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1/30 [특집]신자유주의를 넘어서- 3부. 자본가와 노동자 (4)
  2. 2008/11/18 워렌 버펫 따라 주식투자하기? (5)
벤자민 그레이엄은 주식의 가치를 바탕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현명한 투자자 (Intelligent Investor)를 쓴 현대 증권투자이론의 아버지입니다. 그가 쓴 "미국 기업은 살았을 때 보다 죽었을 때 더 가치가 있는가?" (Is American Business Worth More Dead Than Alive?)라는 글을 보면, 미국 기업은 상당한 자산을 소유하고 있기에 사업을 정리하고 자산을 팔아 주주에게 분배하면 주주들이 많은 돈을 벌지만, 사업을 계속하는 한 주가가 너무 낮은 기현상이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을 비판한 내용이 나옵니다.

만약 주식이 기업의 소유를 증명하는 문서이고, 따라서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면, 기업의 가치는 곧 주가에 반영되고, 그레이엄이 비판한 기업 자산과 주가의 괴리 현상은 발생하지 않아야 마땅하겠죠. 하지만 그레이엄이 이 글을 쓴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기업은 사실상 기업가의 소유였고, 주주는 기업의 운영에 대해 별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든 왜곡된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실찌 모르지만, 사실 지금 한국의 기업, 특히 재벌을 보면, 실제 주주는 절반 가까이 외국인인데 비해, 기업을 좌우하는 세력은 10%미만의 주식을 소유한 창업자 집안이라는 점에서 50년전 미국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법적인 기업주인 주주"와 "실제로 기업을 지배하는 경영자"의 이중 구조는 오래가지 못하고,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기업은 주주의 소유라는 인식이 퍼지고, 따라서 경영자는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의 눈치를 보게 되고, 경영자가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바로 파면당하는 시대가 옵니다. 이것이 이른바 경제 민주화인데, 한국도 몇십년 안에 창업주의 아들이라 할찌라도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해임당하는 시대가 올찌도 모르죠 (경제 민주화라는 개념과 재벌 개혁에 대한 비판은 장하준, 정승일교수의 대담을 이종태 기자가 정리한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대기업 창업주의 아들까지도 벌벌 떨게 만드는 주주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물론 그 중에는 외국인 주주도 있고, 강남의 큰손도 있겠지만, 여러분과 저와 같은 일반인도 포함됩니다. 물론 어떤 분은 "나는 절대 주식 투자는 하지 않고, 따라서 주주가 아니다"라고 말할찌 모르지만, 현대 사회를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여러분의 돈이 주식에 투자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내시는 분은, 국민연금의 기금을 통해 주식에 이미 투자하신 셈입니다. 각종 보험 및 금융상품에 투자하신 분도 간접적으로 주식에 투자하셨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주식시장의 큰손은 공무원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같은 연기금이죠. 한국도 점차 일반인의 돈을 모은 연기금이나 펀드가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19세기에 칼 막스 (Karl Marx)는 "자본은 자본가에게만 있고, 노동자는 자본이 없기 때문에, 기업은 절대적으로 자본가에게만 유리하게 운영되고, 노동자는 겨우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봉급만을 받을 뿐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극빈을 벗어나지 못한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20세기 들어서면서 노동자의 월급이 많아지면서 노동자의 월급이 자본이 되어 연기금과 펀드 등을 통해 기업에 투자되었고, 결국 노동자가 곧 영세 자본가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노동자의 자본가화는 노동자에게 기업 운영의 결실을 맛보도록 하고, 기업을 기업가의 소유가 아닌 일반 국민의 소유로 바꾸어 놓는 순기능도 있지만, 기업주와 노동자의 관계를 익명화함으로, 노동자의 근로환경을 악화하는 역기능도 있었습니다. 주주는 주가가 오르는 기업에만 투자를 하기 마련이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주가를 올려야 자금을 끌어올 수가 있죠. 그런데 주가를 올리려면 기업은 노동자의 노동력을 쥐어 짜내야 합니다. 그러다가 부족하면 노동력이 더 싼 나라로 옮겨가야죠. 노동자의 처지에서 생각하면 이러한 기업의 처사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빼앗는 불공평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기업가는 이렇게 해서라도 생산성을 올리지 않으면 이사회로부터 해임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선 제가 쓴 기업은 도덕적인 존재인가?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국가간에 장벽이 심하기에 국내 회사와 경쟁만 생각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다른 나라 회사와도 상품 시장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합니다. 만약 국내 회사의 주가가 빠르게 올라가지 않는다면 국내 투자가들은 미국 회사든 브라질 회사든 더 빠른 주가 상승을 약속하는 회사로 옮겨갈 테니까요.

막스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보았지만, 사실 노동자와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정도 이상으로 험하게 대하기가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대판 자본가라고 할만한 워렌 버펫은 버크셔 헤더웨이라는 섬유공장을 인수했는데, 원래는 사업을 정리하고 자산을 팔아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이었지만, 회사를 살리려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해고할 수가 없어 계속 공장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이는 그의 전기 The Snowball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그에 비해, 요즘은 주식 투자가 전혀 얼굴을 대하지 않고 이루어지기에, 과거보다 더 야멸차게 노동자에게서 노동력을 쥐어짜내기 마련이죠. 97년 이전과 지금 노동의 강도를 비교해 보신 분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자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금방 아실 것입니다.

이처럼 자본가가 과거 처럼 특정 계급이 아니라 얼굴없는 대중으로 바뀐 지금, 결국 주식을 소유한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또다른 노동자들이 희생되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주식투자는 "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이념을 일반화하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이정환님은 "좌파가 주식투자를 해도 좋은가"라는 질문을 통해 주식 투자라는 행위가 지니는 사회적 영향력을 환기시킵니다. 하지만 개인이 주식 투자를 안한다 할찌라도 연금 등을 통한 간접 주식투자가 직접 투자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주식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듯 싶군요.

