

1. 정동영 D - 처음으로 개혁 (또는 진보) 세력이 1번 기호를 배정받은 대선이었지만, 대단한 지도력을 보이지도 못했고, 결과적으로 야당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차로 졌습니다. 앞으로 정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찌가 궁금하네요.

2. 이명박 A - 이번 대선의 유일한 우등생이죠. BBK 의혹, 이회창 후보의 예상치 못한 출마에도 불구하고 50%에 가까운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은 쉽고, 좋은 대통령 되기는 어려운 법이니, 어떤 대통령이 될찌가 궁금하네요.

3. 권영길 C -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4년 후보 평균 득표율 8.04%, 당 지지율은 13%에 이를 정도로 기반이 탄탄한 당입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이번에 3% 밖에 득표를 못했습니다. 평소에 중위권은 하던 학생이 갑자기 하위권으로 떨어진 셈이지요. 권영길 후보도, 민주노동당도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지난 총선의 지지율 회복은 힘들어 보입니다.

4. 이인제 D - 대한민국 민주정당의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민주당은 1%에 못미치는 이인제 후보의 득표로 더 이상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음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시대를 읽지 못하고 지역적 연고만으로 연명하는 정당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되었네요 (한나라당도 잘 들으시길).

6. 문국현 B - 문국현 후보의 5% 근처 득표는 예상에 훨씬 못미치지만, 워낙 죽을 쓴 다른 당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민주당)에 비하면 좋은 성적임이 분명합니다. 그가 더 많은 표를 얻지 못한 것이 사표 방지 심리 때문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블로고스피어의 기대가 현실과 다르게 높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라지겠네요. 내년 총선에서 창조한국당이 어떠한 성적을 보일찌 궁금합니다.

7. 정근모 D - 자신을 잘 알리지 못해서 0.1% 대의 득표율에 그쳤네요. 과학자로, 대학 총장으로 활동을 많이 하셨는데, 정치와는 잘 맞지 않는 듯 합니다.

8. 허경영 C - 0.4% 대의 득표율은 보잘 것 없지만, 다른 후보가 워낙 죽을 써서 상대적으로 돋보이는군요. 특히 민주당 이인제 후보 득표율의 절반까지 따라간 점은 나름대로 성과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사탕발림 공약 때문이긴 하지만...)

9. 전관 D - 개표율 62.4%인 지금, 4,579표를 얻었는데 표기는 0%로 나오는군요. 소숫점 이하 몇 자리에서 사사오입을 하나봅니다. 전관 후보는 자신을 알리는데 너무 큰 실패를 했습니다. 특히 "아닌 것은 아니다"는 그의 포스터 표어는 지나가던 행인의 발걸음을 재촉할 정도로 의미가 모호합니다. 혹시 다시 나오게 된다면,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히 표현하시길 바랍니다.

10. 금민 C - 금민 후보는 정치적 기반이 매우 적지만, 인터넷에는 가끔 지지자를 찾아볼 수 있어서 어느 정도 표가 나올까 했는데, 0.1% 대에 그쳤군요. 어쨌든 민주노동당이 독점하던 급진 진보 계열 진영에 새로운 선택이 늘어난 점은 인정할만 합니다.

12. 이회창 C - 이회창 후보는 15% 정도의 표를 얻었는데, 그 자체로는 대단한 성과지만 자신이 원하던 "우파 결집"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였기에 아쉬움이 남겠네요. 이회창 후보는 이미 대선에 두 번이나 나왔기에 고정팬이 많은데, 이번 투표의 결과를 보면 그의 고정팬을 제외하고는 그를 찍은 사람이 매우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심대평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면서 충청당 건설의 기반을 마련했으니, 내년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켜봐야겠죠.

