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진 6월 2일 열린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선거는 천안함 사태로 말미암아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진행되었는데, 선거 막판이 되면서 북풍보다는 현 정부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선택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쉽게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 전개되었습니다.

결과를 놓고 보자면 전통적인 민주당, 한나라당의 텃밭인 호남, 영남을 제외하고 볼 때 강원 지사, 충남 지사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많은 승리를 거둔 민주당의 압승, 한나라당의 참패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나라당은 안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경남에서 무소속 김두관 후보에게 도지사자리를 빼앗기는 수모까지 당하였고, 한동안 패배의 후유증을 앓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이 침몰한 직후 보이던 신중한 태도를 버리고 갈수록 대북강경책을 내놓으면서 남북관계를 대치상태로 몰고 갔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이러한 사태는 지방선거의 중심을 "지역 발전"에서 "전쟁과 평화,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임과 불신"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여권은 이러한 변화가 보수층을 결집하고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이 실패하였음을 보임으로 야당을 무력화하리라고 기대하였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북풍"이 제대로 효과를 본 것은 1987년 대선이 마지막이었고, 그 이후론 남북관계가 좋아지건 악화하건 선거엔 큰 영향이 없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안일하게 남북 간의 긴장상태가 선거에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고(이러한 심리는 "다행히 천안함이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했다."는 여당 인사의 발언에서도 드러납니다.) 생각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만난 것이죠. 또,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 시위 2주년에 즈음해서 "반성할 줄을 모른다."고 시민을 꾸짖는 발언을 함으로 2년 전 자신이 했던 대국민사과성명은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였고, 많은 시민은 정부가 정신 차리도록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기에 그 결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정치인으로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들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의 판세를 가른 당선자 중엔 노무현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인물이 많습니다. 안희정 후보, 이광재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었기에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던 사람들입니다. 김두관 후보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릴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을 닮은 정치인이죠. 이러한 노무현 관련 인사들의 대거 당선은 국민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 마음으로 받아들인 증거고, 앞으로 "노무현 정신"이 한국 정치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트위터를 통한 투표 독려 운동입니다. 아마 지난 며칠간 트위터에 들어온 분이라면 곳곳에서 쏟아지는 투표 독려 트윗을 보며 "투표를 안 했다간 죄인 된 기분 들겠다."라는 부담감에서라도 투표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트위터 사용자들의 노력은 실제로 투표율을 올리는데 이바지했고, 이번 선거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방송이나 언론에서 투표를 격려하는 캠페인은 많았지만,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보내는 투표 독려 메시지는 무게가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투표 격려 운동은 선거의 흐름을 바꾼 중요한 요소입니다. 많은 언론은 한쪽 후보가 일방적으로 앞선다고 보도하였고, 많은 유권자는 "내가 투표해봤자 별 의미가 없겠네"하고 투표를 포기하기가 쉬웠죠. 하지만, 투표 격려 때문에 투표에 나선 사람이 많았기에 여론조사(특히 전화 여론조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지역이 많습니다.

