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2/05 이명박 정부의 경제 도덕주의 (10)
  2. 2007/12/29 한국, 미국, 영국 의료보험 체계 비교 (102)
작년 대선 당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한 분이라면, 블로거들과 대중 사이에서 대단한 의견의 차이를 발견하셨을 것입니다. 블로거들 중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여론조사에선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1위였기 때문이죠. 블로거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거나 반대한 중요한 이유는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블로거는 이명박 후보가 너무 많은 의혹에 연루되었기에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에 비해 일반 유권자들은 추상적인 "도덕성 문제" 보다는, 화끈한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에 집중했고, 결국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덕성 문제로 대단한 논란을 겪은 이명박 대통령은 흥미롭게도 남에게는 대단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특히 경제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물가가 오르자 "물가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선언하였고, 곧 정부는 이른바 "MB품목"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처럼 특정 품목을 관리 대상으로 삼은 대통령의 발상 뒤엔 "물가를 올리는 행위는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숨어있습니다. 즉, "아무리 원가가 올랐다 하더라도 물가를 올리는 행위는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MB 품목을 낳았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경제학자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릅니다.

경제학은 경제 현상을 도덕이 아닌 경제의 관점으로 해석합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아담 스미스는 물가의 오르내림을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설명했지, 부도덕한 상인이 순박한 시민을 등처먹는 과정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경제활동은 도덕생활의 연장이 되어버리고, 경제학은 윤리학의 일부분으로 흡수될 수 밖에 없겠죠.

또, 얼마전 환율이 급등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을 상대로 "외환을 사재기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한 번 도덕적인 잣대를 적용한 것이지요. 그런데 기업은 환율이 오른다고 생각되면 보유 외환을 팔지 않고 보관해 두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이지 정부가 도덕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정 이러한 현상이 국가 경제에 짐이 된다면 기업의 외환 보유액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켜야지, 법적 근거도 없는 꾸짖음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되죠.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비즈니스 프랜들리"의 정반대 정신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은행의 대출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기업을 운영해 봐서인지, 기업이 대출을 받지 못해 부도나는 현상을 매우 안타까워 하면서 은행들에게 "돈을 풀라"고 여러 번 재촉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은행들은 자기만 살려고 돈을 웅켜쥐지 말고, 국가 경제를 위해 기업에게 대출을 해주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대통령의 시각에 따르자면 돈을 안 빌려주는 은행은 도덕적으로 비난의 대상, 돈을 못빌리는 기업은 동정의 대상입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세상 살기 쉽긴 하겠지만, 자신이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는 입장이 되어 보면 이러한 흑백논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쉽게 이해하실 것입니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연설을 통해 취업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눈을 낮추라"고 권고했습니다. 즉, "취업이 안되는 원인은 너희들이 눈이 높기 때문이야. 그렇게 교만하게 굴지만 않으면 문제는 당장 해결되"라는 뜻이지요. 만약 여러분이 취직을 못해 안타까워 하고 있는데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시겠습니까? 즉,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취직을 못하는 사람이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하고, 따라서 취직을 못하는 사람은 어떠한 도움도 정부로부터 얻지 못해야 마땅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늘 자신이 "경제를 좀 아는" 경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는 그가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케인즈가 말했듯, 경제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주제"입니다. 따라서 일반인 처럼 생각해서는 절대 경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경제를 올바르게 운영하기 위해선 단지 일반인의 태도로 경제를 볼 것이 아니라 경제 전문가의 태도로 경제를 봐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에게선 그러한 모습이 안보입니다.

정부가 도덕주의의 몽둥이를 휘두르자 언론도 정부를 거드는 기사를 올립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이자가 높은 은행을 찾아 하루마다 은행을 바꿔가며 달러 예금을 넣었다 뺐다 한다는 기사를 보신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이 이자를 많이 주는 은행을 찾아 예금처를 바꾸는 것이 왜 욕을 먹어야 하는 행위입니까? 여러분은 큰 돈이 있다면 "이자 몇푼 가지고 째째하게 여기저기 옮겨다니지 말고, 이자가 작아도 한곳에 맞겨야 겠다"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기사에는 "이자놀이"라는 자극적인 표현도 들어가는데, 이자 많이 주는 은행에 돈을 맞기는 것이 이자놀이라면, 은행에 예금한 사람은 다 이자놀이하는 고리대금업자라해도 되겠습니다.