이번 대선을 요약하자면

1. 정권 교체를 원하는 분위기
2. 범여권 지지자들이 실망감에 투표조차 안함으로 범여권 전반적인 득표율 저조
3. 대부분의 군소 후보가 전혀 빛을 내지 못함

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왔던 그렇지 않던, 이것이 지금 국민의 뜻이니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성숙함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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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엔 사상 가장 많은 12명의 후보가 출마를 하였습니다. 선거가 며칠 안남은 지금, 심대평, 이수성 후보를 제외한다면 사퇴한 사람도 없으니, 가장 많은 사람이 출마했을 뿐 아니라 가장 많은 사람이 끝까지 남는 기록도 세우겠군요.

후보가 많이 나오는 선거이다 보니, 과거처럼  후보단일화도 많이 이루어질 듯 한데, 이번 선거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 권영길 후보와 금민 후보는 어느 정도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이 있고, 따라서 과거 같으면 몇 명은 후보 사퇴를 할텐데,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군요.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대선후보의 다양화는 정치세력 세분화가 그 원인입니다. 과거에는 정치판에 좌파와 우파가 있었을 뿐인데, 지금은 좌파도 정통 좌파, 유연한 좌파 등으로 나뉘고, 우파도 강경우파, 실용 우파 등으로 나뉩니다. 이렇게 정파가 세분화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스펙트럼에 딱 맞는 후보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회창 후보가 그러한 예지요.

이회창 후보는 BBK로 인해 이명박 후보가 낙마할 경우를 대비한다며 출마했지만, 검찰이 BBK에 대해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다음에도 후보 사퇴는 커녕 내년 총선용 정당까지 만들었습니다. 즉, 이명박 후보의 낙마 대비는 핑계였고, 그가 정치에 돌아오기 원했기에 출마했다는 것이 분명하죠. 그가 정치판에 돌아온 가장 큰 원인은 그의 출마를 원한 수많은 보수 유권자들입니다. 이들은 이명박 후보가 충분히 보수적이지 못하다고 봤고, 좌파 정권 종식 정도로는 성이 안차기에 정통 보수 후보를 내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이회창 후보가 나오게 된 것이죠.

문국현 후보도 그렇습니다. 만약 정치를 보수와 진보로만 나온다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모든 진보를 통합하면 되겠지요. 하지만 문국현 후보의 지지자들은 그냥 막연한 "진보 정파 통합" 같은 주장은 받아들일 마음이 없습니다. 그들은 분명하게 양심적이면서도 현실성 있는 진보의 목소리를 낼 후보를 원했고, 그 후보가 문국현 후보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정동영후보와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지요. 이들은 처음부터 "개혁세력 집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문국현 후보의 삶와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 문국현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문국현 후보가 정치의 큰 틀 때문에 후보 사퇴를 한다면, 이는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일 수 밖에 없지요.

정동영 후보는 정치적 스펙트럼은 매우 넓고, 개혁대 보수라는 정치의 틀을 바탕으로 지지자를 모았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의 이명박 후보와 동일하게 20세기형 후보라고 부를만 합니다. 그에 비하면 이회창 후보나 문국현 후보는 정치의 세분화를 원하는 유권자의 뜻을 바탕으로 출마했다는데서 21세기형 후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물론 두 사람의 정치색은 너무도 다릅니다만).

문제는 정동영 후보가 20세기 정치 구도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문국현 후보나 그의 지지자들도 자신의 논리 (개혁대 보수 구도에서 개혁 세력의 승리)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그의 논리는 20세기 처럼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은 시대에는 통했을찌 몰라도, 21세기처럼 정치세력이 세분화된 시대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급진적 사회개혁을 바라는 소수의 유권자 조차 권영길 후보와 금민 후보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왜 문국현 후보의 지지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위해 투표할 권리를 잃어야 하겠습니까?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사람들의 욕구도 다원화하고, 이는 각 사람의 정치적 스팩트럼이 좁아진다는 뜻입니다. 즉, 이제 개혁 세력이라고 다 같은 편은 아니고, 내 입맞에 맞는 개혁 세력이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시대에 "대통합"을 하겠다고 나온 당이 "섞어찌개당"이라는 놀림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사는 길은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는 되지도 않고, 되도 효과가 없을테니 빨리 포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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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자본주의 체제속에 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우리가 조상들 처럼 보릿고개를 걱정하지 않고, 배부르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은인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영혼을 돈 욕심으로 물들여 파괴하는 괴물이기도 하지요.