지금 한국의 트위터 가입자가 100만 명이 훨씬 안 되는데, 만약 트위터 사용자가 앞으로 10배가 늘어난다고 가정한다면 트위터는 선거의 판세를 바꿀 중요한 통로가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트위터 사용자들이 특히 투표에 열심히 나선다면 트위터를 많이 쓰는 나이(아마도 20대 중반-40대 중반)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들을 위한 정책이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트위터에 영향력을 빼앗긴 보수 언론에서 트위터를 견제하기 위해 "트위터 중독의 위험" 등에 관한 기사를 더 많이 내보낼 가능성도 크죠.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큰 숙제를 남겼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인터넷에는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준 유권자 중에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민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미워서 표를 줬으니, 민주당은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 고민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죠. 실제로 젊은 유권자 중에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반사이익에 만족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날지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다음 선거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번 선거는 많은 국민이 선거의 중요성을 깨닫고 투표와 투표 독려라는 방법으로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선거문화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선거 참여 열기가 높아져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을 바로바로 솎아내서 정치를 바꾸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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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을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언론, 기업, 노조 간의 대립이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보수언론의 보도로는, 비정규직법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기에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기업이 따르기가 어려운 법이고, 이로 말미암아 기업들은 업무에 익숙해진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해야 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든 직장을 떠나 실직자가 돼야 하는, 모두에게 해로운 법입니다. 그러니 한나라당이 이 법의 시행을 유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보수언론이 해고 위기에 몰린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눈물 나는 사연을 연일 보도하는 것도 당연하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무언가 이상합니다. 평소에 강남 아파트값 떨어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인 듯 호들갑을 떨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갑자기 노동자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꼴도 이상하고, 노동자가 이 법의 제일 큰 피해자라는데 노동자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은 이 법의 시행 유예를 반대한다는 점도 이상합니다. 과연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공방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우선, 비정규직법 탄생의 배경을 돌아봅시다. 90년대 이후 근로자의 월급이 많이 오르면서 기업들은 싼값에 노동력을 얻기 위해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였습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해고도 쉽고, 월급도 정규직 근로자보다 적기 때문이죠. 문제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안정된 일자리가 점차 줄었고, 이는 젊은이들이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해 방황하는 사회문제를 낳았죠. 또한, 비슷한 일을 하는데 정규직은 좋은 대우를 받고, 비정규직은 나쁜 대우를 받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합니다. 그에 비해 민주노동당은 아예 웬만해서는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사용사유의 제한을 주장하죠. 이렇게 의견이 갈리자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손을 들어주고, 결국 이 법은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여야합의로 2006년 통과되었습니다.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통과에 협조했다는 사실은 당시 기준으로는 기업인들이 이 정도까지는 용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즉, 좋은 인력을 싸게 부리고, 마음대로 해고하는 제도는 사회적 반발을 고려할 때 어차피 영원히 지속할 수 없었고, 조금 희생하는 모양이라도 내서 여론을 달래려면 비정규직을 2년까지 고용하도록 허용하는 법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말이죠.

그런데 최근에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노동시장엔 비정규직이라도 고용만 시켜주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사람으로 넘쳐났고, 이렇게 좋은 상황을 법이 무서워 활용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쪽으로 생각이 미친 것이지요. 이러한 기업인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기업인들의 대표인 전경련뿐 아니라 한나라당, 보수언론 등이 일사천리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손발이 잘 맞기에 한편의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킵니다. 특히, 정규직 전환 제의를 받은 사람이 "나는 비정규직이 좋다."며 거절했다는 모 언론의 기사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객관적으로 봐서 비정규직법은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닙니다. 여론에 밀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조금 양보할 용의가 있던 기업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제환경이 조성되자 과거의 양보를 철회하고 이득을 극대화하겠다고 나서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언론은 일방적으로 기업인들의 주장만 되풀이할 뿐 아니라, 이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과장 보도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비정규직법에 따르면 2년 이상 비정규직을 사용하면 해고하든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비정규직법에 따르면 2년 이상 비정규직을 사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할 뿐,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무기계약직은 해고할 때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정규직과 다를 뿐, 처우는 비정규직과 다르지 않습니다. 즉, 2년이나 고용을 했으면 월급은 못올려주더라도 최소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는 말라는 것이 법의 요지입니다. 사실 별것도 아닌, 매우 당연한 내용이지요. 그런데 기업인들은 그나마 하기 싫다고 이렇게 난리를 부리고 있습니다. 만약 이 법이 정말 "2년 이상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된다"는 내용이었다면 기업인들이 촛불 시위라도 벌이지 않았을까요?

비정규직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결국 한치의 이익도 포기하기 싫은 기업인들과 이들의 뜻에 따라 열심히 움직이는 한나라당, 보수언론이 일으키는 헛 소동일 뿐입니다. 이번 논쟁은 한국에서 근로자의 권익을 눈곱만큼이라도 증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참고글
한겨레 “어떻게 만든 법인데 시행도 안해보고 유예하자고?”
이정환닷컴 비정규직법? "개정 실패"가 아니라 "저지 성공"이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 비정규직법과 대량해고 그 진실은?
프레시안 '해고대란' 타령은 거짓말…"기자들아 법부터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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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집회와, 이에 따른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에선 인터넷 여론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증권시장의 사이드카와 같은 개념의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이 시스템은 인터넷에서 특정한 정책적 사안에 대해 논란이 커지면 자동적으로 이를 골라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16일 연합뉴스와 통화한 한나라당의 김성훈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이제 인터넷 여론 흐름은 직원 몇명이 앉아서 체크하기에는 너무나 빠르고 폭이 넓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에 대해서 여론의 반응을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시스템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는군요.

