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로 달러화의 입지는 더욱 굳어진 느낌입니다. 미국이 경제위기인데 미국 돈이 강세라는 사실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미국이 그나마 위기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국가이 때문에 달러화로 수요가 몰렸고, 또한 위기전에 외국으로 투자되었던 미국 돈이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달러화를 사들이는 사람이 많아진 결과였죠. 하지만 미국이 경제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과연 이러한 달러화 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많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채무국인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달러화가 약해져야 빚 부담이 줄어드는 셈인데 (높다면 같은 액수의 빚이라도 돈의 가치가 높다면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돈이 가치가 별로 없다면 부담이 덜하겠죠), 그렇다면 결국은 미국 정부가 달러화 약세 정책을 펼치게 되리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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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그 대안으로는 유로화가 유력합니다. 유로존은 이미 미국과 GDP 규모가 대등할 정도로 커다란 경제인데, 여러 나라가 합의를 해야 통화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통화량 증가로 인한 가치 하락이 어렵다는 점에서 달러화보다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위기가 동유럽을 흔들어 놓으면서, 동유럽에 엄청난 투자를 한 유럽 은행들의 건전성 문제가 불거져 나왔고, 유로화의 가치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앞으로도 동유럽의 경제가 위기를 통과했다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유로화가 달러화를 대체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일본은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지만, "잃어버린 10년"이 끝나고 겨우 좋은 시절이 오는가 싶다가 다시 세계 경제 위기의 유탄을 맡고 바닥으로 고꾸러진 상황입니다. 외국에 풀렸던 돈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엔화 강세가 나타나긴 했지만, 요즘은 다시 엔화의 가치가 내려가는 중입니다. 어쨌든 일본은 고질적인 경제의 활력부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엔화가 안전한 투자처가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얼마전엔 미국의 FRB에서 미국 국채를 직접 매입함으로 통화량을 늘렸는데, 이러한 발표가 나온 직후 유로화의 가치가 올라갔지만, 그 후로 다시 주춤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는 처음엔 통화량 증가가 곧 달러화 하락으로 이어지리라는 공감대가 퍼졌지만, 그 후에 FRB가 본원 통화량을 늘리려고 노력해도, 디플레이션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전체 통화량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퍼졌기 때문이죠.

지금 세계 경제의 Big Three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유럽, 일본은 모두 각자 사정으로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중이죠. 그렇다면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가치를 유지할 통화는 없는 것일까요? 미국의 타임지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크로네화가 그러한 통화라고 합니다.

노르웨이는 여러가지 면에서 한국과 정반대 경제를 추구하는 나라입니다. 한국은 치열한 경쟁이 경제의 기초인데, 노르웨이는 서로 돌보는 삶을 경제의 기초로 삼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경쟁에서 낙오하면 인간 대접 못받고 사는데 비해, 노르웨이는 낙오자가 없도록 국가가 보살펴줄 뿐만 아니라, 경쟁 자체를 없애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소수의 좋은 직업을 얻어야 많은 돈을 받지만, 노르웨이는 웬만한 직업을 갖는다면 생활에 전혀 어려움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법니다 (예전에 만난 노르웨이 젊은이는 자신의 직업이 목수인데, 수입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라고 자랑하더군요.) 한국은 수출을 중요시하는데, 수출은 가난한 나라가 가난을 탈피할 때는 좋지만, 세계 경제의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큽니다. 그에 비해 노르웨이는 내수 중심의 국가이기 때문에 수출이 줄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한국은 최근에 발효된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에서 볼 수 있듯, 국가 차원에서 금융업을 발전시키려고 추진중입니다. 그에 비해 노르웨이는 금융업이 극히 약할 뿐 아니라, 채권시장은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다는군요. 그러니 파생상품으로 피해를 입고 싶어도 입을 수 없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과 다르게, 노르웨이는 목재에서 원유까지 자원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특히 석유를 팔아서 번 돈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 돈을 자국으로 가지고 들어오지 않고 펀드를 만들어 따로 관리합니다. 네델란드는 천연가스를 발견하고 나서 이 천연가스 판 돈을 가지고 들어왔다가 환율이 폭락해 수출이 어려워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네델란드병" (Dutch disease)라고 부르죠. 노르웨이는 이러한 문제를 피하려고 석유 판매 대금을 따로 관리하는데, 이 돈이 350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노르웨이가 급할 때 쓸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웬만한 문제가 생겨도 해결을 할 수 있는 비상 자금을 쌓아둔 셈이죠.

물론 한국인이 노르웨이 화폐에 투자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큽니다만, 어쨌든 한국과 정반대의 경제구조를 가진 노르웨이가 이번 경제 위기의 피혜를 가장 적게 받는 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한국은 늘 미국을 롤 모델로 보고 경제를 미국처럼 꾸려가려고 노력했지만, 그런 만큼 미국이 겪는 어려움은 똑같이 겪을 수 밖에 없죠. 그렇다면 좀 더 느리고, 좀 더 촌스럽지만, 좀 더 인간적인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게서도 배울 점이 없는지 연구를 해본다면 앞으로 이러한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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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빠르게 떨어지던 환율이 1300원 하단에 부딪친 후 월요일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로써 환율의 하락세는 일단 진정된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앞으로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주목됩니다.