물론 모든 경제행위가 도덕성과 무관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가 도덕군자를 자처하고 경제주체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법적 근거도 없이 도덕의 잣대로 평가하면 경제 전체에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이 옵니다. 일반인은 경제의 한 부분만 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비도덕적이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정부가 이러한 소리를 따르다 보면 경제가 왜곡되기 쉽죠. 이것이 이른바 포퓰리즘입니다. 노무현 정부때 무슨 정책만 나오면 한나라당은 늘 "포퓰리즘이다"고 비난했는데, 지금 한나라당 대통령이 포퓰리즘의 진수를 보여주니 매우 당황스럽군요.

대중은 경제 현상을 늘 도덕의 잣대로 판단합니다. 이는 대중의 속성이자 특권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도덕을 강제하는 집단이 아니라, 정책을 집행하는 집단입니다. 따라서 물가가 올라서 문제라면 물가를 내리기 위한 정책을 써야지, "물가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식으로 제조, 유통업자를 죄인 취급하면 안됩니다. 이는 다른 경제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정책이 하나도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놓았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 금융 안정 대책을 내놓았는데 주가 폭락, 환율 급등) 급한 마음에 급한 말을 쏟아놓는 중입니다. 하지만 경제를 모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 질타 발언은 경제 주체들을 위축해 경제를 더 망가트릴 뿐입니다. 부디 도덕적 비난자의 역할은 국민에게 맡겨 두고, 정부는 조용히 정책만 잘 집행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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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지금 블로고스피어는 이명박 당선자의 의료보험체계 변경 계획 소식에 온통 들끓어 오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현행 의료보험체계를 전면 수정하면 감기 한번 걸려도 치료비가 수 십만원 들어갈 정도로 의료비용이 증가할찌 모른다"고 우려하기까지 합니다. 과연 그러한 일이 벌어질찌, 외국과 국내의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비교를 바탕으로 예측해 보겠습니다.

1. 미국- 비싼 병원비, 비싸고 까다로운 의료 보험

미국은 병원비가 대단히 비쌉니다. 보통 한 번 입원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정도가 들어가죠. 하지만 돈을 많이 내기만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의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병원비가 비싸기 때문에 의료보험에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의료보험도 수십만원대로 꽤 부담스럽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보험은 특정한 한도 내에서만 보험을 적용해주고, 그것도 자신들이 지정한 병원을 이용하는 경우에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보험에 들었다고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자동차 사고로 구급차에 실려 갔는데, 자신이 입원한 병원이 보험회사 지정 병원이 아니기에 보험 처리를 못받았다고 합니다.

만약 돈이 없는 사람이 아프면,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한 병원에 가면 됩니다. 거기는 치료비가 없든지, 조금 받든지 할테니까요. 물론 제대로된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죠. 또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는 무조건 치료를 해줘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돈이 없으면 응급실에 가서 드러누으면 치료는 받습니다. 돈은 배상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추궁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정상적으로 경제생활을 하던 사람이 의료보험에 들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나 가족이 아프다면 대책이 없다는 점입니다. 병원 치료를 받고 나면 청구서가 날아오고, 이를 무시한다면 재산이 압류가 되지요. 그렇다고 보험을 들고 살자니 평소에 수십만원 내는 돈이 부담스럽습니다. 즉, 많은 미국인은 병원비가 비싸고 보편 의료보험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2. 영국- 의료비 걱정 없는 사회

영국은 보편 의료 보장 제도를 제공하는 나라이지요. 영국은 세금 중 일부분을 모아 전국민에게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즉, 영국인들은 평소에 의료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다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공짜로 치료 받고 옵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좋은 것 만은 아닙니다. 의사는 환자를 아무리 잘 고쳐도 돌아오는 것이 없으니 뭣하러 열심히 환자를 보겠습니까? 더 나아가, 그런 상황에서 무엇하러 힘들게 의학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겠습니까? 그러니 영국은 의료 서비스의 수준이 낮고, 심지어는 의사가 부족해 환자를 다른 나라로 보내기까지 합니다 (이는 몇년 전 프랑스 신문에 났던 사실입니다. 물론 프랑스가 영국을 비웃기 위해 얼마 안되는 케이스를 과장했을 수도 있고, 또 몇년 사이에 상황이 나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Wikipedia에서는 최근 영국 정부의 노력 결과 환자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등 의료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아무리 돈을 더 주고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도 방법이 없습니다 (돈을 더 내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리고 의료보험비를 안 낸다고는 하지만, 따져보면 결국 이러한 제도 때문에 세금을 대단히 많이 내는 셈이지요. 즉, 아무리 중한 병이 들어도 돈이 안나간다는 점은 좋지만, 쉽게 생각하듯 "공짜"는 아닙니다.