이 기사만 읽으면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란 인터넷 여론에 혼쭐난 한나라당이 정신 차리고 인터넷 여론에 귀기울이기 위해 만드는 장치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이드카"라는 용어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이 계획이 그렇게 선한 의도만을 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이드카는 주식 선물시장에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거나 오를 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매매체결을 중지하는 제도입니다. 만약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가 정말 주식 시장의 사이드카에 기초했다면,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도 인터넷 여론이 들끓는 시점에서 댓글 달기를 중지하거나, 관심을 끄는 글 자체를 삭제하거나, 이슈가 되는 주제어를 금칙어로 선정하는 등의 장치를 포함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즉, 인터넷에서 어떤 주제가 관심을 끄는 것을 문제로 보고, 이러한 문제가 확산하지 않도록 여론을 차단하는 것이지요.

물론 지금까지 나온 발표만 보면 정말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가 이처럼 극단적인 제도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사실 오늘이라도 한나라당에서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는 단지 여론의 동향을 확인하는 장치일 뿐, 여론을 제한할 의도는 없다"는 발표가 나올찌도 모르는 일이죠.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왜 주식 매매를 제한하는 극단적인 조치인 "사이드카"라는 무서운 말을 인터넷 여론에 적용했는지는 설명이 안됩니다. 무서운 말에 대해 무서운 상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단지 "지나친 해석"으로 몰아가면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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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를 순수한 여론 수집 장치로만 보기엔 여러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우선, 한나라당이 정말 "포털사이트 등에서 언론 기사에 일정 개수 이상의 리플이 붙거나 조회수가 갑자기 늘어날 때, 또는 다음 아고라와 같은 인터넷 토론광장에서 부각되는 이슈들을 선별"하기 원한다면, 이는 인기 검색어나 인기글 목록만 봐도 되는 일이지, 시스템까지 구축하고 이에 대해 신문 인터뷰를 하였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힘듭니다. 또한 한나라당이 순수하게 여론을 수집했다고 무엇을 할까요?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여론 경향 분석을 담은 이메일을 돌릴까요? 청와대에 보고를 할까요? 그러한 사소한 일에 대해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라는 거창한 명칭을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의 정체는 한나라당에서 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야 확실히 드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 놓고 봐도, 한나라당이 인터넷 여론을 문제의 근원으로 보고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만약 한나라당이 단지 인터넷 여론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의도로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라는 제도를 추진 중이라면, 사이드카라는 표현을 써서 오해를 자초한 잘못은 피하기 힘들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한나라당은 조속히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P.S. 한나라당에서 해명을 했네요. 예상했던대로 인터넷 여론 사이드카는 순수한 여론 수집 장치이고, "사이드카"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고, 이마저도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 김성훈 디지털정당위원장 개인의 생각이라고 합니다. "사이드카"라는 잘못된 표현을 김성훈 위원장이 내놓았는지, 기자가 지어냈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안했지만, 기사 원문을 보면 사이드카라는 표현을 언급하고 이 표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점을 볼 때, 인터뷰 당사자인 김성훈 위원장이 쓴 표현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이 모든 것이 "오해" 라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 등장하고 국민이 오해할 일이 참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뭘찌 궁금합니다.

김성훈 위원장이 직접 아고라에 올린 해명서에서 다음 구절이 인상에 남는군요.

네티즌 여러분 지금이 어느 시대입니까? 여론을 또 어떻게 통제 할 수 있겠습니까?