물론 단기간 환율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고, 특히 지금처럼 국내외의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는 누구도 환율의 정확한 움직임을 미리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환율 변동의 큰 줄기가 보입니다.

1990년대엔 외환위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이 700-800원대에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김영삼 정부는 국민소득이 높게 나타나도록 환율을 지나치게 내렸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당시 경제 상황에선 900-1000원선이 적정 환율이라는 말이죠. 그러다가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환율은 2000원까지 오르지만, 금방 1600원선으로 떨어지고, 다시 1600원선에서 점차 떨어져서 900원선까지 내려옵니다. 그런데 1600원선은 작년말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직전에 오를만큼 오른 환율이었고, 이번달 중순에도 가장 많이 오른 수준이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국가 부도 상황이 아니라면 환율은 1600원 이상이 최고점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죠.

2000년대 중반인 노무현 정부 시절엔 외환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와서 환율이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정부 입장에선 환율이 너무 낮으면 수출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당시 정부는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사들여서 환율을 조절 했죠. 그렇게 본다면 900원 초반이라는 당시 환율은 지나치게 낮은 환율이었고, 따라서 700-800원 정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환율이었다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환율은 선물환 거래가 영향을 미쳤는데, 전에 설명을 했지만 1년짜리 선물환 거래를 하면 1년 후에 들어올 외환이 지금 들어오게 되고, 이렇게 외환시장에 풀린 외환은 환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에 비해 지금은 선물환 거래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반대로 실제보다 외환이 부족한 상황이 되었지요 (다른 말로 하자면, 선물환 거래 때문에 미래의 외환이 먼저 들어오고, 미래에는 외환이 부족하게 되었는데, 그 미래가 바로 지금이라는 말이죠). 그렇게 본다면 정부 개입으로 환율이 오른 것과 선물환 거래로 환율이 내린 것이 상쇄되고 난다면 당시 환율인 900원 초반 대가 자연스러운 환율로 볼 수 있죠. 이는 90년대의 정상적인 환율이라고 추정되는 900-1000원선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면, 원달러 환율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900원 정도가 정상이고, 위기가 닥치면 1600원선까지 오를 수 있고, 국가 부도 상황이 되면 1600원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환율인 1300원대는 900원대와 1600원대의 중간 정도인데, 900원을 향해 떨어질찌, 다시 1600원을 향해 올라갈찌 고민하는 모습 같습니다.

지금 보다 환율이 내려가려면 우선 외환 수급상황이 좋아져야 하는데, 아직도 한국에 달러가 많이 들어오기엔 외국 금융기관들의 사정이 좋지 않고, 한국에 대한 평가도 그리 좋지 않아 보입니다. 따라서 환율이 조금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정상적인 환율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900원대로 하향안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하겠습니다.

그에 비해 1600원선을 돌파할 정도로 폭등할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부도의 위기는 정말 국가가 망할 상황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는 그냥 "외환 수급 사정이 안 좋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뜻이죠. 외환 수급 사정이 안 좋으면 외환을 더 끌어와서 수급 사정을 좋게 하면 됩니다. 그런데 국가 부도 위기에선 외환을 끌어오기가 불가능합니다. 누가 망해가는 나라에 돈을 꿔 주겠습니까? 제가 얼마전 환율이 1600원선까지 올랐을 때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이유도, 당시 한국이 달러가 부족하긴 했지만, 높은 이자를 주면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말 국가 부도 상황이라면 이자를 아무리 줘도 돈을 빌릴 수가 없었겠죠. 따라서 한국은 국가 부도 상황이 아니고, 그렇다면 1600원은 overshooting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저는 다음 달에 외국으로 가기 때문에 환율이 더 내리면 좋지만, 지금으로선 환율이 크게 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약 앞으로 몇 달간 경제 사정이 더 좋아진다면 1100원선 정도까지 내려갈 수도 있긴 하겠지만, 경제 사정이 더 좋아진단 보장이 없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한단 보장도 없죠. 그에 비해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면 환율은 다시 1600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올라가겠죠. 결국 환율의 향방은 한국 경제의 영향이 절대적이고,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영향에 좌우되는데, 세계 경제가 중기적으로 보자면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원화도 잠시 약세에서 벗어날 수는 있어도 중기적으로는 약세가 지속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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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환율

신호와 잡음

경제 2009/01/09 21:22
얼마전 서점을 갔는데, "외환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 눈에 띄더군요. 읽어보니 외환 (FX) 마진 거래를 통해 이익을 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 책이었습니다. 외환 마진 거래는 단지 은행에서 외환을 샀다가 나중에 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이 아니라, 외환 마진 거래 회사에 계좌를 만들고, 그 계좌를 통해 정해진 방식으로 외환을 거래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마진 거래는 2%의 증거금만 있으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200만원을 내면 1억원 어치의 외환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레버리지가 높은 거래이기에, 조금만 가격이 오르내려도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죠. 예를 들어, 200만원을 내고 1억원어치 달러를 매입한 후, 몇시간 후 환율이 1% 내리면 마진 콜이 들어오고 (쉽게 말해, "환율이 떨어져 이 정도 증거금으로는 부족하니 증거금을 더 내세요"하는 통보가 오는 것이죠), 2% 내리면 마진 컷을 당해 원금을 다 잃게 됩니다. (제가 거래를 해본 적이 없으니 세세한 부분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하루에 1-2% 정도 환율이 오르내리기는 쉽고 (달러환율로 치자면 13-26원 변동하는 셈이죠), 이러한 변동폭의 방향에 따라 돈을 두 배로 불리기도 하고, 돈을 모두 잃기도 합니다. 좋게 말해 박진감 넘치고 나쁘게 말해 매우 위험한 거래죠.