주말은 쉬고, 월요일에 연재를 계속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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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워렌 버펫은 버크셔 헤더웨이의 CEO이자 포브스지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인정한 재력가입니다. 그는 검소하게 생활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구제사업에 쓰고, 부자가 죽을 때 내는 상속세 (Estate tax) 폐지에 반대하는 등 (한국으로 따지면 강남에 살면서 종부세 폐지 반대하는 격) 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부자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그가 매해 버크셔 해더웨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경제 전반에 대한 그의 통찰력을 담았기에 버크셔 해더웨이 주주가 아니더라고 읽어볼만 합니다.

버펫은 유행을 따르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원칙에 따라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종목은 생필품이나 에너지 처럼 생활에 꼭 필요하고, 한 번 우위를 차지하면 시장을 지배하기 쉬운 업종입니다. 그의 이러한 투자 방식 때문에 90년대말 닷컴 붐이 불었을 때, 그는 폭등장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듯 보였지만, 2000년대 들어 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펀드가 손해를 봤을 때,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 헤더웨이는 손해를 피할 수 있었죠. 이를 계기로 그의 명성은 더욱 공고해졌고, 이제 투자자로서 그의 지혜를 의심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러한 버펫이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미국 주식을 사라" (Buy American. I Am.)고 충고했을 때 많은 주식 투자자는 귀가 쫑긋했을 것입니다. 이 기고문에서 그는 자신의 원칙이 "다른 사람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며, 다른 사람이 두려워할때 탐욕을 부려라"이기에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지금이야 말로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주식은 늘 올랐지만 현금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늘 가치가 떨어졌기에 현금보다 주식이 훨씬 수익율이 좋을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의 기고문이 나온 후,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이 주식을 살 때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 중 많은 사람은 "주식 투자의 달인 워렌 버펫도 지금 투자하지 않느냐? 그를 따라 투자하면 손해는 없을 것이다"는 논리를 폈죠.

하지만 이러한 논리에는 여러가지 오류가 숨어 있습니다. 우선, 워렌 버펫은 "미국 주식을 사라"고 했지, "한국 주식을 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나라마다 경제사정에 따라 주가의 움직임은 틀리기 마련입니다. 물론 한국 주가가 미국 주가의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에서 볼 수 있듯, 미국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한국 주가만 폭락하는 사태가 다시 올찌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버펫이 "미국 주식을 사라"고 했다고 "그러면 한국 주식을 사도 되겠네"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못합니다. 즉, 버펫의 말은 미국 주식에 한정해서 들어야지요.

두번째로, 워렌 버펫은 장기 투자자의 입장에서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했지, 단기적으로 주가가 반등할 때가 왔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분은 대부분 단기 수익을 목표로 삼습니다. 이런 분은 버펫과는 투자원칙이 전혀 다르고, 그의 말을 따르다간 손해만 보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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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를 보시면 10월 중순에 워렌 버펫의 기고문을 발표한 이후로 코스피지수는 열흘만에 1360에서 938까지 곤두박질을 쳤습니다. 버펫은 이렇게 되도 별 걱정을 안합니다. 우선, 돈이 너무 많고, 또한 어차피 그 돈으로 자선사업에 쓰기 때문에 손해를 봐도 별로 아까울 것이 없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 주식 투자하는 분들은 주택 자금, 자녀 교육자금으로 없어서는 안되는 돈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아까운 돈으로 투자하는 분은 열흘만에 주가가 40%이상 빠지면 투매를 하든지, 아니면 대단한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이 상합니다.

버펫의 기고문에는 "단기, 심지어 1년 후의 주가는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즉, 버펫은 내년 쯤이면 주가가 오르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먼 미래를 내다본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장기로 투자할 생각이 아니라면 버펫을 근거로 투자를 하는 것은 잘못이지요.

마지막으로, 버펫의 말은 늘 옳은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어볼 수 있습니다. 버펫이 뛰어난 투자자임은 분명하고, 그의 투자원칙의 가치는 그가 많은 수익을 냈다는 사실로도 증명이 됩니다만, 그렇다고 그가 이번에 내린 결정이 옳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전에 언급한 Black Swan의 저자 나심 탈렙은 "워렌 버펫은 우연의 산물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백만 명이 주식투자를 할 때, 매해 손실이 큰 사람은 떨어져 나가고, 운이 좋아 수 십년이 지나도록 큰 손해를 보지 않은 사람은 많은 이득을 챙겼겠죠. 탈렙이 보기에 버펫이 성공한 비결도 꼭 그가 투자를 잘해서 뿐 아니라 운이 좋기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그가 과거에 운이 좋았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운이 좋으리라는 보장을 하지는 못합니다. 즉, 버펫이라고 손해를 피하는 마술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이번에는 큰 손해를 보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뜻이지요.

저는 "주식의 수익률이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 보다는 낫다"는 버펫의 주장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동의를 합니다만, 투기성이 강한 한국 주식시장의 특성상 지금 상황에서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워낙 변동성이 심한 장이라 수익이 나면 크게 나겠지만, 손해를 보면 감당못할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상승미소님의 블로그에는 "부자가 되는 것은 지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라는 문구가 달려 있는데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꼭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결국 주식투자는 자신의 판단에 근거해서 하는 것이고, 남의 말은 그냥 참고만 하는 것이겠죠. 단, "버펫이 주식을 사라고 했으니 주식을 살 때가 맞다"는 말은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사실만은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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