불행하게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가능하지도 않은 여론 통제에 나서려고 하는 중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부디 좀 더 믿음이 가는 모습을 보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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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총선은 예상대로 한나라당의 압승, 민주당의 완패로 끝났습니다. 4년전 탄핵 역풍으로 다수당 자리를 내줬던 한나라당은 사회적 보수화의 흐름을 타고 손쉽게 과반수를 차지했고, 한때 과반수였던 열린우리당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은 81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라고 이번 총선의 결과가 꼭 만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우선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친박계 의원들이 탈당해 만든 "친박연대"가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고, 이에 따라 친이계의 박근혜 의원 거세작전은 결국 실패한 셈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명박 의원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오, 이방호 의원이 각각 문국현, 강기갑 후보에게 패함으로 이명박 정부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한나라당이 조금 아쉬운 성적표를 얻었다면, 민주당은 정말 부끄러운 성적표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시절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했지만, 이번 총선에선 겨우 89석을 얻는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동영, 손학규, 김근태 등 당의 간판이랄 수 있는 인사들이 줄줄히 낙선했다는 사실은 민주당의 인기가 얼마나 땅에 떨어졌나를 잘 보여줍니다. 이제 통합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던 세력이 많이 몰락한 채, 정체성이 모호한 애매한 정당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통합민주당에 대한 실망은 개혁적인 성향의 유권자의 투표율 저조로 이어졌고, 따라서 한나라당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손쉽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만약 개혁적 성향의 유권자가 믿고 투표할 만한 전국적 규모의 야당이 있었다면, 이번 선거의 결과는 매우 달랐을 것입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승리한 은평을은 대안야당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은평을은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이재오의원과 민주당의 송미화 후보가 팽팽히 맞섰던 지역입니다. 따라서 문국현 대표가 출마한다고 해도 개혁성향의 표가 문대표와 송미화 후보 사이에서 갈려 당선 가능성이 작다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개혁성향의 유권자는 대부분 문국현 후보에게 옮겨왔고, 보수성향의 유권자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은 이재오의원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기에 문국현 대표가 여유있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문국현 후보 개인과 창조한국당은 대선 이후 전문 정치인 대부분이 탈당하며 당의 존립이 걱정되는 상황을 벗어나 새롭게 정치권에 입지를 마련하였습니다. 하지만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이한정 당선자의 학력, 경력 위조 파문에서 드러나듯, 창조한국당은 아직도 인재도 검증시스템도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만약 창조한국당이 새로운 대안 야당으로 자리잡으려면 이러한 약점을 빠른 시일내에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4년 후 개혁세력이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기회를 얻을찌의 여부는 단지 유권자의 의식변화 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믿고 뽑을 개혁세력이 존재하는가에 달렸을 것입니다. 통합민주당은 이미 작년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지금은 기성 정치인이 정치판에 붙어 있기 위해 인위적으로 호흡을 이어가는 정당일 뿐입니다. 부디 다음 총선, 대선에는 개혁성향의 유권자가 마음놓고 뽑을 수 있는 전국적인 개혁세력이 출현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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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는 예상대로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고, 이제 각 당은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 대비체세를 갖춰가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당이 원하는 만큼 득표를 못하였기에 앞으로의 진로가 순탄치 않을텐데요, 이번 선거의 결과를 바탕으로 각 정당의 미래를 예상해 보겠습니다.

1. 대통합민주신당의 붕괴-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개혁세력을 당선시킨 국민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부족한 모습을 이번 선거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열린우리당 실정 책임론"이 나오자 아무도 책임지려는 사람 없이 멀쩡한 당을 흩었다 다시 만든 것 자체가 국민을 기만한 일이었죠. 전에도 글을 썼지만, 21세기 유권자는 자신의 마음에 쏙 맞는 후보를 찍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데도 대통합민주신당은 색깔을 가리지 않고 다 모아보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당입니다. 이러한 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리가 없지요.

대통합 민주신당은 이번 선거의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당을 해체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이제 더 이사람 저사람 많이 모아놓고 세력을 자랑하던 시대는 끝이 났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내에 친노계열은 친노계열대로 모이고, 중도파는 중도파 대로 모여 자신의 정치색을 분명하게 하고, 지지자들을 결집해 총선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워낙 다양한 정파를 한 곳에 모아놓고 보니, 대선을 치를때도 뚜렷한 정책 없이 "가정 행복"을 모토로 내놓을 만큼 정치색이 모호했습니다. "반이명박, 반 한나라당"이라는 구호가 이러한 정책의 부족을 덮지 못한다는 사실은 선거 결과가 보여준다고 봅니다.

2. 민주당의 소멸- 민주당은 전라도라는 지역을 기반으로하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정치노선을 따르는 당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전라도라는 지역기반은 열린우리당에 뺏기었고, 이번 대선을 계기로 김대중 전대통령과도 정치적 결별을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 민주당은 지지자도, 일꾼도, 정체성도 없이 간판만 남은 상황입니다. 민주당의 슬픈 현실은 이 당 저 당 떠돌다 뒤늦게 입당한 이인제에게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줄 때 이미다 드러났습니다. 이제 조순형, 이상열 의원이 탈당하는 등 주요인사도 거의 빠져나갔으니 이제 조용히 간판을 내리기만 하면 되겠네요.