그런데 외환 마진 거래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지, 뉴스를 보니 외환 마진 거래를 연습하는 학원까지 생겼다고 합니다.물론 짧은 시간 안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상황을 잘 살펴보면, 외환 마진 거래는 투자보다는 도박에 가깝습니다. 지금 일반인이 참여하는 외환 마진 거래는 대부분 하루에 결과가 나는 방식인데, 문제는 하루 중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찌는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환율이 오르는 상황이라 할찌라도 하루쯤 환율이 내릴 수 있고, 하루 중에도 환율은 늘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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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커다란 흐름엔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그에 비해 환율의 불규칙한 움직임은 무질서하게 (즉, random하게) 생겨나죠. 의미 있는 움직임이 신호 (signal)라면, 의미 없는 불규칙한 움직임은 잡음 (noise)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이러한 신호와 잡음이 섞인 상태입니다. 따라서 주가 그래프나 환율 그래프는 예쁘게 쭉 뻗은 직선이 아니라, 톱니처럼 자잘한 변동이 가득한 모습이죠. 문제는 이러한 불규칙한 잡음은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가든 환율이든 단기간의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즉, 경제의 흐름을 연구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결과가 생기겠다는 예상을 할 수 있지만, 아무리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라도 "내일 주가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묻는다면,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작년 가을 이후로 세계 경제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하향 추세가 경제 전반에 나타난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올해들어 환율이 안정되고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자 언론은 당장 외국인 6일째 '바이 코리아' 금융시장 안정기조 들어섰나 등으로 큰 흐름이 바뀐 듯한 기사를 내보냈고, 이를 읽는 사람들은 "어, 정말 경제 위기는 끝났나보다" 하고 착각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며칠간의 잡음을 추세선으로 받아들였기에 생겨난 착시 현상이죠. 하지만 이런 보도가 나온 다음날 주가가 하락하자 당장 불확실성 다시 고개 하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는군요. 거, 참 하루만에 추세가 바뀌는 것이 아닐찐데, 언론은 정말 며칠간 주가가 조금 올랐다고 세계적 불황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희망을 찾고 싶은 마음에 자기암시성 기사를 쓴 것인지 궁금하네요.

큰 흐름을 보자면, 이번 경제 위기는 다 끝나는데 몇년이 걸릴 것입니다. 그 몇년 동안 주가 환율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겠죠. 하지만 이러한 잡음을 신호로 생각하면 여러 번 "큰 흐름이 바뀌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에도 썼지만, 언론이나 전문가 너무 믿지 마시고, 큰 흐름이 무엇인가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긴긴 불황기에 잘못된 선택을 피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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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복거일씨는 조선일보에 올린 글에서 "달러를 써야 환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달러는 "표준 화폐" (무슨 뜻인지는 저도 모릅니다)이기 때문에, 번거롭고 부정확한 환전의 문제를 해결하고, 환율의 급등락을 막는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그는 달러를 쓴다면 "심리적 손실"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유럽 국가들도 유로화를 채택하였다는 사실을 볼 때, 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달러는 미국이라는 주권국가의 화폐이기에 한국이 달러를 공식으로 쓰게 된다는 말은 곧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이고, 실질적으로 미국의 속국이 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복거일씨는 과거에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자"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한국은 아이들이 영어로 대화하고, 어른은 달러를 주고 받는 사회인 듯 싶습니다.

달러를 한국의 화폐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는 사실은 대부분이 동감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유로화는 여러 나라가 쓰는 화폐니 한국도 유로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끔 보입니다. 실제로 지금 유로화를 쓰는 나라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고, 최근엔 위기를 맞은 아이슬란드도 유로화 가입을 추진한다고 하니, 한국도 국제적인 통화인 유로화 사용국이 될 수 있을 듯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로화 사용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우선, 유로화는 유럽연합이라는 정치공동체를 위한 통화이고, 유럽연합은 말 그대로 유럽국가들의 연합입니다. 유럽은 작은 대륙 위에 다닥다닥 붙은 국가들이 수천년간 아옹다옹하고 살아온 지역입니다. 그러한 역사 속에 미운정 고운정 다 들며 살아온 유럽 국가들 가운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자"는 공감대가 퍼졌고, 그 표현이 유럽연합입니다. 그런데 아시아의 동쪽 끝에 있는 한국이 뜬금 없이 "우리 외환 사정이 안 좋으니 우리도 유럽 연합에 껴달라" 한다면 가당치 않은 말이겠죠. 터키의 예를 들자면, 터키는 국토의 일부분이 유럽에 속하였지만, 유럽 연합에 가입하려고 해도 "터키는 유럽이 아니다"는 정서 때문에 아직까지도 가입하지 못하였습니다. 한국은 유럽 연합 가입 신청서도 작성을 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유로화 사용은 불가능하겠죠.

