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듀잇'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1/25 서브프라임 사태, Part II (11)
  2. 2008/11/12 ABCP, 경제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뇌관 (4)
세계 최대의 금융회사인 시티그룹은 최근 며칠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어온 시티그룹은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1년전까지 50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6달러선으로 폭락하였습니다. 결국 24일 미국 정부가 시티그룹을 구제하기로 발표함으로 한고비 넘기긴 했지만, 시티그룹이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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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그룹이 왜 위기에 처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전한 과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복잡한 파생상품과 다양한 금융기관이 결합한 문제이기에 문제가 드러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문제의 근원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돌아가 봅시다. 서브프라임은 신용이 그리 좋지 않은 등급이고 (신용이 좋은 등급은 프라임이라고 부르죠), 모기지는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라는 사실 정도는 모두 아실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준비한 돈으로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시불로 일부를 내고 (이를 downpayment라고 부르죠), 나머지는 대출로 집을 산 후, 매달 조금씩 원리금을 갚아 나갑니다. 과거에는 대출자가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돈을 빌려준 은행이 직접 관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빌려준 돈을 다 회수할 때까지 수십년이 걸리죠. 그래서 은행들은 모기지를 다른 기관에 넘기고, 돈을 미리 받는 방식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 은행은 투자금을 즉시 회수하고, 회수한 돈으로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기에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죠.

은행으로부터 모기지를 사온 기관은 모기지를 모아서 모기지를 담보로한 증권 (MBS, mortgage-backed securities)을 발행합니다. 예를 들어, 30년 만기 6.5% 고정이자 십만달러짜리 모기지 천 개를 모으면 30년 만기 고정이자 6% 만 달러짜리 증권 만 주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기지를 모아 MBS를 발행하는 기관으로는 패니메이, 프레디맥, 리먼 브라더스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에 무너지게 되죠.

그런데 모기지는 MBS로 탈바꿈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MBS는 증권이기 때문에 MBS를 담보로 해서 또 다른 증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CDO (collateral debt obligation)이지요. CDO는 꼭 MBS를 담보로 할 필요는 없지만, 2005년 발행된 CDO의 81%가 MBS를 담보로 포함할 만큼 CDO와 MBS는 밀접하게 연관이 됩니다.

ABCP는 MBS나 CDO 등을 담보로 한 또다른 형태의 증권입니다. CDO와 ABCP의 중요한 차이점은 CDO는 장기물이고, ABCP는 3개월 정도의 단기물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MBS를 사들여 이를 바탕으로 ABCP를 발행하면, ABCP는 증권을 담보로 하기에 안전하고, 또한 단기물이기 때문에 이자가 작습니다. ABCP를 사는 사람은 위험이 적고, 발행하는 사람은 작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죠. 이렇게 빌린 돈은 장기물인 MBS나 CDO에 투자합니다. MBS나 CDO는 장기물이기에 이자가 높죠. 이러한 이자 차이를 통해 ABCP 발행기관은 수익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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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ABCP 발행은 은행에서 세운 SIV에서 담당합니다 (한국에서는 SIV보다는 콘듀잇 (conduit)이라는 명칭을 자주 쓰는데, 이 둘은 엄밀히 말해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비슷합니다). SIV (Structured investment vehicle)는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는 은행의 자회사입니다. 은행이 직접 ABCP를 발행하지 않고 SIV를 통하는 이유는 SIV를 통하면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아도 되고, 부실이 발생해도 은행 장부에 기록이 남지 않고, 또한 발행 내역 등을 공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SIV를 세우면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 위험한 고수익 사업을 마음껏 벌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 은행들이 세운 콘듀잇에 대해서는 ABCP 관련글에서 다루었습니다.)

시티그룹은 SIV를 개발한 장본인이고, 따라서 SIV의 규모도 대단히 컸습니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SIV 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SIV는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자금을 빌려주는 구조기 때문에 단기자금을 구하기 힘들면 자금의 미스매칭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SIV가 30년짜리 모기지 대출을 담보로 한 MBS를 담보로 세 달 짜리 ABCP를 발행해 백만달러를 마련했다면, SIV는 앞으로 30년간 3개월마다 ABCP 발행에 성공해야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신용경색이 심할 때는 ABCP에 돈을 투자하려는 기관이 없고, 따라서 SIV는 3개월 마다 돌아오는 ABCP만기를 막기가 힘들죠.

문제는 SIV의 활동이 은행의 장부에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손해를 본 상태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번 시티그룹의 주가폭락은 시티그룹이 SIV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발표 때문입니다. 즉, 지금까지는 SIV의 장부에만 기록되던 부실이 시티그룹의 장부로 옮겨지게 되었고, 따라서 부실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이지요.