3. 한국- 저렴한 병원비, 저렴한 의료보험료

우리나라에서는 이론적으로 모든 사람이 의료보험에 들 수가 있습니다. 만약에 평소에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밀린 의료보험료를 내게 되면 그때 부터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요. 그리고 의료보험료도 미국에 비한다면 비싸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 상황만 놓고 본다면 비싸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병원의 의료 서비스는 그런대로 괜찮은 수준입니다. 저는 얼마전에 모 대학병원에서 간단한 수술을 받고 1주일간 입원했는데, 거기 있는 동안 특별히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입원비는 모두 합쳐 125만원이 나오더군요. 물론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의료보험이 없었다면 수백만원을 냈겠지요. 이렇게 한 번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나니, 평소에 내는 의료보험비가 아깝지 않더군요.

그러고 보면, 한국의 의료보험은 미국과 영국식을 섞어 놓은 방식입니다. 미국처럼 병원비가 비싸지도 않고, 영국처럼 무료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저렴한 병원비에 어느 정도 괜찮은 의료 서비스를 누리는 방식이지요.

따라서 한국에서는 의료 보험 체계에 대해 불만인 사람은 별로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런데 왜 의료보험 체계를 바꾸러고 하는 것일까요?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병원을 사업체로 본다면, 모든 병원에게 국가 의료보험체계의 틀 안에서 사업을 하라는 말은, 시장자유 원리에 위배됩니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비싸게 볍원비를 받고 싶은 병원도 많은데, 의료보험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요. 물론 대부분의 국민은 "병원은 일반 사업체가 아니라 공익성을 띤 특수 사업체기 때문에 국가가 서민을 위해 지나친 이윤추구를 막아야 하지 않으냐?" 하겠지만, 이명박 당선자가 누굽니까? 당선되자마자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친 사업가들의 친구 아닙니까? 그러니 이명박 후보가 의료산업계를 위해 의료보험 체계를 바꾸겠다고 나서도 놀랄 일은 아니지요.

2. 지금 국가 의료보험은 매해 적자가 늘면서 몇년 내에 기금이 잠식되리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연말 의료보험 기금은 8000억원 밖에 남지 않으리라는 예상입니다. 사실 지금처럼 보험료는 싸고, 혜택은 많은 상황에서 노년 인구가 늘고 청년 인구가 준다면, 지금과 같은 의료보험 체계를 유지하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의료보험 제도를 줄이고 민간 의료보험제도를 활성화한다면 골치거리를 줄이는 셈이 되지요.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당장 보편 의료보험 제도를 폐지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선, 지금까지 의료보험의 혜택을 본 대다수 국민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은 포퓰리즘이 강한데, 포퓰리즘에 근거한 정부는 대중이 싫어하는 일을 추진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이명박 당선자가 "불도저" 정신으로 이 일을 밀어부칠찌도 모르지만, 어차피 밀어부칠 일도 많은데 이 일까지 밀어부치다간 취임 2년 내에 레임덕 상태에 빠질 위험이 크죠. 사실 의료보험 폐지는 공약사항도 아니고, 당선되고 서야 불거진 이슈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추진 과제 중 우선순위가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국민은 내가 뭘 해도 밀어주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 문제도 당장 추진할찌도 모르죠.

어쨌든 의료보험 폐지하고 병원비 올라간다면 국민은 살기 힘들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신 또는 자신의 가족 중 누군가는 병원에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 될 텐데, 병원비의 상승은 매우 심각한 생존의 위험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자는 국민 불안하게 하지 말고,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확실히 밝혀 주길 바랍니다.(대기업 총수들에게는 "애로사항 있으면 직접 연락하라"고 하셨다는데, 저는 대기업 총수가 아닌 일반 국민이라 직접 연락 못하고 블로그로 연락하는 점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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