정치적, 문화적 이유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경제적으로만 봐도, 한국이 유로화 사용국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여러 나라가 하나의 통화를 쓰기 위해선 이 나라들의 경제 수준과 상황이 비슷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경제 사정이 좋은데, 다른 한 나라는 안 좋다면, 두 나라가 공통으로 쓰는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고, 따라서 경제 사정이 좋은 나라가 손해를 봅니다. 따라서 유로화 사용국들은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 물가 인상률 등에서 미리 정해 놓은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을 따르지 못하는 국가는 징계를 받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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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이탈리아의 경제사정이 안좋아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너무 높게 형성되었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4.32%로, 독일 대비 금리가 1.32%나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높은 국채 금리가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미 2년전 IMF로 부터 "경제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유로화 체제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경고를 들은 이탈리아는, 경제불안이 지속되며 허약한 경제 체력을 드러냈기에 앞으로 어떻게 될찌 불안한 상황입니다.

영국은 한때 유럽 단일 통화를 쓰려 하였으나 환율불안으로 꿈이 좌절된 예입니다. 1990년에 유로화체계의 전신인 유럽환율조정장치 (European Exchange Rate Mechanism, 이하 ERM)에 가입한 영국은 규정에 따라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했어야 하는데,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게 올린 상태에서 가입했기 때문에 환율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국제 투기 세력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파운드화를 공격하였고, 영국은 규정을 지키지 못해 ERM에서 퇴출당하는 사태를 막고자 외환보유고를 털어 넣어 환율 방어에 나섰죠. 하지만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외환시장에 개입했는데도 환율이 내릴 기미를 안보이자 자진해서 ERM에서 빠져나왔고, 결국 유로화 출범국이 되지 못하죠 (물론 영국 사람들은 "우리는 원래 유로화 안 좋아 한다"고 말하지만, 한때 영국이 유럽 통화 체계에 들어가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입니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예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유로화에 가입하려면 경제가 튼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환율이 불안정하거나, 국체 금리가 너무 높은 (즉, 외국에서 보기에 불안한) 나라는 유로화에 가입할 수 없거나, 가입한 뒤에도 언제 쫒겨날찌 모른다는 뜻이지요 (체코는 최근에 유럽 연합에 가입하였지만 경제사정이 받쳐주질 않아 유로화 사용이 뒤로 밀어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대표적으로 환율이 불안정하고, 국채 금리가 높은 나라입니다 (한국 10년물 국고채 수익률 4.57%). 따라서 유로존 국가들이 한국을 받아줄 리가 없죠.

이처럼, 다른 나라의 통화권에 편입되어 외환 위기를 피하겠다는 생각은 자존심을 버린 태도일 뿐 아니라 현실성도 없습니다. 어느 나라가 자국의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감수하고 한국을 자국 통화권에 편입시켜 주겠습니까?

외환 위기를 극복하려면 달러화, 유로화 사용국이 되겠다는 허황된 꿈을 버리고 건강한 경제를 만들어 원화의 가치를 올리는데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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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4일 증시에 나타났던 '오바마 효과'는 하루만에 끝났고, 5일 증시는 현실에 눈뜬 투자자들의 매도 움직임에 세계적인 약세장이 펼쳐졌습니다. 외국의 상황에 일희일비하는 천수답 같은 한국 주식시장도 덩달아 떨어졌고, 주가가 떨어지면 환율이 오르고, 환율이 오르면 주가가 떨어지는 악순환 때문에 환율은 급등하였습니다.

전에도 을 올렸지만, 미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은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은 거래인데(이것도 알고보니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일에 강만수 장관이 숟가락만 얹은 것이더군요), 문제는 한미 통화 스와프로도 외환시장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이너스까지 내려간 CRS 금리만 놓고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외환 현물 (스팟) 시장에서 거래되는 원달러 환율만 놓고 외환사정을 판단하죠. 하지만 외환 거래는 외환 (FX) 스왑시장에서도 이루어집니다. 스왑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통화 스왑 (CRS) 금리의 의미에 대해선 이미 여러차례 설명해 드렸으니 이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은 그 의미를 아실 것입니다. 오늘은 스왑시장의 또다른 요소인 선물환 거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선물환 거래는 쉽게 말해 달러를 바꾸기로 계약만 미리 해 놓고, 실제로 달러와 원화의 교환은 정해진 날짜에 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수출 업체가 외국 회사로부터 제품 주문을 받으면 제품을 만들어 넘겨줄 때 달러를 받겠죠. 여기선 편의상 1년후 대금을 받는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런데 미래의 환율은 알 수 없기 때문에 1년이 지나기까지 기다린다면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수출 업체는 은행에 가서 "1년 후 백만 달러를 넘겨줄테니, 지금 환율인 달러당 1300원으로 계약을 하자"고 거래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선물환 거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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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선물환 거래는 다양한 파급효과를 내기에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은행은 1년 후의 환율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을 피해야 (즉, risk를 hedge해야) 합니다. 그 방법은 지금 1년 짜리 달러 자금 백만 달러를 빌려오는 것이지요. 이렇게 빌려온 달러를 외환 현물 시장에서 원화 13억원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이 돈을 잘 운영해 (대출을 해 줄 수도 있고, 채권을 구입할 수도 있고)수익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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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면 은행은 원화 13억원에 약간의 이자가 수중에 있겠죠. 이제 정해놓은 날짜가 되면 수출업체에서 약속한 백만 달러를 받고, 13억원을 줍니다. 그리고 여기서 생긴 백만 달러로 외국에서 빌렸던 돈 백만 달러를 갚고, 한국에서 발생한 이자 소득으로 달러화를 빌린데 대한 이자를 갚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수출업체는 미래의 환율 변동으로부터 오는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은행은 선물환 거래 수수료를 챙기니 좋죠. 이러한 이유에서 지난 몇년간 선물환 거래가 매우 활발했습니다.