자본주의가 이처럼 전혀 다른 두 가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대하는 태도도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자본주의의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사는 태도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본주의를 비판할 시간에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목표인 돈 버는 일에 더 시간을 쓰기 원합니다. 또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제시하는 성공의 방법인 경쟁을 통한 승리를 철두철미하게 따릅니다. 즉, 옆사람을 밟고 넘어가야 내가 잘 살게 된다고 믿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지요. 이들에게 가난한 사람은 자본주의사회의 패배자이기 때문에 별로 동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에 비해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비록 돈을 버는 과정에서 조금 실수 (또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목표에 성공적으로 도달하였기에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세상은 다 그런거야. 너만 깨끗한 척 하지마. 너도 돈 벌기 원하는 마음은 똑같잖아. 어차피 부자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면, 딴 생각 하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돈벌려고 열심히 노력해봐."

다음으로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이해하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수정하려고 노력하는 태도입니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기 쉬운 인간성 파괴나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들이 보기에 지나친 경쟁은 사회를 황폐한 곳으로 만들기 때문에 약자에 대한 배려를 더함으로 경쟁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들은 돈을 버는 일이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정의와 사랑의 실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성장이 조금 늦어진다 하더라도 이는 가치있는 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사람이 돈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잖아. 돈에 미쳐 사는 삶이 정말 우리가 추구하고 싶은 삶일까? 자본주의가 잘 되려면 가난한 자에 대한 돌봄을 강화해야돼. 경쟁에서 승리할 생각만 하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고."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정신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이들은 자본주의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할 뿐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고, 아예 자본주의의 가치관을 제거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습니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사업가들을 "악한 체제에 순응해 남의 돈을 빼앗은 나쁜 사람"으로 보고, 그에 비해 가난한 사람은 "악한 체제의 피해자"라고 봅니다. 따라서 이들은 부자가 빼앗아 간 돈을 부자로 부터 되찾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야 된다고 믿습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자본주의는 몇몇 부자만을 위한 체제이고, 우리 모두는 이 체제의 피해자일 뿐이야. 왜 부자들에게 복종하고 살아가려고 해? 우리가 힘을 합하면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니까."

결국 이러한 세 가지 태도가 이번 대선의 핵심이지요. 이명박, 이회창 후보는 첫번째 태도에 가깝습니다.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두번째 태도에 가깝습니다. 권영길 후보와 금민 후보는 세번째 태도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50%가 훨씬 넘습니다. 즉, 우리 국민은 지금 자본주의 체제를 개선하거나 거부하기 보다는,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려는 마음이 큰 것이지요. 물론 요즘 먹고 살기 힘들다니까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심정은 이해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태도로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지금 중요한 것은 내가 부자가 되는 것이지 가난한 사람을 돌보거나,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경쟁심을 줄이려는 노력 등은 다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듯 합니다.