3. 민주노동당의 변신- 민주노동당은 진보계열 정당이 전무하던 한국에서 진정한 진보계열 정당을 건설하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를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진보계열 정당이 하나이다 보니 그만큼 진보계열 유권자의 지지를 독점했고, 그런지가 7년에 이르다 보니 "우리만이 진정한 진보"라는 식의 교만 및 매너리즘이 서서히 몸에 베어드는 듯한 모습입니다. 지금까지는 진보정당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땅집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해왔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그러한 태도로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아무리 한국의 유권자가 우경화되었다지만, 우파의 득세와 중도파의 무능을 보며 좌파에 흥미를 느끼는 국민도 꽤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흘러간 옛노래 같은 소리만 반복한다면, 민주노동당은 발전할 수가 없겠지요. 특히 민주노동당과 일부분 비슷한 주장을 펼치면서도 "우리는 좌파, 우파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났다"고 주장한 문국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보다 득표율이 더 높았다는 사실을 민주노동당은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같은 주장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마음을 울리는 강도가 다른 법입니다.

4. 한나라당의 내분-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유일하게 만족할만한 성적을 올린 당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이미 한나라당은 심각한 내분에 빠져든 모습입니다. 우선, 한나라당의 당헌에 따르면 당권 대권 분리가 원칙이었고, 따라서 대통령은 정부를 이끌고 당은 당의 지도부가 이끄는 구조입니다 (물론 한나라당이 야당이었기에 이러한 구조는 이론으로만 존재했죠). 그런데 이명박 후보는 당선이 되자 마자 "당청일체"를 주장하고 나왔습니다. 즉, 이명박 당선자가 당도 통치하겠다는 선포였죠. 박근혜측에선 당장 들고 일어날 분위기입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 이명박 당선자가 당을 통치하겠다는 말은 국회의원 공천권을 가지겠다는 말이고, 이는 박근혜씨 측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기 때문이죠. 지금 경상남북도 대부분의 지역에선 한나라당이 후보로 내기만 하면 당선이 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공천권은 국회의원 지명권이나 다름없습니다. 만약 이명박 당선자가 한나라당을 직할통치한다면, 당내의 요직은 모두 친이명박 인사가 차지할 뿐 아니라, 국회의원의 상당수도 이명박후보가 차지하게 되겠죠.

이명박씨가 50%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되기는 했지만, 한나라당 내에서 입지는 그리 튼튼하지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도 한나라당 전체적인 분위기에 비한다면 아주 조금은 중도에 가깝죠. 그리고 이명박씨는 전국적으로 지지도가 넓다고 하지만, 다르게 본다면 경상도의 지지율이 떨어집니다. 만약 이명박당선자가 박근혜씨를 지나치게 몰아칠 경우, 박근혜씨는 경상도 출신 의원들과 함께 탈당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는 매우 가능성이 낮은 일이긴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된 후 자신의 지지자들을 모아 당을 만들었듯, 여당이 분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5. 이회창 신당의 성장- 신한국당, 그리고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를 지낸 이회창씨가 이번엔 심대평씨와 손을 잡았습니다. 심대평씨는 국민중심당 대표고, 국민중심당은 자민련의 대를 잇는 충청지역당입니다. 이회창씨는 신당을 창당하기로 결정했다는데, 결국 이회창 신당은 국민중심당과 연합, 또는 합당을 추진할 듯 보입니다.

이회창 신당이 만족할만한 세력으로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박근혜씨가 합류하는 것인데, 대선기간 중 이회창씨가 박근혜씨에게 세 번이나 찾아간 것은 대선만이 아닌, 총선까지 염두에 둔 러브콜이었을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 박근혜씨가 한나라당을 나오기는 힘들기에, 이회창 신당 쪽에선 한나라당의 내분이 깊어지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6. 창조한국당의 힘겨운 홀로서기- 문국현 후보는 인터넷의 인기를 오프라인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6%에도 못미치는 득표율을 올리는데 그쳤습니다. 물론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다면 모두가 패한 선거였기에 그의 선전이 나름 돋보이는 면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그의 정치인생이 험난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결과네요.

지금 창조한국당의 국회의원은 김영춘씨 한 명이고, 그는 이미 총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였기에 창조한국당은 백지에서 총선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드러났듯, 현실정치의 벽은 매우 두껍고, 자본도 근거지역도 없는 정당이 홀로 총선을 치르는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국현 후보의 바램대로 한국을 재창조하려면 대선만큼이나 총선이 중요하고, 그렇다면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유능한 인재를 얼마나 후보로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할텐데, 만약 유능하고 정치색이 잘 맞는 사람을 많이 영입 한다면 총선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또 다시 실현되지 못한 가능성만으로 끝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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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