문제는 선물환 거래를 하면 미래에 들어올 돈이 먼저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는 점입니다. 즉, 지금 선물환 1년물 거래를 하면, 외환 현물 시장에 달러가 바로 풀리게 됩니다. 그리고 1년 후 조선업체가 돈을 받는 시점에서는 돈이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고 은행의 달러화 차입을 갚기 위해 외국으로 빠져나갑니다. 즉, 미래의 달러화를 지금 쓰는 격이라 당장은 달러화가 넘치고, 미래에는 달러화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지난 몇년 간 한국은 수출이 상당히 잘되었고, 많은 수출업체가 선물환을 이용했습니다. 따라서 미래에 들어올 달러가 이미 한국에 많이 들어왔죠. 지난 몇년간 달러가 넘쳐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오르는 (즉,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내리는) 현상이 나타난 이유 중 하나도 선물환으로 인해 미래에 들어올 달러가 미리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지금 한국의 은행들이 달러화를 구하기 힘들게 되면서 선물환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은행이 선물환 거래를 하려면 선물환 만큼 달러화를 대출해 와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이게 불가능합니다 (이는 CRS 금리가 마이너스이고 스왑 베이시스가 400bp이상이라는 사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달러 차입이 불가능하면 은행은 선물환 거래의 위험을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선물환 거래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문제는 선물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래에 풀릴 달러가 지금 풀리는 일이 없다는 뜻이지요. 즉, 2007년 외환 현물 시장에는 2008년에 풀릴 달러가 미리 풀렸는데, 2008년 외환 현물 시장에는 2009년에 풀릴 달러가 풀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는 곧 외환 현물 시장에 달러 부족으로 나타나고, 따라서 환율은 오르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또하나의 문제는 선물환을 거래하면 은행이 굴릴 수 있는 돈이 생기고, 이 돈으로 이자를 많이 내기 위해 공격적으로 대출을 하기 마련입니다. 행복투자 카페에 초빙칼럼을 쓰는 세일러님의 글을 보니, 10월 현재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 누적이 938억 달러라고 합니다. 이는 당시 환율로 90조원 만큼이 시장에 풀린 것이지요. 선물환 거래가 활성화한 상태라면 하나의 선물환 계약이 끝나도 다른 계약으로 대치되기에 선물환이 웬만큼 많아도 문제가 안되는데, 지금처럼 선물환 거래가 안되는 상황에선 과거에 선물환으로 생겨난 유동성은 대부분 사라지게 됩니다. 즉, 은행은 90조 정도의 대출금은 곧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이런 점에서도 국내 은행은 지금 외화부족만이 아니라 원화부족 문제가 심각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에게 " 기업들에게 대출해줘라"고 호통을 쳐도 은행은 쉽게 돈을 빌려줄 수 없는 것입니다. 은행도 죽을 맛이겠죠. 없는 달러 구해내랴, 없는 원화 구해내랴, 정부 눈치 보면서 대출해주랴...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아는 외국계 평가 기관은 국내 은행들의 신용 등급을 낮출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을 스왑 포인트 (swap point)라고 부르는데, 스왑 포인트는 이론적으로 두 통화간의 금리차에 의해 결정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내가 달러가 있고, 상대방이 원화가 있는데, 지금 당장 서로 돈을 바꿔서 쓰면 원화를 가진 사람은 이자를 많이 버는데, 달러를 가진 사람은 이자를 적게 벌겠죠. 그런데 3개월 후에 서로 돈을 바꾸기로 한다면, 나는 지금 당장 돈을 바꾸는 것 보다 이자 소득이 적을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내가 이자에서 손해보니까, 이에 대해 보상을 해줘라"하고 요구할 수 있죠. 이렇게 볼 때 원화의 금리가 달러화보다 높기 때문에 스왑 포인트는 플러스여야 정상이죠.

하지만 실제로 스왑 포인트는 시장 자체의 수급상황에 의해 많이 좌우됩니다. 스왑 포인트가 높을수록 달러 수급 상황이 좋고, 낮을 수록 나쁘다고 보는데 6일 스왑 포인트 3개월 물은 -15.00원으로 달러 수급 상황이 나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즉, 스왑 베이시스를 보나 스왑 포인트를 보나 한국의 달러 수급상황은 매우 안좋습니다. 따라서 현물 시장에서 환율이 내렸다고 외환위기가 끝났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지요. 앞으로도 당분간 외환시장의 진통은 계속될 듯 싶습니다.

P.S.행복투자 카페에서 초빙칼럼 쓰는 세일러님 글이 너무 좋네요. 이 글도 세일러님의 글 부동산 시장의 위기와 선물환 매도의 관계 2 에서 본 내용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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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미래

경제 2008/11/04 00:38
2006년 3월 23일, 미연방준비위원회(FRB)는 M3 통화량 통계를 더 이상 발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M3는 통화량을 측정하는 기준의 하나로, 유동성의 총합을 보여줍니다.