만약 국민들이 이러한 마음이라면, 우리는 앞으로 지금보다 더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쳐야 하고,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은 이전 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황금만능주의"는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덕목이 되겠지요. 이렇게 생각하니 앞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갈 일이 막막하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과반수 국민의 선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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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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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결렬되었다고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TV 토론이 선관위의 결정으로 무산된 때문이라지만, 실제로는 단일화해봤자 총 득표율이 20%를 넘기 힘들다는 인식이 더 중요한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국현 후보가 정동영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벌일때, 문국현 후보의 지지자 중 많은 사람은 단일화를 반대했습니다. 문국현 후보를 지지한 것은 문국현 후보가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참신하고 깨끗한 인물이기 때문인데, 거대정당의 후보와 단일화를 논의한다는 것은 그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에 문국현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을 때, "이는 내가 과거 세력과 관계가 없다는 증거다"라고 했고,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의원들이 오는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는데, 지금와서 정동영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면 이는 그가 기존의 정치세력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문국현 후보의 가치는 단지 이번 선거에서만 써 먹고 끝날 것이 아닙니다. 그의 분명한 메시지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 지식 중심의 경제)는 미래에 한국을 다시 세우는데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문국현 후보는 자신의 색깔을 더욱 분명히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내가 몇 퍼센트의 지지율이 있으니, 이를 담보로 정치적 장사를 해보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그가 당장은 기성정치권에서 사랑을 받을찌 몰라도, 그의 정치 생명은 얼마 가지 않아 끝나고 말 것입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후 얼마 후 "후보 단일화는 반드시 된다"고 말했을 때, 저는 이것을 그가 저지른 최대의 실수라고 보았습니다. 이제 그가 어렵게 나마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그가 내린 가장 훌륭한 결정으로 보이네요. 지금 와서 후보 단일화는 효과도 없을 뿐 더러, 그의 정치생명을 조기에 끝내 버리는 독약일 수 있습니다. 부디 문국현 후보는 남은 선거운둥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알리고, 정정당당하게 국민의 판결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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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월드컵 축구와 대선이 진행된 2002년, 저는 불행히도 외국에서 1년 내내 머물렀습니다. 한국의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가끔 접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한국에 있던 사람 만큼이나 기뻤습니다. 젊고 깨끗한 대통령이 한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민권 변호사, 민주 투사 출신 노무현 대통령은 조금씩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정부를 운영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았는데, 빈부 격차는 더 커졌고, 재벌의 잘못을 바로잡을 줄 알았는데 재벌 출신의 각료가 중용되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태도를 보일 줄 알았는데, 미국 요청대로 이라크에 군대를 보냈고, FTA도 채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삼성 비자금 의혹이 터지면서,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는 삼성을 너무도 사랑했던 것입니다. 삼성을 사랑하니까 삼성의 경제논리를 받아들였고, 그래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했고, 가난한 자들을 돌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런 마음이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마음속엔 정의를 사랑하는 마음, 가난한 자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보다 삼성에 대한 존경 (노 대통령이 사석에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라고 했다 하지 않습니까?)과 애착이 더 컸기 때문에 국가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간 것이지요.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좌파의 이름을 썼지만, 그가 정부를 운영하는 동안 가장 이득을 본 것은 서민이 아니라 삼성을 비롯한 재벌이었습니다.

투표일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이명박 후보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고, 그 중 몇 개만 사실로 증명되어도 후보를 사퇴해야 할 만큼 많은 비리에 연류된 이명박 후보는 어떻게 그리 인기가 많은 것일까요? 정말 국민이 노망이라도 든 것입니까?

사실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은 그리 낮지 않습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을 통해 우리 국민은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후보를 택하는 혜안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제 지쳤습니다. 양심이고 뭐고, 그냥 잘 먹고 잘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것이지요. 이명박 후보는 그래서 인기가 높습니다. 수많은 잘못과 연관되면서도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이제 대통령까지 돼서 잘 먹고 잘살게 된 모습을 보며 국민도, "나도 저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비리의혹을 재기해도 국민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을 듯 싶습니다.

이제 임기를 마치는 노무현 대통령은 삼성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을까요? 삼성을 향한 자신의 마음 때문에 자신을 뽑아준 국민에게 온 정성을 쏟지 못했음에 대해 후회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5년 후, 금수강산을 토막 내는 대운하 건설을 지켜보며, 더 가난하고 더 부패한 사회 속에 살게 된 우리 국민은 이명박 후보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잘못이었음을 알고 후회할까요? 이명박 후보는 처음부터 국민의 행복 따위엔 관심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때 가서 후회해도 변할 것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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