모기지를 갚아야 할 사람들이 갚지 못하자 모기지가 부실해졌고, 모기지가 부실해지자 패니메이, 프레디맥, 리먼 브라더스 등 모기지를 바탕으로 MBS를 발행하던 기관들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MBS가 부실해지자 MBS를 바탕으로 ABCP를 발행하는 SIV가 무너졌습니다. 이러한 SIV의 손실이 시티그룹에서 드러나면서 시티그룹의 주가가 폭락하였습니다. 즉, 문제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부실화는 작년에 일어났는데, 파생상품으로 엮어놓다 보니 도미노처럼 시차를 두고 차례로 무너져내린 것이지요.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금융 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를 낳는 단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 시티그룹 주가 폭락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진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시티그룹의 위기는 이번 신용경색의 원인을 잘 보여줍니다. 신용경색이란 쉽게 말해 돈을 잘 빌려주지 않으려는 분위기의 만연을 뜻하는데, 돈을 안빌려주려는 이유는 돈을 빌려간 금융기관이 부도가 날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장부를 잘 살펴보면 이 은행이 얼마나 건전한지 알 수 있지만, SIV 등을 통해 장부외 사업을 벌여놓은 은행이 많기 때문에 장부만 봐서는 재정상태가 어떤지 판단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정부가 아무리 은행에 돈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신용경색은 쉽게 끊나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글- Chicago Fed 2007 No.244

P.S. 이탈리아에는 잘 다녀왔습니다. 기억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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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11일 주식시장에선 전날 만기 도래한 ABCP 850억원을 갚지 못한 대우자동차판매의 주식이 하한가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국 ABCP의 만기를 연장하는 것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이로서 ABCP가 한국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또 하나의 뇌관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ABCP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 (Asset-backed commercial paper)의 약자로, 자산을 담보로 한 기업어음입니다. ABCP를 발행하기 위한 담보로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을 쓸 수 있는데, 한국에선 부동산 PF (Project Financing)관련 자산을 기초로한 ABCP가 많습니다.

PF에 대해선 이미 상승미소님이 PF 이야기에서 잘 설명을 해주셨기에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 외에도 상승미소님의 블로그에 가시면 좋은 글이 많습니다. 꼭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짧게 설명하자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던 시절엔 건축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만 하면 거의 확실하게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니 은행에선 대규모로 PF대출을 해줬고, 건축시장은 활기를 띄었습니다.

실제로 건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은행과 시공사 (건설사), 시행사의 삼각관계가 형성됩니다. 시행사가 시공사와 손을 잡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금융기관이 시행사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돈을 빌려줍니다. 이 돈이 바로 프로젝트 파이넨스 (PF)이죠. 이때 시공사는 금융기관에 돈을 확실히 돌려주겠다는 지급보증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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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유동화 흐름도 한겨레 대박 즐기던 ‘부동산 PF’ 금융부실 제발등 찍나 참조)

그런데 이렇게 PF를 따내도 돈이 당장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담은 대출증서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시행사는 이 대출 증서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립니다. 이것이 바로 PF에 근거한 ABCP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행사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많이 쓰는 방법은 ABCP가 아니라 ABS (자산유동화증권, Asset-backed security)였습니다. 그런데 건설시장이 과열되면서 정부가 PF-ABS 발행을 억누르자 발행이 간편한 PF-ABCP가 유행한 것입니다.

문제는 아시다시피 요즘처럼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상황에서,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건설사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ABCP를 통해 자금을 들여와 건축을 진행했는데, 평소 같으면 이자만 내고 대출연장을 하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연장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ABCP는 단기어음이라 1년미만입니다. 즉, 작년말 부터 발행된 ABCP의 만기가 이제 시작된 것이지요. 대우자동차판매의 위기도 이러한 상황의 일부분입니다 (왜 대우자동차판매가 PF-ABCP와 관련 있느냐 궁금한 분도 있겠지만, 대우자판에 건설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우자판에서는 ABCP에서 얻은 돈으로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했다는군요).

ABCP는 건설회사에서 직접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기관에서 발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이 세운 콘듀잇 (conduit)이 ABCP 발행을 담당하죠. 콘듀잇은 자산유동화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vehicle, SPV 또는 special purpose entity, SPE)로서, 미국에서는 콘듀잇을 SIV (Structured investment vehicle)라고도 부릅니다.

은행들이 앞다투어 SIV, 또는 콘듀잇을 세운 이유는, 콘듀잇은 은행과 별개의 회사이기 때문에 위험 자산을 넘기는 등 은행의 장부상 재정상태를 좋게 꾸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은 규제를 받는 은행과는 다르게, 은행의 역할을 하면서도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활동할 수 있기에 "shadow bank"라고도 불립니다. 한국에서도 콘듀잇을 상법에 따라 유동화전문회사로 세우면 유가증권 등록 및 공시, 사업보고서 제출 등의 의무가 필요없고 자산유동화 법에 따른 각종 신고 및 보고 의무 등도 부과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콘듀잇이 ABCP를 발행해 다른 회사에 넘기면, 금융당국은 그 규모를 알 수 없고, 따라서 감독도 불가능하죠.

한국에서 콘듀잇의 효시는 2003년 신한은행이 세운 골드윙입니다. 5000천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골드윙은 올해 초 ABCP를 2조원 넘게 발행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적자를 면치 못하고 올해 7월에 청산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운영상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콘듀잇이 워낙 위기에 약하기 때문에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도 2007년 이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오자 대부분 SIV가 지급불능 사태에 빠졌습니다.) 앞으로도 ABCP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를 막지 못하는 건설사가 추가로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특히 ABCP를 발행한 건설사 중 신용도가 낮은 회사가 많기 때문에 이런 회사는 요즘 상황에선 상환연장도 어렵고, 이를 대체할만한 다른 대출을 구하기도 어렵죠. 과연 건설사들이 ABCP만기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찌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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