FRB는 M3가 별 의미가 없는 통계인지라 자료를 수집하고 발표하는 비용에 비해 유익이 없어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우선, 통화량 발표를 하면서 M3 한 줄을 끼워넣는데는 거의 돈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또한 M3 통계는 발표하지 않지만, M3 통계를 내는데 필요한 자료는 지금도 발표가 되는데, 이는 자료는 있지만 컴퓨터로 통계를 내는 비용이 아까워서 발표하지 않겠다는 말이죠. 게다가 FRB처럼 막강한 기관이 돈을 아끼려고 늘 해오던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무래도 믿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은 FRB가 M3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으며, 그것은 바로 M3에서 드러나는 통화량 증가가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M3는 M2에 고액 정기 적금, 금융기관 펀드 잔액 등을 더한 수치입니다. 따라서 대형 금융기관을 통한 통화량 증가가 쉽게 눈에 띄죠. 이런 이유에서 M3를 " (전자) 지폐 제조기가 돈찍어내는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즉, FRB가 대형 금융기관에 전산으로 공급한 통화가 M3에 잡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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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보면 지난 몇년간 M3의 증가량은 엄청났습니다. 80년대만 해도 얼마 되지 않던 M2와 M3의 차이는 2000년대에 들어 급작스럽게 늘었고, 마지막 발표가 되던 시점에서 3조 달러가 넘게 됩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돈을 풀었으니 FRB로서는 자료를 공개하기가 부담이 되었던 것이지요.

FRB가 이처럼 통화량을 늘린 이유는 무역수지 적자가 워낙 심하기 때문입니다. 무역수지 적자는 곧 외국에서 벌어오는 돈 보다 외국에 지불하는 돈이 많다는 뜻인데, 이렇게 외국에 돈을 지불하기 위해선 어디선가 돈을 구해와야 합니다. 한국은 물건을 수입하기 위해서 달러를 지불해야 하고, 달러는 남의 나라 돈이기 때문에 달러를 벌어오지 못하면 수입을 해 올 수도 없습니다(달러를 빌려 몇년은 버틴다 하더라도). 그런데 미국은 자국화폐인 달러를 지불하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가 아무리 커도 돈을 더 찍어낼 수 있습니다. 미국이 M3통계 미공개를 통해 감추는 것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입니다.

앞서 M3 통계를 내는데 필요한 자료는 공개가 된다고 설명했는데, 실제로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M3 통화량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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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를 보면 통화량 증가율이 15%선이고, 이는 엄청나게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지금, 돈이 이처럼 많이 풀리면 대단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밖에 없죠. 그럼에도 미국 물가가 생각만큼 많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풀린 돈의 많은 부분이 시장에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비상시를 대비해 은행 계정이나 금고 속에 보관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통화 공급을 늘린다면 달러화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하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앞으로 몇달에서 1-2년 간은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할찌라도 달러화의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합니다 (그에 비해 유로화는 여러 나라 정부가 서로 견제를 하기 때문에 통화량 증가가 쉽지 않고,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달러보다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죠). 결국 달러의 가치가 많이 하락하면 기축통화의 자격을 잃게 될찌도 모릅니다. 그러고 나면 미국이 더 이상 자국의 화폐로 빚을 내 풍요로운 삶을 살지 못하고, 다른 나라들 처럼 열심히 일해서 수출에 성공해야 수입을 할 수 있게 될찌 모릅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리 멀지 않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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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한국 경제를 구할 수 있을까?  (2) 200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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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한국과 미국이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30일, 주가는 뛰고 환율은 내려가면서 시장에는 훈풍이 불었습니다. 이번 통화 스와프 협정으로 한국이 처한 외환 부족 사태가 일단락되고, 한국의 국가부도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면서 움추렸던 시장 참가자들의 마음이 다시 펴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경제 위기로 궁지에 몰렸던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은 이번 스와프 협정으로 오랜만에 웃는 얼굴을 보였고, 조선일보는 덩달아 즐거웠는지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의 "한글 이름 궁합" 내용을 기사로 올리는 촌극까지 연출했습니다.

물론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한국의 부도가능성을 알리는 크레딧 디폴트 스왑이 내려가는 현상은 대단히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하루 사이에 시장의 근본적인 상황이 바뀐 듯 들뜬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무언가 불안해 보입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는 외부의 원인 (세계적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내부의 원인 (부동산 거품의 붕괴 위험 및 기업과 은행의 부실화), 내외부 원인의 결합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 및 세계적 신용경색 때문에 한국에 달러를 빌려주려는 투자자가 부족함), 그리고 리더십의 부재 (리만 브라더스) 등 다양한 원인에서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한미 통화 스왑은 수많은 위기의 원인 중 하나인 외환부족을 완화해줄 뿐입니다.

외환시장의 움직임만 봐도, 30일 FX 스왑시장에서 CRS 금리는 전날 대비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스왑 머니가 거의 없다는 뜻인데, 이는 크게 봐서 한국에 달러를 빌려주려는 외국인이 거의 없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즉,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달러를 스와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아직 관망하며 상황을 살피는 중이라는 뜻이지요.

사실 미국이 공급하는 300억 달러는 한국 전체 외환 보유고 (2000억 달러 이상)나 외환시장의 크기 (하루에 수십억 달러 규모), 그리고 한국이 갚아야 하는 단기 외채의 규모 (내년 6월까지 상환할 금액이 천억 달러 정도)에 비하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닙니다. 중요한 사실은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섰다는 상징성인데, 시장이 악화한다면 이러한 상징성이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지요. 

따라서 일단은 미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채결함으로 한국 경제의 숨통이 트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시장의 환경이 완전히 바뀐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주의깊게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위기가 다 지나갔다"는 언론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된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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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한국과 미국 정부가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통화 스와프란 서로 다른 통화를 일정기간 서로 빌려주는 거래인데, 즉, 한국은 원화를 미국에 빌려주고, 미국은 한국에 원화를 빌려준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로 빌렸던 돈을 다시 갚게 됩니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과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자체는 원화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소재입니다. 최근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에서 나타났듯, 미국 정부에 대한 세계 금융계의 믿음은 아직 굳건하고, 그러한 미국이 한국의 원화를 바탕으로 달러화를 빌려준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의 신용도를 올려주기 때문이죠. 또한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대책이 대부분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기에 시장이 무시하거나 오히려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미국과 통화 스와프는 거의 예상을 하지 못하던 일이 갑자기 이루어졌기에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요즘 시장은 워낙 불확실성이 많아 통화 스와프 계약으로 모든 위험이 끝났다고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우선, 통화 스와프는 꾸준히 들어오는 돈이 아니라 한 번 주고 받는 돈이기 때문에 한국의 외환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습니다. 즉, 이미 2천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가 있는데도 시장이 불안하다면, 미국으로부터 300억달러가 들어와도 시장의 큰 흐름을 바꾸기에는 부족할 수 있는 것이죠.

또 한가지는 미국과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은 것 자체가 외환 부족을 시인한 것으로 여겨진다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요즘 시장이 워낙 예상을 빗나가는 반응을 보이다 보니 이러한 예측도 완전히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계약이 장기적으로 어떠한 긍정적,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찌는 지금 예측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선 한 달 후도 예측이 극히 어렵습니다). 또한 미국이 이를 댓가로 무엇을 요구하리라는 설도 많지만, 이는 확인된 부분이 아니기에 확인이 된다면 그때 다시 다루겠습니다.

어쨌든 지금 역외 선물환 시장에서 달러 환율이 1400원대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내일 FX 스왑 시장과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보면 이번 계약이 어떠한 파장을 몰고올 찌 조금 더 정확히 알 수 있겠네요.

P.S. 정확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지만, 일반적인 통화 스와프 거래에 비추어 생각한다면, 한미간의 통화 스와프거래에서 다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1. 환율은 처음에 정해 놓은 환율로 바꾸었다 다시 바꿉니다. 예를 들어, 지금 환율을 1달러당 1400원으로 정한다면, 미국이 백만달러를 빌려주고 한국이 14억원을 빌려준 다음, 계약기간이 끝나면 미국이 14억원을 갚고 한국은 백만달러를 갚습니다. 즉, 나중에 환율이 변해도 서로 환차익이나 환차손이 없는 것이 스왑 거래죠.

2. 스와프 거래에서 이자는 상호지불이 원칙입니다. 단, 요즘 한국의 FX 스왑시장에 달러가 부족해 달러를 빌리고 원화를 빌려주는 사람은 리보 금리를 내지만, 그 상대방, 즉 원화를 빌리고 달러를 빌려주는 사람은 이자를 거의 안냅니다 (즉, CRS 금리가 거의 제로)만, 이는 특수상황입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스왑거래를 할 경우 이자는 어떻게 될찌에 대해선 자세한 발표를 지켜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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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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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주식시장은 장중 1100선이 무너지는 등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 주가가 내리는 현상은 자연스럽지만, 올해들어 주식을 계속 내다 파는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에 가속이 붙는 듯한 모습은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파는 이유는 여려가지입니다. 우선, 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고, 따라서 세계 경기가 안좋으면 덩달아 경기가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매우 어두운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 전망이 좋을리가 없기에 한국 주식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내다 파는 것이지요.

또한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꿔 나가는데,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해 미리 팔고 나가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문제는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환율이 더 올라갑니다. 환율이 더 올라가면 외국인은 더 자극을 받아 빨리 한국 주식을 팔아버리겠죠. 즉,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주가를 떨어뜨리고 환율을 올리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라는 돌발변수도 외국인이 떠나게 하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얼마전 "북한 중대 발표설"에 모두가 긴장했듯, 한국은 언제라도 북한으로 인한 위기상황에 처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퍼주기"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북한에 지원을 계속한 이유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외국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정책도 그렇지만 대북정책도 방향을 알 수 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북한과의 관계는 빙하기로 들어섰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때만 해도 북한은 남한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는데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남한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을 의식한 제스쳐였죠. 북한이 미쳤다고 돈주고 쌀주는 남한에게 핵폭탄을 쏘겠습니까?) 이제 북한은 다시 한 번 투자자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거대한 위협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불안한 나라에 투자금을 묻어두기 보다 손해보고라도 빨리 떠나가기 원하겠죠.

올초부터 지금까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는 41조4804원에 달합니다. 작년 전체 외국인 주식 순매도 액수인 30조5608억원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죠. 게다가 9월까지순매수를 하던 채권조차 순매도로 돌아섰으니, 셀 코리아는 가속화하고, 이는 곧 외환시장의 불안요소를 작용할 전망입니다.

한국은 외국의 자본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입니다. 물론 국내 자본을 기반으로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전쟁을 겪으며 폐허로 변한 나라가 자본이 있을이 없었으니 어느 정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죠.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외국 자본이 더욱 많이 들어왔고,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외국 자본이 빠져나간다는 말은 곧 한국에 투자했던 돈을 되찾아 간다는 말이고, 한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돈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특히 지금은 달러가 많이 부족한데 외국인이 달러를 찾아간다면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외환이 부족한 상황에서 큰 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의 본질이 바로 달러 부족이였죠). 은행이 기업에게서 급하게 대출금을 회수하면 기업이 부도날 수 있듯, 한국 경제도 외국 자본이 급하게 빠져나가면 국가부도가 날 수 밖에 없지요.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기관과 개인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외국인 지분율을 낮추도록 이 기회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사태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 외국인이 한국에서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썼던가요? 이분들만 아니면 한국은 지금과 같은 큰 위기를 겪을 필요가 없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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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
이명박 정부의 경제를 책임지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부터 날아온 듯한 인물입니다. 1997년 김영삼 정부에서 재경원 차관을 지내다 물러났던 그는, 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세금 인하를 통한 경제 발전"을 신봉하는 감세론자이고, 1985년 플라자 합의를 보고 환율을  중요성을 깨달은 환율 주권론자입니다. 즉, 그는 세계화가 세계경제의 구조를 바꾸어 놓기 전, 순진무구했던 20세기 말에 경제 운영의 방법을 배운 사람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방법이 21세기의 경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우선, 그가 환율 주권론을 배운 계기가 된 플라자 합의에 대해 살펴봅시다. 플라자 합의 (Plaza Accord)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의 재무부장관, 중앙은행총재들이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모여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렇게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면 미국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고, 또한 미국이 일본에 진 빚이 대폭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요. 당시 뉴욕에서 재무관으로 근무하던 강만수씨는 이러한 미국의 환율 운영을 보며 무릎을 탁쳤습니다. "바로 이거다! 환율을 자국에 유리하게 운영하기만 한다면 경제적 어러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겠구나!" 그는 이때부터 환율 주권론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플라자 합의에서 배운 교훈을 오늘날 한국에서 실천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우선, 플라자 합의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주도해서 다른 나라를 어르고 달래가며 이루어낸 합의입니다. 강대국 미국도 자신들만의 능력으로 환율을 결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에 비해 강만수 장관은 우리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하기만 한다면 환율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입니다. 환율은 이 나라 돈과 저 나라 돈의 교환 비율입니다. 따라서 절대 한 나라의 주권사항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어떻게 한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단 말입니까?

또한 플라자 합의는 세계 경제에서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이 대단히 크던 시절의 일입니다. 그 이후로 외환 시장에서 헤지펀드 등 민간의 역할이 커지면서 정부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바로 1992년 9월에 벌어진 소로스와 영국은행의 대결이였죠. 영국은행은 파운드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하고 이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투기세력들은 이러한 인위적인 파운드화의 가치는 유지될 수 없다고 보고 파운드화를 대량으로 외환시장에서 팔아버립니다. 나중에 파운드화의 가치가 떨어질 때 다시 사들이면 되기 때문이죠. 영국은행은 파운드화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투기 세력과 맞서지만, 결국은 항복을 하고 맙니다. 그 결과 소로스는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얻을 뿐 아니라 "영국 은행을 파한자" (The man who broke the Bank of England)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죠.

불행하게도 1990년대 후반 한국 정부도 영국 은행 처럼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하려다 투기세력에 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원화의 가치가 실제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환율을 방어하려고 노력합니다. 당시 재경부 차관이던 강만수씨는 이러한 노력을 진두지휘하였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경제위기가 한국으로 번지자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가는 세력이 생겼고, 정부는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보유 외화를 다 써 버리고, 결국 외화 보유가 바닥나자 정부는 IMF에 긴금 구제 자금을 요청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IMF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죠.

환율 주권론은 듣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이처럼 자국 화폐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다가 투기세력에게 말려들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오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외환시장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투기 세력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 세력이 작전을 펼치면 투기 세력이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싸워야 하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이 적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정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은 정부가 시장 전체와 싸우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기 세력이 조금만 한쪽으로 힘을 몰아줘도 정부가 질 수 밖에 없지요.

한국은 이미 97년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환율의 인위적 조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았어야 하는데,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던 사람이 과거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이 다시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대단히 무서운 일입니다. 게다가, "환율방어를 '국방(國防)의 의무'처럼 여긴다"고 알려진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까지 경제팀에 합류했으니, 당분간 정부는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말은 시장의 현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고, 시장이 왜곡된다면 외환 투기세력은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환율을 정부에서 조금 개입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고, 지금도 정부가 환율 유지를 위해 개입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강만수 장관이나 최중경 차관이 생각하는 외환 시장 개입은 지금까지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시장을 왜곡할 정도의 개입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가 시장을 왜곡하는 모습이 명백하면 투기세력은 한국 외환시장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실제로 그러한 투기세력이 들어온다면, 외환위기 후 피땀흘려 모아놓은 2000억원대의 외환 보유고는 순식간에 환율 방어 목적으로 다 날아가고, 다시 IMF에 손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런 끔찍한 상상은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면 피할 수 없는 결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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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io